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은 에인 랜드의 <아틀라스>(휴머니스트, 2013)다. <파운틴헤드>(휴머니스트, 2011)가 재번역된 데 이어서 대표작 <아틀라스>도 다시 번역돼 나왔다. 5권짜리 민음사판은 절판된 지 오래됐는데, 이번에 나온 건 3권짜리다. 모양새가 더 나아졌다. 미국식 자본주의 이상을 웅변하고 있는 이 소설에 대해선 예전에 다룬 적이 있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3405937), 이제 비로소 읽어볼 수 있게 됐다. 어떤 소설인가.

 

1991년 미국 의회 도서관과 '이 달의 책 클럽'이 공동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으로 <아틀라스>가 성경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국 객관주의 철학의 창시자인 작가 에인 랜드의 정수를 담은 지성적 소설로, 가상의 '민중 국가'인 미국을 배경으로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진짜 주역은 누구인가를 되묻는다.

한국인의 '종미주의'를 얘기하곤 하지만, 나는 늘 외견상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식 사고방식의 핵심을 보여주는 책들이 국내에서 별로 읽히지 않는다는 게 그 증거다(대신에 우리는 드라마를 본다?). 에인 랜드의 <아틀라스>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혁명과 현실 사회주의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소설이 (레닌이 다섯 번이나 읽었다고 술회한)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1863)라면 미국의 자본주의 정신을 가장 잘 해명하고 있는 책이 바로 <아틀라스>다(이 경우에도 물론 소설적 이상과 미국의 현실 사이의 괴리는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에인 랜드는 1905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1926년에 미국으로 망명한 유대계 러시아인이었다(본명은 알리사 로젠바움). 

 

 

국내에선 <마천루>(광장, 1988)라고 번역된 적도 있는 <파운틴헤드>(1943)로 처음 명성을 얻고, 이어서 대표작 <아틀라스>(1957)로 미국 자본주의의 대모가 된다. 소설로만 만족하지 않아서 <철학><낭만주의 선언><자본주의의 이상> 등의 철학서도 펴내는데, 국내에도 <철학 누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가>(자유기업센터, 1998), <낭만주의 선언>(열림원, 2005), <자본주의의 이상>(자유기업센터, 1998)으로 소개됐었지만 현재는 모두 절판됐다.

 

 

한국의 자본주의자들은 에인 랜드를 읽지 않거나 에인 랜드의 생각에는 무관심하다고 할까. 그러니 <아틀라스>를 읽는 건 사실 한국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미국을 이해하는 데, 그리고 자본주의 정신을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을 뿐이다. 슬라보예 지젝도 <공산당 선언>에 견줄 만한 게 자본주의에 있다면 그건 에인 랜드의 책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정치 이념으로 자유지상주의를 강령하게 옹호하는 머리 로스바드의 <새로운 자유를 찾아서: 자유지선주의 선언>(한국문화사, 2013)도 최근 번역돼 나왔다. 흔히 자유방임주의, 자유지상주의라 번역되는 리버테리어니즘(Libertarianism)을 역자들은 '자유지선주의'라고 새롭게 옮겼다('자유지상주의'와 다른 의미가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유지선주의'는 아직 사전에도 등재돼 있지 않은 용어다). 어떤 책인가.

오늘날 세계에는 매우 다양한 자유지선주의 사상이 있으나 로스바드 주의(Rothbardianism)는, 심지어 그 이름이 언급되지 않더라도, 그 지적인 무게, 주요 사상과 양심, 전략 및 도덕의 핵심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지켜왔고, 논쟁의 초점이 되어왔다. 그 이유는 머리 로스바드(Murray Rothbard)가 현대 자유지선주의의 창시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주창한 현대의 자유지선주의는 좌파와 우파의 이념적 틀은 물론 국가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그들의 중앙집권적 계획에서 즉시 벗어날 것을 제안한 하나의 정치적-이념적 체제라는 데 있다. 자유지선주의는 국가권력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하는 급진적 대안 사상이다.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을 보면 최근의 사상적 흐름은 개인의 자유를 국가의 규제나 간섭보다 우위에 두려는 쪽으로 가는 듯싶다(공화주의에서 자유주의 내지 자유지상주의로). 동성 결혼의 합법화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오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의 연방 지법에서 일부다처제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사자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결혼이라면 국가가 금지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동성 결혼은 허용하고 일부다처제는 금지한다는 건 법리상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이것이 '새로운 자유를 찾아서'일까...

 

13. 12. 15.

 

P.S.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틀라스>는 러시아에서도 3권짜리로 출간돼 있다. 영어본은 1168쪽짜리 단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주 중앙선데이에 실은 '로쟈가 푸는 '문학을 낳은 문학''을 옮겨놓는다. 문학 작품들 간의 상호관계를 다루는 연재인데, 이번에 비교해본 건 괴테의 <파우스트>와 투르게네프의 <파우스트>이다. 투르게네프가 제사로 쓴 괴테의 <파우스트> 인용은 민음사판에서 가져왔다. 작가정신판에서는 같은 구절을 "너 자신을 거부해라, 스스로의 욕망을 굴복시켜라"라고 옮겼다(괴테의 <파우스트>에서의 번역도 번역본마다 조금씩 다르다).  

 

 

 

중앙선데이(13. 12. 15) 욕망을 … 채울 것인가, 참을 것인가

 

괴테가 남긴 세계유산 『파우스트』의 주제는 무엇일까? 작품의 서곡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소개하는 바에 따르면 파우스트는 “하늘로부터는 가장 아름다운 별을 원하고, 지상에서는 최상의 쾌락을 모조리 맛보겠다”는 사람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무한한 욕망의 화신인 것이다. 괴테는 결국 그런 파우스트의 온갖 방황과 편력을 긍정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는 이 작품을 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 투르게네프가 쓴 중편소설 『파우스트』(1856)의 제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부족해도 참아라! 부족해도 참아라!”

이것은 욕망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포기하고 체념하라는 명령이다. 원래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이 대사는 파우스트가 자신의 서재를 방문한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하는 말이다. 학자로서 평생 절대적인 인식을 위해 철저히 공부하며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탄식하는 인물이 파우스트다. 나이는 어느덧 50대 중반.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그래서 파우스트는 이렇게 묻는다. “세상이 이런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파우스트는 대답을 이미 알고 있다. “부족해도 참아라!” 그런 포기의 명령과 체념의 권유가 바로 세상의 ‘영원한 노래’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것이 바로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에 나서는 동기다. 즉 지상에서는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온갖 욕망을 이루어 주는 하인이 되는 대신에, 사후에는 거꾸로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의 종이 되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해서 영혼을 팔아넘기는 계약의 원형이 되는 이야기가 완성된다.

괴테가 1808년 발표한 『파우스트』 1부가 1840년대에 러시아어로 번역되어, 투르게네프는 이 작품에 대한 평론도 발표한다. 괴테의 예찬자였던 투르게네프는 젊은 시절에 『파우스트』를 탐독하며 거의 암송하기까지 했다. 투르게네프의 『파우스트』에서 화자 파벨 알렉산드로비치의 고백은 곧 작가 자신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나는 『파우스트』를 암송한 적도 있었다. 아무리 읽어도 싫증나지 않았다.”

 

 

투르게네프의 『파우스트』는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서간체 소설이다. 『파우스트』의 주제를 염두에 두면서 형식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가져온 셈이다. 작품의 배경은 1850년 여름. 서른다섯 살의 파벨이 9년 만에 자신의 영지로 돌아오는데, 어느 날 대학 동창인 프리임코프를 이웃 지주로 만나게 되고 그의 아내가 바로 자신이 예전에 사랑했던 베라 니콜라예브나라는 걸 알게 된다. 외가 쪽으로 이탈리아인의 피가 흐르는 베라는 어머니 옐초바 부인에게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옐초바 부인은 공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것을 두려워하여 딸에게 문학 작품에 대한 독서를 금지한다. 어머니의 엄격한 지도로, 베라는 스물여덟 살에 이르렀는데도 여태 단 한 권의 소설, 단 한 편의 시도 읽지 못했다.

그런 베라에게 파벨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가져다 낭독해 준다. 과거 베라에게 구혼했다가 옐초바 부인에게 거절당한 데 대한 일종의 복수였을까? “드디어 당신 딸에게 금지된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라고 파벨은 으스대지만 상황은 예기치 않게 진행된다. 『파우스트』가 베라의 잠자던 영혼을 깨어나게 한 것이다. 『파우스트』를 읽어 주면서 파벨은 다시금 베라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베라 역시 강렬한 정념에 사로잡힌다. 베라에게 잠재돼 있던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베라는 파벨에게 “난 당신을 사랑해요, 사랑에 빠져 버렸어요!”라고 먼저 고백한다. 그러고는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대담하게 묻는다. 파벨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투르게네프의 독자라면 아마 예견할 수 있으리라. 강한 여주인공들에 비해 언제나 우유부단했던 남자 주인공들을 생각하면 된다. 파벨은 당황한 나머지 머뭇거리다가 명예를 아는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대답한다. 떠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어 버린 것 아닌가. 두 사람은 『파우스트』 낭독회를 갖곤 했던 정자에서 만나 서로 포옹하지만, 바로 그 순간 베라가 어머니의 유령을 보고는 창백해진다. 결국 두 사람이 나눈 키스는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가 된다. 베라는 그날 이후 일주일간 앓다가 세상을 떠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다시금 작품의 제사로 돌아가 보자. “부족해도 참아라!”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는 이 명령에 대한 불복이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투르게네프의 『파우스트』에서는 그 명령이 이야기의 결론이 된다. 마지막 편지에서 파벨은 어린 시절 장난으로 꽃병을 깨뜨렸던 사건을 떠올린다. 아버지는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좀 봐라!”며 나무랐다. 괴테의 『파우스트』와는 반대로, 투르게네프의 『파우스트』를 지배하는 음조는 욕망의 예찬이 아니라 욕망의 금지였다.

 

13. 12. 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저자'는 모두 청소년 도서를 펴낸 저자로 골랐다. 먼저, 인문학 저술가이자 역사분야의 전문번역가 남경태의 <남경태의 열려라 한국사>(산천재, 2013)가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 책이다. '맥락이 보이는 한국사 60장면'이 부제.

 

 

책은 예전에 나왔던 <상식 밖의 한국사>(새길아카데미, 1995)와 <한국사 X파일>(다림, 1999)의 개정판이다. 이번에 전면 교열을 거쳐 다시 나왔는데,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집에는 <종횡무진 한국사>(그린비, 2009)도 있어서 아이가 초등학생 때 넌지시 권하곤 했는데,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이화 선생의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도 청소년이 읽기엔 어려운 감이 있다(게다가 분량도 너무 방대하고). 평이하면서도 역사에 흥미를 갖게끔 해줄 책이 필요한데, <열려라 한국사>는 유력한 후보인 셈.

 

 

이게 좀 먹힌다면 <한국사傳>(전5권, 한겨레출판, 2008)으로 유도해볼 수도 있겠다. 내가 얼마 전에 구입해서 아이의 책상맡에 놓은 책이다.

 

 

덧붙여, 박은봉의 <한국사 편지>(전5권, 책과함께어린이, 2009)도 이럴 땐 요긴해 보인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다. 국사 교과서 파동이나 술책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역사책을 흥미롭게 읽고 역사적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나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겠다.

 

 

 

법학자이자 인문학 저술가 박홍규 교수도 종교를 주제로 청소년을 위한 책을 펴냈다. <까보고 뒤집어보는 종교>(다른, 2013). '다른 청소년 교양' 시리즈의 세번째 책으로 그보다 먼저 권재원의 <거짓말로 배우는 10대들의 경제학>(다른, 2013), 서윤호 등의 <10대를 위한 재미있는 형법 교과서>(다른, 2013)이 출간됐었다. 법학자이자 무종교인인 저자는 종교를 어떻게 까보고 뒤집어보는가. "이 책은 소설 <완득이>를 통해 바람직한 종교의 모습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교회에 가서 담임을 죽여 달라고 빌었던 완득이처럼 종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대화하는 느낌이 들도록 문답식으로 꾸며져 있다." 중학생 정도의 자녀라면 읽어보게끔 해도 좋을 듯싶다.

 

 

미학자인 김남시 교수도 <본다는 것>(너머학교, 2013)으로 청소년 도서에 품을 보탰다.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보는 법'이 부제인데, "흥미로운 사진과 예술 작품을 함께 보며 우리의 시선과 앎이 맺고 있는 관계를 다양한 차원에서 생각해 보는 책이다. 주목받는 젊은 철학자이자 예술평론가 김남시의 첫 저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과 예술에 대한 탄탄한 연구를 바탕으로, 플라톤의 이데아론부터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까지 '본다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너머학교 열린교실'의 여덟 번째 책으로 앞서 나온 책이 이명석의 <논다는 것>(너머학교, 2012), 이찬수의 <믿는다는 것>(너무학교, 2011) 등이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오고 있는 시리즈다.  

 

청소년을 위한 책들을 고르고 한마디 적자면,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때가 독서력을 비약적으로 기를 수 있는 첫번째 시즌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는 그 두번째 기회이고, 고등학교 시절은 세번째 기회다. 물론 갈수록 그 기회를 포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저런 핑계가 많아지기에. 하지만 그 모든 기회를 놓치고 나면 대학생이 되어 읽어야 한다. 열외나 면제는 가능하지 않다. 독서는 취미도 전공도 아니고 그냥 기본이기에 그렇다. 책을 안 읽으면서 시험문제 풀이에 골몰하는 학생이나 그걸 방임하는 부모들이 경각심을 좀 가지면 좋겠다. 한글을 읽고 쓰는 게 기본이듯이 어느 수준 이상의 책을 읽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기본이다. 인간은 자유에 처형된 존재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비틀어서 말하면, 인간은 독서에 처형된 존재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대중독서 시대 이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렇다. '깨어있는 시민'은 '책을 읽는 시민'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가, 우리 자녀들이 읽을 책은 적지 않게 나와 있다...

 

13. 12. 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혹자는 어린이 철학과 성인 철학의 구분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지만(초급철학과 고급철학의 구분이 없다는 이유에서) 출판 관계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둘은 다른 카테고리고, 그렇게 구분돼 책이 나온다. 최근 프랑스 철학자 미셸 퓌에슈의 '나는, 오늘도' 시리즈(전9권)가 나온 걸 보고 느낀 점 두 가지는 프랑스에서도 이런 책이 나오는구나, 라는 것과 우리에겐 이게 성인용 철학서로구나, 라는 것이다. 소개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철학책 '나는, 오늘도' 철학 에세이 시리즈. 이 시리즈의 목적은 우리가 느끼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봄으로써, 삶을 각자가 생각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보자는 것"이라고 돼 있다.

 

 

권수로는 아홉 권에 이르지만 권당 100쪽 안팎의 분량이고, 일러스트와 여백이 많은 책이라서 30분이면 두 권도 읽을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나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성인 독자가 부담 없이 읽어볼 만한 분량과 내용이다(내가 읽은 몇권 중에서 말하자면 <말하다>가 워스트, <버리다>가 베스트다). 원서를 찾아보니 이런 표지다.  

 

 

<말하다>의 표지인데, 솔직히 번역본보다는 더 나아 보인다. 나는 간명한 단색 취향이 아닌가 보다. 시리즈의 원제목은 '철학자?'다. 저자 퓌에슈는 어떤 인물인가.

파리 소르본 대학의 철학 교수. 철학적 사고와 개념들을 널리 전파하는 데 힘쓰며, 2000년 어린이용 철학서 <철학 맛보기 Gouters Philo> 시리즈의 출간에 참여하여 25권을 공동집필했다. 급변화하는 21세기를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2010년부터 2년 동안 <나는, 오늘도 Philosopher?> 시리즈 9권을 집필했다. 철학적 개념을 인간의 몸과 마음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풀어내는 저자의 집필방식은 사람들이 실제로 몸과 마음을 움직여 삶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가게 한다.

 

 

놀랍게도 그 <철학 맛보기> 시리즈가 이미 완역돼 있다. 몇 권까지 나와 있는지 모르지만, 번역서는 30권까지 나와 있다(이 시리즈는 표지도 원서와 똑같다).

프랑스의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출간된 '철학 맛보기' 시리즈. 말과 표현의 논리적 쓰임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철학 교육을 가장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도 학습 교재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밀랑(NILAN) 출판사의 책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며 꾸준하게 읽히고 있다.

나로선 이런 책을 읽힐 만한 초등학생이 없기에 그냥 표지만 보고 말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 검토해볼 만하다. 그러니까 순서를 따르자면 <철학 맛보기>에서 <나는, 오늘도>로 넘어가는 셈. 거기까지 읽고 나면 무얼 더 읽을까.

 

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Montaigne - HERVÉ CAUDRON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Descartes - THIBAUT GRESS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Marx - OLIVIER DEKENS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Bourdieu - ADELINO BRAZ

 

같은 프랑스 쪽을 보니 '철학자와 함께 철학 배우기' 시리즈가 있다. <몽테뉴와 함께 철학 배우기> 같은 식이다. 각권의 저자는 다르며 현재 22권까지 나와 있다. 아래는 <헤겔>.

 

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Hegel - CLAIRE PAGES

 

아마 이 정도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성인 일반을 위한 교양철학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가이드북과 함께 철학 고전에 직접 도전해 보는 것도 철학과 친숙해지는 한 가지 루트다...

 

13. 12. 14.

 

 

P.S. 번역서 가운데 청소년 철학서로 국내에서 많이 읽힌 책은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현암사, 1996)다. 나는 세대가 달라서 그보다 먼저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봄날의책, 2013)로 입문했다. 고3 때의 일이다. 그리고 대학 1학년때 읽은 게 러셀의 <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 2009)였다. 똑똑한 학생이라면 <철학이야기>와 <서양철학사>를 원서로 읽는 것도 좋겠다.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그렇게 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간밤에 늦게 자는 바람에 주말 일과도 늦어졌다. 브런치를 먹고서 '이주의 책'을 먼저 고른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위주로 골랐다. 타이틀북은 앤 스콧의 <오래된 빛>(알마, 2013). '나만의 서점'이 부제다. 부제대로 서점 이야기. 서점 이야기는 '책 이야기'의 하위 범주로 올해도 몇권의 책이 나온 바 있다.

 

 

국내 처음 소개된 듯싶은 저자가 '나만의 서점'이라고 하니까 약간 멋쩍긴 하다. 원제는 <18개의 서점>이다. 나만의 서점 리스트가 18개인 것. "스코틀랜드 작가 앤 스콧이 '나만의 서점'으로 열여덟 군데 특별한 장소를 골랐다. 삶에서 중요한 질문에 마주했던 순간, 불안하게 빛나던 젊은 시절, 인생의 소중한 한 장면과 함께했던 공간으로 그녀는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의 서점들을 꼽는다." 그래서 상기하게 된 것이 우리로선 이제 그렇게 꼽을 수 있는 서점이 많지 않다는 것. 대형 체인서점 말고는 주변에 찾아볼 수 없게 됐으니 더더욱 상황은 좋지 않다. 이 책을 타이틀북으로 꼽게 된 이유다.

 

 

올해 나온 서점 이야기로는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학산문화사, 2013)과 웬디 웰치의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책세상, 2013)도 떠올려볼 수 있다. <작은 책방>의 부제는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그러고 보니 우리는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이게 검색의 한계다). 

 

 

두번째 책은 비 윌슨의 <포크를 생각하다>(까치, 2013). 부제는 당연히 '식탁의 역사'다. 가디언과 인디펜던트가 '2012년 올해의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니 눈길이 간다. "요리와 식사를 중심으로 한, 곧 광의의 식탁에 관한 역사"를 다룬다. 국내서로 견줄 만한 책은 주영하 교수의 <식탁 위의 한국사>(휴머니스트, 2013).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를 다룬 책으로 동아일보에서 '올해의 책'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세번째 책은 나무 이야기다. 우석영의 <수목인간>(책세상, 2013). "나무의 가치를 역사적.철학적.생태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책"이다. 이번주에 같이 나온 한겨레신문의 조홍섭 환경전문기자의 생태 이야기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김영사, 2013)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조홍섭의 생명·환경·공존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네번째 책은 김경주 시인의 <펄프극장>(글항아리, 2013). "시인 김경주가 쓴 블랙에세이BLACK ESSAY. 198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내고 1990년대에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닌 세대가 겪었던 감수성을 팩션FACT+FICTION의 형식으로 50여 개의 사물 속에서 빚어낸다." 모르고 지나쳤었는데, <자고 있어, 결이니까>(난다, 2013)도 시인이 올해 펴낸 에세이다. '아이를 갖기 시작한 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이 부제. 한 산부인과 전문의에 따르면, 아내의 임신과 출산, 태교과정을 다룬 '새로운 필독서'라 하다.

 

 

시인 비평가 권혁웅의 <꼬리 치는 당신>(마음산책, 2013)도 꼬리 치는 책이다. '시인의 동물감성사전'이 부제. "시인의 감성으로 읽어내는 500여 종 동물 이야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온갖 초식.육식동물부터 공룡, 도도새, 모아처럼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동물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그간 누누이 관심 가져온 동물에 대한 애정을 집대성한 책"이라는 소개다. 같이 떠올린 책은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마음산책, 2008). 꽤 터울이 지긴 하지만, '동물감성'과 '마음'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싶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오래된 빛- 나만의 서점
앤 스콧 지음, 강경이 옮김, 이정호 그림, 안지미 아트디렉터 / 알마 / 2013년 12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12월 14일에 저장

포크를 생각하다- 식탁의 역사
비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3년 12월 14일에 저장

수목인간- 나무의 시학, 나무의 생태학
우석영 지음 / 책세상 / 2013년 1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3년 12월 14일에 저장
절판
펄프극장- 김경주 블랙에세이
김경주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12월 14일에 저장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