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이번 주에는 평소에 잘 다루지 않은 분야의 저자 3인으로 각각 IT전문 기자, 여행작가, 분쟁전문 기자다.

 

 

 

먼저 한겨레신문 기자이면서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구본권의 <로봇 시대, 인간의 일>(어크로스, 2015)이 출간되었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가 부제다. "자율자동차 시대에 운전을 배워야 할까? 사람보다 로봇을 친구로 두는 게 편하지 않을까?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질까? 기계와 기술이 인간의 삶을 바꿔나가는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까?" 같은 질문의 대답이 궁금하다면 손에 들 책. '디지털 리터러시'를 다룬 전작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어크로스, 2014)와 마찬가지로 기계와 기술이 바꿔놓고 있는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조언해주는 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두번째는 배낭여행 1세대이자 30년차 여행작가 이지상이다. 그의 글쓰기 강의 노트가 <여행작가 수업>(엔트리, 2015)으로 묶였다. 부제는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의 매혹적인 글쓰기'. "전 세계 삶의 현장에서 몸소 겪으며 터득한 글쓰기 노하우를 담았다. 치열하게 한 길을 걸어온 한 인간으로서의 철학과 여행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언이 담겨 있다. 여행기 취재법에서부터 실용적인 글쓰기 기술, 국내 출판과정에 대한 지식, 글을 쓰면서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모든 글쓰기 교본은 그 분야의 책 자체다. 저자의 여행기 가운데서는 <혼돈의 캄보디아, 불멸의 앙코르와트>(북하우스, 2007)와 시베리아 횡단기, <겨울의 심장>(북하우스, 2001)을 읽고 싶은데, 오래 전 책이라 그런지 <겨울의 심장>은 절판된 상태다. 책은 구입했었는데, 오래 전이라 읽었던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앙코르와트는 언젠가 가보고 싶어서, 그리고 시베리아는 가고 싶지 않아서 읽고픈 책들이다. 

 

 

'분쟁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하영식의 신간도 나왔다. <분쟁전문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불어라바람아, 2015). "저자 하영식이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 머물면서 직접 만났던 쿠르드 민족과 예즈디 사람들의 삶을 통하여 IS를 말하고 있다. 왜 시리아에서 IS가 성했는지, 왜 쿠르드 민족은 IS와 맞서 싸우는지를 직접 만났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하여 담담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말한다. 또한 이집트에서 만난 무슬림들의 삶을 통하여 IS를 지탱하는 이슬람 문화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올 한해도 세계를 테러의 공포로 몰아놓은 IS에 대해서는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국내 저자가 직접 현지를 살펴보고 쓴 책이란 점에서 눈에 띈다. 'IS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과 더불어 경계심을 일깨워주는 것'이 책의 목적이라고. 저자의 다른 책으론 <얼음의 땅 뜨거운 기억>(레디앙, 2010), <남미 인권기행>(레디앙, 2009) 등이 있다. <얼음의 땅 뜨거운 기억>은 제목이 연상시켜주는 대로 시베리아 기행기다. '시베리아에 새겨진 자유와 혁명의 흔적들'이 부제. 시베리아에 안 가기 위해서, 이 책도 챙겨두어야겠다...

 

15.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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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책 가운데 하나였던 코플스턴 신부의 <그리스 로마 철학사>(복코리아, 2015)가 출판사를 옮겨 다시 나왔다. 애초에 철학과현실사(1998)에서 나왔던 책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서양철학사를 단독으로 써낸 경우는 코플스톤 신부와 옥스포드 대학의 앤서니 케니 교수를 제외하곤 떠오르지 않는다. 분량으로는 코플스톤의 철학사(전9권)가 더 방대한 듯싶다. <그리스 로마 철학사>의 목차는 예상과 다르지 않다.  

 

제1부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
제2부 소크라테스의 시대
제3부 플라톤
제4부 아리스토텔레스
제5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고대철학

아무려나 시리즈 서양철학사 가운데서는 가장 오랫동안 읽히는 듯싶은 책이 다시 나와 반갑다.

 

 

 

<그리스 로마 철학사>에 이어지는 책은 <중세철학사>(서광사, 1989), <영국경험론>(서광사, 1991), <합리론>(서광사, 1998)이다.

 

 

독일 관념론으로 넘어가면 <칸트>(중원문화, 2013)와 <18.19세기 독일철학>(서광사, 2008)이 번역돼 있는데, <칸트>는 코플스턴의 철학사 6권(프랑스혁명에서 칸트까지)에서 칸트 파트만 옮긴 것이다. <18.19세기 독일철학>은 그에 이어지는 7권의 번역서다. 6권이 부분역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론 9권 가운데 6권이 번역된 셈이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은 4권(중세 후기와 르네상스 철학), 8권(현대 영미철학), 9권(현대 프랑스철학)이다. 마지막 권에서 다루는 현대 프랑스철학은 프랑스혁명부터 20세기 중반까지가 범위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이 마지막 장들의 제목이다. 

 

결과적으론 나오다 만 미완의 철학사 시리즈가 돼버렸는데, 완결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듯싶다. <그리스 로마 철학사>가 이제야 재간된 걸 보아서도 그렇다. 이런 책들을 구매할 독자층이 없는 것이다.

 

 

 

해서 서양철학사를 자세하게 읽고픈 독자라면 앤서니 케니의 4권짜리 서양철학사를 읽는 게 좋겠다(다행이 완결되었다). 앤서니 케니가 쓰거나 엮은 단권짜리 서양철학사 두 종은 모두 절판된 상태다...

 

15.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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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대사에 관한 책 두 종을 같이 묶는다. 고전학자 제임스 롬의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섬섬, 2015)과 콜린 맥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풀잎관(전3권)>(교유서가, 2015)이다.

 

 

<알렉산드로스>가 다루는 건 알렉산드로스의 사후10-20년이다. 광대한 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가 불과 32살에 갑작스레 죽었다. 공식적인 후계자가 없는 상태에서 그가 남긴 말은 "가장 강한 자에게" 한마디였다고. 가장 강한 자가 그가 남긴 제국의 왕관을 쓰라는 것이다. 이후엔 물론 예측가능한 일이 벌어진다. "제2의 알렉산드로스가 되려는 자들이 벌이는 죽음의 후계자 시합. 무덤 속 비밀로 봉인되었던 제국의 야망과 전쟁과 몰락. 역사상 가장 뜨겁고 잔혹했던 알렉산드로스 사후 10년이 펼쳐진다."


시황제의 진제국과 마찬가지로 알렉산드로스의 제국도 그의 사후 그냥 흐지부지하다 몰락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자세한 내막이 펼쳐진다니까 흥미를 갖게 된다. 저자 롬 교수에 대해서 "존경스런 학자인 동시에 타고난 스토리텔러"라고 한 평판도 기대치를 높여준다. 저자는 로마시대를 다룬 책도 갖고 있는데, <네로의 법정에 선 세네카> 같은 책이다. 세네카 이야기도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만큼이나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여름에 나온 1부 <로마의 일인자>에 이어서 겨울을 문턱에 두고 2부 <풀잎관>이 나왔다. 전자가 여름휴가용이었다면 후자는 겨울나기용이라고 할까(7부작 대작의 이제 2부이므로 아직도 긴 여정을 남겨놓고 있다). 제목의 '풀잎관'은 로마 최고의 군사 훈장이라 한다.

1부 <로마의 일인자>에서는 그리스어도 못하는 이탈리아 촌놈으로 재력을 가진 군인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카이사르 가문과 정략결혼을 함으로써 출신의 콤플렉스를 보완하고 양극화가 절정에 달한 시대의 틈을 활용해 특유의 정치력과 수완으로 로마 최고의 권력자로 자리잡는 모습을 그렸다면, 2부 <풀잎관>에서는 주인공이 술라다. 술라가 본격적으로 야망을 드러내며, 전성기를 지나 노쇠한 마리우스의 그늘을 벗어나 그와 겨루면서 목숨 건 투쟁을 펼친다.한 <풀잎관>의 주요 줄기인 로마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불만과 폰토스의 왕 미트리다테스 6세의 야욕으로 인한 로마와의 참혹한 전쟁, 나아가 이로 인해 복잡하게 얽히는 로마 내부의 정세와 인물들 간의 갈등 장면에서 역사와 스토리를 엮는 저자의 뛰어난 역량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로마의 일인자>에서도 그랬지만 말 그대로 로마의 목욕탕 속에 푹 잠기게끔 하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다시 한번 기대해봐도 좋겠다...

 

15. 11. 21.

 

 

P.S. 컬린 맥컬로판 '로마인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읽을 거리이지만, 로마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줄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길잡이가 될 만한 가이드북들과 같이 읽는다면 금상첨화겠다. <처음 읽는 로마사>(교유서가, 2015)를 출발점 삼아서 <로마 공화정>과 <로마 제국>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추천할 만하다. 하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으니 정해진 경로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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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 - 흔들리는 내 마음을 붙잡아 줄 독한 충고
이토 모토시게 지음, 전선영 옮김 / 갤리온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일본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다. 책을 사지 않더라도 서점에 자주 들르라는 충고는 평범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지난 30년 넘게 해온 일이다. 십수 년 전부터는 인터넷 서점으로 자주 들르는 곳이 바뀌었을 뿐, 거의 매일같이 책을 구입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알라딘 통계를 보니 지난 1년간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이 1440권이다. 작년보다 152권 증가한 수치다).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일이 있다면 서점에 자주 들르는 일, 그거였다. 그게 나였다...

 

좋은 책과의 만남은 늘 행복한 경험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점은 참으로 중요하다. 고등학생 시절, 나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에게 동네 서점은 중요한 장소였다. 꼭 특정한 책을 사지 않더라도 일주일에 몇 번씩 서점에 들러 책 제목을 훑거나, 선 채로 책을 읽었다. 서점에 자주 들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트렌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가끔은 우연한 만남처럼 무심코 집어 들었다 사는 책이 내 인생을 바꿀 한 권의 귀한 책이 되기도 한다. 요즘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자주 사서 예전보다 서점에 갈 일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서점만큼 나에게 매력을 선사하는 공간은 없다. 그러니 약속 시간이 비거나 근처를 지날 때 여유가 있다면 꼭 서점에 들러 보라. 작은 행동 하나로 당신의 인생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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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책이 또 한권 번역되었다. <변화의 주체>(논밭출판사, 2015). 제목이 생소해서 찾아보니 원저는 유럽대학원 강의록(영어판)으로 2013년에 나온 책이다.

 

바디우는 2010~12년 사이에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세계를 바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주제로 일련의 강의를 하였고, 같은 주제를 가지고 2012년 여름에 스위스의 사스페(Saas-Fee)에 자리한 유럽대학원(European Graduate School)에서 영어로 강의하였다. <변화의 주체>는 바로 유럽대학원에서 2012년 8월 8일~13일에 걸쳐 이루어진 일련의 강의에 대한 녹취록이다.

강의록인 만큼 분량이 많지는 않다. 원저는 142쪽 분량. 하지만 번역본은 395쪽으로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이유는? 역자의 이전 번역작인 <모호한 재앙에 대하여>(논밭출판사, 2013)에 대해 언급할 때 지적한 바 있는데, '역자의 번역노트' 때문이다. 목차를 보니 295-395쪽까지, 그러니까 100쪽이 이 번역노트로 채워져 있다. 통상적이진 않다. 바디우 번역서인지 역자의 저서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모호한 번역서?). 역자는 "알랭 바디우의 <모호한 재앙에 대하여>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욥의 노동>등을 번역하였다. 천안에서 한우를 키우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만 소개된다. <욥의 노동>도 구입했는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한우 농사를 지으며 철학서를 번역하는 분이 있다는 건 신선하지만 깔끔하게 번역서만 내놓았다면 더 좋았겠다. 과도한 분량의 역자노트를 매번 붙이는 것은 식상하다...

 

15.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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