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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에 막 입학한 다섯 명의 청춘들이 한 학년을 한 계절에 비유해서 이야기를 엮어가는 형식의 작품이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만나 우연히 자리하게 된 이들은 마작광인 니시지마가 이름에 동서남북이 들어 있는 기카무라, 미나미, 도도를 마작을 하기 위해 모으고 도리이가 자신의 아파트를 장소로 제공함으로써 4년 동안 친하게 지내게 된다. 참, 마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몰라도 상관은 없지만. 이들 캐릭터는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방관자형인 기타무라, 부르조아 날라리형인 도리이, 도도한 미녀지만 괴짜 니시지마를 좋아하게 된 도도, 숟가락을 구부리고 물건을 움직이고 4년에 한번 차를 움직이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얌전한 미나미, 그리고 너무나 진지하게 세계 평화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일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니시지마. 이들은 서로를 만났을 때는 각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4년 동안 서로의 모습을 닮아가고 인정하며 융화된다.
1학년 봄에는 서로를 알아갔고, 2학년의 여름에는 친구의 아픔에 서도 안절부절 못했고, 3학년의 가을에는 사회인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그리고 4학년의 겨울에 그들은 하나의 매듭을 지었다. 이렇게 4년을 보내고 그들은 오아시스 같던 대학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막이라는 사회에 내던져진다. 두렵지만 그들은 전진한다. 그들은 이미 한쪽 팔을 잃고 다시 일어서는 도리이의 모습 속에서, 그리고 친구의 아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자각 속에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인 기타무라의 눈을 통해 니시지마의 이야기에 가장 많이 공감하게 된다. 비록 그것이 공허한 울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외치지 못한 내 청춘에 대한 반성이 들어 있고 또한 그 나이의 배를 더 살았어도 여전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면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사막에 눈을 내리게 하자!’ 그럴 수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열여덟에 다리 하나를 잃은 여학생이 자신의 병실에 이런 문구를 써놓았다는 것은 기억한다. ‘세상아, 비켜라. 내가 간다!’ 이들도 변하고 잊고 다시 떠올리고 추억하게 될 것이다. 그때 이들은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청춘, 지금은 청춘이든 어떤 청춘이든 내 뒤에 오는 청춘은 언제나 나보다 낫기를 바란다. 그것이 세상이 조금씩 더 나아지는 일일 테니까.
가볍게 본다면 가볍게 볼 수 있지만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언제나 별거 아닌 것 같은 이야기로 사로잡는다. 온다 리쿠의 노스텔지어도 아니고 기리노 나츠오의 사회파도 아니다. 이사카 코타로의 이사카표 젊은이의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