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아이템을 교육평론 분야의 책들을 드문드문 읽고 있는데, 김상곤 경기교육감과의 대담집 <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이 민생이다>(시사IN북, 2014)가 출간돼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 분야의 책으로 얼마 전에 나온 스탠리 아로노위츠의 <교육은 혁명의 미래다>(이매진, 2014)와 같이 묶어서 읽어봐도 좋겠다. 원제는 '학교교육에 반대하여(Against Scooling)'니까 상당히 급진적이다. 한국 중산층의 교육강박을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입시가족>(새물결, 2013), 그리고 미국의 사례를 통해 인문학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대학의 허실을 알게 해주는 루이스 메넌드의 <인문학 서바이벌>(바이북스, 2013)과 앤드류 해커 등의 <비싼 대학>(지식의날개, 2013) 등이 그밖의 관심도서다. <인문학 서바이벌>은 좋은 내용이지만 번역이 무성의해 아쉽다. <비싼 대학>은 구입해놓고도 막상 읽으려고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이들을 리스트로 모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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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이 민생이다- 엄마 기자가 묻고 교육감이 답하다
김상곤.김은남 지음 / 시사IN북 / 2014년 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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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혁명의 미래다- 죽은 학교 살리고 삶의 교육 일구는 교육 혁명을 향해
스탠리 아로노위츠 지음, 오수원 옮김 / 이매진 / 2014년 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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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입시 가족- 중산층 가족의 입시 사용법
김현주 지음 / 새물결 / 2013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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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서바이벌- 대학의 개혁과 혁명
루이스 메넌드 지음, 김혜원 옮김 / 바이북스 / 2013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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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현대사회와 앨리스에 대한 14가지 철학적 시선'이란 부제를 단 <앨리스처럼 철학하기>(인벤션, 2014)의 원제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철학>이기에 떠오른 생각을 몇 자 적는다. 정확하게는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 떠오른 '책들'이다.

 

 

 

일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관해서라면 장-자크 르세르클이 편집한 <앨리스>(이룸, 2003)와 마틴 가드너 주석판 <앨리스>(북폴리오, 2005)이 고급한 교양서로 <앨리스> 독자들의 필수 소장도서이지만 절판돼 유감스럽다는 걸 미리 적어둔다.

 

다시 <앨리스처럼 철학하기>로 돌아오면,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와 관련한 다양한 철학적 문제들을 다룬다. 아니, 물고 늘어진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앨리스처럼 철학하기>는 이 두 권의 동화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철학적 테마들을 다루고 있다. 현대 사회에 비추어 볼 수 있는 다양한 정치사회학적 문제들, ‘나는 누구인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실재란 무엇인가?’와 같은 형이상학적·인식론적 문제들,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언어의 문제와 올바른 사고를 위해 배워야 할 논리학 등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매우 폭넓고 다양하다. 14명의 저자들은 주인공인 앨리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라고 말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책은 블랙웰 출판사의 '철학과 대중문화(Blackwell Philosophy & Pop Culture alice)' 시리즈의 하나다. 알라딘에서는 이 시리즈의 책으로 현재 36권이 뜬다. 그 중 몇 권은 알게 모르게 이미 소개돼 있다. 제각각으로.  

 

<배트맨과 철학>(그린비, 2013)

 

 

<호빗 뜻밖의 철학>(북뱅, 2013) 

 

 

 

그리고 편집자의 면면으로 보아 이 시리즈의 전사(前史)로 보이는 책들도 있다. 절판된 <해리 포터 철학교실>(재인, 2006)이 그런데, 블랙웰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리 포터 철학교실>(재인, 2006) 절판

 

 

이걸 같이 묶을 수 있는 유사 시리즈라고 하면 <매트릭스로 철학하기>(한문화, 2003)이나 <철학으로 반지의 제왕 읽기>(이룸, 2003) 등이 거기에 속한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한문화, 2003)

 

  

 

<철학으로 반지의 제왕 읽기>(이룸, 2003) 절판

 

 

 

이상이 대략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범위의 책들이다. 영어권에서 서른 권이 넘게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반응이 나쁘진 않은 듯싶다. '누가 철학을 두려워하랴'가 착안점이라고 할까. 하지만 국내에서는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정도만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듯싶다. 보다 친숙한 한국영화나 대중문화를 소재로 한 시리즈가 기획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전례를 보건대,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이지만...

 

14. 02. 16.

 

 

 

P.S. '누가 철학을 두려워하랴'의 양대축은 '대중문화 철학'과 함께 '청소년 철학'(과 '어린이 철학')을 들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론 <철학하는 십대가 세상을 바꾼다>(카시오페아, 2014)가 거기에 속한다. 예전에 <열세 살의 논리여행>(해냄, 2004)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인데, 원제는 <아이들을 위한 철학>(2005)이다. 소개는 이렇다.

노스웨스턴 영재학교와 시카고교육청의 철학 교과서이다. 단순히 철학자의 이름과 사상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갖는 습관을 기르고 철학자처럼 똑똑하게 생각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짧은 철학자의 경구를 이용하여 십대가 가장 관심을 두는 일상적인 주제부터 시작한 질문은 윤리학과 인식론 형이상학을 거쳐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한 논리학까지 다가간다.

세상을 바꾸는 건 나중 일이고 흥미로운 철학적 질문들로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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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라고 들뜬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까지 터져서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영동에는 폭설이 내렸고 AI는 아직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서울역 고가에서도 오늘도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한 시민이 또 분신을 시도했다. 그런 중에 나온 책들 가운데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먼저 하상복 교수의 <죽은 자의 정치학>(모티브북, 2014). "문화와 상징이 정치, 특히 권력과 맺는 관계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는 저자의 일련의 연구를 종합하고 있는 책. '프랑스, 미국, 한국 국립묘지의 탄생과 진화'가 부제다. <빵떼옹: 성당에서 프랑스 공화국 묘지로>(경성대출판부, 2007)과 <광화문과 정치권력>(서강대출판부, 2010)에 이은 것으로 국립묘지가 정치권력과 맺는 관계에 대한 연구라고 보면 되겠다. 소개는 이렇다.

국립 서울 현충원의 탄생과 진화의 역사와 정치사를 추적함으로써 그곳이 한국 보수 세력의 이데올로기를 표상하고 재현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되어온 원리와 과정과 메커니즘을 살펴보고 있다. 그럼으로써 한국 사회의 이념적 장을 가르고 있는 남남갈등의 동학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키워드로서 사자와 국립묘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미술과 옆 인문학1,2>의 저자(다른 약력은 나와 있지 않다) 박홍순의 방대한 '철학적 미술사' <사유와 매혹2>(서해문집, 2014)도 이번에 마무리됐다. 1권이 2011년에 나왔으니까 햇수로는 3년만이다. '서양 철학과 미술의 역사'가 부제. 왜 미술사를 철학사와 같이 읽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철학사와 미술사는 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철학사를 모르면 미술사를 알 수 없다. 반대로 미술사를 모르면 철학사를 풍부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림은 문자라는 형식이 담아내지 못하거나 놓치는 면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그래서 철학사와 미술사의 이해가 서로 맞물려 들어가도록 했다. 이를 위해 미술작품을 단순한 참고 도판으로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작품을 분석해 철학의 흐름과 어떻게 맞물려 변화했는지를 규명했다.

 

 

얼마전 20주년 기념판이 나온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1,2,3>(휴머니스트, 2014)와 겹쳐서 읽어보면 더 다이나믹하겠다.  

 

 

 

끝으로 '이주의 서프라이즈'라고 해도 무방한데, 독일의 거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예술체계이론>(한길사, 2014)이 출간됐다. 이론적 주저로 <사회체계이론1,2>(한길사, 2007), <사회의 사회>(새물결, 2012)가 소개된 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관심 있는 타이틀이 <예술체계이론>이다. 번역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영역본을 구하기도 했던 책이라 반갑다.  

 

 

난해한 학자로도 손꼽히고 있어서 독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여하튼 도전해볼 만한 책이다.

 

 

 

'도전해볼 만한 책'이라고 해서 마저 적자면, <사회와 사회>가 어느새 품절 상태다. 어렵게 나온 노작이 2년도 안 돼 품절 상태가 된 걸 긍정적으로 봐야 할지, 부정적으로 봐야 할지 헷갈린다. 바람직한 건 쇄를 더 찍는 것이다. 하버마스의 대표작 <의사소통행위이론1,2>(나남, 2006)과 함께 독일 사회학 내지 사회철학을 대표하는 책으로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하긴 이런 정도의 책을 읽는 건 독서라기보다 '도전'이라고 해야겠지만...

 

14. 0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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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이번 주에는 국내서만으로 다섯 권을 꼽았다(기타 주목할 만한 책들은 따로 다룰 수밖에 없겠고). 먼저 타이틀북은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의 이원재 저자가 포착한 2014년 세계 혁신가들의 미래 기획서", <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어크로스, 2014)에서 가져왔다. "세계가 지금 어떤 사회를 상상하는지에 대한 안내서"인데 "장기적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이 꿈꾸는 미래 사회의 모습과 현재 진행 중인 가장 앞선 실험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라고. "책에서는 참여, 자립, 달라지는 정부, 알고리즘 사회라는 4개 분야로 나누어진 11개의 혁신적인 기획들로 미래를 바꿀 오늘의 상상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가장 앞선 실험'이라면 지난해에 나온 <나우토피아>(아름다운사람들, 2012)도 참고할 수 있겠다. 11개의 다양한 유토피아 커뮤니티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두번째는 노정태의 <논객시대>(반비, 2014)다. 주로 1990-2000년대의 대표 논객 아홉 명의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다. '인문.사회 담론의 전성기를 수놓은 진보 논객 총정리'가 부제. 친숙한 이름들 때문에, 이주의 '어필북'이라고 해도 되겠다. 목차는 이렇다.  

1. 강준만 | 태초에 강준만이 있었다
2. 진중권 |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3. 유시민 | 돌아온 지식소매상, 부도 난 정치도매상
4. 박노자 | 어디에도 없는 남자
5. 우석훈 | 청년들에겐 꼰대, 386에겐 광대
6. 김규항 | 예수.건달.지식인
7. 김어준 | 늑대소년은 이탈리아에서 무엇을 보았나
8. 홍세화 | 혁명 투사가 된 '빠리의 택시운전사'
9. 고종석 | JS를 이해하기 위하여 

세번째 책은 '언더그라운드 인문학자' 고병권의 <언더그라운드 니체>(천년의상상, 2014)다.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가 부제. 소개에 따르면, "아포리즘으로 이뤄진 니체의 <서광>을 한 조각 한 조각 해체하여 다시 재구성했다. 한국의 니체 연구자 중 인문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고병권. 그가 니체의 <서광>을 ‘긍정의 정신, 시작하는 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네번째 책은 신학자 김근수의 <행동하는 예수>(메디치미디어, 2014). '마태오 복음' 해설서인데 지난해에 나온 <슬픈 예수>(21세기북스, 2013)와 같이 읽어도 좋겠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 곁으로 하느님나라의 소식을 들고 다가온 예수, 불의에 적극적으로 저항해서 고난 받은 예수’다. 더불어 저자는 '마태오 복음'의 핵심이 실천임을 강조한다. "입으로만 믿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몸으로 자비와 정의를 실천하여 세상을 빛으로 밝히는 그리스도인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 마태오복음이 역설하는 메시지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끝으로 <인문 내공>(웅진지식하우스, 2012)의 저자 박민영의 <낭만의 소멸>(인물과사상사, 2014). '비인간적인 세계에서 산다는 것'이 부제다.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비안간적으로 변했는가'에 대한 탐색과 성찰을 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저자가 도달한 결론이 낭만의 실종 혹은 소멸이다.

우리 시대 이전의 삶도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그래도 예전에는 낭만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낭만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텔레비전·영화·소설에서나 발견될 정도로 희소해졌다. 그것은 억지로 만들어진 낭만, 조작된 낭만, 가짜 낭만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낭만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낭만이 없으면 인생은 비참한 것이 되고 만다. 심지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그렇다. 낭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간다는 것은 위험한 사회적 징후다.

'낭만이 사라진 사회에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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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
이원재 외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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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시대- 인문.사회 담론의 전성기를 수놓은 진보 논객 총정리
노정태 지음 / 반비 / 2014년 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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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
고병권 지음, 노순택 사진 / 천년의상상 / 2014년 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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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예수- 불의에 저항한 예수 '마태오 복음' 해설
김근수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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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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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혜강 최한기의 <운화측험>(한길사, 2014)을 고른다. '운화'라는 말은 접해보았지만 <운화측험>은 처음 듣는다. 관련서를 읽어본 적이 있으니 책명을 보긴 보았을 테지만 기억에는 남지 않은 모양이다. 소개는 이렇다.

 

 

운화측험(雲化測驗)이란 운화를 관측·측정하여 검증한다는 뜻으로, 자연 속에 존재하는 기의 운동과 변화를 관측·측정하여 증험함을 일컫는다. 조선 후기 철학자 최한기가 이탈리아 선교사인 알폰소 바뇨니의 저서 <공제격치>를 비판하고 수용하면서 저술된 것이다. <공제격치>를 접한 최한기가 <운화측험>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자연에 대한 4원소의 불합리한 기계적인 적용과 지구 우주중심설과 정지설, 비합리적인 과학이론, 그리고 신학적 목적론 등이다. 이로써 최한기는 서양의 종교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과학에도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그래서 동아시아 전통학문인 주자성리학과 서양의 기독교를 비판·극복하고 새로운 보편적인 학문을 세우고자 하였는데, 그것이 그의 만년에 완성한 기학(氣學)이다. <운화측험>은 이러한 기학의 세계관을 이루는 자연철학적 저술이다. 다시 말하면 그의 만년 저작 <기학>이 주로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철학의 존재론적 기반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순서상 알폰소 바뇨니의 <공제격치>(1633)가 먼저 나와주어야 할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역자가 그 일을 이미 해놓았다. <공제격치>(한길사, 2012)를 먼저 번역하고 <운화측험>을 마저 옮긴 것이다. 역자의 성실한 학문적 태도가 인상적이다(역자는 혜강의 주요 저작 중 <기측제의>도 옮겼다). 

 

 

 

다산 정약용과 함께 조선 후기 학문을 대표하는 혜강 최한기의 그의 기학에 대해서 처음 접한 건 김용옥의 <독기학설>(통나무, 2009/2004)을 통해서였다. 이후에 나온 <혜강 최한기와 유교>(통나무, 2004), 손병욱 역주의 <기학>(통나무, 2004)에까지 손이 갔으나 대략 어림만 할 뿐 독파하진 못했다. 

 

 

그러다 국문학자 박희병 교수의 <운화와 근대>(돌베개, 2003) 덕분에 최한기를 다시 상기하게 됐다. 2003년이 혜강의 탄생 200주년 되는 해였고, "이 책은 혜강의 탄신 200주년을 맞이하여 최한기의 사회사상과 정치학을 중심으로 사상사적 음미를 시도한 책"이었다. 이 두 저자의 이름 옆에 이제 이종란 박사의 이름도 적어두어야겠다. 성균관대학에서 최한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공자인데, <최한기의 운화와 윤리>(문사철, 2008)이란 연구서를 갖고 있다(아마도 학위논문을 보완해서 펴낸 듯싶다).

 

 

 

최한기에 입문하려는 독자라면 <독기학설>이나 <정약용 & 최한기>(김영사, 2007) 등으로 워밍업을 하고서 <운화측험>과 <기학>의 세계로 넘어가면 좋을 듯싶다. 나부터도 그런 독서계획을 꾸려본다. 혜강에 관한 연구서는 몇 권 더 나와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산과 연암을 다룬 고미숙의 라이벌 평전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북드라망, 2013)처럼, 다산과 혜강의 철학을 비교하는 좀더 묵직한 책도 기대해본다...

 

14.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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