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안의 알약
슈테피 폰 볼프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소설은 픽션이다. 역사는 소설로 재해석된다. 그러므로 역사도 픽션일 수 있다. 꼭 역사를 정설로 쓰거나 교육적으로 쓰거나 그럴 이유는 없다. 역사를 내 맘대로 섞어서 한 곳에 모아 비빔밥처럼 버무려 읽을 수도 있는 일이다. 작가가 그러고 싶다는데, 그리고 그것이 기발하고 재미있다면 상관없다.

독일의 작은 도시에서 피임약을 개발한 릴리안은 그로 인해 마녀로 몰려 함께 만든 여인과 그 피임약을 먹은 친구와 도망을 가게 되는데 어릴 적 친구인 형리와 성의 광대, 시식시종이 그들을 도와준다. 거기다 그들이 다니는 곳마다 사람들이 늘어 백작의 부인이 따라오지를 않나, 페스트에 걸리자 페니실린이 등장하지를 않나 루터와 로빈 훗, 영국의 앤 왕비와 거기에 보티첼리와 모비 딕까지 등장하는 점입가경의 사건들 속으로 들어가게 되다니 참 놀랍기까지 하다.

16세기 마녀라고만 소리치면 죽일 수 있었던 시대였고 아이는 생기는 데로 나아야 했고 백성이 결혼을 하면 그 마을을 다스리는 백작이 초야권을 주장했던 시대니 그 시대 누군가는 릴리안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다 죽은 여인도 많았을 것이고 그래도 아이를 낳아야 했던 이유는 노동력의 착취에 있었을 것이다. 또한 백성들은 굶주리는데 높은 성의 부자와 성직자는 잘 먹고 사치스럽게 살았을 테고 그것이 쌓이고 싸여 그 뒤 세상은 달라지지만 아직까지 그때나 지금이나 딱히 더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마녀사냥은 또 다른 이름으로 계속 되고 있고 빈부의 격차는 여전히 심하고 피임약이야 있지만 그래도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다고 말할 수 없으니 이 이야기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닌 블랙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지금도 존재하는 수많은 릴리안들은 그래도 여전히 릴리안처럼 행동하고 있겠지만 이제는 피임약만이 문제가 아니니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할밖에 할 말이 없다. 릴리안이 선사한 여행과 웃음이 책을 덮은 뒤에는 별로 즐겁지 않다. 고래나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님 또 고래를 찾아 완행열차타고 동해 바다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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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7-07-0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보니 재미있겠는데요. 읽을 책 또 하나 추가!!

물만두 2007-07-08 11:37   좋아요 0 | URL
폭소만발인 건 확실합니다^^

다락방 2007-07-0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거 잼나겠는데요. 간만에 보관함으로 이동 :)

물만두 2007-07-08 14:08   좋아요 0 | URL
뒤죽박죽 코믹 역사 환타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chika 2007-07-0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깐요... 만두언냐 리뷰나 페이퍼나... 읽기가 싫다니깐요! 책값만 나가게 하고오~ ㅠ.ㅠ

물만두 2007-07-08 22:00   좋아요 0 | URL
그래서 내 서재 발도장을 안찍는건 아니겠쥐~^^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P. D. 제임스가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썼을 때 여자의 직업으로 탐정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그 작품의 제목을 인용한 이 작품에서 열세 살의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에게, 물론 남자아이도 마찬가지지만 살인은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이 ‘죽이고 싶어.’와 ‘죽고 싶어.’를 속으로 외치는지 알 길은 없지만 누구나 이런 말을 입에 달고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어른이든 어린 아이든, 남자든 여자든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인간 사이에서 부대끼는 어려움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오니시 아오이는 밝고 명랑한 아이다. 게임을 좋아하고 친구와 수다 떠는 걸 좋아하지만 집에만 가면 말이 없어지고 점점 집에 가기가 싫어진다. 그 이유는 알코올 중독자가 된 새 아버지 때문이고, 생활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딸을 살갑게 대할 수 없는 엄마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친구들은 그저 겉으로만 친구일 뿐 진짜 오니시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두 각자의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야노시타 시즈카는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다. 하지만 섬 제일 부자 할아버지의 손녀딸이다. 하지만 시즈카에게도 고민은 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 그런 친구 하나 없는 시즈카가 여름 방학 친구들과의 균열이 생겨 외톨이가 된 오니시의 마음에 들어온다. 그리고 두 소녀가 만나 기존의 세상이 변해버린다.

원시인이 숨어 있는 동굴이 안전한 건 아니다. 밖에 난폭한 곰이 있다고 해도 안에서 숨죽이고 있어봐야 굶어 죽을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건 최선책이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도 아니고 단지 슬픔에 안주해서 자살하는 것과 같은 일일뿐이다. 본색을 숨기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나중에 자신의 진짜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힘이 없다고 숨는 건 아니다. 힘이 없다는 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 잊고 있는 것이지만. 게임에서나 반드시 승패를 나누고 강자와 약자를 나누고 힘을 키워야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그런 단순화는 위험하다.

스파르타의 여우 이야기를 기억해야 한다. 비밀과 사정을 품고 있는 것은 옷 속에 감춘 여우와 같아서 자신의 살을 파먹게 해서 자신도 죽게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할 분위기였다면 옷 속에 여우를 감출 필요가 있었을까를 어른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이 달라졌다. 아니 아이들이 달라졌다기보다 세상이 아이들이 달라지게 만들었고 거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아이들에 비해 어른들의 적응 속도가 느린 것이다. 아이들을 원시인으로 만들 것인가, 스파르타의 여우를 품고 죽은 아이로 만들 것인가는 어른들의 몫이다.

오니시 아오이가 살인자가 된 것은 일차적 원인은 그 아이에게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말하면 어른들은 편하겠지만 그 아이가 당신의 아이라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살인은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아이가 피 묻은 손을 내밀고 있다. 도움을 청한다. 내 아이가 울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작가는 마지막까지 작품을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 단순함에서 복잡한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을 대도시도 아닌 작은 섬에서조차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살인이 아닌 것이다. 한 여름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한 겨울 몰아치는 눈보라소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동굴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지르는 외침의 메아리일지 모른다. 그 생생함에 전율을 느끼며 기리노 나쓰오의 <리얼 월드>와는 또 다른 아이들의 외로움에 가슴 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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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미스터리'가 일본에서는 대세라고 한다.
코지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가을, 겨울도 나오겠구만.

집 정원에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됐다?
평범한 가정인데 시체를 은폐하려 한다?
그리고 경찰은 그들을 추적한다.
왜 이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걸까? 못한 걸까?
역시 제목에서 의미를 알 수 있을 듯도 하다.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기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살해하는 <실버 텅>이 등장한다. 그가 남긴 시체에는 희생자들의 잘려진 혀와 입 안에 은수저가 남겨져 있다.
영국 경찰청 최고의 총경 레드 메카프는 희생자마다 달라지는 살인방법에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주인공 레드 메카프는 지금껏 맡은 사건 중 해결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성격은 다소 과격하며 한 번 맡은 사건은 끝내 놓지 않는 일 욕심이 넘치는, 그러기에 스타총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레드에게 닥친 시련.
최상의 팀원을 꾸려서 사건을 쫓아가지만 시간만 흐를 뿐이다. 1998년 5월 1일 첫 사건을 시작으로 시작되는 연쇄살인은 동일인의 범죄라고 여겨지나, 수사진은 살인방법에 대한 어떤 공통된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헤매는 상황이다.

이 작품의 제목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스릴러 작품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의 스릴러를 차용한 작품인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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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이름이었다니...

난장이의 이름...

약속을 안지키자 3일안에 자신의 이름을 맞추라고 했다는...

이걸 알았다면 애널리스트에서의 뜬금없는 퀴즈도 알았을텐데...

지금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에서도 나와서 찾아봤다.

The miller says that his daughter can spin straw into gold. The king believes him, and takes her to his castle. She can't spin gold, but a little man, Rumplestiltskin can, and he helps her, if she promises to give him her baby when she is queen. She promises, and then has to guess the little man's name to save her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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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7-0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화책 잼있어요. 제가 저거 영어로 읽는다고 힘들었던 기억도 나네요. 이름을 제대로 읽었나 몰라요~ ^^;

물만두 2007-07-06 22:18   좋아요 0 | URL
난 무슨 의성어나 그들만의 유먼가 했는데 동화속 이름이더라구.
암튼 동화 무지 이용하는 것 같아^^:;;

아영엄마 2007-07-07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는 <룸펠슈틸츠헨>이란 이름으로 나와 있는 그림책이 있어요.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880582

물만두 2007-07-07 09:43   좋아요 0 | URL
땡큐여유~^^

하늘바람 2007-07-07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덕분에 저도 앍 되었네요. ㅎㅎㅎ 그런데 아영엄마님 모르시는게 없넹. 덕분에저 동화책 찜

물만두 2007-07-07 09: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책 대 책- (그림동화로 읽는) 흑설공주 와 신데룰라

존 카첸바크의 두 작품을 책 대 책으로 생각해 봅니다. 

정신병 환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죠.
무대는 정신병원...
거기서 살인자를 찾아야 하는데 그곳에서 누가 가장 유리할까요?
살인자가 더 미쳤을까요?
아님 정신병자가 더 미쳤을까요?
스릴 넘치면서도 마지막에 우리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어쩌면 정 반대의 입장인 정신분석가가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그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그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가 치료한 환자 가운데 그가 저지른 잘못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일까요?
삶은 정신병자나 정신분석가에게나 모두 공평하게 미친듯이 돌아갑니다.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같은 작가의 다른 관점, 비슷한 생각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추리소설의 계절 여름입니다.
이 두 작품을 보면서 여름을 서늘하고 뜨겁게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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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7-0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게 더 잼나여? 궁금해요..요즘 추리소설이 땡깁니다..
기운이 없구,,의기소침합니다...

물만두 2007-07-06 18:20   좋아요 0 | URL
앞의 작품은 약간 슬플 수도 있구요.
뒤의 작품은 반전이 기가 막힙니다.

2007-07-06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7-06 22:11   좋아요 0 | URL
엉뚱만두가 남의 다리 긁었는데요^^;;;

도넛공주 2007-07-0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서재에 오면 읽고 싶은게 정말 많아져요.언제 다 읽나..

물만두 2007-07-07 09:45   좋아요 0 | URL
천천히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