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충분히 잔 듯한데도 계속 눈이 감기는 휴일 낮이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폭염과 관계가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사실은 '이주의 재발견'이다. 오래된 새책이기도 하니까. <잠 못 이루는 행성>(들녘, 2002)이란 제목으로 나왔던 어니스트 지브로스키의 <요동치는 지구 잠 못 드는 인간>(들녘, 2013)을 두고 한 말이다.

 

 

제목으로 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는 책이다. 부제는 '참혹한 자연재해, 치열한 과학의 도전'. 2002년판의 부제는 '인간은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였다. 원저는 1999년에 나왔다. 알라딘에는 2004년판이 뜨는데, 개정된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저자는 물리학 박사이고, 이번에는 '어니스트 지브로스키 2세'라고 표기됐지만 풀네임을 적어준 것일 뿐 '어니스트 지브로스키'의 아들이 아니라 동일인이다. 어떤 내용의 책인가.

요동치는 지구로 인해 잠 못 드는 인간들을 위해 쓰여졌다. 우리가 알아야 할 자연재해와 재난과학에 대한 사실들이 충실하게 담겨 있다. 파괴적인 자연 현상들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에 대하여 알아보며, 특히 근본적인 과학 탐구, 기술 혁신과 궁극적인 대중 정책들 간의 상호 작용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흥미진진한 사례들과 탁월한 문장력으로, 우리가 몰랐던 지구의 비밀과 거기에 도전하는 과학기술의 역사가 펼쳐진다.

지구가 '요동치는 행성'이란 사실이 자주 간과되기에 자연 재난에 대해 오히려 속수무책이었던 건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의 기본값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안정'이 아니라 '요동'으로.

 

최근 일본 열동의 화산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려는 조짐이 보인다 하고, 한반도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주기적이긴 하지만, 폭염이 끝남과 동시에 태풍이 몇차례 한반도를 스치고 지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어떤 행성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사실확인 차원에서라도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열대야 때문에 고생한 이들이라면 더더욱...

 

13. 0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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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에서 펴내는 반연간지 <연극>(제5호)에 러시아 연출가 레프 도진의 인터뷰가 실렸다(그밖에도 흥미로운 인터뷰가 많이 들어 있다). 지난봄 체호프의 <세자매> 공연을 위해 방한했었고, 한양대 이지연 HK연구교수가 인터뷰어로 그를 만났다. 일부를 옮겨놓는다.

 

 

 

연극(13년 여름) 무대 위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위대한 비극의 주인공들이다: 레프 도진

 

(...)

 

이지연: <형제자매들>은 당신의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이다. 그런데 사실 이처럼 하루 종일을 보아야 하는 엄청난 길이의 연극이라는 것도 우리의 관점에서는 상당한 파격이다. 

 

 

레프 도진: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영혼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이다.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요즘 세상은 그러한 깊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인간들은 점점 단순하게 생각하고 인간의 언어는 점점 짧아져 간다. 인간의 언어가 점차 짧게 축약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인간은 복잡해져야 한다. 길고도 복잡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복잡함을 무대 위에 길게 펼쳐내는 것, 복잡할 뿐 아니라 때로는 모순된 인간의 내면을 무대 위해서 비로소 드러내는 것, 이것이 내가 연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긴 상연 시간이나 연극의 독특한 형식들은 무엇보다 이러한 관념적이고 사상적인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인간의 삶에는 사상이, 관념이 필요하다.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언어, 풍성한 언어로 끊이지 않는 긴 생각을 무대 위에 펼쳐 놓는 것이 내 연극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어제 보니 젊은이들이 많이 연극을 관람하고 있었다. 점점 고속화 되고 간결해지는 이 시대에 그런 젊은 세대가 나의 연극을 보는 것이 기쁘다.

 

(...)

 

이: 그렇다면 현대 러시아 소설 중에서 새롭게 상연을 기획하고 있는 레퍼토리가 있는가?

 

 

도: 늘 원하는데 아직 맘에 딱 드는 깊이 있고 위대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최근 재미있게 읽은 자하르 프리레핀의 『산카』 같은 작품이 맘에 드는데 몇몇 부분에서 무대화에 제약이 있어 상연이 쉽지 않다. 최근 많은 산문 작품들을 읽고 있다. 언젠가 좋은 작품을 만나 그것을 상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이 지적했듯 나는 늘 시대의 형상을 무대 위에 그려내고자 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20세기 러시아의 전 역사를 포괄하는 대작을 만들고 싶다. 1차 대전 시기로부터 시작해서 혁명과 소련 시대, 소련의 붕괴와 현대 러시아에 이르는 20세기의 전 역사를 포괄할 수 있는 대작이 있으면 좋겠다. 트리포노프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인>(1988) 같은 작품도 그런 부류의 작품이었다. 2차 대전 코사크들을 다룬 매우 비극적이고 위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무대 위에 연대기를 창조하고 싶다. 그리고 그 연대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삶을 그리고 싶다. 위대한 러시아 소설을 발굴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20세기 초부터 전 역사를 관통하는 그런 작품을 한 번 상연해 보고 싶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려 한다. 연출가에게 독서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나는 철학 서적을 많이 읽는다. 칸트의 저작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한때 러시아 철학에 심취한 적도 있고 하이데거 등을 비롯한 실존철학에 몰두한 적도 있다. 요즘은 입센과 프리레핀, 콘래드 등을 읽고 있다. 책은 나의 연극의 힘이다. 근데 매일 연극을 올리다 보면 책 읽을 시간이 없다. 머리맡에 책을 쌓아두기만 한다. 그래서 휴가 때가 되어 큰 가방에 책을 가득 채우고 한적한 곳으로 떠나는 것이 너무 좋다. 사람들이 전자책 같은 걸 선물해 주기도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그건 좀 적응이 안 된다.

 

(...)


13. 08. 24.

 

 

P.S. 인터뷰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가 프리레핀이다('프릴레핀'이라고 표기해야 될지 모르겠다). 1975년생 작가로 <산캬>는 2006년에 발표한 데뷔작이다. 국내에도 소개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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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후보군이 많지 않아서 선정은 금세 이루어졌다. 먼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 그의 문학론을 엮은 <문학의 행위>(문학과지성사, 2013)가 출간됐다. 영어로 나온 앤솔로지로 <종교의 행위>와 짝을 이루는 책.

 

 

오랜만에 데리다의 책이 나온 듯싶어 찾아보니 단독 저서로는 개정판 <그라마톨로지>(민음사, 2010) 이후 3년만이다. <문학의 행위>는 '문학이라 불리는 이상한 제도'란 제목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하여 카프카의 우화 '법 앞에서'에 대한 해체적 독서와 퐁주와 첼란에 대한 글 등을 포함하고 있다. 모처럼 음미하며 읽을 만한 책이 출간돼 반갑다.

 

 

 

그리고 두번째 저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서평가'라는 마이클 더다. 신작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유문화사, 2013)이 출간됐다. 그의 독서 에세이는 <오픈북>(을유문화사, 2007)을 필두로 하여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유문화사, 2009), <북 by 북>(문학동네, 2009) 등이 연이어 나왔고, 이번에 약간 터울을 두고 나온 책이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이다. 소개에 따르면, "2012년 에드가 상 수상작. 셜록 홈즈를 비롯한 코난 도일의 작품 이야기이자 그의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을 담은 책. 셜록 홈즈 이야기 그 너머로 나아가 글쓰기의 주목할 만한 본체를 탐구해 보자는 초대장이자, 줄거리와 분위기에 대한 찬탄, 모험과 로맨스, 독서의 즐거움에 관한 책이다." 셜록 홈즈 이야기를 다시 손에 들고 싶도록 만드는 책.

 

 

세번째는 '하버드대 박사'로 소개되는 미국의 한국학 전공자(현재는 경희대에 재직중)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다. 한국 이름이 이만열(원로 역사학자와 동명이인이다). 대표적인 한국통이라고 할 그가 보기에 한국은 좀 이상한 나라라고 한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자신의 위상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를 가진 이상한 나라이다. 그가 보기에 지금까지 한국은 국제사회에 제대로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한 적이 없고, 정부와 한국 정부 스스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 브랜드로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 엄청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나라이지만 그것을 전혀 이용하거나 살리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부끄러워하고 하찮게 여기면서 그것들을 점점 없애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의 훌륭한 문화적 유산에 넘치는 애정을 갖고 그것을 어떻게 지키고 살려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노마드북스, 2011)를 필두로 해서 <세계의 석학들,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다산북스, 2012), 그리고 이번에 낸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21세기북스, 2013)까지 '하버드대 박사가 본 한국의 가능성'이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해봐도 좋겠다..

 

13.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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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폭염이고 다시 주말이다.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제이 하먼의 <새로운 황금시대>(어크로스, 2013)로 골랐다. '비즈니스 정글의 미래를 뒤흔들 생체모방 혁명'가 부제. 분야도 '창업정보'와 '생명과학'에 걸쳐 있다.

 

 

어떤 책인가. "생체모방 혁명에 뛰어들어 기술의 신세계를 개척한 저자가 들려주는 흥미롭고도 신기한, 비즈니스와 과학에 관한 모든 것이 담긴 책"이다. 과학과 기술과 비즈니스가 어떻게 접속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일 듯싶다. 참고로 생체모방을 다룬 책으론 재닌 M. 베니어스의 <생체모방>(시스테마, 2010)이 나온 바 있다.

 

 

두번째 책은 국내 저자 7인이 쓴 <화폐 이야기>(부키, 2013)다. "인류의 화폐가 어떻게 시작되고 진화해 현대 사회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화폐에 대한 인류의 애증과 윤리는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화폐 제도에서 파생하는 권력관계와 이를 둘러싼 다툼의 역사는 어떠했는지, 오늘날 화폐 제도를 관장하는 중앙은행의 표준을 제시한 영란은행은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 같은 선지자들의 화폐에 대한 식견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살펴"보는 책. 지난주에 나온 책으로 마르그리트 케네디의 <화폐를 점령하라>(아포리아, 2013)와 같이 읽으면 좋겠다.

 

 

세번째 책은 충성과 배신의 딜레마를 다룬 에릭 펠턴의 <위험한 충성>(문학동네, 2013). 미국의 칼럼니스트가 쓴 충성에 대한 인문적 성찰이다. 개인적으로 추천사를 보탠 책이기도 한데, 이렇게 적었다.

충성이란 말에서 교련이나 군대를 먼저 떠올리는 한국인에게 충성은 미덕이라기보다는 의무다. 미덕이라 하더라도 사유나 성찰과는 정반대편에 놓일 것이다. 충성은 무조건적 복종이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통념 아닌가. 에릭 펠턴의 <위험한 충성>은 충성에 대한 인문적 성찰이란 점에서 예외적이다. 충성을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이란 사전적 의미 대신에 ‘믿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미덕’이라고 정의할 때부터 뭔가 막힌 것이 뚫리는 듯하다. 그와 더불어 비로소 충성을 제대로 사유할 수 있게 됐다.

네번째 책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칼럼니스트 로제 폴 드르와의 <위대한 생각과의 만남>(시공사, 2013)이다. 사유의 거장들에 대한 소개서로 "프로이트, 러셀, 사르트르, 비트겐슈타인, 카뮈, 간디 등 20세기를 화려하게 수놓은 스무 명의 위대한 지성들을 한 명 한 명 심도 깊게 만난다." 저자의 책으론 <처음 시작하는 철학>(시공사, 2013), <일상에서 철학하기>(시공사, 2012) 등이 소개돼 있는데, <위대한 생각과의 만남>은 <처음 시작하는 철학>의 속편 격이다.  

 

 

마지막 다섯번째 책은 일본의 추리소설가 온다 리쿠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 <메갈로마니아>(문학동네, 2013)다. 소설을 읽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는데, 심심찮게 여행기도 쓰는 모양이다(소설보다 여행기가 더 궁금하다). 책소개는 이렇게 나간다.

추리소설가 온다 리쿠, 라틴아메리카에 가다. 중남미 고대문명을 조명하는 NHK 방송 프로젝트의 일부로 여행기를 써줄 것을 제안받은 그녀, 잘 알려진 대로 고질적인 비행공포증을 호소하며 거절했지만 결국 여행길에 오른다. 그런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열한 번의 비행 일정과 상상력 풍부한 작가조차 주눅들게 하는 고대문명의 거대한 광경이다. 어린 시절부터 중남미 고대문명에 심취했음을 고백하며 잔뜩 신이 난 아이처럼 멕시코, 과테말라, 페루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 쉴새없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온다 리쿠의 트래블노트'라고 소개된 <구석진 곳의 풍경>(책읽는수요일, 2013)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새로운 황금시대- 비즈니스 정글의 미래를 뒤흔들 생체모방 혁명
제이 하먼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8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3년 08월 24일에 저장
절판

화폐 이야기- 일곱 개 키워드로 읽는 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송인창 외 지음 / 부키 / 2013년 8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3년 08월 24일에 저장

위험한 충성- 충성과 배신의 딜레마
에릭 펠턴 지음, 윤영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45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8월 24일에 저장

위대한 생각과의 만남- 사유의 스승이 된 철학자들의 이야기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8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8월 2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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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가 쓴 베케트론이 출간된다거나 바디우가 쓴 베케트론이 소개되는 건 놀랍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의 베케트론이 마치 짜맞춘 듯이 나오는 건 좀 놀랍다(진짜로 일정을 맞춘 것일까?). 들뢰즈의 <소진된 인간>(문학과지성사, 2013)과 바디우의 <베케트에 대하여>(민음사, 2013)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진된 인간>의 부제는 '베케트의 텔레비전 단편극에 대한 철학적 에세이'다.

 

 

들뢰즈의 문학론은 <카프카>(동문선, 2001)와 <비평과 진단>(인간사랑, 2000) 등을 참고할 수 있고 도널드 보그의 <들뢰즈와 문학>(동문선, 2006)이란 요긴한 안내서도 나와 있다. 창작에도 열정을 쏟고 있는 바디우의 경우 <비미학>(이학사, 2010)이나 <바그너는 위험한가>(북인더갭, 2012), 그리고 <조건들>(새물결, 2006) 등을 그의 미학과 예술론으로 참고할 수 있다. <조건들>에는 베케트에 관한 장도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동일한 작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비록 같은 작품을 다루는 건 아니지만) <소진된 인간>과 <베케트에 대하여>는 베케트 이해뿐 아니라, 두 철학자를 비교하는 데도 도움을 줄 듯싶다.

 

소개글을 참고하면, <소진된 인간>은 "베케트 작품의 감각적 사유를 철학적으로 재해석한 들뢰즈의 독창적 에세이. 피로와 소진이라는 개념을 문제 삼은 들뢰즈 말년의 예술철학 에세이"이고, 좀더 긴 분량의 <베케트에 대하여>에서 바디우는 "바디우는 베케트 문학에서 부조리와 절망과 허무의 징후들만을 읽어 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존재와 언어 사이의 극도의 긴장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을 다시 견뎌 내고자 하는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을 발견한다."

 

 

개인적으론 몇년 전 대학 도서관에서 <베케트와 바디우: 간헐성의 파토스> 같은 책이 눈에 띄길래 바디우의 베케트론이 궁금하던 차였는데, 실물을 볼 수 있게 돼 반갑다. 

 

 

 

아쉬운 건 베케트 희곡집이 충분히 나와 있지 않은 점. 예전에 <사무엘 베케트 희곡전집1,2>(예니, 1993)가 나온 적이 있는데, 절판된 지 오래 됐다. 믿을 만한 비평판이 나오면 좋겠지만, 작품의 난해성을 고려하면 기대 난망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엔드게임> 같은 대표작들은 복수의 번역본으로 나와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세계문학전집판이라면 더 믿을 만하겠다...

 

13. 0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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