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기록시스템 1800. 1900>(문학동네, 2015)을 고른다. 1943년생인 저자가 1982년 독일문학사 전공 교수자격취득 논문으로 제출한 것인데, 문학사를 정보시스템의 변천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제출 당시 파란을 일으켰다는 책이다. 이후에도 도발적인 발상과 새로운 시각으로 학계에 충격을 던졌지만 아쉽게도 2011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대체 어떤 책을 쓴 것인가.



정보시스템의 변천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한 미디어로서의 (독일)문학사. 미디어학자이자 이단적 문학자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문학-미디어 연구의 새로운 창을 열어젖힌 혁명적 저작이다. 방대한 문헌을 가로지르는 눈부신 사유와 문장들 덕분에, 관련 미디어 연구가들과 번역가들이 숱하게 번역상의 난해함을 지적해왔던 고전 중의 고전이다. 저자는 문학의 역사를 정보시스템의 변천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발표 당시 문학 연구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교체를 이뤄냈다는 찬사를 받은 한편, 동시대 문학자들에게 격렬한 반발을 사며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또 우리에게는 기술결정론적 테제로 두루뭉술하게 알려져 있던 유럽 최고의 미디어학자이자 이단적 문학자의 사상적 출발점을 원전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는 첫 기회이기도 하다.
입소문으로만 돌던 키틀러의 책은 <광학적 미디어: 1999년 베를린 강의>(현실문화, 2011)가 먼저 소개되었고, 같은 역자에 의해 이제 <기록시스템>도 번역되었다. 2016년은 키틀러 독서의 원년으로 삼아도 좋겠다(나의 새해맞이 계획이 그렇다).



키틀러의 영향력은 영어로 번역된 책들과 그에 관한 연구서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주요 저작 몇 권은 더 번역되면 좋겠다...
15.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