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사상가이자 예술평론가 폴 비릴리오 가이드북이 출간됐다. 루틀리지 크리티컬 씽커즈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이안 제임스의 <폴 비릴리오>(앨피, 2013). '속도의 사상가'가 부제다. 찾아보니 2008년초에 한번 리스트를 만들어놓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 <시각 저 끝 너머의 예술>(열화당, 2008)이 한권 더 출간됐다. 이번에 나온 가이드북까지 포함하면 총 8권이다. 나로선 <속도와 정치>(그린비, 2004)를 다시 손에 들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의 미학서들도 들춰보고 싶다. <손자>를 올해 읽은 동양고전으로 꼽은 김에 비릴리오 읽기 리스트도 다시 작성해놓는다. 전열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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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비릴리오- 속도의 사상가
이안 제임스 지음, 홍영경 옮김 / 앨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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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저 끝 너머의 예술- 현대예술의 위기 그 시지각의 소멸에 관하여
폴 비릴리오 지음, 이정하 옮김 / 열화당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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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의 기술
폴 비릴리오 지음, 배영달 옮김 / 경성대학교출판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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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속도
폴 비릴리오 지음, 배영달 옮김 / 경성대학교출판부 / 2006년 7월
13,000원 → 13,000원(0%할인) / 마일리지 39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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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에 읽은 건, 아니 아직 다 읽진 않았으니 읽고 있는 건 고종석의 <해피 패밀리>(문학동네, 2013)와 조주은의 <기획된 가족>(서해문집, 2013)이다. <해피 패밀리>는 읽었고 <기획된 가족>은 읽는 중이다. 소설과 보고서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가족'이란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둘은 공통적이다. 그래서 고른 것이기도 하지만.

 

 

<해피 패밀리>는 소설집 <엘리아의 제야>(문학과지성사, 2003) 이후 (소설가로서는) 오랜 침묵 끝에 펴낸 <독고준>(새움, 2010)에 이어진 것이지만, 지난해 절필을 선언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기도하다. 알라딘에서는 이제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처녀작 <기자들>(민음사, 1989)과 품절된 <제망매>(문학동네, 1997)를 포함하면 '고종석 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다섯 권의 책이다. '이게 다예요.'

 

아직 안 읽은 독자에겐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기에 어느 정도 수위에서 줄거리를 소개하는지 관련 기사들을 찾아봤다. 인터뷰 기사도 몇 개 읽고. '금지된 사랑'을 다룬 작품이라는 정도는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 '그 일'이라고만 처리하는 건 장편소설 스타일이 아니다. 여백과 휴지로 말하는 <해피 패밀리>는 '장편소설'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독백들의 모음이고, 오히려 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서정적 진실을, 아니 이 작품의 경우엔 '서정적 위선'들을 모아놓은 시. 그 시적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건 가장 나이 어린 한지현(2006- )이 외할머니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다. 두 사람은 식구의 경계를 무한히 확장시켜 나간다. 

"응, 따지고 보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 우리 식구지."

"그게 무슨 말이야?"

"위로 위로 올라가보면 조상이 똑같을 테니까."

"단군 할아버지 말하는 거야?"
"단군 할아버지도 그렇고, 또 더 위로 위로 올라가면 세상 사람들 모두의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있을 거 아냐?"

"응 그렇구나. 사람들은 모두 식구구나. 그럼 저기 경비 할아버지도 식구고 만둣집 아줌마도 식구고 봄이도 율이도 식구네?"

나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사람들만이 아니란다. 원숭이, 고양이, 개, 사자, 참새, 꽁치, 소나무, 대나무, 장미꽂 이런 것들도 따지고 보면다 식구란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꽁치나 장미꽃이 우리 식구라구?"(182쪽)

이것이 말하자면 식구의 최대 규정이다. 반면에 지현의 아빠 한민형은 식구가 무엇이냐는 딸의 물음에 가족과 친척을 구분하고 부모, 자식과 같이 사는 친척 정도까지만 식구라고 임시로 정의한다. 그것이 최소 규정이다. 가족이라는 사회적 단위는 그 규정들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 잡기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이 소설에서 서로 가장 불화하는 관계인 어머니 민경화(1953- )와 아들 한민형(1980- )이다. 레비스트로스가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면, 민경화는 가족의 경계를 과대평가하고 한민형(과 한민희)은 과소평가한다.

 

민경화는 죽은 친구의 딸 한영미(1983- )를 입양하여 딸로 삼지만 절반은 하녀(가사 도우미?)로 대우한다. 식구이지만 식구가 아닌 것. 이런 거리감각은 소설에서 '속물적'이라고 지칭되지만 한편으론 균형감각이기도 하다. 이 균형감각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가? 한민형과 한민희(1977-2006) 오누이의 근친관계가 된다. 17살의 민희는 14살 민형의 콧등에 담배연기를 뿜어대다가 입술에 입을 맞춘다. 

"왜?"

민형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왜는. 그냥. 오누이끼리 키스를 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197쪽)

한민형이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법대에 진학하는 대신에 인류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건 이 원초적 질문과 금지된 사랑을 감당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그는 자기가 원하던 걸 배우지 못한다. 그는 모든 위선을 혐오하는 허무주의자 주당으로 남는다. 이 소설의 교훈은 무엇일까? 나는 가장 어린 지현의 말에서 찾고 싶다. 꽁치나 장미꽃도 다 식구라는 외할머니의 말에 지현은 좀 난감해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할머니 말씀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바보가 아닌 것 같았다. 설령 바보라 할지라도 엄마나 아빠만큼 바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만 꽁치가 내 식구라고? 어떡하지... 나 꽁치구이 좋아하는데...(183쪽)

꽁치도 같은 식구라면 멋진 일일 수 있지만 같은 식구끼리 잡아먹는 건 곤란할 테니까 좀 난감하다. <해피 패밀리>는 이 난감함을 좀 오래 붙들고 있는 소설로 읽힌다.

 

 

여성학자 조주은의 <기획된 가족>은 '맞벌이 화이트칼라 여성들은 어떻게 중산층을 기획하는가?'란 물음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이 근간이 된 듯한데, 첫 저작인 <현대가족 이야기>(이가서, 2004)가 석사학위논문은 단행본으로 재구성한 것과 비슷하다. '현대'는 여기서 '현대'라는 대기업을 가리킨다(한자도 똑같이 現代다!). 이번에 <페미니스트라는 낙인>(민연, 2007)과 같이 주문하려고 했더니 절판된 책이다.

 

여하튼 저자의 관심이 노동자 가정에서 중산층 가정으로 이동해온 셈인데, 저자 왈 "나는 사람들에게 '신분 상승의 욕구'로 생산직 노동자 가족에서 중간계급으로 주제를 선회했노라며 자조 어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다양한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조사보고서 형식이어서 사회학적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힌다.

 

제목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자면, 행복한 가족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기획되고 관리되는 것이다. <해피 패밀리>의 가족들이 함께 읽고 독서토론이라도 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13. 0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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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공지다. 고등학생들의 인문학 공부 모임인 IRIS의 섭외를 받아 이번 주말에 'IRIS 인문비평 포럼'에 참여하게 됐다. 일정과 포럼 개요에 관한 공지를 IRIS 블로그에서 옮겨놓는다(http://blog.naver.com/weareiris?Redirect=Log&logNo=50159409545).

 

일시: 2013년 2월 16일(토) 오후 4:00-7;00

장소: 벙커원(http://bunker1.ddanzi.com/)

 

일정: 4:00-5:30 IRIS 멤버들 강연

        5:40-6:20 '로쟈' 이현우 선생님 강연

        6:20-7:00 이진경 선생님 강연

 

로쟈.jpg굴뚝.jpg

 

기획개요

다른 세계!!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지난 12월 19일, 우리 모두가 이를 요구하며 투표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익숙한 개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정치인, 경제학자와 사회운동가들은 다양한 '살만한 세상들'을 이야기해왔다. 이번 IRIS 인문비평 포럼은 이러한 '다른 세계'라는 큰 주제 하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해나가는 논의의 장이다. 인문비평 공공체 IRIS의 멤버들, 서평가 '로쟈' 이현우, 인문학자 이진경 등 많은 분들이 강연하시니 놓치지 마시라!!

 

13. 02. 11.

 

 

P.S. 주최측에서 무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제가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라고 하여 떠올린 책은 예란 테르보른의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 토니 주트의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슬라보예 지젝의 <멈춰라, 생각하라> 등이다. 무슨 얘기를 할지는 당일 IRIS 멤버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궁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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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면서 항상 덧붙이는 말씀은 '건강하세요!'다. 더불어 듣는 말씀도 이젠 건강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니, 한국의 가족 모임에서 '건강'은 빠지지 않는 화제다. 그리고 보통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면 아픈 사람이 한둘은 끼기 마련이다. 굳이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더라도 저마다 한두 가지씩의 지병은 마치 생의 비밀처럼 갖고 있다. 건강서는 관심분야가 아니지만 이런 빌미로 가끔씩은 훑어보게 된다. 최근에 기억나는 책들도 몇권 있어서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타이틀은 윤철호의 <스스로 몸을 돌보다>(상추쌈, 2013)에서 가져왔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의사가 아니라 변호사다. 저자 자신이 오랜 투병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건강하게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책으로 엮었다. 기본 아이디어는 '구석기시대 식사법'이다. 우리 마음이나 몸이 구석기시대의 환경에 맞게 진화돼 온 만큼 그 당시의 환경을 고려한 식단이 몸에 좋을 거라는 착상이다. "구석기시대의 식생활은 그대로 따라야 할 구체적인 행동 수칙이라기보다는 이상이나 목표로 삼을 식사법이다."(191쪽) 흥미롭게도 존 앨런의 <미각의 지배>(미디어윌, 2013)를 보면 구석기 다이어트에 관한 책이 미국 서점가를 장식한 지 꽤 오래 됐다('구석기 다이어트' 혹은 '진화 다이어트'란 이름의 책들이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많이 나왔다고). 우리에겐 작년에 로렌 코데인의 <구석기 다이어트>(황금물고기, 2012)란 책이 소개됐지만 별로 반응을 얻지 못한 듯하다. 이 두 책 사이에 의사와 약사 들의 비밀에 대한 책들을 넣었다. 의약사의 도움을 적절히 받으려면 우리도 알 건 아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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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몸을 돌보다- 제도권 의료 시스템의 덫을 넘어
윤철호 지음 / 상추쌈 / 2013년 1월
38,000원 → 34,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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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의학의 진실
데이비드 뉴먼 지음, 김성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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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약사가 알려주는 대한민국 약의 비밀
김정환 지음 / 경향BP / 2013년 1월
14,300원 → 12,870원(10%할인) / 마일리지 71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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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약사도 잘 모르는 약 이야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지음 / 이매진 / 2013년 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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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IN(설 합병호)에 실은 서평을 옮겨놓는다. 먹을 거리가 풍성하고 또 많이 먹게 되는 설 밥상을 염두에 두고 존 앨런의 <미각의 지배>(미디어윌, 2013)를 골랐다. 과학정보가 많이 포함돼 있어서 빨리 읽히지는 않지만 이 주제에 대한 다른 책들도 더 읽어보고픈 욕구를 부추기는 책이다. "인류 진화사와 현대 생물학을 결합하여 ‘먹는 자’와 ‘먹을 것’에 관한 신선한 아이디어의 만찬을 우리에게 융숭히 대접하고 있다! <미각의 지배> 음식에 담긴 심오하고 다양한 의미를 해석한 매력적인 책"이라고 추천한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사이언스북스, 2011)과 출간시 화제가 됐던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다른세상, 2008)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다. 독서가 진화적 본능일 리 없지만 다양한 책을 읽어야만 지적 허기가 충족되는 독서본능은 혹 요리본능이 변형된 게 아닌가란 생각도 문득 든다... 

 

 

 

시사IN(13. 02. 09/16) 인간, 참 이상한 잡식동물

 

인간을 통상 ‘생각하는 동물’로 규정하지만 좀 더 구체화하면 어떻게 될까. 가령 <미각의 지배>(미디어윌)의 저자 존 앨런에 따르면 인간은 ‘생각하는 잡식동물’이다. 혹은 이렇게도 변주된다. ‘음식을 생각하는 동물’. 신경문화인류학자라는 직함의 저자는 신경과학과 문화인류학을 접목하여 “인간이란 종이 어떻게 두뇌를 사용해 음식을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이 분야의 다양한 연구성과를 흥미로운 사실들과 함께 요리해놓았다.

 

 


압축하면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 모든 동물은 먹어야 산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음식에 관해서 인간만큼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을 가진 동물은 없다. “인간 외에도 잡식동물은 있지만 인간의 잡식성은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러니 ‘초잡식동물’로서 인간의 식이행동은 동물적인 행동이 아니라 매우 인간적인 행동이다.


인간은 어쩌다가 그토록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됐을까. 진화사의 초기에 최초로 직립보행을 한 유인원이 나타났다. 두발로 걷는 유인원이 수백만 년에 걸쳐 여러 종으로 진화했고 아프리카대륙을 벗어나 세계 각지로 이동했다. 보통 영장류는 포유류와 달리 나무 위에서 서식하는데, 직립보행을 하면서 인류의 조상은 숲에서 나오게 됐고 식물성 음식뿐 아니라 동물성 음식, 즉 고기도 섭취하게 됐다. 즉 어느 시점에선가 초식동물에서 잡식동물로 변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모든 생활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사냥에 성공하려면 집단적 협력과 함께 노동의 분화가 필요했고, 지능이 높아져야 했기 때문이다.


두뇌 크기 증가는 인간 진화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부피로만 따지면 두뇌는 신체의 2%트에 지나지 않지만 안정시대사율의 20-25퍼센트가 두뇌 때문에 발생한다. 그 비율이 다른 영장류의 경우 8-13%이고, 포유류는 3-5%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에너지 소모를 어떻게 감당했을까? 육류와 고칼로리 식물성 음식의 섭취가 해법이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소장은 다른 영장류의 60% 수준이다. 소장이 작기 때문에 절약할 수 있는 열량이 큰 두뇌를 유지하는 데 투입된다.


잡식성으로의 변화와 함께 인간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불을 이용한 조리 기술의 발견이다. 불을 이용함으로써 다양한 식재료들을 바삭한 음식으로 바꾸어 먹을 수 있게 됐다. 저자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가 바삭한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원래 영장류가 즐겨 먹던 곤충의 맛을 떠올려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식이행동에는 문화적 선호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왜 미국인들은 간편한 음식을 좋아하고 프랑스인들은 탐미적인 식사문화를 즐길까. 뜻밖에도 서로 다른 음식문화의 이념적 뿌리는 똑같이 평등이다. 구대륙에 비해 식량이 풍부했던 미국은 음식문화의 평등이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것을 의미했고, 프랑스의 경우에는 음식의 맛을 평가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사회계층 이동의 수단으로 간주됐다. 대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음식을 심미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음악과 미술을 토론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허용된 주제였다. 그것이 어떻게 평등이란 이념에 부합하는가. 미식가의 세계에서는 돈도 권력도 통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오직 먹는 사람의 입과 음식의 관계에서만 결정된다는 것.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한국식 통념과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13. 02. 09.

 

 

 

P.S. 영어 단어 'food'를 '음식'이 아니라 '식량'으로 옮길 경우에는 문제의 지평이 달라진다. 당연히 읽을 책의 종류도 달라지는데, 식량 문제를 다룬 책들도 드물지 않게 출간되고 있다. 톰 스탠디지의 <식량의 세계사>(웅진지식하우스, 2012), 제니퍼 클랩의 <식량의 제국>(이상북스, 2013), 에릭 밀스톤, 팀 랭의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낮은산, 2013) 등을 꼽아볼 수 있다. 마지막 책은 식량 문제를 총체적으로 일람하게 해주는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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