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가 쓴 베케트론이 출간된다거나 바디우가 쓴 베케트론이 소개되는 건 놀랍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의 베케트론이 마치 짜맞춘 듯이 나오는 건 좀 놀랍다(진짜로 일정을 맞춘 것일까?). 들뢰즈의 <소진된 인간>(문학과지성사, 2013)과 바디우의 <베케트에 대하여>(민음사, 2013)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진된 인간>의 부제는 '베케트의 텔레비전 단편극에 대한 철학적 에세이'다.

 

 

들뢰즈의 문학론은 <카프카>(동문선, 2001)와 <비평과 진단>(인간사랑, 2000) 등을 참고할 수 있고 도널드 보그의 <들뢰즈와 문학>(동문선, 2006)이란 요긴한 안내서도 나와 있다. 창작에도 열정을 쏟고 있는 바디우의 경우 <비미학>(이학사, 2010)이나 <바그너는 위험한가>(북인더갭, 2012), 그리고 <조건들>(새물결, 2006) 등을 그의 미학과 예술론으로 참고할 수 있다. <조건들>에는 베케트에 관한 장도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동일한 작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비록 같은 작품을 다루는 건 아니지만) <소진된 인간>과 <베케트에 대하여>는 베케트 이해뿐 아니라, 두 철학자를 비교하는 데도 도움을 줄 듯싶다.

 

소개글을 참고하면, <소진된 인간>은 "베케트 작품의 감각적 사유를 철학적으로 재해석한 들뢰즈의 독창적 에세이. 피로와 소진이라는 개념을 문제 삼은 들뢰즈 말년의 예술철학 에세이"이고, 좀더 긴 분량의 <베케트에 대하여>에서 바디우는 "바디우는 베케트 문학에서 부조리와 절망과 허무의 징후들만을 읽어 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존재와 언어 사이의 극도의 긴장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을 다시 견뎌 내고자 하는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을 발견한다."

 

 

개인적으론 몇년 전 대학 도서관에서 <베케트와 바디우: 간헐성의 파토스> 같은 책이 눈에 띄길래 바디우의 베케트론이 궁금하던 차였는데, 실물을 볼 수 있게 돼 반갑다. 

 

 

 

아쉬운 건 베케트 희곡집이 충분히 나와 있지 않은 점. 예전에 <사무엘 베케트 희곡전집1,2>(예니, 1993)가 나온 적이 있는데, 절판된 지 오래 됐다. 믿을 만한 비평판이 나오면 좋겠지만, 작품의 난해성을 고려하면 기대 난망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엔드게임> 같은 대표작들은 복수의 번역본으로 나와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세계문학전집판이라면 더 믿을 만하겠다...

 

13. 0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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