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는 아니지만 이번 겨울 강의가 대부분 일단락되었다. 강의 뒤풀이에 해당하는 페이퍼 거리도 좀 되는데 눈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좀 일찍 침대에 엎어져서 북플에다 글을 쓴다. 오규원의 첫 시집으로 이번에 재간된 <분명한 사건>(문학과지성사, 2017)이 베겟머리에 있다. 초판은 1971년에 한림출판사에서 나왔고 아마도 희귀본일 듯. 내가 제일 처음 읽은 건 민음시인총서의 선집 <사랑의 기교>다.

젠장, 검지로만 자판을 두드리니 이렇게 쓰는 게 결코 더 편한 게 아니로군. 북플에는 사진이나 올리는 게 제격이겠다. 물러나려니 머쓱해서 대표적인 기교파 시인 오규원(그는 김춘수 계보에 속한다)의 시 한 대목을 옮긴다(그의 시는 빽빽한 숲 같아서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 내가 좋아하는 시집은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1995) 같은 부류).

나의 음성들이 외롭게 나의 외곽에 떨어지는
따스한 겨울날.
골격뿐인 서쪽 숲의 나무들이
환각에 젖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있다.
- 서쪽 숲의 나무들


P.S. 오타를 PC에서 수정하니까 북플에서는 수정이 안된다. 북플 글쓰기에 대해서 오늘 배운 한 가지다. 수정하는 김에 오규원 시집 두 권도 더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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