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과학서' 두 권을 고른다. 에이미 스튜어트의 <술 취한 식물학자>(문학동네, 2016)와 소어 핸슨의 <씨앗의 승리>(에이도스, 2016)다. 둘다 초면은 아닌데, 에이미 스튜어트는 <지렁이,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일꾼>(달팽이, 2005)을 통해서, 소어 핸슨은 화제작 <깃털>(에이도스, 2013)을 통해서 소개된 바 있다.
먼저 <술 취한 식물학자>는 '위대한 술을 탄생시킨 식물들의 이야기'가 부제다. 저자는 " 각종 작물, 허브, 꽃, 나무, 열매, 그리고 균류를 동원해 독창적인 영감과 필사적인 노력으로 용케 술을 빚어온 인류의 역사를 탐구한다."
"저자는 '모든 술은 식물에서 시작되었다'는 기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해, 식물학을 바탕으로 생물학과 화학, 그리고 술을 즐겨온 인류의 문화사까지 서술해가며 술의 근원인 식물에 대한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다 들려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식물을 통해 우리가 마시는 술이 탄생하기까지의 비밀을 천천히 되짚어가는 책이다. 50가지가 넘는 칵테일 레시피와, 정원에서 직접 술의 재료나 가니시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는 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도 꼼꼼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러니까 식물을 핑계로 '술 이야기' 하는 책으로 읽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아니나 다를까, '식물 일반'에 관한 책이면서, '술'에 관한 책으로 분류돼 있다.
<씨앗의 승리>는 제목으로 내용을 어림할 수 있는 책이다. '씨앗은 어떻게 식물의 왕국을 정복하고 인류 역사를 바꿔왔는가?'가 부제. "식단을 씨앗으로 채우면서도 그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는 존재인 씨앗, 그 씨앗이 식물의 진화에서 또 인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물론 씨앗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수억 년 전 식물계의 일대 사건이었던 씨앗의 탄생에서부터 인류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인류 진화와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씨앗의 우아하고 경이로운 진화의 여정을 다룬다. 이 흥미로운 여정에서 우리는 식물의 화석을 찾아다니는 고생물학자, 우리의 식단을 책임지는 농부들, 전 세계에서 수집한 수십 억 개의 씨앗을 모아 저장해 놓은 씨앗은행의 직원, 정원에 완두콩을 심고 8년에 걸친 치밀한 연구 끝에 유전자를 발견한 수도사 등을 만난다."
주제는 특별하지 않지만(적어도 깜짝 놀랄 만하진 않다) 중요한 건 필력이다. 우연찮게도 <술 취한 식물학자>의 저자 에이미 스튜어트는 이렇게 상찬했다.
“씨앗이 이토록 흥미진진하고 위험하기도 하다는 걸 누가 알았겠는가? 핸슨은 생동감 있는 이야기꾼이며, 서정적인 저자이고, 재치가 넘친다. <씨앗의 승리>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연사 저서 그 이상의 것이다. 이 책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우 재미있는 여행이며, 이 여정에는 과학자와 역사가, 범죄자, 탐험가, 비행가, 미래학자가 등장한다. 경이로움, 시, 발견이 가득한 지상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다양한 관심과 수준의 독자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16. 0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