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비밀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01
리처드 스템프 지음, 정지인.신소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또 비밀이라는 단어에 낚였다. 서지 정보를 봤으면서도 궁금증이 도져서 보기로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난 깜짝 놀랐다. 누가 커다란 액자를 보내온 줄 알았다. 나온 책의 정체를 안 순간 ‘헉’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책이 나를 잡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무척 무거웠고 또 컸다.

 

내가 책을 보는 방식은 키보드 앞에서 컴퓨터하면서 보는 것인데 키보드를 몽땅 가리니 거기다 한 장 넘길 때마다 이거 장난 아니게 힘들었다. 내 체력을 이 책이 다 잡아먹겠다 싶었다. 뭐냐고? 사람 차별 하는 것도 아니고 볼 사람만 보라는 거냐고? 책값도 겁나게 비싼데... 그런데 다 읽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것도 르네상스의 비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르네상스란 고작 유럽의 학문과 예술의 부흥기라는 것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더 궁금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교회에서 시작해서 교회에서 끝을 맺는다. 역시 르네상스도 종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것은 그 시대가 화려할 수 있었던 것은 부와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자들이 더 화려한 예술품을 원하고 그에 따라 예술가들이 더 화려하면서도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충족시키려니 종교와 함께 고대 로마의 양식과 학문을 파헤치게 되어 자연적으로 그 이전 시대보다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권력을 쥔 자들이나 부자나 마찬가지지만 그들이 예술가를 후원하고 교회에 더 많은 것을 바치려 해서 교회는 더 화려해지고 장식은 더 발전하고 새로워졌다. 거기에 슬그머니 자신들의 모습을 끼워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아 그것이 단순히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한 일만은 아님을 알게 만든다.

 

알레고리란 무엇인가? 간단하다. 이것을 비밀이라고 하면 비밀이겠지만 일종의 잘난 척이다. 나는 이런 것을 아는데 당신은 아시오? 그림을 선물하며 그것을 내비췄다니 그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을지 지식에 대한 욕망이랄까, 열의는 이해하지만 그것이 자칫 허영으로 비췰 수 있음을 이들도 알고 한 일이라 생각된다. 화가에게 지시를 하거나 화가의 얘기를 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화가도 더욱 열의를 가지고 배웠을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들 이외의 사람이 없다. 그 시대에는 이들만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어느 시대고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게 마련인데 이 책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권력 지향적이고 물욕 지향적이고 교회마저도 귀족들 사이에서 나온 교황들이 차지한 지라 그 반대편 사람들이 없다. 있다면 예술가들 정도일 테지만 그들은 부자들의 후원을 받고 또한 길드를 조직해서 나름대로 살았다고 하니 이 시대는 전쟁이 다반사였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좋은 쪽만 엮었는지 의문이다.

 

아니 무명씨가 한명 등장한다. 무덤에서 해골이 파헤쳐져서 부자들의 장식품으로 쓰인. 하지만 이것은 은연중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것을 보는 현대인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하신 건 아니셨을지 생각해본다. 르네상스의 밑바탕에 이들이 있었음을 더 조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라리 책의 제목을 <르네상스의 비밀>이 아닌 <르네상스의 예술>로 바꿨더라면 잘 이해가 되었을 텐데 안타깝다. 기독교나 가톨릭을 믿는 분들에게는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책이 커서 그림이 크고 자세히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그 동안 같은 작품을 보았었지만 약간 미흡한 마음이 있었던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그림 하나마다 설명을 해주는 점도 좋았지만 여러 번 같은 작품이 여기저기 등장하는 지라 그때마다 이 두껍고 큰 책을 넘겨야 하는 고통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떤 작품은 네 방향에서 모두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방향만 보여주고 상상하라는 식이어서 아쉽기도 했다.

 

나는 아쉬웠지만 도서관이나 학교에 두고 보면 참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이 사서 보기엔 과하게 비싸지만 소장가치는 있다. 하지만 서두에 우리도 이제 다른 나라에 대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뉘앙스의 취지 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안 받아들여도 되고 이미 받아들인 것인데 새삼스럽고 또 우리를 비문화인으로 출판사가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 책은 많은 그림을 소재로 한 팩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것이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런 팩션 작품과 이 책을 비교해서 보면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다. 예를 들어 <다빈치 코드>라던가 <최후의 만찬>같은 작품들 그리고 르네상스의 작품이 소재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는 책이다. 그 점에서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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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7-02-17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서두부터 입맛이 화악~ 당겼는데, 꾸엑!
책값이~~~~띠용~~~~~~~@@
넘 비싸서......ㅠㅠ
만두님 무거운 책 읽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물만두 2007-02-17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 리뷰야 뭐 늘 두서가 없죠. 비싸죠^^;;;

stella.K 2007-02-1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지나면 저도 이 책을 만져보게 될 것 같은데, 되게 기다려지네요. 크고 무게나가는 책이라 책상 앞에서 정자세하고 봐야겠군요. 보통 누워서도 보는데...^^

2007-02-19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2-1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님은 아무렇게나 보셔도 되요. 제 동생은 앉아서 그냥 보더라구요^^;;;
속삭이신님 쬐송...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부랴부랴 달고 왔어요 ㅜ.ㅜ
 

본 책이 나올때 나는 좀 화가 난다.

왜?

안 본 책도 많으니까.

그런 책이 더 많이 나와줬음 좋겠다!!!

물론 문고판이랑은 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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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2-1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님 홍루몽 살인사건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만두 2007-02-1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에 출간예정이랍니다^^

bongbong 2007-02-19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라 레빈은 책을 잘 안쓰더군요^^
이작품 정말 재밌습니다. '죽음의 키스'와 동급이죠
문장에 숨어있는 지능적 복선의 솜씨란~~~
물만두님 덕에 참 많이도 책 질러댔다는...ㅋㅋ

물만두 2007-02-1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die1229님 책은 별로 없고 다른 일을 더 많이 했나봅니다. 저는 이 작품 결말이 별로라^^;;; 슬리버도 봤지만 죽음의 키스만한 작품은 없더라구요^^
 
보르헤스와 불멸의 오랑우탄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보르헤스라는 제목만으로도 알았어야 했다. 이 책을 읽기에 내 이해력이 부족할 거라는 것을. 물론 추리적으로 접근하면 처음에 범인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트릭이야 너무 흔하기 때문에 이젠 신본격 추리소설을 쓰는 일본 작가들을 빼면 누구도 이런 구식 트릭을 구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제목에서 나와 있듯이 보르헤스라는 작가가 추구했던 사실적 환상 문학이다. 남미 작가들 대부분이 이런 식의 구성을 좋아하다보니 아주 제대로 그 사실과 환상 사이의 늪에 빠져버렸다. 책의 시작이 보르헤스에 대한 편지처럼 펼쳐지는 것도 흥미롭다. 여기에 보르헤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포우를 연구하는 클럽이 등장하니 포우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고 그와 비교되는 러브크래프트는 아주 이 작품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이 작품을 보기 전에 보르헤스와 포우,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읽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들만 존재한다면 이 작은 책이 너무도 뻔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그들과 함께 역사를 넘나드는 보르헤스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존 디와 그의 도서관과 불멸의 오랑우탄에 대해서 말이다. 보르헤스를 작가가 등장시켜 독자를 어지럽게 만들다니 이제 보르헤스는 내게 멀미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것만 같다.


보르헤스의 추리, 보르헤스를 탐정으로 등장시키는 대담함을 보이다니 작가의 배짱에 놀랐다. 보르헤스의 그 머리를 다 담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어떻게 견디었는지 아무튼 그로인해 보르헤스가 들려주는 포우와 러브크래프트와 쟁윌, 그리고 존 디와 보헤미안의 도서관과 신비주의 종교와 문자가 가지는 신비한 힘, 거기에 암호까지 등장시키고.

 

여기서 우리는 알게 된다. 작가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말이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떤 것도 글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쓴 글은 허구라 할지라도 나중에 그것이 진짜로 뒤바뀌는 경우도 발생한다. 오랑우탄이 글로써 불멸하려 했던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허구는 허구여야 한다. 그것이 독자에게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를 작가는 간절히 바라지만 그것이 불멸의 진실성으로 남아서는 안 되고 그렇게 각인되어 왜곡되어서도 안 된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이라 생각된다.

 

허구와 왜곡은 다르다. 작가는 자신이 불멸의 오랑우탄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보르헤스가 거울을 두려워한 것도 이런 뜻은 아니었을까. 거울은 같은 것을 만들어내지만 사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비춰주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거울을 보고 거꾸로 보이는 상을 진짜라고 믿게 된다면 그것을 보르헤스라 믿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작가는 그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꼬리를 잡아서도 잡혀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작가는 단순한 플롯의 작품 속에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한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제목에 뚜렷이 나타나있다. 보르헤스라는 거울과 불멸의 오랑우탄이라는 있어서는 안 되는 글 쓰는 이들의 자세다. 이렇게 명쾌하고 단순하게 그것을 말하는 작가의 실력이 놀랍다.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된다. 독자로써 정말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다음 작품은 좀 쉽게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고, 어지러워라... 그 놈의 오랑우탄 꼬리 한번 빙빙 우주적으로 잘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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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16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작가론, 글쓰기론에 대한 인식이 마음에 듭니다.
추천 누르는 손 막지 마시어요^^

물만두 2007-02-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늘 저만의 해석이라는 거 아시죠^^;;; 읽어보세요. 꽤 근사합니다.

mong 2007-02-2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마저 읽었어요!
아...좋던데요~~ ^^

물만두 2007-02-2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저도 좋았어요^^

파란여우 2007-02-2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심오한 '거울의 상'까지!
음, 여우꼬리도 조심해야겠구려

물만두 2007-02-2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성님 꼬리는 늘 잡고 싶다구요^^
 
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창해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를 읽지 않은 나로서는 작가가 무라사키 시키부와 <겐지 이야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한니발의 숙모로 일본 여인 이름을 무라사키 시키부라고 한 것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그것이 한니발이 어린 시절에 겪은 2차 대전이라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그의 비극은 시작된 것이라고 말하려는 의도였다면 명백하게 실패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레이디 무라사키는 한니발과의 만남에서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의 고향 히로시마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피해를 입은 사람끼리 도우며 살아보자고. 작가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했더라면 그냥 <겐지 이야기>라는 좋은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한 충분한 보답이 되었을 텐데 거기에 일본인도 피해자라는 시각을 입혔으니 그렇잖아도 불쾌한 작품이 더 불쾌하게 되고 말았다.

 

처음 이 작품에 내가 기대했던 것은 그래도 어린 한니발에 대한 슬픔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는데 순식간에 그런 감정은 사라졌다. 마치 한니발이 처음에는 여동생을 잃은 마음에 실어증에 걸리고 복수심에 불탔던 것이 나중에는 살인 그 자체를 즐기게 되는 괴물로만 남게 되는 것과 같이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한니발에게 복수가 중요했던 것은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루타스의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쁜 인간의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 그들이나 얍삽한 인간들은 자신의 신분을 잘도 숨기고 유리한 쪽으로 재빠르게 붙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붙은 쪽은 돈과 권력이 있는 곳이다. 어디나 이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

 

한니발은 자신을 잡으려는 경찰에게 그가 잡은 죄수가 사형당하기 전에 그에게 한 말을 들려준다. “그때 경찰들은 어디에 있었나요?” 어린 한니발과 여동생 둘이서 짐승만도 못한 이들에게 붙잡혔을 때 그 누구도 없었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실어 나를 때도 그 누구도 없었다. 종군위안부들이 끌려갈 때도 그 누구도 없었다. 그것 또한 한니발이 인간이기를 스스로 벗어던지게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여기에 레이디 무라사키의 포필 형사에 대한 의존이 결정적으로 한니발에게 그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아닌가 싶다.

 

작가는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역사에 대해 쓸 때는 좀 더 알아보고 써야 한다. 픽션도 정도껏이다. 우리와 상관없는 이조차도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책을 단지 책으로만 봐야 한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한니발이 괴물이 되기까지를 너무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딴 생각을 하고 말았다. 우리 옆에도 그런 괴물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잘못을 어떻게 할지... 한번 만들어진 괴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니발도 결국은 유유자적 도망가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무리 어린 시절의 상처가 컸다고 할지라도 같이 겪은 다른 사람은 그렇게 변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한니발 자체의 문제가 된다. 그는 스스로 인간이라는 사회적 관습과 도덕적 책임을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전쟁 때는 묵인되는 것이 개인에게는 왜 묵인될 수 없느냐고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아직도 <레드 드래곤>에서 한니발이 프로파일러에게 한 일을 용서하지 못한다. 누구도 자신의 과거의 삶 때문에 타인의 삶을 망가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괴물의 탄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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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7-02-1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자출신의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네멋대로 풀어라'인가보네요.
'한니발', '검은 일요일' 등 '양들의 침묵'을 말고는 거의 실망스러웠는데.. 어째 후속작도 느낌이 영~ -ㅗ-

물만두 2007-02-1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음... 한니발보다는 낫습니다. 제 사견이 제 객관성을 떨어뜨렸지만 저두 사실은 그저 그랬습니다. 단지 한권으로 나왔다는 점이 제일 맘에 드네요.

soyo12 2007-02-1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한권으로 나온 것이 정말 좋아요.^.^ 그런데 점점 필력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어, 아 그만쓰셔야겠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물만두 2007-02-1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 이 책 최대의 장점입니다^^ 저두 미툽니다요^^

다락방 2007-03-0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하지 않을수가 없어요. 정말 제 맘에 쏙 드는 리뷰예요. 물만두님, 화이팅!!

물만두 2007-03-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감사합니당.^^

sayonara 2007-04-1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방금 다 읽었습니다. 아아~ 도저히 좋은 리뷰는 못 쓰겠습니다.
'죽음의 키스'라는 엄청난 작품으로 데뷔해서 계속 헤매다가 결국 '슬리버'따위나 끄적였던 아이라 레빈이 생각납니다. ㅠㅠ

물만두 2007-04-1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좀 그렇죠 ㅡ.ㅡ
 
마지막 경비구역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1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악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범인이 잡혔다고 해서 사건은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악의 씨앗은 다른 악의 무리를 불러들이고 그들은 거대 조직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 예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피아나 야쿠자, 삼합회와 우리나라의 폭력조직들이다. 이들은 합법을 가장해서 불법을 저지르고 자신들의 뒤를 쫓는 자들은 제거한다. 그가 경찰이든, 검사든, 심지어 대통령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카페타는 템플 골트라는 악마를 상대했다. 그리고 그의 파트너 캐리 그레센도 상대했다. 하지만 악은 점점 더 커져서 스카페타가 상대하기 벅차지고 있다. 그것을 루시도, 마리노도, 스카페타 본인도 깨닫게 된다.

<흑색수배>의 범인을 잡고 나서도 그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 후속편이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그 이어짐은 마치 대하 추리극을 보는 것처럼 앞으로,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렇게 올라가다가는 악이 생기던, 아니 인간이 생기던 그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 같이 느껴진다.

스카페타는 자신은 시신을 통해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의 콤플렉스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절대 자신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남도 자신에게 의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결벽증은 법의학자로서 몰두하게 만들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삭막하게 만든다. 특히 그녀의 직책이 정치적이라는 점에서 그것을 그녀는 간과하고 있다.

정치적인 것을 갈망하면서도 정치적인 것을 싫어하는 모순적 행동이 여기에서 스카페타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또한 상처입고 제대로 그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엄한 곳에 발을 들이 밀었다. 상처를 입고도 그 상처를 내보일 사람이 없는 외로운 투사 스카페타의 앞날은 이 작품을 계기로 달라질 것 같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경비구역이 그가 가게 될 최종의 장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피난처로서 말이다. 이건 어울리지 않는 일이니 반드시 피해야 하지만 어떻게 결정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앞에서도 대하 추리극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1편부터 봐야 한다. 스카페타의 성격을 알고 마리노와의 관계를 알고 루시의 성장을 알아야만 마지막 경비구역으로 들어갈 비밀 열쇠를 받을 수 있다. 시리즈란 이래서 좋다. 타인의 성장과정과 내면의 심리 변화까지 양파를 벗겨내듯 하나하나 알게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직 스카페타의 싸움을 끝나지 않았다. 악과의 싸움, 잔인한 살인자와의 싸움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부검대에 누군가를 올려놓기 전에는 절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괴물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이 내 머릿속에서 To be continued를 외치고 있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든 스카페타, 제발 조심하기를...

그리고 마리노에게 좀 잘해주면 안되나? 마리노가 불쌍하다. 마리노 말을 들었으면 좋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되지 않았나? 그는 좋은 경찰이라구. 뭐, 내 맘에도 썩 드는 건 아니지만 나아지고 있다구. 설마 마리노를 버리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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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1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물만두님의 서평은 잘 보고 갑니다. 읽지 안으면 안되는 그런 서평.......
행복한 하루 되세요.

물만두 2007-02-1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별로 잘쓰지도 못하는데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미미달 2007-02-1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카페타 짱짱짱

물만두 2007-02-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달님 미툽니다^^

메르헨 2007-03-0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저 법의관 들여왔어요. 아직 못 읽고 있는데...기대되요.
마지막경비구역까지...쭉...달려갈랍니다.^^

물만두 2007-03-0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르헨님 중간에 약간 턱이 있을겁니다. 그래도 쭈욱 달려가셔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