나도 같이 가고 싶다!!!

남쪽으로 튀어!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일본 작품을 읽다보면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어쩜 이렇게 재미있고 독특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학생운동이 있었고 지금도 있어 그것을 소재로 많은 작품들이 나오지만 하나같이 무겁고 진지해서 읽다보면 사람을 질리게 만들곤 한다. 저항정신이라는 것이 그 말 자체로 사람 진을 빼는 것인데 그것이 책에 한가득 있으면 그야말로 반동 작용이 일어나 책에 저항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학생운동을 했던 부모와 어린 자식, 그리고 현실과 이상을 일본의 전설과 혼합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버지가 처음에는 좀 심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맞아, 이 사람이 하는 거 당연한 거야.’ 이렇게 되고 아들의 입장에서도 처음에 너무 어리니까 따라가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늘 어긋나기만 하던 큰 딸까지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던가, 아버지를 존경한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도 있구나 하는 식의 이해가 되고 모두 함께 살아야만 가족이 아니라는 점, 도시보다 자연이 주는 안정감이 어우러져 몰입하게 만들어버렸다.

정말 나도 튀고 싶을 때가 있다. 국가에 저항하고 싶기도 하고 세금 내는 것도 싫다.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나란히 줄을 서서 하교하게 만들었던 게 얼마나 싫었는지 일부러 다른 길로 도망 다녔다. 저녁 6시 국기 하강시간에는 모두 국기 쪽으로 서서 손을 올리고 있던 것도 싫었고, 하다못해 가게의 외관을 통일하라고 했다며 쥐색으로 페인트칠을 해야 했던 것도 맘에 안 들었다. 등화 관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가 허접할수록 국민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독재라는 이름으로. 이제는 복지라는 이름으로. 한 꺼풀 벗겨보면 다 그게 그거다. 국민은 바보라서 속는 게 아니다. 그저 싸우고 싶지 않을 뿐. 그러다보니 국가는 국민을 점점 더 바보로 알고 휘두르려고 하게 되고 국민은 국민이라는 이름의 멍에를 쓰고 인이 배겨 따라가게 되어 버린 것이다.

정말 남쪽의 무인도에서라도 살지 않는 한 꿈같은 이야기다. 자유라는 거, 인권이라는 거, 권리라는 거.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택을 한 게 아니다. 그러다보다 선택은 인간의 중요한 삶의 목표가 되었다. 그런데 우린 그 진정한 선택의 의미를 잊었다. 무얼 선택해야 하는 지도 잊었다. 아, 나도 떠날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런 선택도 할 수 없다니 인간인 나는 도대체 왜 태어나서 지금 왜 살고 있는 것인지...

2006년 7월 28일 만화책만 지르다!

만순이가 내일 보충이 끝난다.

어제 초원의 집을 보고 있는 게 불쌍해서 지른다.

도대체 왜 내 책은 안 읽는거냐고~

ㅡ..ㅡ

제프 린제이의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8월 7일

잔혹 블랙 코미디 스릴러의 진수!!!

이사카 고타로의 <종말의 바보>

‘8년 후에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져 지구가 멸망한다.’ 라는 발표가 있은 후 5년이 흘렀다. 공포와 혼란 속에 사회는 무질서해지고, 전 세계가 대혼란에 빠진다. ‘지구의 종말’이라는 비극의 상황 속의 이웃처럼 친근한 센다이 힐즈 타운의 평범한 사람들. 이제 그들의 이상하리만큼 밝은 8가지 이야기가 시작된다.
1. 자신이 실패작이라고 무시해, 아들이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아버지.
2. 앞으로 3년 밖에 살 수 없는 아이를 낳아야할지 고민하는 부부.
3. 죽은 여동생의 생일날, 여동생의 복수를 하러 가는 두 형제.
4. 자살한 부모님 때문에 혼자서 동면하듯 집에 쳐 박혀 책을 읽는 소녀.
5. 종말과 상관없이 묵묵히 연습을 계속하는 킥 복서.
6. 떨어지는 소행성을 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고 흥분하는 천체 오타쿠.
7. 혼자가 된 사람들에게 가족 역할을 해주며 기쁨을 느끼는 전직 연기자.
8. 대홍수에 대비해 방주를 만드는 전직 목수 할아버지.
만약, 지구의 멸망이 앞으로 3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면, 당신은 남은 날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멸망하는 마지막 순간에 누구와 함께 있겠는가?

쇼트 케이크 나눠 드실래요?

딸기 쇼트케이크 살인사건 ㅣ 한나 스웬슨 시리즈 2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7월

이 작품을 보기에 앞서 독자들은 시리즈 1편인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을 보아야만 한다는 점을 알려드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한 마을 사람들이고 피해자도 한 마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1편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 사연도. 그러니 1편을 보고 난 뒤 2편을 보는 것이 읽기 쉽다.

1편 마지막에 마을로 들어온 경관 마이크가 있었다. 한나의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 한나를 결혼시키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아침부터 전화를 하는 분이다. 엄마들이 모두 그렇듯이 한나의 엄마도 한나가 양손에 떡을 쥐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예비용으로 여전히 밀고 있는 치과 의사 노먼이다. 하지만 한나에게는 그럴 기회가 별로 생기지 않는다. 그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지만 한나에게는 늘 사건이 따라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1편에서 맞고 산다는 것이 알려져서 한나와 친해진 다니엘의 남편이 피살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오랫동안 맞고 살아 온 아내인 다니엘이다. 하지만 한나는 다니엘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니엘을 위해 또 다시 사건에 뛰어 든다. 여기에 마을에서 요리 대회가 생겨서 외부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한나는 지역 방송에 자신의 요리를 선보여야 하는 일과 그 요리에 참가한 사람들을 심사하는 일까지 맞게 되었다.

작은 마을도 사람들은 같다. 욕심 많은 사람, 약점 있는 사람, 부정한 사람, 가십을 모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사건 사고 속에서도 의지하며 도우며 믿고 살아가고 있다. 한나의 쿠키단지에서 조수로 일하면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리사처럼. 한나는 그녀의 능력을 인정해서 동업자로 승격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에 과연 한나의 로맨스는 엄마의 바람대로 이루어질지, 이루어진다면 과연 누구와 이루워질지 궁금해하며 계속 3편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읽으면서, 또는 읽고 나서 약간 스릴이 모자라, 소재가 미스 마플이나 제시카의 추리극장과 비슷하잖아 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거창한 트릭이라던가 대단한 탐정, 허를 찌르는 반전이 필요 없는 담백한 같이 나눠 먹으면 약간 모자라다 싶지만 만족스러운 쇼트케이크를 먹은 느낌... 그것이 바로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취향에 따라 딸기 대신 좋아하는 과일을 얹듯이 좋게 보고자 하는 점을 골라서 중점적으로 보시길...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케이크와 쿠키 만드는 법 잊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