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는 아니지만 이번 겨울 강의가 대부분 일단락되었다. 강의 뒤풀이에 해당하는 페이퍼 거리도 좀 되는데 눈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좀 일찍 침대에 엎어져서 북플에다 글을 쓴다. 오규원의 첫 시집으로 이번에 재간된 <분명한 사건>(문학과지성사, 2017)이 베겟머리에 있다. 초판은 1971년에 한림출판사에서 나왔고 아마도 희귀본일 듯. 내가 제일 처음 읽은 건 민음시인총서의 선집 <사랑의 기교>다.

젠장, 검지로만 자판을 두드리니 이렇게 쓰는 게 결코 더 편한 게 아니로군. 북플에는 사진이나 올리는 게 제격이겠다. 물러나려니 머쓱해서 대표적인 기교파 시인 오규원(그는 김춘수 계보에 속한다)의 시 한 대목을 옮긴다(그의 시는 빽빽한 숲 같아서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 내가 좋아하는 시집은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1995) 같은 부류).

나의 음성들이 외롭게 나의 외곽에 떨어지는
따스한 겨울날.
골격뿐인 서쪽 숲의 나무들이
환각에 젖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있다.
- 서쪽 숲의 나무들


P.S. 오타를 PC에서 수정하니까 북플에서는 수정이 안된다. 북플 글쓰기에 대해서 오늘 배운 한 가지다. 수정하는 김에 오규원 시집 두 권도 더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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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진아도서관의 봄학기 강의부터 한국문학 강의를 시작하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9117314), 다른 강의에서 러시아 희곡(체호프)과 독일 희곡들도 다루는 김에 한국 희곡에 대한 강의도 해보면 좋겠다 싶다. 그런 욕심을 품게 한 책이 나왔는데, 한국문학전집 시리즈로 나온 <한국 현대희곡선>(문학과지성사, 2017)이다. 목차를 보니 유치진의 <토막>부터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게 몸을 던졌는가>까지 모두 10편을 수록하고 있다. 



전집판으로는 민음사판 <한국희국선 1,2>(2014)과 견줄만 한데, 일단 민음사판의 목차는 이렇다. 각권 8편씩 모두 16편을 수록하고 있다. 


1권 
1 송영, 호신술(1932) 
2 유치진, 소(1934) 
3 임선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1936) 
4 함세덕, 무의도기행(1941) 
5 오영진,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1949) 
6 차범석, 산불(1962) 
7 이근삼, 국물있사옵니다.(1966) 
8 박조열, 오장군의 발톱(1974) 

2권
1 허규, 물도리동(1977) 
2 이현화, 불가불가(1982) 
3 오태석, 자전거(1983) 
4 정복근, 실비명(1989) 
5 이윤택, 오구 죽음의 형식(1989) 
6 김광림, 사랑을 찾아서(1990) 
7 이만희,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1990) 
8 이강백, 영월행 일기(1995)


그리고 문학과지성사판의 목차. 


1 유치진, 토막
2 함세덕, 산허구리
3 오영진,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
4 차범석, 불모지
5 이근삼, 국물 있사옵니다
6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7 이현화, 카덴자
8 이강백, 봄날
9 이윤택, 오구―죽음의 형식
10 오태석,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두 종의 선집에서 공통적인 작가와 작품에 형관펜을 칠했다. 9명의 작가가 공통되고, 3명은 작품도 일치한다(오영진, 이근삼, 이윤택). 한 주에 두 작품씩 읽는 걸로 하면 5주 강의나 8주 강의의 커리가 될 수 있겠다. 아무튼 각 작가별로 찾아 읽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선집이라 반갑다. 



다른 판본의 희곡 선집으로는 한국극예술학회에서 엮은 <한국 현대대표희곡 선집 1,2>(월인)와 김성희 편, <한국 현대명작 희곡선집>(연극과인간, 2000)이 있다. 전자는 24편, 후자는 10편을 수록하고 있다. 꽤 오래 전에 나왔지만 아직 절판되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민음사판이나 문지판에 밀려나지 않을까 싶다...


17.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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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솔제니친'이라고 불리는 작가 반디(필명)의 소설집이 재출간되었다. <고발>(다산책방, 2017). 이미 조갑제닷컴에서 2014년에 나온 바 있다. 사실 책의 존재를 안 건 지난해였는데,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가 이 책도 번역했다고 해서 찾아봤던 것. 하지만 '조갑제닷컴'에서 나온 책이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신뢰할 수가 없기에. 다행히 이번에는 최초 원고를 충실히 살린 판본이라 한다. 



영어판은 지난해 역구 펜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알라딘에서 검색되는 건 올 3월 출간이다. 아무래도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는 '비공식문학'은 처음이어서 해외에서 더 열띤 반응을 보이는 듯싶다. 

"2017년 3월 영미권을 비롯한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맞춰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한 <고발>은 세련된 표지와 더불어 작가의 최초 원고를 충실하게 살려 작품이 지닌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탈북 작가가 아닌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라는 점과 원고의 반출 과정 등이 화제를 모았으나 작품이 지닌 가치와 의의, 문학성 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었다. 이렇게 냉담했던 국내 반응과 달리 이 작품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뜨거웠다.<고발>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의 현재 생사 여부도 불확실한 것으로 보이지만(관련기사를 보니 의견들이 상반된다), 그래서 <고발> 이후의 작품을 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진짜 북한'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작품의 완성도나 문학적 성취는 일단 제외하더라도...


17.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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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분야의 책들로 '이주의 책'을 고른다. 예상대로이긴 하지만 페미니즘 출판의 강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타이틀북으로 고른 건 리사 앨더와 프랑수아즈 질로의 대담집 <여자들의 사회>(알마, 2017)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페미니스트인 리사 앨더와 한때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프랑스의 화가 프랑수아즈 질로가 여성으로서의 그들의 삶, 그리고 문화예술 전반에 관해 나눈 대화를 한데 엮어 펴낸 책이다."



두번째 책은 앨리스 에콜스의 <나쁜 여자 전성시대>(이매진, 2017). 언제가 전성기였나 했더니 1970년대 초반이다. '급진 페미니즘의 오래된 현재, 1967~1975'가 부제. "미국 급진 페미니즘의 살아 숨쉬는 역사를 다룬 책이다. 1967년부터 1975년까지 이론의 낡은 틀을 부수고 실천의 광장으로 나아간 ‘나쁜 여자’들의 전성시대를 꼼꼼히 새긴 기록화다." 이에 견줄 만한 전성시대가 한국사회에도 있었던가, 아니면 곧 도래하는가?



세번째는 린다 웨스트의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세종서적, 2017)다.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과 싸우는 법'가 부제로 지난해에 나온 최신간이다. "페미니즘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세계에 대해 목청 높여 반론을 입증하는 한 페미니스트의 외침. 여자는 날씬하고 조용하며 순종적일 것을 요구하는 문화에서 성장한 린디 웨스트는 자신은 결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발견했으며, 유머와 페이소스를 섞어 이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네번째는 로라 베이츠의 <일상 속의 성차별>(미메시스, 2017). "영국의 페미니즘 작가 로라 베이츠가 성 불평등 경험담을 공유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책은 그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람들의 경험과 분노와 공감과 지혜가 바탕이 되어 쓰인 책으로, 젊은 여성들이 주도권을 잡은 새로운 페미니즘의 모습이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카트리네 마르살의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부키, 2017). 경제학 분야로도 분류되는 책인데,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가 부제다. "저자 카트리네 마르살은 애덤스미스의 초기 사상부터 현대 여성들이 직면하는 불평등한 사회 및 경제 구조뿐 아니라 현대 금융 위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짚어 보며,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날카롭게 여성과 경제학, 그리고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여자들의 사회- 소설가 앨더와 화가 질로의 대화
리사 앨더 & 프랑수아즈 질로 지음, 노지양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7년 02월 19일에 저장
절판

나쁜 여자 전성시대- 급진 페미니즘의 오래된 현재, 1967~1975
앨리스 에콜스 지음, 유강은 옮김 / 이매진 / 2017년 2월
27,000원 → 24,300원(10%할인) / 마일리지 1,350원(5% 적립)
2017년 02월 19일에 저장
절판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과 싸우는 법
린디 웨스트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2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2017년 02월 19일에 저장
절판

일상 속의 성차별
로라 베이츠 지음, 안진이 옮김 / 미메시스 / 2017년 2월
16,800원 → 15,12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5% 적립)
2017년 02월 19일에 저장
절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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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보통 시사 팟캐스트를 들으며 이런 일을 한다). 한국 현대사 관련 저자 3인이다. 먼저 국사학자 서중석 교수.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7,8>(오월의봄, 2017)이 출간되었다. 6권부터가 제3공화국 이야기인데, 이번에 나온 7권은 한일회담과 박정희와 일본 우익의 검은 커넥션을 다루고 있고, 8권 경제성장과 관련한 박정희 신화를 파헤친다. 


"서중석 교수는 이 시리즈를 통해 1945년 해방 공간에서부터 1987년 6월항쟁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주제를 소개한다. 7권의 주제는 '한일 회담.한일협정'이다. 서중석 교수는 이 책에서 박정희 정권이 미숙성, 굴욕.저자세, 졸속 처리로 한일협정을 체결했다는 사실과 일본 극우들에게 "형님으로 모시겠소"라며 머리를 숙이고, 검은돈을 받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8권의 주제는 '경제 성장'으로, 박정희 정권 시기의 경제 성장을 다루고 있다. 이 시기에 한국은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성장과 발전이 박정희의 업적은 아니라고 서중석 교수는 말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주장은 오해이고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유예된 박정희 시대의 청산 기회를 맞아 그 시대의 진실을 한번 일독해봄직하다. 


한국사 교과서 파동 때 주목받고 현재는 팟캐스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역사 알리미 심용환의 신작도 두 권 나란히 나왔다. <헌법의 상상력>(사계절, 2017)과 <심용환의 역사토크>(휴머니트스, 2017). "시대가 주목한 역사가 심용환의 눈으로 본 헌법. <헌법의 상상력>은 정치와 법률, 역사와 사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한민국 헌정사를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는 물론,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구조에 관한 근현대 석학들의 사상과 비교하면서 우리 헌법의 주인이 우리 국민임을 독자들에게 깨우쳐준다."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책을 쭉 읽어보니 추천사보다는 환영사를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헌법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책이 없는지 여기저기 수소문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써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마침 이 책이 출간된다고 하니 누구보다 반가운 마음이다. 내가 썼으면 한국 이야기는 더 자세하게 다루었겠지만 외국의 사례는 빈약했을 것이고, 정치사상이나 헌법이론까지는 소개하지 못했을 것이다. ‘헌법의 한국현대사’ 강의를 만들려고 궁리 중인데, 강의를 개설하면 나부터 이 책을 교재로 쓸 생각이다."

헌법에 관한 대중교양서로 맞춤한 책이다. 



더불어, 탄핵 정국의 '수혜자'로 꼽히는 것이 헌법 관련서들인데, 이례적인 베스트셀러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유행이라면 얼마든지 편승해볼 만하다. 



한국 대중예술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이영미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대중문화로 보는 박정희 시대'를 부제로 한 <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인물과사상사, 2017). 제목으로는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황금가지, 2002)를 잇고 있다. 박정희 시대는 어떤 시대였던가.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 동백아가씨, 아침이슬, 조국 근대화, 잘살아보세, 국가비상사태, 포크, 장발족, 금지곡, 대마초, 히피, 트로트……." 같은 키워드로 환기되는 박정희 시대, 대중문화의 욕망을 되짚어보아도 좋겠다. 


 

말이 나온 김에, 박정희와 유신(혹은 개발독재시대)에 관한 책 몇 권도 다시 상기해두도록 한다...


17.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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