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타르코프스키)의 영화론 <봉인된 시간>이 새 번역본으로 나왔다. <시간의 각인>(곰출판). 앞서의 번역본이 독어판을 옮긴 것었다면 이번에 나온 건 러시아어 번역판이다(타르콥스키가 망명감독이었던 탓에 러시아어판이 더 늦게 나왔고 희귀본이었다).
˝타르콥스키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예술가로서 자기 자신은 물론 타자, 나아가 세계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조한다. 이런 책임감은 대단한 의지와 용기, 사랑과 헌신,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예술가는 자신의 재능으로 민중에 기여하고 봉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사는 시대와 세계를 충분히 인식하면서, 현실과의 관계를 이해하거나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타르콥스키의 영화 미학과 시학뿐 아니라 문학에서 영화까지 도도히 흐르는 러시아 문화의 지적 전통을 파악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타르콥스키의 영화론으로서뿐 아니라 영화와 세계에 대한 심오한 통찰로도 매혹적인 책이었으나 오랫동안 절판상태였는데 이번에 새 번역본이 나와 다행스럽다. 새 번역본을 읽는 대로 소감을 따로 적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