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현대사회와 앨리스에 대한 14가지 철학적 시선'이란 부제를 단 <앨리스처럼 철학하기>(인벤션, 2014)의 원제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철학>이기에 떠오른 생각을 몇 자 적는다. 정확하게는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 떠오른 '책들'이다.
일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관해서라면 장-자크 르세르클이 편집한 <앨리스>(이룸, 2003)와 마틴 가드너 주석판 <앨리스>(북폴리오, 2005)이 고급한 교양서로 <앨리스> 독자들의 필수 소장도서이지만 절판돼 유감스럽다는 걸 미리 적어둔다.
다시 <앨리스처럼 철학하기>로 돌아오면,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와 관련한 다양한 철학적 문제들을 다룬다. 아니, 물고 늘어진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앨리스처럼 철학하기>는 이 두 권의 동화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철학적 테마들을 다루고 있다. 현대 사회에 비추어 볼 수 있는 다양한 정치사회학적 문제들, ‘나는 누구인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실재란 무엇인가?’와 같은 형이상학적·인식론적 문제들,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언어의 문제와 올바른 사고를 위해 배워야 할 논리학 등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매우 폭넓고 다양하다. 14명의 저자들은 주인공인 앨리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라고 말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책은 블랙웰 출판사의 '철학과 대중문화(Blackwell Philosophy & Pop Culture alice)' 시리즈의 하나다. 알라딘에서는 이 시리즈의 책으로 현재 36권이 뜬다. 그 중 몇 권은 알게 모르게 이미 소개돼 있다. 제각각으로.
<배트맨과 철학>(그린비, 2013)
<호빗 뜻밖의 철학>(북뱅, 2013)
그리고 편집자의 면면으로 보아 이 시리즈의 전사(前史)로 보이는 책들도 있다. 절판된 <해리 포터 철학교실>(재인, 2006)이 그런데, 블랙웰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리 포터 철학교실>(재인, 2006) 절판
이걸 같이 묶을 수 있는 유사 시리즈라고 하면 <매트릭스로 철학하기>(한문화, 2003)이나 <철학으로 반지의 제왕 읽기>(이룸, 2003) 등이 거기에 속한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한문화, 2003)
<철학으로 반지의 제왕 읽기>(이룸, 2003) 절판
이상이 대략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범위의 책들이다. 영어권에서 서른 권이 넘게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반응이 나쁘진 않은 듯싶다. '누가 철학을 두려워하랴'가 착안점이라고 할까. 하지만 국내에서는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정도만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듯싶다. 보다 친숙한 한국영화나 대중문화를 소재로 한 시리즈가 기획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전례를 보건대,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이지만...
14. 02. 16.
P.S. '누가 철학을 두려워하랴'의 양대축은 '대중문화 철학'과 함께 '청소년 철학'(과 '어린이 철학')을 들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론 <철학하는 십대가 세상을 바꾼다>(카시오페아, 2014)가 거기에 속한다. 예전에 <열세 살의 논리여행>(해냄, 2004)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인데, 원제는 <아이들을 위한 철학>(2005)이다. 소개는 이렇다.
노스웨스턴 영재학교와 시카고교육청의 철학 교과서이다. 단순히 철학자의 이름과 사상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갖는 습관을 기르고 철학자처럼 똑똑하게 생각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짧은 철학자의 경구를 이용하여 십대가 가장 관심을 두는 일상적인 주제부터 시작한 질문은 윤리학과 인식론 형이상학을 거쳐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한 논리학까지 다가간다.
세상을 바꾸는 건 나중 일이고 흥미로운 철학적 질문들로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