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시 쓰다가 임시 저장해놓은 페이퍼를 다시 꺼내서 마저 쓴다. 흠, 별로 쓴 게 없군. 어제 습관처럼 새로나온 책을 검색하다가 두 명의 비평가에게 눈길이 멈추었다. 벨기에 출신의 비평가로 제네바학파의 일원인 조르주 풀레와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비평가 세르주(세르쥬) 다네가 그 둘이다. 그리고 풀레의 <비평적 의식>(지만지, 2013)과 다네의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이모션북스, 2013)이 이번에 나온 책이다.
<비평적 의식>은 사실 '오래된 새책'이다. 발췌본이 재작년에 나오기도 했지만 그전에 <비평과 의식>(탐구당, 1990)으로 나왔던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르쥬 뿔레'라고 표기됐었지만 역자는 같다. 이번에 나온 건 번역을 좀 다듬어서 다시 펴낸 것인 듯싶다. 절판되긴 했지만 <인간의 시간>(서강대출판부, 1998)도 나온 적이 있다. '인간의 시간에 관한 연구'이며 "르네상스 이후 각 시대마다 '시간에'관한 관념이 변화해 왔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각 시대의 주요 작가들의 존재적 고기토를 검토하면서 하나의 작품이 어떻게 배태되며, 작가의 사유가 '인간의 시간'과 관련하여 어떻게 발생·전개되고 있는지 치밀하게 연구"한 책이다. 대학원 때 한창 문학이론 공부를 하던 시절이었지만 기억에 그 두 권이 워낙 비싸서 구입해두었는지는 불확실하지만(<비평과 의식>은 구입했다) 여하튼 구면의 저자를 오랜만에 보게 돼 감회가 없지 않다.
조르주 풀레에 대해선 아마도 김현의 <제네바학바 연구>(문학과지성사, 1986)를 통해서 좀더 자세히 알게 됐었는데, 이 책은 절판됐고 현재는 <제강의 꿈>이란 제목으로 전집에 수록돼 있다(원래는 '제강의 꿈'이 부제였다). 마르셀 레몽을 중심으로 알베르 베겡, 장 루세, 조르주 풀레, 장 스타로벵스키 등의 비평을 소개/정리한 책이다. 이후에 레몽(레이몽)의 책은 <프랑스 현대시사>(문학과지성사, 1989; 현대문학, 2007), <발레리와 존재론>(예림기획, 1999)이 번역됐다.
그리고 베갱의 책은 <낭만적 영혼과 꿈>(문학동네, 2001), 장 루세의 책은 <바로크 문학>(예림기획, 2001), 그리고 스타로뱅스키의 책으론 <장 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아카넷, 2012) 등이 소개됐다. 되짚어가며 읽어볼 만한 여건은 마련된 셈이다.
한편 세르주 다네(1944-1992)에 대해서는 예전에 한번 페이퍼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영화잡지들에서 자주 이름을 접한 프랑스의 대표적 영화비평가이다. 카이예 뒤 시네마 편집위원을 거쳐서 자신이 직접 영화잡지 <트래픽>을 창간하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하는데, 소개는 이렇다.
프랑스 영화 비평에 있어 세르쥬 다네는 앙드레 바쟁 이후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이 책 <영화가 보낸 그림 엽서>는 세르쥬 다네가 결국 완성시키지 못했던 책이다. 에이즈로 인한 자신의 때 이른 죽음을 예감한 다네는 ‘본격적인 저서’를 위한 소재로서 동료인 세르쥬 투비아나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최후의 인터뷰의 흔적들이 모인 결과물로서 이 책은 그의 사후인 1994년에 출간되었다. 삶과 영화가 미로처럼 겹치고 지나가면서 다네 자신의 생이 이야기되고 있는 이 책은 ‘영화’와 ‘20세기의 역사’의 몽타쥬이면서 동시에 가장 치열한 영화적 자서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관심을 갖고 있는 비평가라서 조만간 번역본과 영역본을 모두 구해볼 참이다. 수록된 글 가운데 '<카포>의 트래킹 쇼트'는 이윤영 편역, <사유 속의 영화>(문학과지성사, 2011)에도 번역돼 있다...
13. 0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