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하게도 제목이 그냥 원어 그대로다. 멀리사 모어의 <Holy Shit>(글항아리).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가 부제인데 그렇게 나열한 단어들은 ‘holy shit‘의 번역이면서 원서 부제(A Brief History of Swearing )의 ‘swearing‘의 번역이다. 한 단어로 번역이 안 돼 나열한 것인데 더 풀자면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하는 말, 불경한 말, 상스러운 말, 음탕한 말, 더러운 말, 저주하는 말, 모욕하는 말˝의 역사를 다룬 책. 짧게 간추렸다고는 해도 3000년의 역사다.

˝고대 로마와 성서의 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어라는 언어의 신성하고도 불경한 역사를 들춰내면서 ‘불경한 말’과 ‘천박하고 외설한 말’이라는 두 영역을 지적이고도 흥미롭게 탐색한다. 상소리가 수세기에 걸쳐 변화해온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가 하면, 변화의 원인이 된 문화적 관심사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감정을 고급하게든 저급하게든 낱낱이 표현했던 단어들을 살펴봄으로써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이 그야말로 한 끗 차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로운 착상과 작업의 결과물로 여겨져 바로 구입했는데 분량이 좀 되는지라 언제 다 읽어볼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베이벌매거진의 추천사는 이렇군.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할 거냐고? 씨발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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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가 알고보니 이밥나무라는군
경력조회로는 말이야
이밥나무 쌀나무 쌀밥나무
이팝나무 꽃그늘을 지나다
이 얼마나 근사한 호강인가 생각하다가
이밥나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이 근사한 꽃그늘에서 밥 생각이라니
경력은 때로 세탁이 필요한 법
이팝나무는 이팝나무여서 근사한 나무
조팝나무도 좁쌀밥나무 조밥나무였다지
너도 개명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조팝나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서 눈감아 주기로 했다
이밥나무 조밥나무 틈에서 봄을 나느니
이팝나무 조팝나무와 한 시절 누리기로
이팝나무 꽃그늘에서 한 시름 잊기로
이 봄날 밥 생각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팝나무 꽃그늘에 봄밤도 근사하여라
이팝나무가 그대인 듯 근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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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5-09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그늘 아래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팝꽃잎은 조팝보다
둥글게 생겼지 라며 읊던 날.
읽다만 프루스트. 며칠전 신간 코너서 본 새번역의 피네간의 경야. 옛날 그 율리시즈 독후의 여운이 남은 상태서 신기하게 읽은 요약본 피네간. 흠, 이렇게 두꺼웠어?
사? 말어? 옆에는 몇년전 산 새
번역 율리시즈가 몇 페이지째 북마크
가 고정되어있고. 모든 호기심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며, 맘 다잡는 봄밤~^^*

로쟈 2018-05-09 23:29   좋아요 0 | URL
제가 전염시킨 건가요?^^

로제트50 2018-05-09 23:32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요^^*

watchway 2018-05-0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에 따라 이야기는 맹글어 가죠.
이밥의 간절함이 이밥나무로
뭔가 세련된 것처럼 말하고 싶을 땐 이팝나무로.

길상사를 고향 초등 친구에게 안내하면서
백석자 자야.
길상화와 법정스님.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동창넘이 어느날
˝길상사는 자야와 법정스님의 사랑하던 곳˝
이라고 멋진 이야기를 맹글어 내었지요~~~

로쟈 2018-05-09 23:28   좋아요 0 | URL
널리 알릴 이야기는 아닌듯하네요.~

가명 2018-05-0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로쟈님 시 쓰기 시작하신 건가요?^^

로쟈 2018-05-09 23:28   좋아요 0 | URL
네 지난달부터요.~

2018-05-15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자가 된 청소부보다 늘
청소부가 된 성자가 되고 싶었지
까지는 아니어도 더
감동적이라고 느꼈지 요즘은
환경미화원이 된 성자라고 불러야 할까
예전엔 쓰레기 치우는 성자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울 때마다
대견하게 느껴졌어
고등학교 때 우리반은 소각장 당번반
소각장 쓰레기를 태우고 재를 퍼 날랐어
어디로? 자세한 건 묻지 말고
여하튼 날랐어 그리고
묻었어
(그럼 뭘 하겠어?)
자원하진 않았어
다들 겸손해서 성자를 자처하진 않아
성자 콤플렉스란 말을 어디선가 들었지만
아는 체하지 않았어
우리는 그냥 청소 당번
성자도 당번제야
아무나 할 수 없어도
닥치면 해야 해
네댓 명이 리어카를 몰았어
빗자루와 삽을 들었어
화장실 똥을 푸는 건 우리 일이 아니어서
우리는 소각장으로 가
아직도 냄새가 나는군
옷에 배도 할 수 없지
그렇지만 대견하게 느껴지는군
나도 한때 소각장 당번이었다는 거
청소부였다는 거
쓰레기 좀 태워봤다는 거
내가 성자라는 얘기는 아니야
기분 좀 냈다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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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독일의 천재작가‘로 보통 소개되는 볼프강 보르헤르트(1921-1947)의 작품 전집이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기는지 모른다>(현대문학) 문학과지성사판으로 다시 나와 있는 <이별 없는 세대>를 민음사판으로 구한 게 30년 전은 될 것 같다(초판은 1975년에 나왔군). 제목 말고는 기억에 남아있는 게 없지만 한권짜리 전집이 나왔다고 하니까 뭔가 숙연해진다.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에는 보르헤르트 생전에 출간된 시집 <가로등, 밤 그리고 별들>, 희곡 ‘문밖에서‘, 산문집 <민들레>와 작가 사후에 출간된 산문집 <이번 화요일에>, 유고 시와 유고 단편 등 약 30여 편의 시와 40여 편의 산문이 수록되었다. 많은 작가들과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희곡 ‘문밖에서‘, 단편 ‘이별 없는 세대‘를 포함해 보르헤르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걸작 전집이다.˝

절판되었지만 연구서도 몇권 나와있는 걸로 보아 학계에서도 꾸준히 연구되는 듯싶다. 47그룹의 대표 작가인 하인리히 뵐은 보르헤르트를 이렇게 기렸다. ˝보르헤르트의 외침은 죽은 자들을 위한 것. 그의 분노는 역사의 쾌적함으로 자신들을 덮어씌운, 살아남은 자들을 향한 것이었다.˝

안 그래도 이번 여름에 20세기 독일 작가들을 강의에서 다룰 예정인데 47그룹을 포함하여 전후 세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까 일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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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설마 이런 게 노안인가
잠시 흐릿해 보여서 울고 있는 것도 아닌데
흐릿해 보여서
남들 다 왔다는 노안이 내게
찾아온다고 대수는 아니겠지만
방안 가득 책들을 보니 눈물이
나는 건 아니고 영화가 생각난다
굿바이 마이 칠드런
아이들 입양 보내는 영화가 있었지
노동자 아빠가 손을 다쳤던가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고
엄마는 또 무슨 병이 있었나
하여간에 아이들을 다른 집에 보내야 했지
아홉이었나
하여간에 눈물 쏟으며 보내야 했어
이불 뒤집어 쓰고 중학교 때
훌쩍거리며 본 영화
늦게 잔다고 혼나면서 본 영화
누가 이 아이들을 사랑해줄까
누가 이 책들을 읽어줄까

갑자기 눈이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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