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해치워야 할 밀린 일이 많은데, 사실 독서도 예외가 아니다. 마음껏 호기를 부리고도 싶지만 형편이 닿지 않았다(책읽을 시간이 없다?). 그게, 평소에 읽지 못하는 책들을 읽어야 '독서'를 한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래서 손에 든 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김영사, 2015)다. 더불어, 인간 진화를 다룬 책 몇 권을 한꺼번에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제3의 침팬지>(문학사상사, 2015)는 개정판이 나왔기에 다시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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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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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 로빈 던바가 들려주는 인간 진화 오디세이
로빈 던바 지음, 김학영 옮김 / 반니 / 2015년 11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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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의 기원-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윤신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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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침팬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정흠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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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고 있다. 어김없이 곧 2016년의 책이 나오기 시작하겠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새로 나오는 책들이 있는 반면에 사라져가는 책들도 있다(그나마 책은, 가면 오지 않는 사람과 달라서 사라져도 언제든 다시 나올 수는 있다). 그런 책들 가운데 두 권을 꼽아본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강의를 계속 하다 보니(http://blog.aladin.co.kr/mramor/7909129) 마음에 두게 되는 책 두 권이다. 도리스 레싱의 <황금노트북>과 바르가스 요사의 <세상종말전쟁>이다.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레싱의 대표작 <황금노트북>은 애초에 평민사(1997)에서 두 권짜리 나왔다가 2007년에 수장자로 발표되면서 부랴부랴 뿔(2007)에서 3권짜리로 재간됐던 책이다. 물론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라 사전 준비가 없었더라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다작의 작가이긴 해도 자타공인 대표작으로 꼽히는 게 <황금노트북>이지만, 분량 때문인지 국내 독자들에겐 큰 반응을 얻지 못한 듯싶다. 그리고 어느덧 품절(절판)도서 대열에 끼게 된 것.

 

 

<황금노트북>을 제쳐놓으면, 레싱의 대표작으론 화제작 <다섯째 아이>(민음사, 1999)나 데뷔작 <풀잎은 노래한다>(민음사, 2008)를 다루게 된다. <마사 퀘스트>(민음사, 2007)도 꼽을 수 있지만 5부작 '폭력의 아이들'의 첫 작품이라는 게 걸린다. 왠지 다섯 작품을 다 다뤄야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나머지 네 작품은 <어울리는 결혼><폭풍의 여파><육지에 갇혀서><네 개의 문이 있는 도시>이며 모두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요는 레싱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황금노트북>이 다시 나오고 '폭력의 아이들' 5부작도 완간되어야 한다는 것. 2013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레싱은 우리에게 아직 미래의 작가다.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바르가스 요사의 <세상종말전쟁>(새물결, 2010)도 어느새 사라져간 책이다. 애초에 2003년에 번역, 출간되어 거의 품절 상태에 있다가 노벨상 수상자로 호명되면서 부랴부랴 재가되었던 책인데, 꾸준히 찾는 독자가 없는 탓인지 어느덧 '사라진 책들'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요사 스스로 대표작의 하나로 꼽았음에도 불구하고 요사에 대한 강의에서 다루지 못한다. 요사 역시 다작의 작가이고 다른 작품도 많이 소개된 터여서 크게 부족함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작을 손에 꼽자면 아마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작품이어서 다시 출간되길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요사의 작품들 가운데 한 작품만 읽는다면 <염소의 축제>(문학동네, 2010)를 골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다음이 <세상종말전쟁>, 그리고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문학동네, 2010)가 덧붙여 질 수 있다.

 

 

나머지 작품들은 즐겁게 고를 수 있는 옵션에 해당하는데, <새엄마 찬양>(문학동네, 2010)과 그에 이어지는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새물결, 2004)를 읽거나(요사식 에로티시즘을 만끽할 수 있다),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문학동네, 2009)와 <나쁜 소녀의 짓궂음>(문학동네, 2011)을 곁들여 있는 것도 좋겠다.  

 

 

그밖에 초기 대표작으로 <녹색의 집>(벽호, 1994)이 진작에 번역됐었지만, 절판된 지 오래다. <세상종말전쟁>과 함께 다시 나오면 좋겠다. 아, <마담 보바리>론을 포함한 요사의 문학론(강연과 에세이)들도 번역되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15.  12. 26.

 

 

P.S. 말이 나온 김에 사라진 책들을 생각나는 대로 더 적는다. 책의 생존주기기 점점 짧아지는 듯한데, 불과 몇년 전에 나온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새물결, 2012)도 품절도서다. 책값 때문에 말이 많았던 책이기도 한데, 아마도 초판이 다 소진된 상태에서 재쇄를 찍지 않고 있는 듯하다. 작품의 비중이나 분량을 고려하면 묻히기엔 아까운 책이다. 그리고 커트 보네거트의 대표작 <제5도살장>(아이필드, 2005)도 절판되고 나서 소식이 없다. 아마도 판권이 다른 출판사로 넘어간 듯싶은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책은 안 나오고 있다. 재번역하고 있는 것인지. 아무튼 아이필드에서 박웅희 번역으로 나온 보네커트의 책은 모두 절판된 상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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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기록시스템 1800. 1900>(문학동네, 2015)을 고른다. 1943년생인 저자가 1982년 독일문학사 전공 교수자격취득 논문으로 제출한 것인데, 문학사를 정보시스템의 변천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제출 당시 파란을 일으켰다는 책이다. 이후에도 도발적인 발상과 새로운 시각으로 학계에 충격을 던졌지만 아쉽게도 2011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대체 어떤 책을 쓴 것인가.

 

정보시스템의 변천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한 미디어로서의 (독일)문학사. 미디어학자이자 이단적 문학자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문학-미디어 연구의 새로운 창을 열어젖힌 혁명적 저작이다. 방대한 문헌을 가로지르는 눈부신 사유와 문장들 덕분에, 관련 미디어 연구가들과 번역가들이 숱하게 번역상의 난해함을 지적해왔던 고전 중의 고전이다. 저자는 문학의 역사를 정보시스템의 변천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발표 당시 문학 연구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교체를 이뤄냈다는 찬사를 받은 한편, 동시대 문학자들에게 격렬한 반발을 사며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또 우리에게는 기술결정론적 테제로 두루뭉술하게 알려져 있던 유럽 최고의 미디어학자이자 이단적 문학자의 사상적 출발점을 원전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는 첫 기회이기도 하다.

입소문으로만 돌던 키틀러의 책은 <광학적 미디어: 1999년 베를린 강의>(현실문화, 2011)가 먼저 소개되었고, 같은 역자에 의해 이제 <기록시스템>도 번역되었다. 2016년은 키틀러 독서의 원년으로 삼아도 좋겠다(나의 새해맞이 계획이 그렇다).

 

 

키틀러의 영향력은 영어로 번역된 책들과 그에 관한 연구서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주요 저작 몇 권은 더 번역되면 좋겠다...

 

15.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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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2016년 1-2월에 7주간 목요일 오전 10시-12시에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광명지부에서 '철학 입문' 강의를 진행한다(문의는 02-897-1235/010-8926-5607). 커리로 다루는 책은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나이젤 워버턴이 엮은 <철학 한입>(열린책들, 2012)와 최훈의 <위험한 철학책>(바다출판사, 2015), 두 권이다. <철학 한입>을 5주간, 그리고 <위험한 철학책>을 2주간 읽는다. <철학 한입>은 영국의 유명한 철학 팟캐스트 방송내용을 엮은 책인데, EBS의 지식채널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https://www.youtube.com/watch?v=HW9kvb_ifyk 참조).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2월 11일은 휴강이다).   

 

 

 

1강. 1월 07일_ <철학 한입> 1장 윤리학 한입

 

2강. 1월 14일_ <철학 한입> 2장 정치학 한입

 

3강. 1월 21일_ <철학 한입> 3장 형이상학 한입

 

4강. 1월 28일_ <철학 한입> 4장 미학 한입

 

5강. 2월 04일_ <철학 한입> 5장 인생 한입

 

6강. 2월 18일_ <위험한 철학책> 1-6장

 

7강. 2월 25일_ <위험한 철학책> 7-12장

 

 

철학의 오래된 질문과 위험한 생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15.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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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이 발표되었다(http://www.hankookilbo.com/v/71a8d1c527f34b05b67ab79440d8f986). 공동수상작이 있어서 5개 분야의 7종이다. 올해는 예심과 본심에 참여해 의견을 보탰기에 나로서도 의미가 깊다. 수상작 도서 목록과 함께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의 총평과 내가 맡아서 쓴 번역 부문 심사평을 옮겨놓는다.

 

 

-저술-학술: 정병준,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돌베개, 2015)

 

 

-저술-교양: 박점규, <노동여지도>(알마, 2015), 김범준, <세상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 2015)

 

 

-번역: 수징난 지음, 김태완 옮김, <주자평전>(역사비평사, 2015)

 

 

-편집: <자기록: 여자, 글로 말하다>(나의시간, 2014),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2015)

 

 

-어린이청소년: 장석주 시, 유리 그림, <대추 한 알>(이야기꽃, 2015)

 

 

 -심사 총평

 

올해 국내 출판시장의 최대 화두는 ‘책의 발견과 연결성’이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책의 전체 발행종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독자는 꼭 필요한 책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의 책 소개 지면이 크게 줄어들었고, 독자가 실물 책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도 많이 사라졌다. 그런 면에서 좋은 책을 골라 제대로 소개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56회째를 맞이하는 국내 최고의 연륜과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출판문화상이 어떤 책을 선정하는가는 지적 생태계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그래서인지 올해에도 분야별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많은 애로가 있었다. 거의 전 분야에서 마지막 최종 후보 두세 권을 놓고 장시간 토론해야 할 정도로 수상작 선정이 어려웠다. 결국 세 분야에서 공동 수상을 검토했지만, 번역 부문에서는 단골 후보인 노승영씨가 단지 젊고 유망한 사람이기에 곧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탈락시켜야만 했다.

       

전반적인 교양서의 약진 속에 특히 수준 높은 과학서가 많았다는 것이 기뻤다. 과학서의 약진은 과학기술 혁명 시대에 과학이야말로 인문학이라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일 터이다. 다만 특수한 분야로 집중된다는 한계는 여전했다. 수준 높은 해외서를 수준 높게 빨리 번역해내는 능력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음은 확인되었지만 국내 학문 수준을 가늠하는 학술서의 부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그림책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과 논픽션 청소년 도서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어 놀라웠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청소년 도서가 많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정보의 생산과 소비는 점차 모바일로 집중되고 있다. 이제 스마트기기는 도서관과 시장과 사교클럽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스마트기기는 인간이 일과 놀이를 함께 즐기는 결정적인 매체이다. 그들은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검색으로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에 접근하고, 언제 어디서나 엄지손가락으로 글을 써서 모든 사람과 소통하며,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이런 세상에서 책은 변해야 한다. 머리(이성)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감성)까지 동원해 즉각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유혹하려면 하나의 키워드에 합당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밀고나가는 흡인력이 있는 책이어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확실한 결론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작년에 이어 이런 책들이 수상작이 되고 있다. 벌써 내년이 기대된다.(한기호)

 

-번역 심사평

 

심사에서 원저의 가치와 번역의 완성도, 번역출판문화에서 갖는 의의 등을 고려했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책은 김태완이 옮긴 수징난의 ‘주자 평전’과 노승영이 옮긴 대니얼 데닛의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이다. 두 권 모두 ‘올해의 번역서’로 꼽을 만했다.

 

무려 2,000쪽이 넘는 ‘주자 평전’은 주자의 생애와 사상을 문화심리학적으로 생생하게 조명한 걸출한 저작이다. 중국에서도 이만한 저작이 드물다는 원저를 역자는 약 5년의 기간 동안 공을 들여 원저의 무게감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번역과정이 얼마나 지난했을지 충분히 짐작되는데 수월하게 읽힌다는 점도 미덕이다. 더불어 편집자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낸 책의 만듦새와 완성도는 번역서의 모범이 될 만하다.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는 대표적 인지과학자의 수준 높은 저작을 능숙하게 소화하여 우리말로 옮긴 역자의 노고가 높은 평가를 끌어냈다. 난해하기로 이름난 저자의 책을 역자는 일반 독자가 능히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탈바꿈해놓았다. 원저작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한국어에 대한 많은 궁리와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번역이다. 토론 끝에 ‘주자 평전’이 역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작업이리라는 판단에서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후보에 오른 모든 역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이현우)

 

1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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