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관련서가 한꺼번에 여럿 출간됐기에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강준만 교수의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인물과사상사, 2013)는 '주제가 있는 미국사'가 부제. 17권에 달하는 <미국사 산책>을 이미 완간한 만큼 '주제별 미국사'는 얼마든지 가능할 듯싶다(띠지로 보아 네이버에 연재도 됐던 모양이다). 안효상의 <미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민음인, 2013)은 일종의 포켓북으로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 과정들을 되짚어 보며 앞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어떻게 재편될 것인지 가늠해 본다." 김봉중의 <오늘의 미국을 만든 미국사>(역사의아침, 2013)는 <미국은 과연 특별한 나라인가>(소나무, 2001)의 개정판.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다른, 2013)도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다른, 2008)의 개정판이다. 만화판이지만 원저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한 초기 역사에서부터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기까지,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되어 온 미국의 침략 역사를 낱낱이 파헤쳐 보여 준다." <조지 케넌의 미국 외교 50년>(가람기획, 2013)은 "1,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관통하는 현대사의 격동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국제 정세의 흐름을 주도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제국의 책사’ 조지 케넌의 강연과 논문을 모은 전설의 고전". 작년에 나온 60주년 기념판을 대본으로 했다면 원저는 1952년에 나온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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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3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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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안효상 지음 / 민음인 / 2013년 9월
6,800원 → 6,120원(10%할인) / 마일리지 3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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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을 만든 미국사- 역사 속 미국의 정체성 읽기
김봉중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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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진짜 미국이야기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13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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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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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는 처음으로 공저를 골랐다. 국내 학자들의 논문을 모은 '논문선' 시리즈의 첫 책 <속물과 잉여>(지식공작소, 2013). 10명의 논문 10편을 백욱인 교수가 '속물'과 '잉여'를 주제로 묶었다.

 

 

 

<잉여의 시선으로 본 공공성의 인문학>(이파르, 2011)에 수록됐던 김수환 교수의 논문 '너희가 병맛을 아느냐'는 '웹툰에 나타난 세대의 감성구조'란 제목으로 재수록됐다. 언젠가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4977735), 웹툰 '이말년 월드'를 다룬 논문이다. "병맛 만화라는 이 기이한 콘텐츠는, 결국은 게임이나 현실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 '현실 자체가 레벨이 존재하는 슈퍼인생게임이라는 걸'(<슈퍼인생게임>) 깨달아야만 하는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태어났다."는 게 필자의 진단. 그밖에도 다양한 주제와 시각의 논문들이 한데 묶였다. 취지는 무엇인가.

1990년대 이후 변화한 한국 사회의 에토스를 ‘속물’과 ‘잉여’라는 두 용어를 통해 포착하고, 관련 우수 논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대개 논문은 속물과 잉여의 탄생과 활동이 신자유주의적 정보자본주의와 맺고 있는 깊은 연관성에 주목한다. 이미 발표된 논문 가운데 우수 논문을 주제별로 선별해 일반 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학계와 대중의 만남을 새롭게 모색하는 ‘논문선’ 기획물의 첫 권이다.

일단은 문화비평 범주의 논문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주제에 따라서 분야도 더 확장될 수 있으리라. 학계와 일반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줄 수 있는 기획이라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혹 속물과 잉여의 식별법을 아시는지? 책에 따르면, 속물은 "체제 내에 포섭되어 축적하고 소비하는 주체"로 "재산과 지위를 축적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그러나 정작 자기 주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없다. 생존력이 매우 질기고 거짓말도 잘한다." 그럼, 잉여는? "속물 대열에 가담하여 속물 지위를 얻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한 자들 가운데 속물 되기를 유예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체제 안에서 살지만 이상한 방식으로 체제에 포섭된 몸의 비듬 같은 존재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하는 '영여짓'이 정보자본주의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의 서술이라면 활달한 지성들과의 만남을 기대해도 좋겠다...  

 

13.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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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내지 심리철학의 '고전'급에 해당하는 책이 번역돼 나왔다. 대니얼 데닛의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옥당, 2013). 데닛의 대표작으로 원저는 1991년에 출간됐다. "이 책은 신경생물학자, 인지심리학자, 인공지능학자와 수년 동안 교류하고 협력한 결과물이다. 이해하기 쉽지만 진부하지 않고, 재치 넘치지만 진지하며, 정보로 가득하지만 사실들에 빠져 헤매지 않는 최고의 저작이다."(콰메 앤터니 애피아)란 평가를 참고할 수 있다. 상당한 분량의 책이어서 원서를 구해볼 욕심을 내지 못했는데, 번역본이 출간된 걸 보고 바로 주문했다(이제 남은 건 그의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다). 겸사겸사 그간에 나온 데닛의 책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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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대니얼 데닛 지음, 유자화 옮김, 장대익 감수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3년 10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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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깨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종교라는 주문에 사로잡혔는가?
대니얼 데닛 지음, 김한영 옮김, 최종덕 해설 / 동녘사이언스 / 2010년 5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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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유는 진화한다- 자유의지의 진화를 통해 본 인간 의식의 비밀
대니얼 C. 데닛 지음, 이한음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9년 10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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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의 진화- 대니얼 데닛이 들려주는 마음의 비밀
대니얼 C. 데닛 지음, 이희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17,500원 → 15,750원(10%할인) / 마일리지 8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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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에서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이달 8일부터 11월 24일까지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 1969년 초연된 이래 무려 44년간 공연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몇 차례 볼 기회를 놓쳤었다. 공연 기간이 넉넉한 만큼 이번에는 관람해볼 참이다.

 

 

 

소극장산울림은 개관 28주년 기념공연으로 사뮈엘 베케트 작/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10월 8일부터 11월 24일까지 소극장산울림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고 밝혔다. 최근 지젝과 함께 방한해 철학 컨퍼런스를 하고 있는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베케트에 대하여'(민음사 출판)는 이 작품이 절망이 아닌 희망의 메세지라는 새로운 해석으로 주목을 받았다. 베케트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쓰기 전 자필원고가 최근 공개되면서 작품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1969년 초연된 작품으로 44년 간 공연을 하고 있다. 산울림 관계자는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이 세계적인 문제작을 한국의 임영웅연출이 만나 “한국의 고도”를 만들기까지는 그의 뛰어난 해석과 최고의 배우들, 스텝들의 땀과 열정이 있었고, 무엇인지도 누구인지도 모를 '고도’ 를 함께 기다려준 관객들이 있었다"고 전했다.(쿠키뉴스)

 

알다시피, 최근에 바디우의 <베케트에 대하여>(민음사, 2013)와 들뢰즈의 베케트론 <소진된 인간>(문학과지성사, 2013)이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 아쉬운 건 베케트의 희곡 소개가 아직 미진하다는 점이다. '베케트론'을 읽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만큼의 번역본은 나와주었으면 싶다...

 

13. 0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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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갓길에 우편함에서 <월간 에세이>(10월호)를 들고 왔다. 지난 여름에 '에세이'를 청탁받고 쓴 글이 이달에 실렸기 때문이다. 카뮈의 <시지프 신화>에 대해 짧게 적은 글을 찾아서 옮겨놓는다.

 

 

 

월간 에세이(13년 10월호) 좋은 에세이, 좋은 시도

 

에세이란 말의 출처는 프랑스어 ‘엣세’다. 흔히 <수상록>으로 번역된 몽테뉴의 책 <엣세>가 내가 알기론 ‘에세이’의 기원이다. 고유명사가 장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전환됐다고 할까. ‘엣세이에’(시도하다)란 동사에 근원을 두고 있는 말이어서 내게 ‘에세이’는 뭔가를 시도한 결과물을 떠올려준다. 이 ‘시도’는 책임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내 식대로 구별하면 그게 ‘기획’과의 차이다. ‘시도’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마다하지도 않는다. 주사위를 던져서 원하는 숫자가 나올 확률이라고 해도 좋겠다. 반복해서 던지면 분명 한번은 원하는 숫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개 시도는 시도 자체에서 의의를 찾는다. “좋은 시도였어!”라는 격려의 말이 보통 그런 뜻을 함축한다.


프랑스어에 기원을 두어서인지는 몰라도 에세이란 장르에서 내가 연상하는 책은 몇 권의  프랑스 책이다. 프랑스인 저자가 쓴 책들 말이다. 중학교 때 라디오방송에서 들은 몇 가지 내용이 흥미로워서 처음 구입했던 <수상록>을 제쳐놓으면 내가 읽은 에세이의 서두에 오는 건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다. 짐작엔 대학 1학년 때 읽은 책이다. ‘에세이’란 말이 자주 ‘수필’이란 한국어로도 번역되지만 <시지프 신화>를 수필로 부르긴 어려울 것이다. 수필이란 말이 연상시키는 부드러움과는 전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우리말 대응어를 찾자면 이 경우 에세이는 시론(試論)에 가깝다. ‘시험 삼아 해본 주장’이라고 해야 할까.


<시지프 신화>에서 카뮈는 이 시론을 철학과도 구별한다. 자신은 부조리의 감수성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이지 이 책이 ‘부조리의 철학’은 아니라고 미리 일러준다. 물론 그런 철학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하니까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아마도 카뮈가 철학이란 말로 염두에 둔 것은 제대로 된 규모의 논증이 아닐까 싶다. 시론은 그러한 규모나 엄밀성에서 자유롭다.

 

사실 <시지프 신화>의 전체적인 구성이 잘 짜여 있다기보다는 적당히 구색을 맞췄다는 인상을 준다. 얼핏 체계적인 듯 보이지만 필연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체계적이기도 하다. 가령 첫 번째 파트인 ‘부조리의 추론’이 비교적 정연한 데 비하면 ‘부조리한 인간’과 ‘부조리한 창조’라는 나머지 두 파트는 엉성하다. ‘부조리한 인간’의 세 절이 각각 ‘돈후안주의’와 ‘연극’, 그리고 ‘정복’인 것은 말 그대로 부조리한 조합이다. 부조리란 테마를 부조리한 방식으로 다룬다고 하면 역설적이지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라는 구절로 시작한 카뮈의 에세이는 시지프 신화에 대한 재해석으로 마무리된다. 카뮈는 자살이 부조리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 뭔가? 반항이다. ‘긍정’이란 이름을 가진 특이한 반항이다. 그 반항의 모델이 바로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이다. 거대한 바위를 산정까지 굴려 올리는 무용한 노동을 무한히 반복하는 게 신들이 시지프에게 내린 형벌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노동이 아니다. 카뮈의 관심을 끄는 건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바위를 다시 밀어올리기 위해 터벅터벅 내려오는 시지프의 걸음이다. 잠시 동안의 휴식은 시지프에게 ‘의식의 시간’이다. 무얼 의식하는가. 자신의 노동과 그 결과 사이의 부조리이다. 이 부조리를 의식하되 긍정하고 다시금 바위에 몸을 밀착하는 것이 시지프의 반항이다.

 

그러니 시지프에게 감동적인 것은 노동 자체가 아니라 그 무용성에 대한 의식이다. 바로 그럴 때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더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더 강하다”라고 카뮈는 적었다. 나는 이 문장을 쓸 때 카뮈가 의기양양했으리라고 상상한다. 말 그대로 좋은 에세이, 좋은 시도다.

 

13. 0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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