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읽어볼 만한 책이 많아서 다소 학술적인 책과 교양과학서는 제외하고 다섯 권을 골랐다. 타이틀은 파커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글항아리, 2012). 시절이 시절인지라 눈에 확 띄는 제목인데 부제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또한 그렇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마음이고 마음의 습관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정치제도, 지역사회와 결사체 그리고 인간의 마음이 지니는 강점과 약점 속에서 쉬지 않고 이뤄지는 실험이다. 그 성과는 결코 당연시될 수 없다. 우리가 그 실험실을 폭파시켜버리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실험은 끝없이 진행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적 토론거리로 삼아볼 만한 책이다.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부키, 2012)는 이미 폭발적인 반응을 모으고 있는 책인데 역시나 '총선용' 필독서. 김상봉 교수의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꾸리에, 2012)는 조금 더 왼쪽의 시각에서 기업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대한민국 권력자들의 불편한 진실'을 까발린 안치용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타커스, 2012)는 이제 비밀에 성역이 없다는 걸 알게 해준다(위키리크스의 폭로를 정리한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과 같이 묶을 만하다). 그리고 조윤호(알라디너 '조본좌'님)의 <개념찬 청춘>(씨네21북스, 2012)은 '대한민국 20대'의 '정치적 주체' 선언 가운데 하나다. 20년 후 그들의 대한민국은 '다른 대한민국'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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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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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 2012년 3월
14,900원 → 13,41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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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김상봉 지음 / 꾸리에 / 2012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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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크릿 오브 코리아- 대한민국 대통령, 재벌의 X파일
안치용 지음 / 타커스(끌레마) / 2012년 4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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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의 소설집 <모범소설>(1613)을 옮긴 <모범소설1,2>(오늘의책, 2003)가 절판돼 유감스럽다는 얘기를 며칠전에 적었는데, 전체12편 가운데 몇편은 아쉬운 대로 다른 번역본으로 읽을 수 있다. 참고 삼아 적어둔다. 일단 전체 12편의 줄거리는 <모범소설>의 소개에서 가져온다. 다른 번역본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 제목에 색칠을 했다.

 

 

<모범소설 1>

질투심 많은 늙은이

사랑을 소재로 한 9편의 <모범소설> 가운데 유일하게 비극적 결말로 끝나는 작품이다. 68세된 늙은 영감 까리살레스는 신대륙에서 많은 돈을 벌어 와서, 13세의 어린 소녀 레오노라를 신부로 맞아들인다. 그는 질투심 때문에 자신의 집을 요새처럼 만들어서 어느 누구도 신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나 로아이사라는 청년이 까리살레스의 집과 그의 아름다운 부인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런 결혼생활에 갈등과 혼란이 생기게 된다. 그 청년은 교묘히 하녀들을 유혹하여 철통같은 집의 내실에까지 침투하여 레오노라를 만나게 된다. 이를 보게 된 노인은 질투심에 불타 병들게 되고 죽음 직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둘이 결혼해 달라는 유언과 함께 유산을 남긴다. 하지만 청년은 신대륙으로 레오노라는 수녀원으로 떠나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

피의 힘
세르반테스의 모든 소설 가운데 가장 직접적으로 성적인 부분을 드러낸 작품으로 분위기나 풍습 묘사가 아닌 사건 전개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건달패 무리에게 납치당한 레오까디아가 로돌포라는 청년에게 순결을 빼앗긴 후 그의 아들을 낳게 된다.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아들 루이스가 사고로 쓰러졌을 때 한 노신사가 자신의 아들 생각이 나서 재빨리 구해준다. 이 사건으로 인해 루이스가 그 노신사의 손자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고 모든 정황을 알게 된 로돌포의 부모님은 레오까디아와 로돌포를 맺어 준다.

유리석사
죽음의 문턱으로 이끄는 사랑의 묘약을 먹음으로써 미치게 된 한 스페인의 지식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대부분이 스토리 전개를 위한 서술이 아니고 도시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과 유리석사와 그를 쫓아다니는 사람들과 일문일답 형식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또마스 로다하이라는 청년은 자신의 소명과 운명을 발견하게 되어 지식인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한 여인의 집착으로 독약을 마시게 되어 극도의 광기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육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유리로 되었기 때문에 사물을 깊이 이해할 수 있으므로 모든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고 했다. 미친 석사는 이제 책에서 얻은 지식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잃게 되었지만 모든 질문에 대해 기지와 정확성을 가지고 대답하여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한 수도사의 치료를 받은 후 제 정신을 찾게 되면서 평범한 석사로 돌아가게 되어 유리석사로 전에 누렸던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집시 여인
<모범소설> 12편 중의 첫 작품인 '집시 여인'은 '현대판 신데렐라'를 연상케하는 내용으로써 집시 여인과 귀족 청년 사이에 벌어지는 르네상스의 이상주의적인 숭고한 남녀의 사랑을 그려내면서, 무수한 모험과 난관을 뚫고 행복을 이루는 이야기로 끝난다. 지금까지도 스페인 문학 작품 중에서 집시들의 풍습과 생활을 가장 자세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꼽힌다. 귀족 출신의 젊은이 안드레스가 집시 여인인 쁘레시오사에게 반하여 결혼을 청하자, 그녀는 집시와 결혼을 하려면 2년 동안 집시들과 함께 생활해야 된다는 요구를 한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여 집시들과 생활하게 되고 우여곡절을 겪은 뒤 쁘레시오사가 귀족의 딸임이 밝혀지게 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영국에서 돌아온 여인
'영국에서 돌아온 여인'의 원래 제목은 '영국인이 된 스페인 처녀'인데 내용과 주제에 맞게 제목을 바꾸어 붙였다. 이 작품은 네오플라토닉(neoplatonic)한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데, 외적인 아름다움을 초월한 내적인 아름다움과 정신적인 사랑의 승리를 찬양하고 있다. 영국 해군 장교인 끌로딸도는 스페인과의 해전에서 이상벨라라는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해 런던으로 데려온다. 이사벨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하게 되고 끌로딸도의 아들 리카레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 둘의 사랑에 끼어든 연적 아르네스또 백작 어머니의 간계로 독약을 먹고 외적인 아름다움을 잃게 되자 리까레도의 부모는 아들의 결혼 상대자를 명문 귀족 출신의 스코틀랜드 아가씨로 바꿔버린다. 리까레도는 비록 외적인 아름다움을 잃긴 했지만 숭고한 영혼을 가진 이사벨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녀를 버리지 않는다. 스페인으로 돌아간 이사벨라는 아름다움을 회복하고 세비야의 수도원으로 찾아온 리까레도와 극적으로 만나게 되어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고상한 하녀
이 작품은 자유의지를 구현한 두 남녀 주인공이 바로 그 의지 덕분에 맺어져 결국 자신들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세상과 화해하는 행복한 결말을 보여준다. '고상한 하녀'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진부한 통속소설의 범주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운명론이나 결정론에 대항하여 싸우는 주인공들의 자유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악자(惡子)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참치 어장으로 가던 부르고스 출신의 두 귀족 청년 아벤다뇨와 까리아소가 고상한 하녀라고 불리는 꼰스딴사가 일하는 똘레도의 한 여관에 머무르게 된다. 아벤다뇨는 꼰스딴사의 아름다움에 반해 여관에서 일꾼으로 일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지만 그녀는 냉정하게 대한다. 그러나 여관주인의 고백으로 '고상한 하녀'인 곤스딴사가 귀족 출신의 혈통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결국 아벤다뇨와 꼰스딴사는 맺어지게 된다.

<모범소설 2>

사기결혼
이 작품은 두 남녀 주인공의 거짓과 위선이 빚은 결과를 다룬 이야기다. 깜뿌사노라는 한 군인은 돈 욕심 때문에 도냐 에스떼파니아라는 여자를 속이려다 오히려 사기당하고 돈과 명예, 건강까지도 잃게 된다. 그는 오랜만에 친구 뻬랄따 석사를 만나 자신의 이런 사연을 들려주면서 병원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초자연적인 일을 목격했다고 말하며 흥미를 유발시킨다. 깜뿌사노는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 두 마리의 개가 마치 인간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고 하면서 개들의 대화를 듣고 다음날 기억을 더듬어 글로 옮겨놓은 원고를 내민다.

개들이 본 세상
'사기결혼'에서 깜뿌노사에 의해 옮겨진 '개들이 본 세상'이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면서 화자인 베르간사라는 개가 동료 시삐온에게 도살자, 양치기, 상인, 순경, 신소리꾼, 집시, 개종 회교도, 시인, 극단주, 자선병원 모금원 등 여러 주인들을 겪으면서 살아온 악자적(惡子的)삶을 나열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전개된다. 개들이 말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말하는 개를 등장시켜 여러 주인을 겪으면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게 된다. 양치기가 양을 훔치고, 법을 집행해야 하는 관리가 오히려 법을 이용해 남을 등치고 현자(賢子)인 개가 악마로 몰리는 등 속임수와 환멸이라는 전체 테마를 보여주며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비판함으로써 인간이란 존재가 현자로 등장하는 개보다도 못하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세비야의 건달들
'세비야의 건달들'의 원제는 '린꼬네떼와 꼬르다디요'인데, 두 악동들이 세비야에서 벌이는 모험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목을 바꾼 것이다. 이 작품에서 대도시 세비야의 치안 부재의 상황, 특히 그 중에서도 경찰이나 치안 책임자의 허가장을 받은 것과 다름없는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인 모니뽀디오의 소굴과 그곳에 있는 조직원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린꼰과 꼬르따도는 정직하지 못한 사회의 부패한 상황과 부당한 대우르 탈피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을 벗어나 세비야로 향한다. 그들은 좀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원했지만 더욱더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만 발견하게 되었다. 사전 허가 없이는 소매치기도 할 수 없는 엄격한 범죄 조직의 사회와 접하게 된 것이다. 도둑들의 사회 역시 자신들만의 엄격한 규율과 계급을 가지고 있으며, 절대적 권위를 가진 두목 모니뽀디오에게 복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희망이 환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말괄량이 아가씨
이 작품의 원제는 '꼬르넬리아 아가씨'이나 작품의 주제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말괄량이 아가씨'로 고쳤다. 이 작품은 사랑과 명예의 갈등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유일한 소설이지만 주인공으로 스페인 명문 귀족 출신인 돈 후안과 돈 안또니오가 등장한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꼬르넬리아 아가씨의 벤띠볼리 집안과 페라라 공작 사이의 사랑과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에 휩쓸리게 된다. 돈 후안은 꼬르넬리아 아가씨의 하녀로부터 금방 출산한 아기를 실수로 건네받으면서 사건에 연루되기 시작한다. 그 두 사람은 꼬르넬리아의 사연을 듣고 그녀를 돕기로 한다. 돈 후안과 돈 안또니오 덕분에 꼬르넬리아의 오빠 로렌소와 페라라의 공작이 화해를 하게 되고 공작은 꼬르넬리아와 극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남장을 한 두 명의 처녀
한 남자에게 동시에 버림을 받은 두 처녀가 자신들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남장을 한 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수동적이며 숙명적인 다른 작품의 여자 주인공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대로 운명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귀족 가문 출신의 두 처녀 떼오도시아와 레오까디아는 자신들에게 사랑의 약속을 하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안또니오를 찾기 위해 각각 남장을 하고 길을 나선다. 떼오도시아는 오빠인 라파엘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불명예에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빈 후 오빠와 함께 안또니오를 찾기로 한다. 그들은 여정중에 레오까디아를 만나게 되고 그녀 역시 안또니오를 찾고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여인은 동시에 안또니오를 만나는 운명적인 상황에 부딪히게 되는데 안또니오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은 떼오도시아임을 고백한다. 이에 레오까디아는 슬픔에 잠겨 어디론가 떠나려 하는데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 라파엘의 진실된 사랑 고백을 듣고 그와 결혼할 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집안끼리의 오해도 풀려 화해하게 된다.

관대한 연인
'관대한 연인'은 세르반테스의 전기적 배경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소설로 작가의 실제경험(포로생활)과 허구적 사실이 잘 배합되어 있으며 역시 남녀의 사랑이 주된 주제이다. 이 작품은 리까르도와 배교자인 그의 친구 마하믓 사이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리까르도는 마하믓에게 자신이 포로로 잡혀 니꼬시아에 오기까지의 과정과 레오니사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리까르도는 빼어난 미모를 지닌 레오니사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 대신 돈 많은 꼬르넬리오를 선택한다. 사랑과 질투심에 눈이 먼 리까르도는 어느 날 레오니사와 꼬르넬리오의 가족 모임에 난입해서 난동을 부리는데, 이 와중에 터키 해적들이 침입해 리까르도와 레오니사를 포로로 잡아가면서 이들의 기구하고도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터키인에게 포로로 잡혀 자유를 구속당한 리까르도의 상황이 선택의 자유가 없는 당시의 여자들이 처해 있던 상황과 대비되며 평행적으로 전개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리까르도는 모든 물질적인 희생을 감수하면서 레오니사의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여 그의 끊임없는 배려로 마침내 레오니사의 마음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먼저 <개들의 세상>(시공사, 2011)에는 <사기 결혼> <개들이 본 세상> <질투심 많은 늙은이> <피의 힘> <유리 학사>, 5편이 번역돼 있다. 그리고 단편선 <유리학사>(문학과지성사, 2003)에는 <유리학사> <늙은 남편의 의처증>(<질투심 많은 늙은이>)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세비야의 건달들>) <사기결혼>, 4편이 번역돼 있다. <개들의 세상>과는 3편이 겹친다. 결국 절반인 6편을 읽을 수 있다.

 

 

 

절판된 책까지 포함하면 <집시여인>(오늘의책, 1997)과 <말광량이 아가씨>(오늘의책, 1997), <남장을 한 두 명의 처녀>(오늘의책, 1998), 세 편은 따로 단편으로도 읽을 수 있다(알라딘에서 중고로는 구입할 수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역시나 절판된 <사랑의 모험>(바다출판사, 2000)은 원제가 <페르실레스와 세히스문다의 모험>(1617)으로 세르반테스의 유작이다. 세르반테스는 극작가로선 성공하지 못했지만 30여 편의 작품을 쓴 걸로 돼 있고(전하는 건 몇 작품 되지 않는다고), 이중 <누만시아>와 <사기꾼 페드로>가 각각 전기와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누만시아/사기꾼 페드로>(책세상, 2004)는 그 두 작품의 번역이다...

 

12. 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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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968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한병철의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2012)를 간추리고 간단한 독후감을 보탰다. '피로사회'란 말의 의미가 선입견과는 다르기에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우리가 '성과사회'에서 자발적인 자기착취를 통해 느끼는 피로감은 '피로사회'가 아닌 '피로한 사회'의 피로감이다('피로한 사회'는 저자의 용어가 아니다). 혹은 '피곤사회'라고 할까?..

 

 

 

주간경향(12. 03. 27)스스로를 착취하는 ‘성과사회’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비평가 중 한 사람’의 저작이 소개됐다. 뜻밖에도 재독 한국인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다. 작년에 먼저 나온 <권력이란 무엇인가>(문학과지성사)를 통해서 처음 소개된 저자는 한국에서 금속공학을 공부하고 독일로 건너가 철학으로 박사학위와 교수 자격을 취득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독일에서 2010년에 출간된 <피로사회>는 그의 대표작으로 주요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피로사회’란 말은 독일에서 아예 상용어가 됐다. 무엇이 그러한 반향을 불러온 것인가.

 

Müdigkeitsgesellschaft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독일의 독자들이 “성과사회의 주체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으며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이 책의 테제에 주목하고 공감한 것으로 본다. 과거 규율사회가 타자 착취 사회였다면 신자유주적 자본주의는 자기 착취 사회다. 이 새로운 21세기 사회를 그는 ‘성과사회’라고 부른다. 규율사회와 산업사회에 대한 분석과 철학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발적 착취가 이루어지는 성과사회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규율사회의 지배적 공간이 병원과 정신병자 수용소, 감옥, 병영, 공장 등이었다면 성과사회는 피트니스 클럽, 오피스빌딩, 은행, 공항, 쇼핑몰, 유전자 실험실 등의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지배적 공간의 변화는 사회 구성원들 또한 변모시킨다. 이들은 더 이상 ‘복종적 주체’가 아니라 ‘성과주체’로서 각자가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기업가’이다. 곧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자기경영’이 성과사회의 패러다임이다. 규율사회가 부정성의 사회로서 여전히 ‘~해서는 안 된다’라는 금지를 통해 사회를 규제하고자 한다면 성과사회는 긍정성을 동력으로 한다.

 

‘나는 해야만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나는 할 수 있다’는 능력이 성과사회를 이끄는 긍정의 도식이다. 물론 핵심은 이러한 성과주체가 복종적 주체보다 더 빠르고 더 생산적이라는 점이다. 성과주체는 분명 외적인 지배와 착취로부터 자유롭다. 그는 자신의 주인이면서 주권자이다. 하지만 그는 이 자유를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서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내맡긴다. 그리하여 성과 제고를 위한 과다한 노동은 자기 착취로까지 치닫게 된다. 자기 자신이 착취자이면서 동시에 피착취자인 처지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자유에서 새로운 강제가 발생한다는 게 자유의 역설이고 변증법이다.  

 

물론 성과사회에 대한 진단과 성과주체의 발견이 전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서동진의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돌베개)를 통해서 ‘자기계발하는 주체’가 신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읽을 수 있었다. ‘자유의 의지’가 곧 자기를 구속하는 ‘자기계발의 의지’로 전화된다는 게 저자의 문제의식이었다. 그때 자유의 의지가 갖는 부정적 역설은 성과주체가 맞닥뜨리게 되는 자기 착취의 역설과 다르지 않다.

 

<피로사회>가 ‘문화비평’으로서 갖는 강점은 사회적 진단을 병리학적 시각을 통해서 조명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지난 20세기를 안과 밖, 친구와 적, 나와 남 사이의 경계 구분을 문제 삼았던 ‘면역학적 시대’로 규정한다. 면역학적 행동의 본질은 공격과 방어이며 이 패러다임은 철저하게 냉전의 어휘와 군사적인 장치를 통해 기술될 수 있었다. 반면에 오늘날 이질성과 타자성은 점점 지워지고 있다. 오히려 21세기의 병리학적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건 우울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경계성성격장애, 소진증후군 등과 같은 신경성질환들이다. 가령 우울증은 오늘날 성과주체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

 

물론 그러한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곧 자발적 착취의 병리적 결과로서의 우울증은 긍정성 과잉사회에 고유한 질병이다. 우리는 이 ‘우울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저자는 탈진의 피로와는 대조되는 무위의 피로, ‘근본적 피로’를 대안으로 암시한다. 그것은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막간의 시간’을 가능케 하는 피로다. 성과사회 이후에 도래할 ‘오순절-사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피로사회’다.

 

12. 0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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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3년전에 '후쿠자와 유키치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으면서 대표작인 <문명론의 개략>이 다시 나오지 않는 것에 유감을 표한 적이 있는데, 지난주에 <문명론의 개략>(제이앤씨, 2012)으로 출간됐다. 예전에 나왔던 홍성사판도 복사만 해놓고 손에 들지 못하던 차였는데, 이젠 더 미루기 어렵게 됐다. 겸사겸사 그간에 나온 <문명론의 개략> 읽기 텍스트들도 모아놓아야겠다. 문명 담론 전반에 대해서는 전홍석의 <문명 담론을 말하다>(푸른역사, 2012)가 시론이면서 개설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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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론의 개략
후쿠자와 유키치 지음, 임종원 옮김 / 제이앤씨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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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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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강연회 신청은 http://book.interpark.com/meet/webZineMeet.do?sc.themeNo=&_method=detail&sc.page=1&sc.row=10&sc.order=&sc.orderTp=&sc.cond=&sc.statusCond=&sc.mevtNo=29764&listPage=1&listRow=10&sc.mevtTitle= 에서 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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