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책들이 연이어 나온다고 며칠 전에 적었는데, 한국문학에서 동물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읽어주는 칼럼이 있어서 옮겨놓는다. 지난주 한겨레21의 '신형철의 문학사용법'이 다루고 있는 주제다. '우리에게 동물이란 무엇인가'를 한번 더 묻는다. 

한겨레21(11. 02. 25) 생명경시 시대를 향한 탄원서

구제역 얘기다. 지금까지 300만 마리가 넘게 파묻혔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나. 첫째, 더 싼값에 더 많은 고기를 먹겠다는 인간의 욕망(주요 육류 소비량은 2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둘째 동물을 대규모로 사육하고 도살하는 이른바 ‘공장식 축산업’의 전면화(그 탓에 구제역은 빠른 속도로 퍼진다), 셋째 잡아먹기 좋은 동물만을 기르기 위한 선별 교배와 품종 개량(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어 바이러스에 약해졌다)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구제역 사태를 낳았다고 알고 있다(844호 초점 ‘육식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 참조).

예방 체제 확립이나 사후 관리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육식’이라는 필요(욕망)에 대한 성찰일 것이다. 멜라니 조이는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육식주의’(Carnism)라는 신조어를 제안한다. 채식주의라는 말은 있는데 왜 육식주의라는 말은 없는가? 채식은 특별한 신념이고 육식은 당연한 것이라는 오도적인 전제 때문이라는 것. 육식주의에 대한 논의보다 더 근본적인 것도 있을까? 그것은 아마 인간이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윤리학적 논제일 것이다. 문학은 이 층위에 개입한다.  

“이 몸은 다섯 번 죽고 다섯 번 살아났다.” 황정은의 단편소설 ‘묘씨생’(猫氏生)(<2011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첫 문장이다. 죽어도 자꾸만 다시 태어나는, 이름이 ‘몸’인 특별한 길고양이의 자전적 고백이 소설을 이끈다. 길고양이의 천적은 인간이라서 ‘몸’ 역시 세 번 이상을 인간 때문에 죽었다. 그래서 ‘몸’의 묘생(猫生) 역정 고백은 고스란히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폭로가 된다. 소설 후반부에서 ‘몸’은 결국 인간의 잔혹한 손에 붙들려 또 한 번 죽음을 맞는다. 목숨이 곧 저주인 생이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은 마음이 아파 차마 옮기지 못하겠다.

모든 좋은 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의 호소력도 정의로운 메시지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소설 미학의 측면에서 이 작품의 포인트는, 흔히 비천하다 여겨지는 길고양이의 내레이션을, 고귀한 이의 일생을 기록하기에 적합한 고전한문학 문투에 얹었다는 점에 있다. 덕분에 독자는 길고양이에 대한 편리한 통념이 궁지에 몰리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 고양이 화자의 목소리가 기품 있고 의연할수록, 그를 파괴하는 인간의 비천함은 더욱 도드라지고, 이 소설을 인간으로서 읽는 독자의 수치심은 가중된다. 이렇게 어떤 미학은 윤리학이 된다.  

한편 허수경의 새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에는 어느 양(羊)의 삶과 죽음을 기록한 ‘카라쿨양의 에세이’라는 장시(長詩)가 있다. “아기의 연하고도 부드러운 가죽털을 얻기 위하여 인간들은 이제 수태 시기가 임박한 어미를 죽여 그 자궁에서 아기를 끄집어낸다. 그 아기의 털가죽을 벗긴다. 그 털가죽은 페르시안이라고 불리우는 고급 가죽이 된다. 검은 아기 털가죽. 아직 양수가 묻어 촉촉한 그 가죽. 그 가죽을 위하여 어미와 아기는 도살되는 것이다.” 시집에서 가장 긴 이 시를 시인은 한달음에 썼다고 했다. 그럴 수 있게 한 에너지는 슬픔과 분노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문장은 냉혹한 인간 경제학의 언어를 되비추듯 건조하다. “그 산 작은 풀밭에서 봄과 여름, 가을을 났던 채식하는 포유류는 이제 목으로 들어오는, 그리고 정확히 자궁 근처를 지나가는 날카로운 칼을 받는다.// 뱃속에 든 아가는 더운 숨을 품어내며 이 지상으로 나와서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젖꼭지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아기는 젖꼭지를 찾기도 전에, 그리고 단 한 번도 젖꼭지를 물어보기도 전에 한 생명이었다는 본능적인 원기억만을 지니고 죽는다.” 폭력이 반복되면서 죄의식이 망각되는 사태에 대한 시인의 아연함이 ‘칼을 받는다’라는 현재형 문장에 응축돼 있다.

우리에게 동물이란 무엇인가. 그간 한국 문학은 이 물음을 충분히 묻지 못했다. 앞의 두 작품은 예외적인 고투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의의가 저 물음에 갇히는 것은 아니다. 동물을 깊이 성찰하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성찰하게 된다. 동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사회가 인간의 생명을 귀하게 여길 리 없는 것이다. 위기는 늘 생명 일반의 층위에서 발생할 것이다. 두 작품은 동물에 대한 절박한 동일시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진지한 근심이고, 결국 우리 시대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탄원이라고, 나는 읽었다.(신형철_문학평론가)  

11. 02. 24.  

P.S. 구제역 사태와 최근 출간된 동물/육식주의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돼지와의 가상인터뷰를 꾸민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의 기사도 필독할 만한다.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10225141920&Section=0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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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0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8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3월이면 개강이니 코앞이다. 마음은 분주하지만 머리는 둔하고 몸은 무겁다. 강의준비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견적'이 안 나오는데,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지천이다. 미리부터 진이 빠질 일이지만 이번 주말에는 쉬면서 마음이라도 추스려봐야겠다. '동양고전강의'를 읽는 게 혹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중국의 명강의들을 묶은 것이니 고전에 대한 지식 외에 강의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계산'으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아, 이 분야의 고전으론 신영복 선생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 2004)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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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2-23 00:10   좋아요 0 | URL
목차를 훑어보니 <사기 교양강의> 정말 재미있어뵈는데요.

로쟈 2011-02-23 22:55   좋아요 0 | URL
네, 중국에서 명강의로 꼽힌다면 나름 뭔가 있지 않을까 해요...

빵가게재습격 2011-02-23 16:05   좋아요 0 | URL
목록을 보니 강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강의를 나가는 친구 중 한 명도 로쟈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더군요. 신학기, 학생들의 가벼운 웃음소리에 질리시지 않기를. 그리고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로쟈 2011-02-23 22:56   좋아요 0 | URL
잘 안 웃는데요.^^;

philocinema 2011-02-23 19:07   좋아요 0 | URL
'환절기 감기 조심'에 밑줄입니다!

로쟈 2011-02-23 22:56   좋아요 0 | URL
네, 아직은 감기에 걸릴 여가가 없어서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펴내는 월간 <책&>(391호)에 실은 주제별 도서소개 코너를 옮겨놓는다. 매달 한 가지 주제를 골라 관련서 몇 권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적는 코너다. 이번달 주제는 '중국'이었다. 관련서가 쏟아지고 있기에 중국이란 주제를 함부로 말할 건 아니지만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부키, 2010)이나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에쎄, 2011) 같은 책은 필독 목록에 포함되지 않나 싶다.  

 

책&(11년 2월호) 펀펀한 독서+인터넷 서평꾼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

얼마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21세기의 패권이 주요 2개국(G2)에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탈냉전 이후 등장했던 미국 독주의 ‘팍스아메리카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바야흐로 ‘차이메리카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차이메리카(China+America)’는 영국의 역사학자 니알 퍼거슨이 만들어낸 합성어다. 중국과 미국이 합치면 지구전체 면적의 13%, 인구의 4분의 1,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세력이 된다고 한다. 냉전시대 서로 대립했던 두 나라가 과연 상호협력과 공동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외교적 수사 너머에서 환율과 무역, 원가 등을 둘러싼 본격적인 ‘중미전쟁’이 벌어질 것인가. 과연 그들은 적인가 친구인가. 한반도의 운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라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경제대국뿐만 아니라 세계정치의 대국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합의된 의견은 없는 듯하다. 조금 곤혹스럽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의견들이 제시돼 있다.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부키, 2010)은 제목 그대로 미국을 포함한 서구 패권의 시대가 끝나고 ‘중국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물론 근대 이후 세계의 패권은 여러 차례 이동해왔기에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헤게모니가 이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서구 국가들과는 지리적으로 다른 좌표축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그와 다른 문명과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주도권 이동이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패권 이동과는 다른 양상을 띨 뿐만 아니라 서구 사회에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저자는 중국의 부상으로 서구식 보편주의는 더 이상 척도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중국식 모델, 중국식 근대화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며, 이것을 서구식 잣대로만 해석하고 평가하는 식으로는 지금의 중국을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연 무엇이 다른가. 저자는 특히 중국의 정치 제도의 특수성을 지목한다. 서구 국가들이 국민국가라면 중국은 문명국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서구에서는 인민주권 사상이 정치의 핵심인 반면에 중국에서 인민주권은 국가주권으로 대체되었다. 제국주의의 위협과 내부의 정치전통이 결합한 결과 탄생한 것이 국민주권과 국가주권을 중심으로 중국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 도약은 이러한 특수성을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서구식 민주주의라는 단일한 척도로 중국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서구 중심적 시각이라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이제 대세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미국은 너무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충고다.  



반면에 에드워드 스타인펠드의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에쎄, 2011)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중국을 바라본다. 저자가 보기에 사회주의 중국은 전체주의 체제의 국가였으며 1978년부터 추진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조차도 이러한 기본 성격을 바꾸지 못했다. 그에 따르면 혁명이라고도 부를 만한 진정한 변화는 텐안먼 사태 이후 1990년대에 일어났다. ‘중국의 자본주의 도입’이 그러한 변화의 출처다. 그 이후 중국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으며 1989년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중국식 모델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합류하면서 중국이 내보이는 행보는 서구의 모습에 가까워지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중국은 자국 전통의 특수성을 내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원래와는 다른 모습의 국가가 되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은 중국이 서구의 규칙을 수용하고 그에 따라 게임을 하면서 가능해졌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 서구 국가들에게 결코 불리한 것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오히려 자본주의 중국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중국의 정치적 특수성으로서 독재주의도 자연스레 쇠퇴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기도 하다. 두 중국 전문가가 내보이는 이러한 상반된 시각 중 어느 쪽이 현실에 더 부합할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공정하게 판단하려면 중국 내부의 시각도 참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중국 지식인들과의 대담을 담은 <중국의 내일을 묻다>(삼성경제연구소, 2010)가 유익해 보이는 이유다. 인상적인 건 중국 공산당의 전략가였던 정비젠 교수가 내세우는 ‘화평굴기’론이 다. 화평굴기란 대국굴기와는 달리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더불어 화목하게 번영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전략으로 21세기 중반까지 중국이 추구해나갈 방향이라 한다. 이를 구체화한 후 주석의 방미 일성이 “양국의 장기적이고 건강한 발전은 양국은 물론 세계 평화와 발전에도 유리하다”였다. 과연 중국은 미국과는 다른 규칙으로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11. 0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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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서 주문하고 돌아와서 펼쳐본 책의 하나는 역사학자 토니 주트의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플래닛, 2011)이다. 전후 유럽사를 다룬 <포스트워>(플래닛, 2008)의 저자라는 것만으로 아무런 정보 없이(물론 제목과 부제는 보고) 주문한 책이었다. 작년 8월에 세상을 떠난 저자의 마지막 책이라는 것도 인상적이다(그는 구술로 이 책을 썼다).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국일보(11. 02. 19) "복지의 숭고한 기원 새겨라" 죽은 역사학자의 마지막 당부 

"우리는 경제 '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사회적 병폐를 줄이는 일들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번영과 특권은 파이의 크기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확산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슬프게도,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증언한다."

영국 출신 역사학자 토니 주트(1948~2010)는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에서 이렇게 단언하면서 오늘날 세계가 당면한 가장 핵심적 과제는 불평등의 완화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전후 유럽에 관한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받는 <포스트워 1945-2005>의 저자인 주트가 루게릭병으로 온몸이 마비되어가는 고통 속에서 쓴 마지막 저서다. 



주트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면서 역사가답게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20세기 역사를 되돌아볼 것을 권한다. 특히 복지국가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불안의 시대로 들어섰는지를 되새기게 함으로써 신자유주의에 함몰돼 있는 서구 사회에 각성을 촉구한다.

서구에서 복지국가가 등장한 것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 후 그 참담한 시절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탄생했다. 시장은 규제되었고, 복지는 자선이 아니라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됐다. 서구의 복지국가는 2차대전 이후 수십 년간 전례 없는 번영과 평등의 확산을 누렸다.

복지국가가 퇴색되기 시작한 것은 2차대전 이후에 태어나 복지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1960년대 세대들이 정의나 기회균등보다는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면서 싹텄다는 지적이 예리하다. 신좌파의 이러한 태도는 사회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는 의식의 퇴조를 가져왔고 이는 우파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트는 이런 태도들이 보수주의의 귀환을 불러왔다고 본다. "사회 따위는 없다. 오직 개인과 가족만이 있을 뿐이다"고 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말이 이 같은 사조를 대변한다.

주트는 돈벌이에 대한 강박, 민영화와 민간 부문에 대한 숭배, 점증하는 빈부 격차 등 서구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것들로 보이는 물질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특성은 인간 조건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 8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또 이러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퍼트린 것은 시카고학파를 중심으로 한 영미권 경제학자들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은 나치의 지배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학자들이라고 추적해 들어간다. 그러면서 서구사회가 세계 대전의 잿더미 위에서 건설한 복지국가라는 위대한 유산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물질적 사리사욕의 추구를 미덕으로 살아 왔다. 우리는 법원의 판결이나 의회 법안이 좋은 것인지, 공정한 것인지, 정당한 것인지, 올바른 것인지 묻는 법이 없다. 과거에 우리는 이러한 정치적 질문들을 던지곤 했다."

주트의 지적은 외환위기 이후 밀어닥친 신자유주의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한 한국 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 주트는 사회의 공동선을 위한 공동 행동의 가치와 가능성을 믿는 사회민주주의의 입장에 서서 자본주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남경욱기자)  

11. 02. 21.  

P.S. 사회적 공동선에 대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주트의 책은 '공공철학'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는데, 야마와키 나오시의 <공공철학이란 무엇인가>(이학사, 2011)를 보면, 일본에서는 이 단어가 2000년대 초반부터 급속도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공철학 강좌도 생기고 네트워크도 만들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내가 '공공철학'이란 말을 접한 건, 적어도 기억엔 마이클 샌델의 <왜 도덕인가?>(한국경제신문, 2010)가 처음이다. 이 책의 원제가 'Public Philsophy'였고, 직역하면 '공공철학'이 될 터이다. 공공철학에 대한 관심은 또한 '공화주의'나 '공화국'과 분리될 수 없는데(샌델은 물론 '절차적 공화국(procedual republic)'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번역본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라고 옮겨진 단어다), 박명림/김상봉 교수의 <다음 국가를 말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11)가 연이어 떠오른다.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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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대중과 소통하는 지식인'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고 나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이다. 러시아에 잠시 다녀오는 동안 '위키리크스'에 관한 두 권의 책이 화제가 된 듯싶은데, “정보공개는 투명성을 높이며 이 투명성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이들의 신념에 동의를 표하며(비슷하게 흉내내자면 나의 모토는 "지식의 공유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이다),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진즉에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올라가 있다는 위키리크스의 활동과 그 여파가 앞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추측된다. '비밀이 많은 정부'를 갖고 있는 우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경향신문(11. 02. 19) ‘비밀 없는 세상’ 열려는 위키리크스의 비밀

타임지는 독자들이 뽑은 2010년의 인물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대표 줄리언 어산지를 선정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해 4월 미군 아파치헬기가 이라크 민간인을 폭격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으로 세계를 분노시켰다. 7월에는 아프가니스탄전 관련 문건 7만6000건, 10월에는 이라크전 관련 문건 39만건을 공개해 명분 없는 전쟁의 실체를 폭로했다. 이어 11월에는 미 국무부 외교문건 25만1000건으로 외교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위키리크스가 무너뜨린 건 미국의 도덕성만이 아니다. 권력층 비리에 성난 튀니지 민중들은 23년 만에 민주화 혁명을 일으켰고, 이 열기가 이집트로 옮겨붙어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끝냈다.

위키리크스가 설립된 건 2006년 12월이지만 명성과 영향력은 지난해 절정에 이르렀다.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어산지는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스웨덴 법원의 구속영장이 집행돼 런던에서 체포된 뒤 일주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위키리크스가 한 일은 범죄인가, 정의인가. 어산지는 어떤 인물인가. 



<위키리크스>란 제목의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박규호 옮김, 1만5000원)는 2007년부터 위키리크스와 협력 관계였던 독일 ‘가디언’지의 두 기자가 이 조직과 어산지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위키리크스가 한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폭로와 관련된 법적·윤리적 쟁점이 무엇인지, 권력과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분석했다. 또 다른 책 <위키리크스-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배명자 옮김, 1만3800원)은 위키리크스의 2인자였다 어산지와 결별한 독일 출신 IT전문가의 내부 고발이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에서 저자들은 어산지의 개인사와 위키리크스의 탄생을 상세히 소개한다. 1971년 호주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어산지는 히피와 해커의 혼합물이다.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은 히피문화에 경도돼 17세에 가출했으며 혼자 어산지를 키웠다. 그후 사이비 종교집단의 일원인 남자와 살다가 헤어진 뒤 계속 추적을 받았다. 어산지의 유랑 기질은 여기서 비롯한다.

어산지는 10대 초반인 1980년대 중반 코모도어64란 이름의 홈컴퓨터를 통해 모뎀으로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실력을 갖췄고, 곧 해커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추정 IQ 140~180, 멘닥스란 이름으로 유명했던 그는 통신사 노텔 네트워크에 들어갔다 컴퓨터 범죄로 기소된다. 그후 멜버른대학 수학과에 들어갔으나 사막에서 잘 달리는 장갑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염증을 느껴 학교를 그만둔다.

위키리크스의 아이디어는 1996년 존 영이란 뉴요커가 운영하던 크립톰이란 사이트에서 얻었다. 당시 영은 자신이 입수한 비밀문서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10년 뒤인 2006년 어산지는 영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도메인 등록을 부탁한다. 이어 진보적 정치관을 가진 대니얼 매튜스를 비롯한 5명의 핵심 멤버가 모인다.

위키리크스는 전 세계 개인들이 연결된 네트워크로, 활동은 메일 교환과 채팅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부고발자의 신변안전을 위해 제보자가 웹사이트의 보내기 단추를 클릭하면 발송된 자료는 암호화되어 50개국의 수많은 서버를 거친다. 메인 서버는 스웨덴에 있으나 웹사이트 입구에서 매복하는 정보기관의 적을 교란하기 위해 스스로 가짜를 만들어내는 장치도 돼있다.

위키리크스 이전에도 내부고발자는 존재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주인공인 ‘딥 스로트’(마크 펠트 FBI 국장)가 그렇고, 1970년대 초반 베트남전 극비문서를 복사해 신문사에 돌렸던 대니얼 엘즈버그도 있다. 고문직을 부탁받은 엘즈버그는 이를 수락하지 않았으나 어산지의 아이디어에 갈채를 보냈다. 어산지는 2007년 1월 NGO모임인 세계사회포럼에서 자신의 계획을 알렸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해 말 케냐 전직 대통령의 비리 문건으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 이어 2008년에는 스위스은행그룹 율리우스 베어의 고객데이터를 폭로했다.

위키리크스의 명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미군병사 브래들리 매닝이다. 심약한 컴퓨터광이자 동성애자로 이라크에서 정보분석 업무를 하던 그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미 국방부와 국무부의 엄청난 정보를 빼돌렸다. 그는 제보자 절대보호라는 위키리크스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깨뜨림으로써 감방행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딥 스로트’가 27년 만에 스스로를 공개했듯이 영원히 비밀을 지키는 건 힘든 법이다. 그는 아주 빠르게 이 사실을 채팅에서 익명의 상대에게 고백했다가 미 당국에 체포됐다.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아주 획기적인 것이다. 거대 국가권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정치운동이지만, 본질적으로 언론운동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는 3년 만에 워싱턴포스트가 30년간 한 것보다 더 많은 특종을 했다”고 말한다. 이는 언론 엘리트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터넷시대의 다중지능이란 개념으로 설명할 만한 일이다. 위키리크스의 목표가 미국인 것만도 아니다. 오히려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의 억압적인 정권들이 목표였다. 이들의 원칙은 “정보공개는 투명성을 높이며 이 투명성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복잡한 쟁점을 낳는다. 비판자들은 “비밀 유지는 현대국가의 성립 기반”이며 “국가권력이 무너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어산지 1인권력”이라고 지적한다. 최대 피해국인 미국은 어산지에게 방첩죄 적용을 검토했으나 그렇게 되면 정부기밀을 보도한 모든 언론사를 기소해야 한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 자체에 있다. 미국을 경악에 몰아넣은 정보의 작성자는 바로 미국 자신이다. 정부의 기밀 정보를 다루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 250만명을 넘어섰고 유출 가능성은 넘쳐난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의 부작용보다 기여에 더 큰 무게를 둔다. 국가기밀의 폭로가 정부에 피해를 주고 그 손실을 만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중장기적 시각에서 그것은 정치를 새롭게 조정하고 정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어산지는 컴퓨터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낳은 괴짜 천재다. 자유분방한 그는 10대 후반에 동거했으나 아내와 아이가 곁을 떠난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며칠 사이에 두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고 콘돔 사용을 거부함으로써 성폭행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 사건이 터지자 핵심 멤버들은 그에게 2선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어산지는 자신이 “이 조직의 심장이고 영혼이며 창립자고 대변인이고 최초의 프로그래머이고 기획자이고 자금조달자”라며 거부한다.

그런 어산지를 이해했고 비판했던 사람은 위키리크스 독일대변인이자 프로그래머였던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다. 그는 어산지의 독단적인 조직운영, 불투명한 자금관리에 항의해 지난해 10월 결별했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에서 자신이 아는 위키리크스와 어산지를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분명하다. 그는 ‘오픈리크스’라는 새 네트워크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리크스’ 혁명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인권운동가들은 거번먼트리크스를 구축 중이며 발칸리크스, 인도리크스, 브뤼셀리크스등 지역·내용적으로 특화된 리크스들이 출범했다.(한윤정 기자) 

11.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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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08: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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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0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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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1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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