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를 이것저것 듣다가(가끔 하는 일이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2월은 언제나 간이역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데(1월과 3월의 광채에 비교해보더라도), 생일이 들어 있지 않다면 2월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졸업과 관련한 기억일 테다. 따로 졸업할 것도 없어 이번 2월도 내겐 봄학기를 준비하는 정도의 의미만 갖는다. 그러니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할 테다. 2-3일 짧은 달이지만 책은 그 2-3일을 더 채우고도 남을 만큼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각오로 골라본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고른 책은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민음사, 2013)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현재 한국문학의 낯선 최전방을, 그리고 미래를 탐험하는 일"이라고 평했다. 덧붙이자면 매년 1월에 수상작이 발표되는 이상문학 작품집도 목록에 넣어봄직하다. 올해는 편혜영의 <몬순>이다. 더불어 문학동네의 한국문학전집에도 눈길을 주게 되는데, 김승옥의 <생명연습>(문학동네, 2014)이 첫 권이다. 새 부대에 담기면 포도주맛이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시집도 몇 권 고르자면 신경림 시인의 <사진관집 이층>(창비, 2014), 나희덕 시인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사, 2014), 그리고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대표 시 선집으로 나온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민음사, 2014) 등이 따끈하다.

 

 

 

예술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 건 김도연의 <북경예술견문록>(생각을담는집, 2014)이다. 소개는 이렇게 적었다.

중국 경제의 급부상과 함께 중국의 미술시장 역시 유례없이 성장했고, 작가들 또한 세계미술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북경예술견문록>은 바로 이런 관심과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황막한 공장지대였던 베이징의 798 구역이 어떻게 예술구로 성장하고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여행의 메카가 되었는지, 대표 미술관과 화랑은 무엇이고 어떤 전시들을 해오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원링, 팡리쥔, 황루이 등 당대를 대표하는 중국 예술가들이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예술적 비전은 무엇인지 저자는 현장 사진과 인터뷰 등을 통해서 안내한다.

중국현대미술에 대해선 이보연의 <이슈, 중국현대미술>(시공아트, 2008)까지 챙겨두었는데, <북경예술견문록>과 함께 김지연의 <중국 현대미술의 얼굴들>(두성북스, 2013)이 '업데이트'용이 된다. <북경예술견문록>에 실린 작가 인터뷰 가운데서는 천원링 편이 인상에 남는다. 이런 작품들을 만든 작가다.

 

 

 

 

2. 인문학

 

김문식 교수가 추천한 책은 주경철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서울대출판문화원, 2013)다. 평판이 엇갈리는 문제적 인물 콜럼버스를 다루면서 "이 책은 새로 발견된 자료들을 활용하면서 위험한 항해에 나섰던 콜럼버스의 심성세계를 추적한다." 콜럼버스에 관한 가장 상세한 읽을 거리일 듯싶다. 덧붙이자면 앨프리드 크로스비의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지식의숲, 2006), 촘스키의 <정복은 계속된다>(이후, 2007) 등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이진남 교수가 고른 책은 로랑 베그의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부키, 2013)다. "이 책은 인간에게 도덕적 열망이 있다는 점을 긍정한다. 그러나 칸트와 같이 도덕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살아간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공리주의자들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도덕적인 것이 옳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인간의 도덕적 심성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가 속한 집단과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본능적 노력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적 행위의 동기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이기적이지도 이타적이지도 않은 중성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도덕적 본성, 내지는 진화심리학적 도덕론에 관한 책도 떠오르는데, 제임스 레이첼스의 <동물에서 유래된 인간>(나남, 2009),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사이언스북스, 2003)이 그 '초기' 저작들이다.   

 

 

3. 사회과학

 

왕상한 교수가 추천한 책은 장병윤의 <미래를 여는 대안적 실험>(옐로스톤, 2013)이다. "인류의 2대 위기로 거론되는 에너지와 식량. 인류는 이 외에도 현실적으로 심각한 문제 앞에 직면해 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을 하는 것은 쉽지만 그 대안을 제시하는 건 쉽지 않다.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대안적 삶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활동을 담았다. 오랫동안 생태와 대안적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귀농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저자의 시각과 탐색 결과가 흥미롭다."는 소개다.

 

전형구 위원이 고른 책은 오형규의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한국문학사, 2013). 소개에 따르면, "비전공자들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 역사, 문화와의 접목을 통해 정리한 경제학 입문서 내지는 안내서이다. 또한 유연한 사고의 확장을 위해 학문 간의 융합과 통섭의 지식을 다루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한 권 더 덧붙이자면, 노명우 교수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사계절출판사, 2013)까지 결들여 읽어봐도 좋겠다.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월급쟁이 노동자 교수로서 스스로가 평범한 세속적 존재임을 자각하고, 누구나 살면서 겪는 세상 경험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채집하고 궁리하며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시도했다"는 소개에 걸맞게 '세속사회학'의 한 견본을 보여준다.

 

 

 

4. 자연과학

 

이한음 위원이 추천한 책은 한겨레신문의 조홍섭 환경전문 기자의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김영사, 2013)다. "이 책에는 최근에 연구자들이 밝혀낸 자연의 새로운 모습들이 소개되어 있다. 사막의 쇠똥구리에게는 굴리는 똥 경단이 더위를 쫓는 에어컨 역할도 한다는 이야기나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말이 과대광고라는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면서 깨달음을 안겨주는 알찬 내용이 가득하다." <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고즈윈, 2005), <한반도 자연사 기행>(한겨레출판, 2011) 등 저자의 전작들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막간에 뇌과학서 몇 권도 챙겨놓을 만하다. 한국과학기술원 김성호 교수의 <생각의 경계>(한권의책, 2014)는 "사람의 생각과 지적인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오랜 시간 연구한 중간 결산으로서, 지식투영, 지식단면, 생각, 질문, 지식결합, 지식공유, 지식의 진화 등 뇌의 기능을 열두 단계의 관점으로 체계화하여 담고 있다."

 

구보타 기소유의 <손과 뇌>(바다출판사, 2014)는 많이 알려진 상식을 확인시켜주는 책. "일본 뇌과학계의 좌장인 구보타 박사는 손은 인간의 두뇌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손을 사용함으로써 두뇌를 자극해 머리가 좋아진다고 주장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데이비드 린든 교수의 <고삐풀린 뇌>(작가정신, 2013)는 쾌감원리에 관한 책으로 " 쾌감이 우리의 뇌에 보다 근본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신경생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인간을 쾌감을 느끼도록 이끄는, 그러나 너무나 쉽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그 행동의 원천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김민형의 <아빠의 수학여행>(은행나무, 2014)이다. 저자는 작년에 <수수 공상>(반니, 2013)이 소개된 세계적인 수학자.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꼭 일러주고 싶은 세상의 모든 질문들'이 <아빠의 수학여행>의 부제다. "세계적인 수학자의 아주 특별한 교양서"라는 평이다. 수학자 강석진 교수의 <아빠와 함께 수학을>(문학동네, 2011)도 떠올리게 한다.

 

 

김민형 교수는 유학시절 아버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에게 장문의 편지 세례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가 두 아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썼다. "그래도 내가 쓴 편지는 아버지가 내게 쓰신 편지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교육 얘기가 나온 김에 EBS 다큐프라임의 하나로 나온 <언어발달의 수수께끼>(지식너머, 2014)도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필독할 만하다. EBS 다큐프라임의 책으론 화제작 <아이의 사생활>을 비롯해 <10대 성장보고서> 등 여러 권이 나와 있다.

 

0. 조선사

 

 

 

나대로 꼽은 주제는 '조선사'다. '민음 한국사'의 시리즈 첫 두 권으로 15세기와 16세기가 출간된 게 계기인데,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옥당, 2014)를 에피타이저 삼아서 내리 읽어나가면 되겠다. 자료가 풍부하고 편집이 화려해서 중고등학생들이 읽기에도 유익할 듯하다.

 

 

14. 02.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론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시 고른다. 찾아보니 2010년 7월에도 꼽은 바 있다. 고전이야 다시 읽는 책이고,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므로 이런 선정은 중복이 중복이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론 강의도 있기에 러시아판 TV영화 버전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2부작, 2008)도 마저 다 보려 한다(유튜브엔 영어 자막 버전도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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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22-08-2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슈,북경현대미술 이제서야 읽게 되네요. ^^
 

잔뜩 흐린 날씨 탓인지 착 가라앉은 느낌의 연휴 후반이다. 건너뛸까 하다가, 그래도 찾아보면 관심 저자들이 없지 않아서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인류학자와 역사학자들이다.

 

 

 

먼저 <문화의 해석>(까치, 2009/1998)과 인도네시아 현지조사로 유명한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 <저자로서의 인류학자>(문학동네, 2014)가 '인문 라이브러리' 총서의 하나로 나왔다.

20세기 후반 해석인류학과 상징인류학을 이끌었던 클리퍼드 기어츠의 후기 대표작 <저자로서의 인류학자>가 국내 초역되었다. 기존의 인류학이 문화를 과학적으로 조사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방안에 몰두해왔다면, 이 책은 세계정세가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야 하는 인류학의 성격을 메타적으로 성찰한다. 인류학이 단 하나의 진리를 발견하는 과학이 아니라 다층적 해석을 유도하는 문학적 글쓰기라는 주장은 당시 과학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학계에 경종을 울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기어츠는 이 책으로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분석력, 보기 드문 문장력을 인정받으며 1989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기어츠가 인류학자 저자로 지목한 네 사람은 레비스트로스, 에번스프리처드, 말리노프스키, 베네딕트 등이다. 과학자이고자 했지만 현지조사 후 민족지를 작성하면서 그들이 실제로 수행한 작업은 문학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기어츠는 기존의 정언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대신, 질문이 전제하는 중심축을 이동시킨다. ‘그곳에 있기’라는 인류학자의 체험과 ‘이곳에 돌아와 쓰기’라는 인류학자의 과제를 투명하게 잇는 일이 과연 가능한가. 인류학적 담론의 성격이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또 인류학은 그러한 과학적인 담보를 통해서만 신빙성을 얻을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기어츠는 부정적으로 응답하는바, 인류학자들의 조사 경험을 내보이는 글쓰기가 애초부터 문학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역설한다. 이 논지는 그에게 해석인류학의 일인자라는 명성을 안겨주었던 <문화의 해석>에서 제기했던 문제, ‘문화는 텍스트이며 인류학자는 이 텍스트를 해석하는 자’라는 주장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극으로 밀고 나간 것이다.

역사학에서 헤이든 화이트, 철학에서 리처드 로티가 제기했던 문제의식과 같은 맥락에 놓인다고 할까. 혹은 '과학'과 '해석학' 사이의 오랜 대결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건 따로 다뤄볼 만한 주제다.

 

 

 

두번째는 프랑스의 중세사학자 미셸 파스투로. 사실 이름은 나도 이번에 기억하게 됐는데, 그의 <곰, 몰락한 왕의 역사>(오롯, 2014)가 출간됐다. '동물 위계로 본 서양 문화사'가 부제. 찾아보니 공저들 외에도 <우리 기억 속의 색>(안그라픽스, 2011),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이마고, 2002) 같은 낯익은 책들의 저자다(<색의 비밀>과 <블루, 색의 역사>는 절판됐다). 색의 문화사학자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엔 동물의 역사다. 경력은 이렇다고.

미셸 파스투로의 초기연구들은 문장ㆍ인장ㆍ이미지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그의 연구는 문장학을 학술적 연구의 주제로 승화시켰으며 그것을 온전한 역사과학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대 이후에는 색의 역사를 주제로 다양한 문제들을 연구하고 가르쳐 이 분야 최초의 국제적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최근에는 중세 동물의 역사, 동물지, 동물학이라는 주제가 그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화상으로 곰은 우리와도 친숙한 동물이니 곰의 문화사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서양문화사의 곰 이미지를 단군신화 이후 우리 문화사에서의 곰과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그런 책이 나와 있나?). 곰을 '몰락한 왕'으로 내몬 문화사적 전쟁은 어떤 것이었나.

모든 문화는 동물의 왕을 선택해 상징체계의 중심에 놓는다. 고대 유럽에서 지중해 문화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동물의 왕은 곰이었다. 그러나 중세 교회는 야성의 상징이자 이교 제의의 주인공인 곰을 동물의 왕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했다. 교회는 곰과 거의 천 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곰을 상대로 한 교회의 오랜 싸움은 12∼13세기에 이르러 결실을 맺었다. 이제 곰은 더 이상 숲의 주인이자 전사들의 신, 왕가의 조상, 두려움과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곰은 동물의 왕 자리에서 폐위되었고 유럽의 숲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유럽의 이교 문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숭배 받던 곰은 어떻게 동물의 왕 자리를 사자에게 빼앗기게 되었을까. 저자 미셸 파스투로는 박식함과 전문성을 가지고 이 주제를 탐구한다. 곰이라는 동물을 소재로 기독교화의 영향으로 중세 유럽에서 서기 1천년을 전후로 나타난 문화와 인식 체계의 변화를 다룬다.

요약하면, '곰에서 사자로'다. 교회가 왜 그토록 곰을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했는지는 책을 펴봐야 알겠다.

 

 

 

일본사 전공자가 아니라면 마리우스 B. 잰슨이란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울 텐데, 마지막 저작이자 필생의 역작 <현대 일본을 찾아서 1,2>(이산, 2006)을 남긴 미국 일본사 연구의 권위자다.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푸른길, 2014)은 초기 대표작(1971년작이다).

 

에도 막부의 말기적 상황, 서구 열강들의 개항 요구, 권력다툼과 계급 간 갈등, 정치.사회 개혁 등 유신 전후의 시대 상황을 보여 주면서 메이지 유신의 발생과 과정, 결과를 폭넓게 풀어 나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카모토 료마와, 일부지만 료마의 친구이자 메이지 유신의 중요한 조력자인 나카오카 신타로 및 유신 주역들의 업적과 사상을 살펴보면서, 메이지 유신이 가져온 변화 자체보다는 그 의미와 원동력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유신의 전개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일본 근대사에 대한 묵직한 저작이 출간된 걸로 보면 되겠다...

 

14. 0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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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독인 讀書讀人 - 독서는 인간을 어떻게 단련시키는가
박홍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월
절판


최근 독서 기피 현상이 인터넷이나 소비문화 때문이라고들 하나, 그전부터도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가령 흔히들 책과 함께 산다고 하는 나 같은 교수도 그렇다. 물론 교수의 연구실이나 집에는 책이 많으나, 그 대부분은 기증 받은 전공 분야의 교과서나 잡지다. 요컨대 직업적인 이유 외에 교수들은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는다. 그런 교수에게 배우는 대학생 중에는 교과서조차 사지 않고 취직에 필요한 문제집 정도만 사는 경우가 많다.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교과서 구입이 강요되므로 교과서라도 사고, 수험을 위해 참고서까지 사지만, 아마 대학처럼 자유롭게 한다면 마찬가지로 그것조차 사지 않을지 모른다. 여하튼 초중고 학생들은 교과서 이외의 책은 읽지 못하거나 읽을 수가 없다. - 339-340쪽

그리고 대학에 들어오면 책읽기와 철저히 무관한 군대를 거쳐 오직 취직 공부에 몰두하기 때문에 취직을 위한 문제집 외에 역시 다른 책을 읽지 못하거나 읽지 않는다. 그 뒤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신문이나 잡지를 포함하여 가구당 책값에 투자하는 비용이 한 달 1만원 정도로, 그런 교과서나 취직준비서나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가벼운 실용서 이외의 책을 살 수 없다. 그러니 인문사회과학 서적이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340쪽

대학은 물론 초중고 시절에 고전을 비롯하여 다양한 책을 읽고 생각하며 토론하는 교육으로 바뀌지 않으면 우리 국민이 책을 읽지 않는 습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책 읽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다양성과 민주성에 관련되는 문제다. 사고의 다양성과 민주성이 없는 곳에 독서 혐오의 문제는 끝없이 악순환한다. 사고의 다양성과 민주성을 부정하는 일부 언론도 교과서와 같은 절대적 권위의 괴물로 국민의 판단력을 획일적으로 몰아가는 원흉일지 모른다. 참된 교육을 받을 인권의 내용으로 국정 교과서 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책읽기를 하자는 주장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 341쪽

무책임하게 게바라 같은 혁명가가 되리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와 같은 독서가는 되라고 말하고 싶다. 나쁜 세상은 독서가 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듯이 진정한 혁명가는 진정한 독서가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히틀러나 스탈린, 폴 포트나 박정희가 아닌, 톨스토이나 마르크스나 간디나 게바라나 모두 그렇다. 물론 그 반대는 아니다. 즉, 독서가가 혁명가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독서가는 혁명가다. 적어도 진정한 독서가는 혁명적이다. 독서는 바르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의 변화를 위한 것이다. 그 변화 앞에 비판이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이 있다. 그 비판 앞에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고능력이 있다. - 343-344쪽

독서는 생각하기 위한 것이다. 독서는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라면 독서가 필요하다. 그처럼 참된 독서를 하면 혁명가가 된다. 제대로 된 책들은 현실을 혁명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르치지 않아도 책을 읽다보면 현실이 잘못되었음을 알기 마련이고 책은 잘못을 고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게바라가 혁명과 독서를 함께한 것도 독서를 통해 혁명의 바른 길을 찾기 위해서였지 무슨 멋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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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역사 아카데미의 '일상의 인문학' 특강 주제가 뜨개질이어서 알게 된 책이 있다(http://cafe.daum.net/purunacademy/8Bko/141). '뜨개질로 풀어보는 역사, 문화, 책 그리고 인생 이야기'의 참고문헌, 케이트 제이콥스(야곱스)의 <금요일밤의 뜨개질 클럽>(대산출판사, 2008)이다. 한데, 절판도서다. 곧 '사라진 책'이다.

 

 

2008년에 나온 책에서 '줄리아 로버트 주연 영화 제작중'이라고 돼 있지만, 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진행중인 건 엎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영화가 나왔더라면 책도 절판까진 안 갔을 성싶다(털실이 아니라 라면으로 보이는, 산만하기 짝이 없는 표지도 구매에 역효과를 낳았을지 모르겠다. 내 기준으론 최악에 가깝다. 원서의 표지와 비교해보더라도 그렇다).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게 미국에서는 여전히 베스트셀러이고 속편도 나와 있다. 아마도 뜨개질이 우리보다 더 활성화돼 있거나 뜨개질 인구가 상당하다는 뜻이겠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뜨개질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는 얘기도 되고. 나부터도 외할머니나 어머니가 떠주신 장갑이나 털옷을 입고 다닌 기억이 있기에 이런 추이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뜨개질 관련서를 더 찾아봤지만 모두 베스트셀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아무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곤 하지만, 한국에서는 힘을 못 쓰는 것.

 

 

 

순전히 '클럽'이란 제목 때문에 떠올린 영화는 에이미 탄 원작, 웨인 왕 감독의 <조이럭 클럽>이다. 원작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조이럭 클럽>(문학사상사, 1990)으로 번역됐었다. 역시나 절판된 지 오래 됐다. "영화는 1940년대 가난과 핍박과 멸시를 피해 샌프린시스코로 이민 온 4명의 중년의 어머니들과 그녀들의 장성한 4명의 미국 태생의 딸들간의 세대 갈등과 문화 및 가치관의 충돌, 그리고 사랑과 화해를 그리고 있다." 여성의 삶을 다룰 때 '클럽'이 나름대로 요긴한 만화경이 돼주는 듯싶다. 우리는 어떤 클럽 문화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게 있기는 있는지도...

 

14.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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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을 전부 연휴로 미뤄놓았더니 나흘간의 휴일도 짧게 느껴진다. 연휴라곤 하지만 가족모임도 있으니 풀타임 '자유시간'이라곤 할 수 없다. 재택근무에 나서기 전에 신간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나온 '어제의 책'들을 관심독서로 올려놓는다. 소장도서라 하더라도 이미 서재가 기능을 상실한지라 읽으려면 다시 구입해야 한다. 장바구니에 넣은 두 권의 책은 로버트 단턴의 <책과 혁명>(알마, 2014)과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지식공작소, 2014)다.

 

 

 

11년만에 새로 나온 <책과 혁명>은 역자는 같지만 이번에 출판사를 옮겼다. 부제 '프랑스 혁명 이전의 금서 베스트 셀러'가 원저의 제목이다.

<고양이 대학살>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단턴이 이번에는 프랑스 혁명 전후 금서(禁書)의 목록과 당시 출판업계의 관행을 탐구한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흥미진진한 서술, 책의 역사와 프랑스 혁명사를 아우르는 깊고 넓은 관점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단턴은 포르노소설, 연애소설, 에스에프, 중상비방문 등 사람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자극하는 도서들이 당시 사람들의 봉건적 인식체계를 뒤흔들었다고 본다. 단적으로, 섹스는 계층과 계급을 초월한다. 즉 섹스는 평등하다. 단턴은 포로노소설들로부터 ‘평등한 세상’이라는 혁명의 위대한 관념이 싹텄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로버트 단턴은 미시사, 문화사 연구를 주도하는 대표적 역사학자로 자주 호명됐는데, <책과 혁명>이 보여주듯 그의 출발점은 18세기 프랑스사 연구다.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18세기 파리의 의사소통망'을 다룬 <시인을 체포하라>(문학과지성사, 2013)도 <책과 혁명>과 나란히 읽을 수 있는 책. 강창래의 <책의 정신>(알마, 2013)의 첫 장도 <책과 혁명>의 내용을 압축해서 소개하고 있다. <책과 혁명>의 두께가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참고해도 좋겠다.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는 판이 두번 바뀌었다. 1995년에 초판이 나오고, 2001년에 재판이 나왔었다. 이번에 나온 건 번역도 일부 교정했다고 한다.

20세기 유럽 최고의 인문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회고록.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일부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아 출간하는 개정판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 책에서 1914년, 유럽에서 설마설마했던 전쟁이 어떻게 어이없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는 "이성에 맞는 단 하나의 이유, 단 하나의 동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작가 로맹 롤랑,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휘자 브루노 발터 등 다양한 예술가, 학자들과 친교를 맺으면서 그의 정신세계를 심화시켰다. 그는 이 회고록에서 그 세계적 거인들과의 만남의 순간을 상세히 기록하며 시대의 풍경을 그려냈다.

 

 

마침 지난해 가을에 나온 <1913년 세기의 여름>(문학동네, 2013)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소개에도 있지만 올해는 1차대전 발발 100주년이 되는 해라 여러 회고록을 포함해 관련서가 많이 나올 걸로 예상된다. 기대해봄직하다. 덧붙여, 츠바이크가 좋았던 시절로 회고하는 빈의 세기말과 세기초에 대해선 칼 쇼르스케의 <세기말 비엔나>(생각의나무, 2006)과 스티븐 툴민과 앨런 재닉의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필로소픽, 2013)을 참고할 수 있다. <세기말 비엔나>는 <비엔나 천재들의 붉은 노을>(생각의나무, 2010)이라는 조잡한 제목으로도 다시 나왔다가 지금은 절판된 상태다...

 

14.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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