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신간을 둘러보다가 장석주의 <마흔의 서재>(한빛비즈, 2012)가 뜬 걸 본다. 소개는 이렇다. "마흔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서재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지적 공간에서 오롯이 쉬고, 사유하고, 거기서부터 남은 생의 길을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은 생에 몸살을 앓는 마흔에게 피로한 몸을 누이고, 인생의 초안을 다시 생각하고,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쓰고 고독과 마주하며 자신을 비우고 채울 공간으로 서재를 권한다." 

 

 

바로 떠오른 생각은 '마흔'이 요즘 출판의 대세라는 것. 현재 40대가 가장 많은 인구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니 주목받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체감하기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 2011)이 물꼬를 트지 않았나 싶다(제목에 힘입은 바가 큰 베스트셀러다). 이후에 나온 '마흔서'들 가운데 몇 권을 골라 리스트로 묶어놓는다(상당수는 자기계발서이지만 트렌드를 보여주기에 같이 묶었다). 어느새 마흔도 중반을 지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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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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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즈음에 읽었으면 좋았을 책들
주선용 지음 / 북씽크 / 2012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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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대 리포트- 그들은 왜 바꾸려고 하는가
함영훈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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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셋, 묵자를 만나다- 논어를 끝낼 나이
친위 지음, 이영화.송철규 옮김 / 예문 / 2012년 10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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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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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에 현직기자들의 책을 손에 들었다. 서화숙 한국일보 선임기자의 칼럼집 <민낯의 시대>(클, 2012)와 임지선 한겨레 기자의 <현시창>(알마, 2012)이다. 기자가 저자라는 점 말고도 공통점이라면 제목의 의미를 책을 들춰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는 점(현시창이 '현실은 시궁창'의 준말이라고).

 

 

<민낯의 시대>에서 저자가 던지는 물음은 사뭇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떠올리게도 한다. "왜 어떤 나라는 점점 더 발전하고 어떤 나라는 멈추고 어떤 나라는 심지어 뒷걸음치기까지 하는 걸까." 이런 물음을 갖게 한 것은 물론 최근 5년간 벌어진 뒤걸음치기,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최근 5년 사이에 한국 사회는 다시 뒷걸음치고 있다. 그것도 민주적으로 선출한 정부에 의해 민간인 사찰이 일어나고 자유로운 언론활동이 수사대상이 되고 최고권력층의 불법이나 탈법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위공직자들의 도덕 수준은 불법과 탈법이 일상이 되어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걸러지지 못할 정도로까지 떨어졌다. 김영삼 정부(1993-1998) 때 대통령 아들을 구속 수사할 수 있었던 검찰은 그로부터 15년이 지나서 불법이 드러난 아들에 대해 서면질의로 수사를 덮었다. 북한 또다시 가장 위험한 적이 되었다.(5-6쪽)

저자가 압축해놓은 대로 권력층의 불법과 탈법이 일상적이다 보니 더이상 '자극'이 되지 않는 시대가 우리 시대다. 개탄할 만한 현실이지만 저자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가치전도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역사발전의 디딤돌이 될 거"라고 믿어서다. "겉으로는 공동체 중심을 지향한다고 말하고 글 쓰지만 실제 삶은 자기 이해관계에 빠져 있던 이들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게 오히려 잘됐단 것이다. 왜 그런가.

실제로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겉으로는 공익을 표방한 이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논의들이 쳇바퀴만 돌았던가. 그러니 모두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낸 이후에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진짜 논의가 가능해진다. 한국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민낯을 드러내는 과정은 뼈아프지만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로 인해 삶과 말이 일치하는 진짜 지식인, 진짜 지도자들도 모습을 드러낸다.(7쪽)

그것이 '민낯의 시대'가 갖는 의의다. "누구든 어떤 집단이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옳을 때에만 옳다고 해줄 시대"가 바로 민낯의 시대다. 더이상 가면을 쓰지 않으니 가면에 속을 염려가 줄어든 시대. 하지만 낙관은 아직 이르다. 저자는 2009년 2월 12일자 칼럼에서 이렇게 쓴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부동산 투기를 하고 편법 증여를 받고 논문 조작을 하는 맨얼굴이 다 드러났는데도 이들을 정부각료로 내세우는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각료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낸 세금으로, 국가 전체를 위해 일하라고 기용되는 사람들이다. 추악한 맨얼굴이 드러났는데도 각료로 기용하는 것은 범죄행위임을 이명박 정부는 알아야 한다.(90쪽)

하지만 우리도 이젠 안다. 그걸 알 만한 정부라면 이명박 정부가 아니다. 아니 아무리 범죄행위라 하더라도 "그게 어때서?"라고 대꾸하는 게 이명박 정부다. 우리가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 하는 건 'MB의 추억'(http://www.youtube.com/watch?v=eqr0QyOywbo)과 함께 'MB의 교훈'일 뿐이다.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런 시대를 한번 더 반복해서 살게 될 것이다.

 

 

<현시창>은 한겨레21의 '인권OTL' 시리즈로 이름을 떨친 임지선 기자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마주친 내 또래 청춘들에 관한 기록"이다. 사회부 기자의 취재거리가 될 만한 청춘이라면 대충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막다른 길로 내몰려 살인을 하거나 자살하게 된 청춘들이다. "노동, 돈, 경쟁, 여성" 등의 키워드가 이들 청춘의 고통을 집약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데 취직한다는 학벌사회, 초등학생들까지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경쟁에 미친 사회, 자존심도 인권도 포기한 채 일하길 강요하는 직장문화,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일해야 하는 후진적 노동환경, 돈이면 다 된다며 상위 1퍼센트의 품격을 만끽하라는 물질만능사회, 남편과 아버지가 폭력을 휘둘러도, 직장 상사가 성희롱을 해도 도움받기 어려운 가부장제 사회에서 청춘 개개인은 고통받고 있다.(6쪽)

그래서 나온 푸념 혹은 절망이 '현시창'이다. 절망에 빠진 청춘들에 대한 위로는 요즘 차고 넘친다. 하지만 저자는 그보다 더 필요한 게, 더 중요한 게 현실의 직시라고 본다.

너무 많은 이들이 청춘을 위로하고 치유한다고 나서는 세상이다. 나는 스물네 건의 사연을 내보이며 이래도 세상이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넬 수 있겠냐고 반문하려 한다. 이것은 철수와 영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 잘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미래에 대한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사회는 '나쁜 사회'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7쪽)

두 여성 기자의 칼럼집과 보고서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 미덕이 있다. '민낯의 시대'와 '시궁창 현실'을 직시하게끔 한다. 변화는 그 이후에 가능하다고 그들은 믿는다. 나 또한 그렇게 믿는다...

 

12. 11. 04.

 

 

 

P.S. 기자들의 책을 언급하다 보니 최근 시사IN 기자들이 다시 펴낸 <다시 기자로 산다는 것>(시사IN북, 2012)이 생각난다. <기자로 산다는 것>(호미, 2007) 이후 어느새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창간과 관련한 비밀스런 이야기들과 취재 과정의 뒷담화가 넘쳐난다. 눈물도, 웃음도 있다."고 소개된다. 올해는 사옥도 이전했다고 하는데(주진우 기자의 공이 크다고 들었다) '진짜 언론'이 결국은 승리한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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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좀 하드한 책들이 물망에 올랐다. 제네바학파의 대표적 일원인 장 스타로뱅스키의 <장 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아카넷, 2012)이 이주의 타이틀이다. 가장 빼어난 루소 연구서의 하나로 알려졌는데, 나도 오래전에 영어판을 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번역본을 보니 700쪽이 훌쩍 넘어간다. 영어판도 두꺼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하튼 묵직하다. 탼생 300주년을 맞아 '루소 전집'(책세상)도 나오고 있는 터여서 더 반가운 책.  

 

 

두번째 책은 역시나 학술명저번역의 일환으로 출간된 도밍고 파우스띠노 사르미엔또의 <파꾼도>(아카넷, 2012). '문명과 야만'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데, "1810년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한 이후 전개된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갈등 양상과 그 근원을 '후안 파꾼도 끼로가'라는 한 인물의 독특한 삶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 근현대사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필독 고전으로 꼽힌다"고. 세번째 책은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알베르토 알레시나가 공저한 <복지국가의 정치학>(생각의힘, 2012)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들이 쓴 '미국과 유럽에서의 빈곤과의 투쟁'(원제)이다. 네번째 책은 허버드대 경제학의 거두이자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였던 조지프 슘페터의 전기 <혁신의 예언자>(글항아리, 2012)이다. 로버트 스키델스키의 평전 <존 메이너드 케인스>(후마니타스, 2009)와 자웅을 겨룰 만하다. 마지막 책은 그래도 좀 가볍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사월의책, 2012).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을 부제로 내걸었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갈무리, 2009)와 <인간, 사물, 동맹>(이음, 2010)에 이어 세번째로 소개되는 라투르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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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
장 스타로뱅스키 지음, 이충훈 옮김 / 아카넷 / 2012년 10월
40,000원 → 38,000원(5%할인) / 마일리지 2,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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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꾼도- 문명과 야만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또 지음, 조구호 옮김 / 아카넷 / 2012년 10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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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정치학- 하버드경제학자가 쓴
알베르토 알레시나 외 지음, 전용범 옮김 / 생각의힘 / 2012년 11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54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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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혁신의 예언자- 우리가 경제학자 슘페터에게 오해하고 있었던 모든 것
토머스 매크로 지음, 김형근.전석헌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1월
40,000원 → 36,000원(10%할인) / 마일리지 2,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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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아카데미 강좌로 이달에는 매주 월요일 오후 5시에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을 진행한다. 연극인 및 일반 참가자가 모두 수강하실 수 있다(http://www.ntck.or.kr/Home/Academy/Courses.aspx?CoursesId=10).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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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의 '문화와 세상' 칼럼을 옮겨놓는다. '서울대 대출도서 1위'라고 알려지면서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문학사상사)를 소개하면서 단상을 보탰다(저자의 이름 Jared는 합의된 표기방식이 없는지 제각각 표기되고 있다. 번역본에는 '재레드'로, 알라딘과 몇몇 언론에서는 '제레드'로 표기한다). 개인적으론 다이아몬드의 주요 저작 세 권을 원서와 함께 다시 구입해서 읽고 있다. 그의 신작도 곧 출간된다고 한다.

 

 

 

경향신문(12. 11. 02) ‘도둑정치’와 어떻게 단절할 것인가

 

가을이 깊어가면서 올해의 달력도 마지막 두 장을 남겨놓았다. 하지만 출판계 기준으로는 이달이 마지막달이다. 보통 전년 12월부터 올 11월까지 출간된 책 가운데 올해의 책을 선정하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12월에는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대선이 있기에 책은 대중의 관심사가 되기 어렵다. 화제를 모을 만한 책이라면 그런 ‘경합’을 피해 출간을 앞당기거나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특별한 주목거리가 된 책이 있다.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책으로 알려지면서 신간이 아님에도 종합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른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란 책이다. 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국내에서도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힌 명저이지만 이만한 대중적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은 없다. 묵직한 인문서가 ‘서울대 대출도서 1위’라는 타이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가. 생리학자로 출발했지만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에도 정통한 저자는 조류의 진화를 연구하기 위해 뉴기니 섬에 체류하다가 한 원주민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쇠도끼와 성냥, 의약품에서 우산에 이르기까지 백인들이 들여온 온갖 새로운 물건을 뉴기니 사람들은 ‘화물’이라고 불렀다. 왜 한쪽에는 화물들이 있고 다른 쪽에는 없느냐는 원주민의 물음을 저자는 “인류의 발전은 어째서 대륙마다 다른 속도로 진행됐을까?”란 질문으로 바꾸고 25년 만에 그 해답을 내놓는다. 바로 <총, 균, 쇠>이다.

저자는 민족마다 다른 역사 진행의 차이가 생물학적 차이가 아닌 환경적 차이 때문에 빚어졌다고 본다. 지리적 환경과 생태 환경의 차이가 궁극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역사학자들은 흔히 환경결정론이라고 무시하지만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지식과 자료, 그리고 현장탐사의 경험을 활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그에 따르면 BC 1만1000년경에 시작된 농경(식량 생산)이 모든 변화의 시발점이었다.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은 사회의 지배적 형태를 바꿔놓는다. 다이아몬드는 사회형태를 무리, 부족, 추장사회, 국가로 구분하는데, 농경으로 인한 인구 증가는 점점 더 규모가 큰 사회로의 이행을 촉진했다.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서 계급이 형성돼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나뉘는 비평등사회가 탄생한다. 추장사회와 국가를 특징짓는 비평등사회는 개인이 엄두를 낼 수 없는 일도 해치우지만 한편으론 평민들에게서 빼앗은 것들로 상류층을 살찌우는 ‘도둑정치’의 기능도 갖는다. 대규모 사회는 복잡한 중앙집권적 조직을 갖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사회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거나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 가장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앙집권화를 통해서 권력이 집중되면 권력자는 자신과 친척 및 주변사람들의 배를 불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여러 집단들을 보더라도 자명한 일”이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장물 논란을 빚고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도 그렇고, ‘은닉재산’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시가 30억원 상당의 땅을 딸에게 증여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나 내곡동 특검에 가족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일가를 보아도 그렇다.

국가와 같은 대규모 사회는 중앙집권화될 수밖에 없고 또 이 중앙집권화는 도둑정치로 귀결되기 쉽다면, 진정한 문명과 새정치의 척도는 ‘도둑정치’와 어떻게 단절할 것인가이다. 그런 혁신의 기회를 우리는 잡을 수 있을까.

 

12. 11. 02.

 

 

P.S. '도둑정치'와 관련한 내용은 책의 14장에서 가져왔는데, 우리말 번역에는 오류가 있다. 아래 대목이다.

이처럼 갈등 해결, 의사 결정, 경제, 공간 등의 문제를 모두 고려했을 때 대규모 사회가 결국 중앙 집권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권력이 집중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권력을 가진 사람들(즉 정보를 독점하고 결정을 내리고 물자를 재분배하는 사람들)이 그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과 친척들의 배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현대 사회의 여러 집단을 보더라도 자명한 일이다.(417쪽) 

강조한 대목이 정반대로 옮겨졌는데(그러니 거꾸로 혁신정치의 기대치이다!), 원문은 이렇다. "But centralization of power inevitably opens the door - for those who hold the power, are privy to information, make the desions, and redistribute the goods - to exploit the resulting opportunities to reward themselves and their relatives. To anyone familiar with any modern grouping of people, that's obvious."(288쪽) 곧 권력을 쥔 자들은 자신과 친인척의 배를 불릴 기회를 갖게 되며, 알다시피 그들은 그걸 마다할 사람들이 결코 아니다. 내곡동 특검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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