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안전통행증.사람들과 상황>(을유문화사, 2015)이 출간되었다. 연말에 나왔지만 연초의 서프라이즈다. 두 편의 자전 에세이를 묶은 것인데, <사람들과 상황>은 <안전통행증>의 속편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닥터 지바고>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예술 및 존재의 의미를 보여 주는 두 편의 자전적 에세이를 국내 최초 원전 완역하였다. 30대 후반에 쓰기 시작해 3년간 집필한 <안전 통행증>과 60대 중후반에 그 속편 격으로 쓴 <사람들과 상황>을 통해 30여 년간의 작가의 변화와 성숙된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 <안전통행증>은 <어느 시인의 죽음>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책이다. 안정효 선생이 영어판을 옮긴 것인데, 이번에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이 나온 것. 대표작 <닥터 지바고>도 올 하반기에는 새 번역본이 나올 예정으로 안다. 그맘때 이 두 권의 책을 강의에서 다루고 싶다. 아, 그럼 올 한해도 끝나는 것인가...

 

16. 01. 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 기사를 옮겨놓는다. '로쟈처럼 서평쓰기' 강좌를 맡게 된 게 인터뷰 계기인데, 강의는 이번주 목요일에 개강한다(http://blog.aladin.co.kr/mramor/8031111 참조). 이미 공지한 대로 2주에 걸친 서평 입문에 이어서 주간은 아래 세 권을 읽는다. 솔선수범 차원에서 올해는 서평집도 필히 한권 내야겠다.  

 

  

 

경향신문(16. 01. 06) “서평, 책의 홍수 속 길잡이…비평과 달리 누구나 쓸 수 있어”

 

독서예찬론자가 분명하건만, 책을 멀리하는 ‘어른’에게는 억지로 독서를 권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대신 애독가들이 한 권이라도 더 읽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필명 ‘로쟈’로 잘 알려진 서평가 이현우씨(47)의 독서문화 진흥론이다. ‘서평’은 독서문화 확장에 박차 역할을 한다는 이씨를 최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7일부터 ‘로쟈처럼 서평 쓰기’란 주제로 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가 마련한 글쓰기 강좌에 나선다.

 

- 강의 주안점은.

“책을 읽고 소화하는 능력이 몇 주 만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동기 부여가 목적이다.”

 

- 서평이란 뭔가.

“말 그대로 책에 대한 품평이다. 독후감과 다르다. 자신을 위해 쓰는 게 독후감이라면 서평은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다. 매일 책이 쏟아져나온다. 다 읽을 수 없는 법. 뭔가로 대체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서평이다. 서평을 공유하는 건 책의 홍수시대를 살아나가는 방식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서평은 품앗이다.”

 

- 아무나 쓸 수 있나.

“당연하다. 내 지론은 ‘모두가 서평가’이다. 책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응당 해야 하는 것이다. 깊이 파고드는 비평과는 달리 전문 자격이 필요 없다.”

 

- 서평에 원칙이 있다면.

“서평심사를 하면서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게 너무 긴 서평이다. 이는 타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분량은 제한 없지만 너무 길면 서평이 아니다. 읽히지 않는 서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논문 초록(抄錄)도 분량이 정해져 있지 않은가. 또 ‘불멸의 서평’이란 말은 난센스다. 서평이 끊임없이 올라오는데 굉장한 글을 쓰겠다며 칩거해서 한 책에만 매달리는 것은 소모적이다. 주기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

 

- 한 줄짜리 서평도 서평인가.

“그렇다. ‘이건 걸작이다’란 글에 일부 정보를 추가하면 독서를 유인할 수 있다. 반대로 ‘쓰레기다’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시간낭비를 막아준다. 읽을 만한 책과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을 선별해주는 것도 서평의 역할이다. 다만, 한 줄 서평은 내공이 쌓인 이의 몫으로 남겼으면 한다.”

 

이씨는 이번 강의에서 <피로사회>의 저자인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의 신간 <에로스의 종말>과 금수저·흙수저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능력주의는 허구다>(스티븐 J 맥나미 외 지음), 소셜미디어의 오랜 역사와 인간의 사회적 본능을 짚은 <소셜미디어 2000년>(톰 스탠디지 지음)을 들고 이야기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나온 책인 데다 내가 읽지 않았기에 골랐다”며 “수강생들과 함께 읽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 서평으로 얻는 게 있다면.

“서평을 쓴다는 건 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두 번 읽는 효과가 있다.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이나 메모한 걸 다시 보게 되니까. 남을 위한 글쓰기라고 했지만 의도가 그렇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한테 도움이 된다.”

 

- 한국 독서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서평 목적이 독서문화 진흥인데, 거꾸로 가고 있으니…. 정부가 원하는 건지 모르지만(웃음). 아이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지 않는 성인한테 독서는 좋다고 얘기한다고 해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읽는 이가 분발해서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어차피 독서인구란 한정돼 있다고 본다. 절대다수가 문맹이던 19세기엔 책 독서량이 지금보다 많았고 수준도 높았다. 우리 안에 오랫동안 DNA가 내재된 음악과 미술의 역사를 비교하면 책은 뉴미디어다. 독서를 힘들어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걸 뛰어넘는 게 필요하다.”

 

- 서평가로 불리는 이가 적다.

“그렇다. 서평가 역할이 커진 반면 서평가가 너무 부족하다. 여러 전문 분야의 서평가들이 유기적으로 분업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생태계가 바람직하다. 젊은 필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고영득 기자)

 

16. 01. 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발견'으로 수잔 스튜어트의 <갈망에 대하여>(산처럼, 2016)를 고른다. '미니어처, 거대한 것, 기념품, 수집품에 대한 이야기'가 부제. 사실 발견이라고는 했지만 초면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봄에 짧은 원서 리뷰를 작성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http://blog.aladin.co.kr/mramor/7009413). 번역이 까다로운 책인데, 무탈하게 나와주어서 반갑다.

 

저자 수잔 스튜어트는 인류학, 시학, 민속학 등을 종횡무진하는 거침없는 필력을 선보이며, 기호학, 정신분석학,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스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통찰과 개념 등을 끌어다가 독창적이고 기발한 내용으로 갈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미니어처 책, 18세기 소설, 톰 섬의 결혼식, 허풍스러운 이야기, 관광이나 노스탤지어의 대상 등 다양한 문화적 형태를 주제로 삼고 있다. 일상의 사물들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특정한 모습에 생명을 불어넣어 실현시키는 방식을 매혹적인 필치로 분석해 내는 문화연구다.

분류하자면 '이론서'에 해당하는지라 독서가 만만하지는 않지만 인문학 전공자라면 많은 생각거리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생각난 김에 적자면, 저자가 많이 참고하고 있는 미하일 바흐친의 국내 번역본들이 대부분 절판(혹은 품절)된 상태다. <말의 미학>(길, 2006)을 위시하여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아카넷, 2001), <장편소설과 민중언어>(창비, 1998) 등등. 인문학에서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학자 중 한 명이지만, 독서 여건만 보자면 그런 지수가 무색하다. 개정판이 어렵다면 재간본이라도 나오길 갈망한다...

 

16. 01. 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감별하는 게 서평가의 일차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쪽인데, 가끔은 '실수'를 하곤 한다. 주목할 만한 책에 정당한 주목을 하지 못할 때다. 그런 주목은 물론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확장된 주관'을 통해서 책의 의의를 짚어주는 게 서평가의 역할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니킬 서발의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이마, 2015)도 그렇게 내가 놓친 책 가운데 하나다(어림에는 대략 한달에 한두 권씩 놓치는 책이 있다).

 

 

저자는 생소하다(원저가 2014년에 나온 저자의 데뷔작인 걸 생각하면 너무 당연하다). 중요한 건 주제다. 무엇에 대해 쓴 것인가. 사무실에 대해서. 사무실이라는 현대 도시의 표준적 공간에 대해서. "저자는 사무직 노동자와 사무실의 탄생과 그 연대기를 밀도 높고 재치 있는 문장으로 서술한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방대한 자료를 동원하여 지금까지 연구의 배경으로만 머물렀던 사무 공간의 진화를 솜씨 좋게 직조해 낸다."

 

되짚어보건대, 이 책에 주목하지 않은 것은 내가 사무실 생활자가 아니어서인 듯싶다. 학과 조교와 연구소 간사 시절을 제외하면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사무실 노동자'였던 적이 없다. 사무실과 흡사한 '연구실'도 가져본 적이 없고. 때문에 주관적으로는 구미에 맞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확장된 주관'에서 보면, 꽤 신선한 주제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다. 문화연구자 박해천의 추천사가 일러주듯이.

드라마〈미생〉에서 원 인터내셔널의 오차장은 퇴사한 선배로부터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듣는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총성 없는 전쟁터의 변화상, 즉 사무직 노동과 그 공간 환경의 역사적 변천을 다루고 있다. 니킬 서발은 사회학, 경영학, 건축사, 디자인 이론, 소설과 영화 등 방대한 자료를 동원해 사무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거대 서사를 완성해 낸다. 아마도 장그래라면, 주저함 없이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을까? 자신의 일터가 어떻게 변화했고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궁금할 테니 말이다.

이런 책을 찾아내는 출판사의 눈썰미도 인정해줄 만하다...

 

16. 01. 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요일마다 치르는 소소한 '전투'는 강의자료를 만들고 이 주에 강의할 책을 찾는 것이다. 보통 댓권에서 일고여덟 권까지 매주 강의하다 보니 이들을 서가나 책더미 속에서 끄집어내는 것도 일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두 주 전에 미리 찾아놓은 책도 막상 때가 되어 눈길을 돌리면 자리에 없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 '서재의 미스터리'나 '머피의 법칙 - 강사편'쯤에 해당하리라 짐작할 따름이다. 매번 반복되는 책과의 숨바꼭질에 지쳐 '이주의 저자'나 꼽아두기로 한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한 용도다.     

 

 

먼저 장석주 시인. 꾸준히 시집을 출간하고 있는 현역 시인이면서 전방위 저술가인 그가 지난해 펴낸 책이 얼추 10여 권이다. 연말에도 에세이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샘터사, 2015)와 박연준 시인과의 동행 여행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난다, 2015)를 펴냈다. 두 시인의 시드니 여행기는 신혼 여행기이기도 하다고. 그리고 그 전달에는 시집 <일요일과 나쁜 날씨>(민음사, 2015)도 펴냈다. 저자로서는 또 한번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싶다.

 

 

비트 제너레이션의 시인이면서도 동시에 저명한 생태주의자 게리 스나이더의 에세이 <야생의 실천>(문학동네, 2015)도 지난 연말에 나왔다. <야성의 삶>(동쪽나라, 2000)의 개정판이다(<야성의 삶>이 아직 품절되지 않아서 현재는 둘다 구입 가능하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서양철학의 맹목적이고 이분법적인 대치 구도를 벗어나, 살아 있는 모든 생명 속에 깃든 본질적인 아름다운을 찾아낸다. 자연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이야기한다." 스나이더의 시집 <지구, 우주의 한 마을>(창비, 2015)도 작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저명한 과학저술가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도 연말에 나왔다. <온 더 무브>(알마, 2015). "이 시대의 위대한 의사이자 작가, 올리버 색스가 타계 직전에 남긴 자서전. 저자가 추구한 끝없는 모험, 중단 없이 나아가는 삶의 뜨겁고 생생한 기록이다."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감동이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 서평도 다르지 않다.  

정녕 가슴 뭉클하다. … 색스는 의학과 과학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연민과 그들의 정서적 진퇴양난에 대한 철학적 통찰로 글을 쓴다. … 색스가 말하듯 ‘다른 무엇과도 같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의 글쓰기는 독자들에게 일종의 선물이다. 인간 조건의 기쁨과 시련과 위로에 대한 박식함과 연민, 그리고 끝없는 이해라는 선물.

자서전이지만 과학책으로도 올해 첫번째로 손에 들 만하다...

 

16. 01. 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