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 기사를 옮겨놓는다. '로쟈처럼 서평쓰기' 강좌를 맡게 된 게 인터뷰 계기인데, 강의는 이번주 목요일에 개강한다(http://blog.aladin.co.kr/mramor/8031111 참조). 이미 공지한 대로 2주에 걸친 서평 입문에 이어서 주간은 아래 세 권을 읽는다. 솔선수범 차원에서 올해는 서평집도 필히 한권 내야겠다.
경향신문(16. 01. 06) “서평, 책의 홍수 속 길잡이…비평과 달리 누구나 쓸 수 있어”
독서예찬론자가 분명하건만, 책을 멀리하는 ‘어른’에게는 억지로 독서를 권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대신 애독가들이 한 권이라도 더 읽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필명 ‘로쟈’로 잘 알려진 서평가 이현우씨(47)의 독서문화 진흥론이다. ‘서평’은 독서문화 확장에 박차 역할을 한다는 이씨를 최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7일부터 ‘로쟈처럼 서평 쓰기’란 주제로 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가 마련한 글쓰기 강좌에 나선다.
- 강의 주안점은.
“책을 읽고 소화하는 능력이 몇 주 만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동기 부여가 목적이다.”
- 서평이란 뭔가.
“말 그대로 책에 대한 품평이다. 독후감과 다르다. 자신을 위해 쓰는 게 독후감이라면 서평은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다. 매일 책이 쏟아져나온다. 다 읽을 수 없는 법. 뭔가로 대체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서평이다. 서평을 공유하는 건 책의 홍수시대를 살아나가는 방식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서평은 품앗이다.”
- 아무나 쓸 수 있나.
“당연하다. 내 지론은 ‘모두가 서평가’이다. 책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응당 해야 하는 것이다. 깊이 파고드는 비평과는 달리 전문 자격이 필요 없다.”
- 서평에 원칙이 있다면.
“서평심사를 하면서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게 너무 긴 서평이다. 이는 타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분량은 제한 없지만 너무 길면 서평이 아니다. 읽히지 않는 서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논문 초록(抄錄)도 분량이 정해져 있지 않은가. 또 ‘불멸의 서평’이란 말은 난센스다. 서평이 끊임없이 올라오는데 굉장한 글을 쓰겠다며 칩거해서 한 책에만 매달리는 것은 소모적이다. 주기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
- 한 줄짜리 서평도 서평인가.
“그렇다. ‘이건 걸작이다’란 글에 일부 정보를 추가하면 독서를 유인할 수 있다. 반대로 ‘쓰레기다’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시간낭비를 막아준다. 읽을 만한 책과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을 선별해주는 것도 서평의 역할이다. 다만, 한 줄 서평은 내공이 쌓인 이의 몫으로 남겼으면 한다.”
이씨는 이번 강의에서 <피로사회>의 저자인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의 신간 <에로스의 종말>과 금수저·흙수저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능력주의는 허구다>(스티븐 J 맥나미 외 지음), 소셜미디어의 오랜 역사와 인간의 사회적 본능을 짚은 <소셜미디어 2000년>(톰 스탠디지 지음)을 들고 이야기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나온 책인 데다 내가 읽지 않았기에 골랐다”며 “수강생들과 함께 읽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 서평으로 얻는 게 있다면.
“서평을 쓴다는 건 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두 번 읽는 효과가 있다.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이나 메모한 걸 다시 보게 되니까. 남을 위한 글쓰기라고 했지만 의도가 그렇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한테 도움이 된다.”
- 한국 독서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서평 목적이 독서문화 진흥인데, 거꾸로 가고 있으니…. 정부가 원하는 건지 모르지만(웃음). 아이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지 않는 성인한테 독서는 좋다고 얘기한다고 해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읽는 이가 분발해서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어차피 독서인구란 한정돼 있다고 본다. 절대다수가 문맹이던 19세기엔 책 독서량이 지금보다 많았고 수준도 높았다. 우리 안에 오랫동안 DNA가 내재된 음악과 미술의 역사를 비교하면 책은 뉴미디어다. 독서를 힘들어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걸 뛰어넘는 게 필요하다.”
- 서평가로 불리는 이가 적다.
“그렇다. 서평가 역할이 커진 반면 서평가가 너무 부족하다. 여러 전문 분야의 서평가들이 유기적으로 분업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생태계가 바람직하다. 젊은 필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고영득 기자)
16. 01.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