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의 부제는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다. 비관적인 뉴스에 너무 취약한 우리의 본성을 고려하면, 뉴스를 멀리하는 것도 희망 찾기의 방책이겠다(게다가 제대로 된 뉴스가 드물어진 지 오래되었기도 하고). 저자가 인용한 스위스 소설가의 말. ˝뉴스가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설탕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





우리 인간은 왜 그렇게 비관적인 뉴스에 취약한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심리학자들이 부정편향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우리의관심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많이 이끌린다. 과거 인류가 사냥과 채집을 하던 시절, 거미나 뱀을 보고 너무 자주 겁을 먹는 편이 아주 드물게 무서워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나았을 것이다. 지나치게 두려워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의 등에 가용성 편향이라는 짐도 지워져 있다는 점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기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그것이 흔하다고 우리는 추측한다. 우리가 매일 끔찍한 뉴스에 폭격을 당하는 탓에 우리의 세계관은 완전히 왜곡된다. 대형 항공사고, 어린이 납치, 참수형에 관한 이야기는 기억에 똬리를 트는 경향이 있다.
레바논의 통계학자 나심 탈레브Nassin Taleb가 냉담하게 지적했듯이 "우리는 뉴스에 노출되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이성적이지 못하다."  - P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그녀는 이듬해에 죽었다

2년 전에 쓴 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의 서문에서 지젝이 팬데믹 속 삶의 노래로 제시하는 것은 독일 헤비메탈 밴드 람슈타인의 ‘달라이 라마‘다.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유한성과 필멸성을 깨닫고 얼마나 우리의 삶이 (우리 눈에 보이기로는) 여러 우연들의 알 수 없는 상호작용에 좌우되는지 알게 된 지금이야말로 ˝죽을 때까지 우리는 살아가야만 한다˝는 태도를 적절한 자세로 취해야 할 때이다.˝

"죽을 때까지 우리는 살아가야만 한다"는 람슈타인의 노래는이 교착 상태로부터 벗어날 출구를 그려준다. 삶으로부터 물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가장 치열하게 살아가는 방식으로 팬데믹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충분히 알면서도 매일같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있는 많은 의료 노동자보다 지금 더 살아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들 중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만, 죽을 때까지 그들은 살아 있었다. 그들이 자신을 희생하는 이유는 단지 우리의 위선적인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벌거벗은 삶에 내몰린 생존 기계는 더더욱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 P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지젝과 타르코프스키(1)

16년 전에 옮겨놓았던 지젝의 타르콥스키론(의 일부)이다. <봉인된 시간>(<시간의 각인>)이 다시 나온 김에, 타르콥스키 자료를 정비하고 있다(십수권은 된다). 여차하면 하반기에 강의로도 진행할까 생각중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21-07-28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9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타르코프스키)의 영화론 <봉인된 시간>이 새 번역본으로 나왔다. <시간의 각인>(곰출판). 앞서의 번역본이 독어판을 옮긴 것었다면 이번에 나온 건 러시아어 번역판이다(타르콥스키가 망명감독이었던 탓에 러시아어판이 더 늦게 나왔고 희귀본이었다).

˝타르콥스키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예술가로서 자기 자신은 물론 타자, 나아가 세계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조한다. 이런 책임감은 대단한 의지와 용기, 사랑과 헌신,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예술가는 자신의 재능으로 민중에 기여하고 봉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사는 시대와 세계를 충분히 인식하면서, 현실과의 관계를 이해하거나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타르콥스키의 영화 미학과 시학뿐 아니라 문학에서 영화까지 도도히 흐르는 러시아 문화의 지적 전통을 파악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타르콥스키의 영화론으로서뿐 아니라 영화와 세계에 대한 심오한 통찰로도 매혹적인 책이었으나 오랫동안 절판상태였는데 이번에 새 번역본이 나와 다행스럽다. 새 번역본을 읽는 대로 소감을 따로 적어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헬레나 2021-07-2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인된 시간>이 새 번역본으로 나왔다니 반갑군요! 전에 수업 시간에 언급하셔서 중고로 어렵게 구입했는데, 시간에 대한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새 번역본에 대한 선생님의 소감을 기다리겠습니다!

로쟈 2021-07-29 12:35   좋아요 0 | URL
아예 강독 강의를 진행하려 합니다.~

병신 2021-07-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영화가 대단하고 해서 향수나 희생 같은 과거 작품을 찾아서 봤는데 영상시학을 개척했다고 해서 역시나 러시아 예술가들의 특유의 삶과 죽음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이 느껴더지군요. 이런거 보면은 과거 러시아 문인들부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까지 대단한 사상가들이 많다는걸 이번에 세삼 다시 느꼈습니다. 시간의 각인 구입해서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난해한 영화를 좀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로쟈 2021-07-29 12:34   좋아요 0 | URL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보면 아름다우면서도 재미도 있는 영화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