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알랭 드 보통의 신간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행나무, 2016)을 언급하면서 '보통이 말하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강의도 계획중이라고 했는데, 엊그제 야나님이 공지한 대로 이달 29일(목) 저녁 7시 반에 행사를 갖는다(신청은 http://blog.aladin.co.kr/selfsearch/8762590). 타이틀은 '낭만주의를 넘어서'로 붙였는데, 책을 이미 읽은 독자는 알겠지만 책의 마지막 5부 제목이다. 1부의 제목이 '낭만주의'인 걸 고려하면 보통의 문제의식은 제목만으로도 식별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톨스토이가 말하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종종 강의하곤 했는데, 같은 주제의 알랭 드 보통 편이라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보통의 책들 외에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도 곁들일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부암동 북카페 야나문에서 뵙도록 하겠다...

 

16. 0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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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해 보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번역 한 대목을 짚어보는 페이퍼다. <시학>은 분량은 얇지만 인류 최초의 문학론으로서 의의가 가볍지 않을 뿐더러 여전히 음미해볼 만한 고전이다. 애초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립한 뤼케이온 학원의 강의노트였던 <시학>은 2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희극을 다룬 <시학> 2권이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존하지 않는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이 2권을 소재로 하고 있다). 문학과 예술을 모방(재현)의 양식으로 규정한 서두 이후 아리스토텔렉스는 6장에서부터 본격적인 비극론으로 들어간다. 더 정확하게는 극작법이다. 비극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하는 문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여섯 가지 구성소를 나열한 다음에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플롯이라고 지적하는데, 이 대목이 <시학>의 핵심에 해당한다(유명한 '카타르시스'는 비극의 효과로서 한 차례만 언급된다). 원전 번역본 손명현본(고려대출판부/동서문화사)과 천병희본(문예출판사)은 각각 이렇게 옮겼다.

 

 

"이 6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결합, 즉 플롯이다. 무릇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생활과 행복과 불행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과 불행은 행동 가운데, 있고, 우리의 생활의 목적도 어떤 행동이지 성질이 아니다."(손명현)

 

"이 여섯 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결합, 즉 플롯이다.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가 생활과 행복과 불행을 모방한다. 그리고 행복과 불행은 행동 가운데 있으며 비극의 목적도 일종의 행동이지 성질은 아니다."(천병희)

 

두 분 다 비극의 여섯 요소는 "장경, 성격, 플롯, 조사, 가요(노래), 사상"이라고 대동소이하게 옮겼다(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장경'은 분장을 포함한 무대미술을 가요(노래)는 음악/음향 효과를 가리킨다. 그리고 '조사'는 '언어표현'으로도 옮겨지는데, 지금의 '대본'에 해당한다). 하지만 인용문의 끝에서 '생활의 목적'이 행동이라고 말한 부분과 '비극의 목적'이라고 행동이라고 단언한 대목은 같은 뜻으로 읽기 어렵다. 삶의 목적이나 비극의 목적이나 그게 그거라는 뜻이 성립할 수 없다면(삶=비극?) 둘 중 하나다. 희랍어 원문이 서로 상충하는 해석을 허용하거나(고전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지 않다) 아니면 어느 한 쪽이 오역이거나.

 

 

원문을 대조할 수 없는 처지에서는 다른 번역본을 더 참조하는 수밖에 없는데, 영어본을 옮긴 이상섭(문학과지성사), 김재홍 교수(고려대출판부)의 번역본과 프랑스어본을 옮긴 김한식 교수(펭귄클래식)의 번역본을 차례로 나열해 본다.

 

"이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들의 조직 즉 플롯이다. 왜냐하면 비극은 있는 대로의 사람의 재현이 아니라 행동과 삶의 모방인 까닭이며 행복과 불행은 다같이 행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삶의 목적은 일종의 행동이지 어떤 질적인 상태가 아니다."(이상섭)

 

"여러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상의 사건을 결합하는 것 즉 구성이다. 비극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모방이 아니라 행동과 삶, 행복과 불행의 모방이다. 모든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행동양식을 취하며 우리 삶의 궁극목적도 어떤 종류의 활동이지 성질은 아니다."(김재홍)

 

"이 요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들을 조직적으로 배열하는 것이다. 실제로 비극은 사람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삶과 행복(불행 역시 행동 속에 들어 있다)을 재현하며, 비극이 겨냥하는 목표는 행동이지 성품이 아니다."(김한식)

 

여기서도 이상섭/김재홍본과 김한식본의 번역이 엇갈린다. 단순하게 말하면 영어판과 불어판이 갈리는 것 같은 형국이다(궁금해서 러시아어본을 찾아보니 '비극의 목적'으로 옮겼다). 여기서 '행동'은 우리가 현재 쓰는 것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가지며, '성질'이나 '성품' '질적인 상태' 등으로 옮겨진 것은 '에토스' 즉 '성격'을 가리킨다(영어의 '캐릭터'다). 요즘 쓰는 구도로 말하면, '플롯이나 캐릭터냐'라는 게 아리스토텔레스가 문제 삼고 있는 쟁점이다. 그리고 단연 플롯의 편을 들고 있는 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이다(그는 플롯이 비극의 '영혼'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설사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할지라도 나로선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것이 '비극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그렇게 강의했다).

 

 

<시학>은 영어로도 다수의 번역본이 존재하고, 이상섭본과 김재홍본의 번역 대본도 같지 않다. 김진성 정암학당 연구원이 옮긴 사무엘 힌리 부처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창작예술론>(세창출판사, 2014)의 20세기초에 출간된, 19세기 <시학> 연구를 대표하는 저작인데(부처와 바이워터가 당시 영어권의 대표 학자다) 여기서는 "비극은 인물들의 모방이 아니라 행동과 삶의 모방이다. 그리고 그 삶을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삶의 목적은 일종의 행동이지, 성질이 아니다."(270쪽)라고 옮겼다. 좀더 현대적인 해석으로는 레온 골든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예림기획, 2002)이 번역돼 있고 예전에 흥미롭게 읽은 책이지만 당장은 손에 들고 있지 않아서 확인이 어렵다. 대신 영어권에서 평판이 높은 스티븐 핼리웰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에코의 <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열린책들, 2009)는 <움베르코 에코의 문학강의>(열린책들, 2005)을 마니아판으로 다시 펴낸 것인데(영어판은 <문학론>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이번에 다시 구해서 '<시학>과 우리'란 글을 읽었다. 애초에 학회 발표문으로 쓰인 것인데, 주로 <시학>의 수용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주제지만 독서가 수월하지는 않았는데 역자가 <시학>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탓이 커 보였다. 비극의 여섯 구성 요소를 이렇게 옮긴다면 <시학>을 읽었다고 볼 수 없겠기에.

"하지만 아직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머물러 있습니다. 포는 <어휘 lexis>, <시선 opsis>, <지각 dianoia>, <윤리 ethos>, <음악 melos>의 정확하고도 유기적인 혼합을 계산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미토스>의 뼈대에 살을 붙였습니다."(352-3쪽)

포는 에드거 앨런 포를 가리킨다. 그리고 나열된 용어들이 비극의 구성소로서 미토스는 플롯을, 에토스는 성격을 가리킨다. '볼거리'로도 옮겨지는 옵시스는 분장과 무대장치를, 디아노이아는 사상을 가리킨다. (언어)표현으로도 옮겨지는 렉시스가 대본이다. <시학>과 같은 고전적인 저작에 대한 상식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라도 핵심 용어들의 번역어는 통일이 되었으면 싶다(최소한 두 가지 이내로).

 

 

아, <시학> 다시 읽기는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강의차 읽기 위한 워밍업이었다. 연휴라지만 부모님 댁에도 가야 하는 와중에 중세 수도원에도 들러야 하니 꽤나 분주한 일정이로군...

 

16. 0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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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시인들'의 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찾아보니 발단은 정채찬 교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휴머니스트, 2015)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가 부제인 책이 뜻밖에 호응을 얻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현림 시인의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걷는나무, 2010)도 스테디셀러다. 최근에는 진은영, 오민석, 김기택 시인도 '시 읽어주는 시인' 대열에 가세했다. 이시영 시인의 <시 읽기의 즐거움>(창비, 2016) 이후에 나온 책들을 한데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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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진은영 지음, 손엔 사진 / 예담 / 2016년 8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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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6,500원 → 5,850원(10%할인) / 마일리지 3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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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오민석 지음 / 살림 / 2016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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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시처럼 온다- 사랑을 잊은 그대에게 보내는 시와 그림과 사진들
신현림 엮음 / 북클라우드 / 2016년 8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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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 두 권을 고른다. 에이미 스튜어트의 <술 취한 식물학자>(문학동네, 2016)와 소어 핸슨의 <씨앗의 승리>(에이도스, 2016)다. 둘다 초면은 아닌데, 에이미 스튜어트는 <지렁이,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일꾼>(달팽이, 2005)을 통해서, 소어 핸슨은 화제작 <깃털>(에이도스, 2013)을 통해서 소개된 바 있다.

 

 

먼저 <술 취한 식물학자>는 '위대한 술을 탄생시킨 식물들의 이야기'가 부제다. 저자는 " 각종 작물, 허브, 꽃, 나무, 열매, 그리고 균류를 동원해 독창적인 영감과 필사적인 노력으로 용케 술을 빚어온 인류의 역사를 탐구한다."

"저자는 '모든 술은 식물에서 시작되었다'는 기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해, 식물학을 바탕으로 생물학과 화학, 그리고 술을 즐겨온 인류의 문화사까지 서술해가며 술의 근원인 식물에 대한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다 들려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식물을 통해 우리가 마시는 술이 탄생하기까지의 비밀을 천천히 되짚어가는 책이다. 50가지가 넘는 칵테일 레시피와, 정원에서 직접 술의 재료나 가니시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는 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도 꼼꼼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러니까 식물을 핑계로 '술 이야기' 하는 책으로 읽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아니나 다를까, '식물 일반'에 관한 책이면서, '술'에 관한 책으로 분류돼 있다.

 

 

<씨앗의 승리>는 제목으로 내용을 어림할 수 있는 책이다. '씨앗은 어떻게 식물의 왕국을 정복하고 인류 역사를 바꿔왔는가?'가 부제. "식단을 씨앗으로 채우면서도 그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는 존재인 씨앗, 그 씨앗이 식물의 진화에서 또 인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물론 씨앗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수억 년 전 식물계의 일대 사건이었던 씨앗의 탄생에서부터 인류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인류 진화와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씨앗의 우아하고 경이로운 진화의 여정을 다룬다. 이 흥미로운 여정에서 우리는 식물의 화석을 찾아다니는 고생물학자, 우리의 식단을 책임지는 농부들, 전 세계에서 수집한 수십 억 개의 씨앗을 모아 저장해 놓은 씨앗은행의 직원, 정원에 완두콩을 심고 8년에 걸친 치밀한 연구 끝에 유전자를 발견한 수도사 등을 만난다."

주제는 특별하지 않지만(적어도 깜짝 놀랄 만하진 않다) 중요한 건 필력이다. 우연찮게도 <술 취한 식물학자>의 저자 에이미 스튜어트는 이렇게 상찬했다.

 “씨앗이 이토록 흥미진진하고 위험하기도 하다는 걸 누가 알았겠는가? 핸슨은 생동감 있는 이야기꾼이며, 서정적인 저자이고, 재치가 넘친다. <씨앗의 승리>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연사 저서 그 이상의 것이다. 이 책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우 재미있는 여행이며, 이 여정에는 과학자와 역사가, 범죄자, 탐험가, 비행가, 미래학자가 등장한다. 경이로움, 시, 발견이 가득한 지상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다양한 관심과 수준의 독자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16. 0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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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전문가' 고운기 교수의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시리즈의 다섯째 권이 출간되었다. <스토리텔링 삼국유사5>(현암사, 2015). '모험의 권유'가 부제. "<삼국유사>에 매료되어 20년 넘게 이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재조명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고운기 교수가 4년 만에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5 - 모험의 권유>를 냈다. <삼국유사>의 독보적 권위자인 저자는 2009년부터 이 시리즈를 계획하여 이를 평생의 작업으로 생각하고 2012년까지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해왔다." <삼국유사>를 심드렁하게 읽은 독자라도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몇 권까지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5- 모험의 권유
고운기 지음 / 현암사 / 2016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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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리더십을 말하다
고운기 지음 / 현암사 / 2012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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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
고운기 지음 / 현암사 / 2011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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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글쓰기 감각
고운기 지음 / 현암사 / 2010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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