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라고 들뜬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까지 터져서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영동에는 폭설이 내렸고 AI는 아직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서울역 고가에서도 오늘도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한 시민이 또 분신을 시도했다. 그런 중에 나온 책들 가운데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먼저 하상복 교수의 <죽은 자의 정치학>(모티브북, 2014). "문화와 상징이 정치, 특히 권력과 맺는 관계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는 저자의 일련의 연구를 종합하고 있는 책. '프랑스, 미국, 한국 국립묘지의 탄생과 진화'가 부제다. <빵떼옹: 성당에서 프랑스 공화국 묘지로>(경성대출판부, 2007)과 <광화문과 정치권력>(서강대출판부, 2010)에 이은 것으로 국립묘지가 정치권력과 맺는 관계에 대한 연구라고 보면 되겠다. 소개는 이렇다.

국립 서울 현충원의 탄생과 진화의 역사와 정치사를 추적함으로써 그곳이 한국 보수 세력의 이데올로기를 표상하고 재현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되어온 원리와 과정과 메커니즘을 살펴보고 있다. 그럼으로써 한국 사회의 이념적 장을 가르고 있는 남남갈등의 동학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키워드로서 사자와 국립묘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미술과 옆 인문학1,2>의 저자(다른 약력은 나와 있지 않다) 박홍순의 방대한 '철학적 미술사' <사유와 매혹2>(서해문집, 2014)도 이번에 마무리됐다. 1권이 2011년에 나왔으니까 햇수로는 3년만이다. '서양 철학과 미술의 역사'가 부제. 왜 미술사를 철학사와 같이 읽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철학사와 미술사는 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철학사를 모르면 미술사를 알 수 없다. 반대로 미술사를 모르면 철학사를 풍부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림은 문자라는 형식이 담아내지 못하거나 놓치는 면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그래서 철학사와 미술사의 이해가 서로 맞물려 들어가도록 했다. 이를 위해 미술작품을 단순한 참고 도판으로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작품을 분석해 철학의 흐름과 어떻게 맞물려 변화했는지를 규명했다.

 

 

얼마전 20주년 기념판이 나온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1,2,3>(휴머니스트, 2014)와 겹쳐서 읽어보면 더 다이나믹하겠다.  

 

 

 

끝으로 '이주의 서프라이즈'라고 해도 무방한데, 독일의 거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예술체계이론>(한길사, 2014)이 출간됐다. 이론적 주저로 <사회체계이론1,2>(한길사, 2007), <사회의 사회>(새물결, 2012)가 소개된 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관심 있는 타이틀이 <예술체계이론>이다. 번역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영역본을 구하기도 했던 책이라 반갑다.  

 

 

난해한 학자로도 손꼽히고 있어서 독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여하튼 도전해볼 만한 책이다.

 

 

 

'도전해볼 만한 책'이라고 해서 마저 적자면, <사회와 사회>가 어느새 품절 상태다. 어렵게 나온 노작이 2년도 안 돼 품절 상태가 된 걸 긍정적으로 봐야 할지, 부정적으로 봐야 할지 헷갈린다. 바람직한 건 쇄를 더 찍는 것이다. 하버마스의 대표작 <의사소통행위이론1,2>(나남, 2006)과 함께 독일 사회학 내지 사회철학을 대표하는 책으로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하긴 이런 정도의 책을 읽는 건 독서라기보다 '도전'이라고 해야겠지만...

 

14. 0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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