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시간
예정된 장소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를 마신다 물컵도 옆에
바람 불고 나부끼기로 한 것들
리허설하듯 나부끼고
모든 것이 준비된 카페에
주연만 빠졌다
들이치기로 한 빗방울
창문을 세차게 들이받기로 한 빗방울
주르륵 흘러내리기로 한 빗방울
사정없이 흐느끼기로 한 빗방울
주머니엔 손수건도 있건만
나는 커피만 마신다
막이 오르기도 전에 끝난 연극
나만을 위한 연극
언제나
주연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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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9-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좋네요^^
낭만적인 날씨~
이런 날엔 커피 세 잔도 가능하겠죠^^*

로쟈 2019-09-10 16:3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lea266 2019-09-1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보러 가야하는데 비가 너무 내려서 베란다에 앉아 비그치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며 이 시를 읽으니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란 생각이 드네요 들이치기로 한, 창문을 들이받기로 한, 주르륵 흘러내리기로 한, 흐느끼기로 한...... 그 빗방울들 여기도 내립니다 빗줄기들이 추락하는 깊고 아득한 세상 ... 시의 세상도 참 아득하니 아름답다

로쟈 2019-09-10 16:36   좋아요 0 | URL
네 오늘은 펑크를내지 않았네요.~
 

T. S. 엘리엇의 시집이 오랜만에 나왔다. <사중주 네 편>(문학과지성사)로 네 편의 장시와 희곡을 묶었다. 아마 과거 전집판에만 실렸던 작품들. 모더니즘의 대표 시인이지만 번역본의 부재로 강의에서 다루기가 어려웠는데(물론 번역된다고 해도 시는 강의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일단 나온 만큼 검토해봐야겠다.

사실 더 기대한 건 ‘황무지‘의 새 번역본인데, 이번 시집에는 빠졌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프르프록의 연가‘(제이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사랑노래)는 미국 대표시선집 <가지 않은길>에 따로 실려 있어서 역시 다루기에 불편하다. 분량으로는 한권에 다 담을 수 있는 시들이다.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엘리엇의 에세이와 비평 선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나 오래 전에 절판된 전집에나 들어 있었다. 20세기 시인 엘리엇이 이제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 그럼에도 세계문학 강의자의 입장에서 그 공백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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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북상중이지만 서울은 아직 평온한 아침이다. 구름만 많이 낀 흐린 날씨에 비도 내리고 있지 않은 상황. 지방강의차 기차를 타러 용산역으로 가는 중이다. 어깨에 맨 배낭에 강의책 외에 면접용 책을 몇권 넣었는데 자본주의 설명서나 비판서에 해당하는 책들이다.

조너선 포티스의 <자본주의가 대체 뭔가요?>(아날로그)는 영국 킹스칼리지 경제학과 교수가 쓴 자본주의 가이드북. 50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는데 말 그대로 입문서다. 중학생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화폐와 은행, 기업과 시장 등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구성 요소부터 민주주의, 사회주의, 제국주의 등 자본주의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아온 정치사상, 애덤 스미스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 그리고 누구보다 역설적인 인물인 카를 마르크스 등 자본주의를 태동시키고 발전시킨 위대한 사상가까지 자본주의에 관한 모든 것을 특유의 통찰력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명료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제이콥 필드의 <자본주의 이대로 괜찮은가?>(자유의길)도 얇은 분량의 입문서. ‘신지식교양인을 위한 자본주의 입문서‘가 부제다.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을 돌아보고,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본 뒤 다양한 대안을 소개하며 자본주의의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본주의 비판서에 해당하는 책은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주의와 경제적 이성의 광기>(창비). ˝현대 자본주의 위기의 근원과 해법을 탐색하며 특히 자본의 가치 운동과 그 내재적 모순을 집중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맑스 노동가치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저작이다.˝ 이미 하비의 <자본> 해설서와 자본주의 비판서는 여럿 나와 있기에 같이 묶어서 읽어볼 수 있다. 하비도 매번 읽기도 전에 신간이 나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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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새 산문집이 번역돼 나왔다.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푸른숲). 중국 당대문학 간판작가의 한 명이면서 한국에서는 가장 많이 읽히는 중국작가의 문학견습기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기회가 닿아서라기보다는 기회를 만들어서 그의 장편소설을 대부분 강의에서 다루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그가 소설가라기보다는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현대소설로서의 기대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야기로서는 얼마든지 제값을 할 수 있는데 그의 ‘소설‘들이 그렇다.

소설과 산문을 통틀어서 그의 가장 좋은 책은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인데, 나는 그의 산문(이 경우에는 에세이다)이 소설들과 합쳐져야 제대로 된 작품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에세이와 같이 합해져야 작품을 구성하는 쿤데라의 프랑스어 소설들도 비슷한 경우다). 다르게 말하면 소설의 공백을 채우고 있는 게 위화의 에세이다(<형제>의 공백을 채우고 있는 게 <사람의 목소리>다. 이 둘은 합쳐져야 제대로 된 작품을 구성한다).

공식으로 표현하면 ‘위화의 소설=이야기+에세이‘이고, 통상 소설로 분류되는 그의 작품들은 여기서 ‘이야기‘에 해당한다. 그의 산문이 소설과 별도로 일가를 이룬다는 견해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그건 중국 현대소설이 충분히 숙성(성숙)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당대 사회현실을 묘사하고 재현한다는 당위론의 차원에서), 다른 외인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내가 소설로서 더 읽고 싶은 건 <마사지사>의 작가 비페이위의 신작이다. 위화가 무엇을 더 쓸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비페이위는 기대를 갖게 한다. <마사지사> 정도의 작품을 써내긴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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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2 0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13년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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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9-06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부터 마음에 안들어서ㅎ
감자와 고구마가 등장하는 시를 좋아하신다는 말에
감자와 고구마와 샘의 접점이 뭘까 생각해봄.

로쟈 2019-09-06 22:36   좋아요 0 | URL
감자, 고구마의 유익에 감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