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는 처음으로 공저를 골랐다. 국내 학자들의 논문을 모은 '논문선' 시리즈의 첫 책 <속물과 잉여>(지식공작소, 2013). 10명의 논문 10편을 백욱인 교수가 '속물'과 '잉여'를 주제로 묶었다.
<잉여의 시선으로 본 공공성의 인문학>(이파르, 2011)에 수록됐던 김수환 교수의 논문 '너희가 병맛을 아느냐'는 '웹툰에 나타난 세대의 감성구조'란 제목으로 재수록됐다. 언젠가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4977735), 웹툰 '이말년 월드'를 다룬 논문이다. "병맛 만화라는 이 기이한 콘텐츠는, 결국은 게임이나 현실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 '현실 자체가 레벨이 존재하는 슈퍼인생게임이라는 걸'(<슈퍼인생게임>) 깨달아야만 하는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태어났다."는 게 필자의 진단. 그밖에도 다양한 주제와 시각의 논문들이 한데 묶였다. 취지는 무엇인가.
1990년대 이후 변화한 한국 사회의 에토스를 ‘속물’과 ‘잉여’라는 두 용어를 통해 포착하고, 관련 우수 논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대개 논문은 속물과 잉여의 탄생과 활동이 신자유주의적 정보자본주의와 맺고 있는 깊은 연관성에 주목한다. 이미 발표된 논문 가운데 우수 논문을 주제별로 선별해 일반 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학계와 대중의 만남을 새롭게 모색하는 ‘논문선’ 기획물의 첫 권이다.
일단은 문화비평 범주의 논문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주제에 따라서 분야도 더 확장될 수 있으리라. 학계와 일반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줄 수 있는 기획이라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혹 속물과 잉여의 식별법을 아시는지? 책에 따르면, 속물은 "체제 내에 포섭되어 축적하고 소비하는 주체"로 "재산과 지위를 축적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그러나 정작 자기 주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없다. 생존력이 매우 질기고 거짓말도 잘한다." 그럼, 잉여는? "속물 대열에 가담하여 속물 지위를 얻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한 자들 가운데 속물 되기를 유예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체제 안에서 살지만 이상한 방식으로 체제에 포섭된 몸의 비듬 같은 존재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하는 '영여짓'이 정보자본주의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의 서술이라면 활달한 지성들과의 만남을 기대해도 좋겠다...
13. 10.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