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여러 기획독서를 구상하다가 마이페이퍼의 카테고리를 하나 늘리기로 하고 '사라진 책들'이라 이름붙인다. '오래된 새책'이 절판됐다가 다시 나온 책들을 위한 카테고리라면 그와 짝을 이루는 '사라진 책들'은 절판돼 가는 책, 혹은 절판됐지만 감감 무소식인 책들을 위한 카테고리다. 사실 해마다 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이면에서 소리없이 사라지는 책들도 드물지 않다. 그런 게 출판생태계라면 할 수 없지만, 의미있는 책들이 그렇게 묻힌다면 아쉬운 일이다. 그걸 좀 더디게 해보자는 게 의도다. 간혹 사라진 책들에 대한 관심을 부추겨서 되살리는 방도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많이 기대할 수는 없지만 포부는 그렇다.

 

 

제일 먼저 소개할 책은 '고대사회의 이상과 질서'란 부제의 <의례 1,2,3>(쳥계, 2000)이다. 세 권 가운데 2,3권이 간혹 남아 있지만, 어차피 1권이 절판된 상태라 짝을 맞추기 어렵다. 2000년에 2만원 안팎의 책값이었다면 체감으로는 지금의 4만원에 육박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책이 세 권이었으니 나부터도 엄두를 내지 못했겠지만, 막상 사라져간다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구해보고픈 마음도 생긴다. 책소개는 이렇다.

중국의 핵심 고전인 <儀禮>(十三經注疏本)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것. 굳이 조선시대의 예송 논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禮는 조선시대에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의 질서틀이었다. 따라서 '禮'의 개념은 단순히 개인적인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통과의례는 물론이고 국가 의례를 비롯한 정치사회제도 일반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역자는 이 책을 자세히 번역·해설하면서, 동한(東漢)의 대유학자였던 정현(鄭玄)의 주석을 모두 번역해 실고, 唐나라 가공언(賈公彦)의 주석도 첨가했다. 이와 함께 중국 현지에서 수집한 <의례>에 등장하는 주요 문물, 제도 등의 그림을 삽입했다.

 

예와 예치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예, 3천년 동양을 지배하다>(글항아리, 2011)에 빚진 것도 있다. 악명 높은 예송논쟁에 대해선 <역주 예송논쟁1,2>(학고방, 2009)도 출간돼 있다. 우리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예의 원조가 어떠했는지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사서오경의 하나인 <예기>까지 들먹여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예기>에 대해선 무엇이 정본에 해당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여하튼 몇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역주 예기집설대전>(학고방) 시리즈까지 가면 나로서도 감당이 곤란하다. 다이제스트판과 <주자가례>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알다시피 예는 공자와 관련이 있다. 그가 당대에 스승으로 인정받았던 것도 주나라의 예법에 가장 정통하다고 해서였다. 주나라가 몰락하고 춘추시대에 접어들면서 군자의 도가 사라지고 예가 문란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과거의 예를 복원하고자 했던 것이 공자의 열망이고 기획이었다. 그런 점에서 <논어>의 핵심은 '인'이 아니라 '예'라고 보기도 한다.

 

 

이런 관점은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글항아리, 2011)에서 읽을 수 있다. 공자가 알았던 예가 어떤 것이었는지 <의례>를 보면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의례>를 구하려다가 구할 수 없게 됐기에 몇자 적었다...

 

12.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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