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올해는 정치와 정치인, 정치이념을 주제로 한 책들이 다수 출간될 전망이다. 스타트를 끊은 책 가운데, 국내 정치학자들이 자유주의와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논한 책들이 눈에 띈다.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폴리테이아, 2011)와 <왜 대의민주주의인가>(이학사, 2011)가 그것이다. 일단은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소개기사만 올라왔기에 옮겨놓는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문지영의 <지배와 저항 - 한국 자유주의의 두 얼굴>(후마니타스, 2011)과 같이 읽어봄직하다(질문에 대한 답도 얼추 들어 있지 않나 싶다).

 

 

 

한겨레(12. 01. 04) '자유주의’ 진보 대안이념 가능할까

 

‘자유주의를 진보적 이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온 가장 논쟁적인 문제 제기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자유주의는 냉전·분단체제 속에서 반공주의로 받아들여지거나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경제적 자유주의로만 인식되는 등 제 뜻과 달리 왜곡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렇다면 이런 왜곡을 바로잡는 데에서 더 나아가 자유주의를 진보의 대안이념으로 삼는 것도 가능할까?

한림대 정치경영연구소가 그동안 펼쳐왔던 자유주의에 대한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묶은 책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폴리테이아 펴냄)는 이런 물음을 본격적으로 던진다. 최태욱 한림대 교수(정치학),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 박동천 전북대 교수(정치학) 등 대부분의 지은이들은 자유주의는 본래 진보적이거나 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에 속한다.

특히 최태욱 교수는 서문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현실적 가능성을 간명하게 따져봤다. 최 교수는 진보적 자유주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예상되는 반론은 ‘왜 사회민주주의가 아니고 진보적 자유주의냐’는 물음일 거라 봤다. 평등의 확대를 진보라 한다면 사회민주주의가 더 분명한 진보적 대안이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평등의 확대를 목적으로 삼고 계급을 넘어 일반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복지 세력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진보적 자유주의는 사회민주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방법론적 유연성을 장점으로 내세운 진보적 자유주의는 대중 친화성과 중도성에서 사회민주주의보다 강점을 가진다고 봤다. 한국적 맥락에서 볼 때 현실 속에서의 실천력이 더 뛰어나다는 주장이다.

각각의 지은이들은 자신만의 논의를 거쳐 자유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 이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조건들을 따져봤다. 민주적 시장경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구축이 필요하며, 제도적으로는 비례대표제, 온건다당제, 연립정부 등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가장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유주의를 검토한 고세훈 고려대 교수는 “자본주의에 의해 사회적 연대, 공동체적 유대가 깨졌다면 사회경제적 약자를 타깃으로 한 계급 정치는 불가피하다”며 자유주의가 진보적 이념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오히려 계급정치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원형 기자)

 

12. 01. 04.

 

 

P.S. <왜 대의민주주의인가>는 이학사에서 펴내는 '정치사상총서'의 두번째 책인데, 첫번째 책은 <인권의 정치사상>(이학사, 2010)이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심의와 참여, 대표와 대리, 대의성 등 대의민주주의의 철학적 의의, 역사적 기원, 대의제 정치사상 등을 살펴봄으로써 SNS 정치 시대의 대의민주주의의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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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다큐영화 <맑스 재장전>에 대해선 작년초에 들어본 듯한데, 지난가을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게다가 감독이 알랭 바디우 전공자 제이슨 바커란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늦었지만 오랜만에 영화 인터뷰기사를 옮겨놓는다.  

 

 

한국일보(11. 09. 26) "마르크스 유행이 허세일 수도 있지만 정치를 생각하게 한다면 문제 안돼"

 

다큐멘터리 '맑스 재장전'(2010)의 감독 제이슨 바커(39)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번역가, 저술가로 활동하며 영화도 찍는데 본업은 이론가다. 영국에서 태어나 정치철학을 공부했고,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알랭 바디우를 사사해 카디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쓴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2002)은 영미권에 바디우 철학을 최초로 소개한 입문서로, 2009년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맑스 재장전'이 제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2~28일)에 초청돼 24일 한국을 찾은 제이슨 바커를 만났다. 인터뷰에는 바커의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 국내판 해제를 쓴 철학자 서용순씨가 함께 했다. 서씨 역시 바디우를 사사해 파리 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다큐의 전제처럼 유럽 등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유가 뭔가.

바커 "나는 경제위기 이후 유럽과 영미에서 마르크스주의가 각광받고 있다고 보는데, 유럽에서 유행하는 반 세계화(Anti-globalization) 운동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유가 뭐냐고? 사실 내가 이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웃음)"

-한국에서도 마르크스주의가 유행한다고 보는가.

서용순 "그렇다. 2006,2007년 16회에 걸쳐 마르크스 철학을 무료로 강의한 적이 있는데, 매번 70~80명의 사람들로 붐볐다. 유행의 이유를 찾자면 현실의 참혹함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정치, 경제적 위기를 벗어나고 싶은데 대안은 많지 않고, 그나마 대안을 얻을 수 있는 학자가 마르크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큐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맞춰 마르크스의 계급, 노동, 착취 등의 개념을 다시 사유한다. 한국과 영국의 사례를 통해 달라진 마르크스의 개념을 설명한다면.

서용순 "대표적인 것이 착취의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본이 더 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간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진중공업 사태다."

바커 "다큐에서 슬라보예 지젝은 "이제 노동자들은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착취 구조에 머물게 해달라'고 말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말하는 착취는 노동시간에 의해서만 정의되는 게 아니다. 예컨대 우리가 TV를 볼 때, 광고를 봄으로써 또 다른 착취 메커니즘에 들어가게 된다."

서용순 "'해방의 정치'란 개념도 그렇다. 마르크스는 미래에 국가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스스로의 이해를 대변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가 겪은 20세기 역사는 정확히 그 반대 지점이었다. 다큐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본 것은 마르크스 이론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학자 모두 국가를 비난한다는 점이다. 이제 의회민주정치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정권을 장악한 정당은 항상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매 선거마다 정권은 수시로 바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자민당이 계속 집권했던 일본 역시 최근에 그런 경향을 보인다."

바커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의 국가와 지금의 국가 개념은 다르다. 이제 국가는 국민을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존재한다. 영국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사람들을 통제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최근의 '안철수 현상'도 정당정치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나.

서용순 "크게 본다면 그렇다. 정당 같은 국가 장치에 의한 정치를 국민이 신뢰하지 믿지 못하는 거다. 안철수 현상은 정당정치로부터 벗어난 인물에게 정치적 기대를 거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일종의 패션이 된 시대, 그 유행에는 지적, 윤리적 허영심이 깔려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한국의 '강남좌파'나 유럽의 '캐비어 좌파'에 대한 냉소도 있는데.

바커 "어떻게 보면 마르크스 유행도 미디어가 만든 허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문화적인 허세가 사람들을 정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큐에서 학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처럼, 현실의 문제점을 깨닫게 하는 빨간 알약과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파란 알약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서용순 "파란 약이든 빨간 약이든 약은 약이다. 현실이 병들고 아프다는 말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빨간 약을 고르겠다."

바커 "나 역시 빨간 약을 고를 것이다."

 


맑스 재장전

다큐멘터리 '맑스 재장전(Marx Reloaded)'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패러디하며 시작된다. 소파에 앉은 마르크스에게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가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내민다. 이때 트로츠키의 한마디. "빨간 알약을 먹으면 영구혁명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보여주리다." 이후 최근 각광받는 현대 인문, 사회과학자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제이슨 바커 감독은 이 다큐를 통해 2007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마르크스의 유령이 다시 유럽을 배회한다"고 말한다.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안토니오 네그리, 닌나 파워, 알베르토 토스카노 등을 차례로 만나며 감독은 묻는다. "마르크스주의가 오늘날 경제, 환경, 정치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 다큐는 좌우파 학자들의 입장을 번갈아 소개하며 마르크스 이론이 왜 다시 회자되는지를 짚고,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 이론들이 어떻게 변형, 발전됐는지를 소개한다. 2009년 독일 TV ZDF와 메데아 필름의 지원으로 만들어져 ZDF를 통해 방송됐고, DMZ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이윤주기자)

 

12.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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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여러 기획독서를 구상하다가 마이페이퍼의 카테고리를 하나 늘리기로 하고 '사라진 책들'이라 이름붙인다. '오래된 새책'이 절판됐다가 다시 나온 책들을 위한 카테고리라면 그와 짝을 이루는 '사라진 책들'은 절판돼 가는 책, 혹은 절판됐지만 감감 무소식인 책들을 위한 카테고리다. 사실 해마다 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이면에서 소리없이 사라지는 책들도 드물지 않다. 그런 게 출판생태계라면 할 수 없지만, 의미있는 책들이 그렇게 묻힌다면 아쉬운 일이다. 그걸 좀 더디게 해보자는 게 의도다. 간혹 사라진 책들에 대한 관심을 부추겨서 되살리는 방도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많이 기대할 수는 없지만 포부는 그렇다.

 

 

제일 먼저 소개할 책은 '고대사회의 이상과 질서'란 부제의 <의례 1,2,3>(쳥계, 2000)이다. 세 권 가운데 2,3권이 간혹 남아 있지만, 어차피 1권이 절판된 상태라 짝을 맞추기 어렵다. 2000년에 2만원 안팎의 책값이었다면 체감으로는 지금의 4만원에 육박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책이 세 권이었으니 나부터도 엄두를 내지 못했겠지만, 막상 사라져간다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구해보고픈 마음도 생긴다. 책소개는 이렇다.

중국의 핵심 고전인 <儀禮>(十三經注疏本)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것. 굳이 조선시대의 예송 논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禮는 조선시대에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의 질서틀이었다. 따라서 '禮'의 개념은 단순히 개인적인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통과의례는 물론이고 국가 의례를 비롯한 정치사회제도 일반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역자는 이 책을 자세히 번역·해설하면서, 동한(東漢)의 대유학자였던 정현(鄭玄)의 주석을 모두 번역해 실고, 唐나라 가공언(賈公彦)의 주석도 첨가했다. 이와 함께 중국 현지에서 수집한 <의례>에 등장하는 주요 문물, 제도 등의 그림을 삽입했다.

 

예와 예치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예, 3천년 동양을 지배하다>(글항아리, 2011)에 빚진 것도 있다. 악명 높은 예송논쟁에 대해선 <역주 예송논쟁1,2>(학고방, 2009)도 출간돼 있다. 우리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예의 원조가 어떠했는지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사서오경의 하나인 <예기>까지 들먹여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예기>에 대해선 무엇이 정본에 해당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여하튼 몇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역주 예기집설대전>(학고방) 시리즈까지 가면 나로서도 감당이 곤란하다. 다이제스트판과 <주자가례>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알다시피 예는 공자와 관련이 있다. 그가 당대에 스승으로 인정받았던 것도 주나라의 예법에 가장 정통하다고 해서였다. 주나라가 몰락하고 춘추시대에 접어들면서 군자의 도가 사라지고 예가 문란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과거의 예를 복원하고자 했던 것이 공자의 열망이고 기획이었다. 그런 점에서 <논어>의 핵심은 '인'이 아니라 '예'라고 보기도 한다.

 

 

이런 관점은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글항아리, 2011)에서 읽을 수 있다. 공자가 알았던 예가 어떤 것이었는지 <의례>를 보면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의례>를 구하려다가 구할 수 없게 됐기에 몇자 적었다...

 

12.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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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도스토예프스키를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문학적 교양을 인정받을 만하다. 이 러시아 문호의 말을 타이틀로 한 책이 출간됐다. 이병훈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문학동네, 2011). 저자는 '도스또예프스끼'란 표기를 쓰고 있어서 부제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이다.

 

 

이미 두 권의 예술기행서 <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한길사, 2009)와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한길사, 2007)을 펴낸 저자이기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행적을 다룬 책의 출간이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반갑다! "웬만한 독서광들도 그의 작품을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책장 구석에 무의미한 장식물로 방치되어 있다"는 게 저자의 문제의식이고, 새로운 '안내서'가 그의 처방이다. "이 책은 독자들을 도스또예프스끼의 생애, 작품, 예술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서이다."

 

작가의 탄생과 유년시절, 시베리아 유형생활과 수년 간의 유럽체류, 그리고 말년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인간 도스토예프스키가 거친 행로를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자료들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안내해주고 있어서 도스토예프스키 독자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예비 대학생들이 이번 겨울에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손에 들고 싶다면, 나란히 펴보길 권하고 싶다.

 

 

병행독서가 가능한 독자라면 석영중의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예담, 2008)와 E. H. 카의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열린책들, 2011), 마르끄 슬로님의 <도스또예프스끼와 여성>(열린책들, 2011)을 같이 손에 들어도 좋겠다. 세상을 구원해줄 아름다움을 발견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장담컨대 도스토예프스키가 방학을 구제해줄 것이다.

 

 

톨스토이 독자에게도 즐거운 소식이 있다. <안나 카레니나>(펭귄클래식코리아, 2011) 새 번역본이 출간됐기 때문이다(모처럼 새로운 표지여서 더 눈에 띈다). 펭귄본이라곤 하지만 중역본이 아니라 러시아어 번역이고, 펭귄본의 해제가 더 들어가 있다.

 

 

<안나 카레니나>는 펭귄클래식으로 나온 첫번째 장편소설이며(그러니까 <전쟁과 평화>나 <부활>을 더 기대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톨스토이의 중단편은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반 일리치의 죽음>, <무도회가 끝난 뒤> 세 권으로 갈무리돼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두 작가를 읽는 것만으로도 1월은 풍족할 듯싶다. 러시아 모드에 맞게 눈도 펑펑 내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12. 0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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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나이를 더 먹는 일에 아무런 '비장함'을 느끼지 못하니 중년은 중년인가 보다. '기획독서'(최재천 교수의 표현)로 독서실에서 문화인류학 책을 몇권 들춰보고 돌아와 얼마남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 시간을 '1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데 선용하기로 한다. 파일손상으로 윈도가 많이 불안정한 상태라서 올해 안으로 끝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여하튼 해오던 일이니 거르지 않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문열의 <리투아니아 여인>(민음사, 2011)이다. "디아스포라소설이나 연애소설뿐만 아니라 예술가소설"로서 "1인 망명 정부로서 예술 그 자체가 모국어인 문화적 노마드들에게 바쳐지는 선언이자 헌사"라는 평이다. 작가의 명망에 기댄다면 신경숙의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문학동네, 2011)도 독서목록에 올려놓음직하다('여인'이나 '여인들'이나). 작가의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문학동네, 2011)도 오랜만에 다시 출간됐다.

 

 

마이리스트로도 만들어놓았지만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들도 읽어봄직하다. 데뷔작인 <죽은 군대의 장군>(문학동네, 2011)이 다시 번역돼 나온 게 다시 눈길을 주는 이유다.

 

 

다시 번역돼 나온 걸로 치면 전집판으로 새로 번역된 쿤데라의 <웃음과 망각의 책>(민음사, 2011)과 <삶은 다른 곳에>(민음사, 2011)도 빼놓을 수 없겠다. <웃음과 망각의 책>은 문학사상사판과, <삶은 다른 곳에>는 까치판 <생은 다른 곳에>와 비교해서 읽을 수도 있다. 1월은 첫달이니까 좀 풍족하게 읽어두기로 하자...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서는 이순구의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다산북스, 2011)이다. "이 책은 17세기 사회변화의 전후시기의 가족 모습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여주고 있다. 처가살이, 처가와 외가의 위력, 집안의 중심이 되는 여자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17세기 전후로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역사에세이 형태로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역사성을 갖고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같은 조선사를 다룬 책으로 조선시대 형벌에 관한 심재우의 <네 죄를 고하여라>(산처럼, 2011)도 읽어봄직하다. 학술적인 책으로는 <조선후기 국가권력과 범죄 통제>(태학사, 2009)도 나와 있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철학서는 이수영의 <명랑철학>(동녘, 2011)이다. 니체 철학 입문서이자 소개서. 내친 김에 니체의 책도 읽고자 한다면, 책세상 전집도 나와 있는 상태이지만 새로 번역된 <도덕의 계보학>(연암서가, 2011)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한길사, 2011)를 권하고 싶다.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 고전이라면, 또한 다시 번역돼도 좋은 책이 고전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정재호 편, <중국을 고민하다>(삼성경제연구소, 2011)이다. 초강대국 중국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중국 전문학자들이 해법을 제시한 책이라고. 중국이 우리에게만 고민인 것은 아니어서 미국과 유럽에서 바라보는 중국도 매번 참고할 만하다. 조나단 와츠의 <중국 없는 세계>(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와 스테판 할퍼의 <베이징 컨센서스>(21세기북스, 2011)이 그런 류의 책들이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추천한 경제서는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가진 자, 가지지 못한 자>(파이카, 2011)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글로벌 불균형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소득 불균등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국가 간 및 전 세계적 소득불균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부의 불균형과 소득 격차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시사를 얻을 수 있을 듯싶다. 전에 언급한 책들이지만 마이크 데이비스의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아카이브, 2011)와 이정우 교수의 <불평등의 경제학>(후마니타스, 2011)도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6. 과학

 

김응서 위원이 추천한 과학서는 박성래 교수의 <인물과학사1: 한국의 과학자들>(책과함께, 2011)이다(2편은 <세계의 과학자들>). "평생 과학사를 연구해온 과학사학자가 천문학, 역법과 지리학, 의학, 기술과 발명, 농학과 동물학, 수학, 과학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한국의 과학기술자를 발굴하여 책에 담았다." 저자의 책으론 <한국 과학사상사>(유스북, 2005)도 기억해둠직하다.

 

 

더불어 꼽자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11)이 5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이 환경학 고전을 아직 소장하지 않고 있는 분들은 이 참에 장만해두시길...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예술서는 박현정, 최재혁의 <아트, 도쿄>(북하우스, 2011)다. 예술서이면서 동시에 여행서. "캔 커피 또는 캔 맥주 하나 사들고 일본인들 사이에 파묻혀 두리번거리는 기분으로 도쿄를 탐색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추천한다. 아직은 일본 여행에 자신 있게 나설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지만 요긴한 책으로 기억해둠직하다. 내친 김에 일본미술에 관한 책을 검색해보니 <에도시대의 일본미술>(예경, 2004), <일본의 실험미술>(시공사, 2001) 등이 눈에 띈다. 묵직한 책은 아직 소개되지 않은 듯싶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분야의 책은 김성홍의 <길모퉁이 건축>(현암사, 2011)이다. 중간건축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좀더 확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건축의 미래는 중간건축에 발을 담그고, 관찰하고, 해석하는 학자와 여기에 실험을 모색하는 건축가들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포진하는가에 달려 있다." 중간건축에 대한 고민과 대비해서 읽어볼 만한 책은 데얀 수딕의 <거대건축이라는 욕망>(작가정신, 2011)이다. 이젠 '건설한국'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축문화를 고민할 때이다. 너무 늦지 않았다면...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박종만의 <닥터만의 커피로드>(문학동네, 2011)다. 전국에 있는 커피전문점 수가 1만개를 넘어섰다고 하고 '커피공화국'이란 말도 나온다. "이 책의 전편 격인 『커피기행』이 커피의 발견지인 아프리카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아랍과 유럽을 돌았다." 여행서를 겸한 커피문화 탐방기로 보인다. 또 다른 커피전문가 이윤선의 <테라로사 커피로드>(북하우스엔, 2011)도 비슷하게 나온 책이다.

 

 

10. 통섭의 식탁

 

오늘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명진출판, 2011)이다. <과학자의 서재>(명진출판, 2011)의 속편 격으로 '책벌(冊閥)'을 자임하는 저자의 서평집이다. 여러 분야의 책들이 망라돼 있지만 그래도 역시 주종은 과학서이고, 저자가 식탁에 올려놓은 요리들을 음미해보기 위해서 고른 책이다(물론 서평은 '맛보기'만을 제공한다). 우선은 '세프' 추천메뉴에 오른 <요리본능>(사이언스북스, 2011)이 새해에 제일 먼저 읽을 책이다. 손 가까이에 있어서이긴 하지만... 그렇게 또 한해가 시작되는군...

 

11. 12. 31.

 

 

P.S. '1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플라톤의 <향연>으로 정했다. 번역도 많이 나와 있고, 해설서도 몇권 된다.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뭔가 '잔치' 분위기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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