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제목을 적으며 떠올린 건 두 가지다. ‘독일의 가을‘인지 ‘가을의 독일‘인지, 알렉산더 클루게의 영화와 장정일의 시. 클루게의 영화는 모스크바에서 힘들게 본 기억이 있다. 역시 독일영화의 거장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도 출연한 다큐식 영화. 1970년대 중반 적군파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니 영화 <바더 마인호프>도 생각나는군. 격렬했던 1960년대와 달리 순응주의가 대세였던 1970년대의 한 증상으로 보인다. 극단적 테러리즘은 대중적 정치운동의 실패나 포기를 뜻하므로.

여하튼 ‘독일의 가을‘이란 제목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걸 본 기억을 호텔 앞 풍경을 보면서, 이 또한 독일의 가을 풍경이기에, 떠올렸다. 또 한장의 사진은 어제 점심을 먹은 드레스덴의 식당 주변 거리다. 분수의 물줄기가 마음을 끌어서 한 컷. 이제 곧 베를린 시내 투어에 들어가는데, 연방의사당도 방문할 예정이다. 지금은 2017년 독일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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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각으로 밤 9시를 조금 넘겼으니 아주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호텔 주변 주택가는 깊은 어둠에 싸여 있다. 드레스덴에서 출발한 지 두시간 반만에 베를린에 안착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도중에 베테랑 가이드로부터 독일의 교육제도와 생활여건,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 등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프라하는 어느덧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한 느낌.

하긴 베를린에 남아 있는 카프카의 흔적은 단출하다. 펠리체 바우어와 약혼/파혼을 한 호텔은 건물도 주소도 바뀐 상태라 말 그대로 흔적만을 찾아볼 예정이고 주된 목적지는 1923년 가을에 마지막 연인 도라 디아만트와 살았던 동네다. 카프카가 살았던 집에는 현판이 붙어 있는데 내일 찾아가서 단체사진을 찍으면 카프카 투어는 일단락된다. 나머지는 베를린의 몇몇 관광명소를 둘러보고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방문하는 정도의 일정. 내일 저녁에 마지막 만찬이 있고 모레 귀국길에 오른다.

오늘 오전과 오후는 드레스덴 관광으로 채워졌는데 시간이 넉넉지는 않았지만 라파엘로의 명화 ‘시스틴의 성모‘가 걸려 있는 미술관도 둘러보았다. 드레스덴은 작센주의 수도로 츠빙거(츠빙어)를 비롯한 궁전급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과거의 부유하고 화려했던 시절을 증언했다. 함정은 이 건물들 대다수가 2차세계대전 말의 참혹한 폭격으로 파괴되어 다시 지어진 건물들이라는 점.

드레스덴 폭격과 관련해서는 커트 보니것의 <제 5도살장>을 참고할 수 있다. 나로선 독문학 강의 때 읽은 클라이스트의 <미하엘 콜하스>도 떠올렸는데 주인공이 작센주의 말 상인이어서다. 영주의 횡포에 항거하여 반란을 일으킨 주인공이 바로 미하엘 콜하스다. 마르틴 루터도 직접 등장하기에 흥미로운 소설. 대표적인 루터파 교회라는 성모교회 광장에는 루터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건 이 동상의 사진을 찍는 것으로 가름했다.

다시 베를린.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도 수없이 많겠지만 되블린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빼놓을 수 없다. 언젠가 유럽 모더니즘 소설들을 모아서 강의하고픈 소망이 있는데 그 목록에 포함되는 작품이다. 내일은 오다가다 알렉산더 광장과도 재회하게 될지 모른다. ‘예술의 도시‘(가 캐치프레이즈라 한다) 베를린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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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드레스덴으로 이동중이다. 2시간 남짓 소요될 예정인데 와이파이가 잘 되기에 막간 페이퍼를 적는다. 전혀 쓸데없는 페이퍼다. 어제 오후에 둘러본 프라하의 한 서점에서 필립 로스의 책을 할인판매하더라는 얘기. 알아두어도 쓸데없는 지식이 유행하기에 쓸데없는 정보도 적어본다.

일단 놀란 건, 필립 로스의 책이 상당히 많이 번역돼 있다는 것. 체코어를 몰라서 제목을 추측해볼 뿐이지만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포함한 주커만 시리즈와 마지막 소설 <네메시스> 등이 눈에 띄었다. 양장본이 할인가로 1000-2000원 가량이면 그냥 가져가라는 것과 다름없는 얘기 아닌가. 잠시 망설이긴 했는데 체코 화폐 코로나가 없었기에 사실 오래 고민할 건 없었다(환전해서 구매하는 번거로운 방법을 동원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반가웠다는 얘기다. 읽은 작가도 아는 사람 만나듯이 말이다. 그것도 객지에서...

(드레스덴을 목전에 두고 휴게소에 정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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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에 블타바강 크루즈를 경험했다. 몇 장 찍은 사진을 아침을 먹기 전에 올려놓으려 했는데 용량 때문인지 무산되었다. 프라하를 떠나면서 한장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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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마지막 날이 밝아오고 있다. 아침식사를 마치면 곧비로 드레스덴으로 이동하게 된다. 잠시 어제의 여정을 돌이켜본다. 카프카의 묘지에 들른 다음에 찾은 곳은 카프카 박물관이다. 3년전에는 알지 못했는데 카프카 박물관은 캄파섬 내에 있다(그 주변이 캄파섬이라는 걸 몰랐다. 육지로부터 분리돼 있지 않아서). 오줌 누는 두 사내의 조각상 분수가 친근하게 맞아 주었다. ‘K‘라는 이니셜도 이곳이 카프카의 영토임을 웅변해주었고. 찾아보니 박물관은 2005년에 건립됐다. 이제 12년차.

박물관의 전시물들이 달라지지 않았을 텐데 설명을 덧불이려니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새로웠다. 그 사이에 카프카에 대한 이해가 증폭된 덕분인지 할말이 많아졌다. 일행들도 전시물들이 예상보다 풍부하다고 입을 모았다. 카프카박물관 견학을 끝으로 우리의 주요 일정은 마무리되었고 남은 건 프라하의 봄(1968)과 벨벳혁명(1989)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었다.

카를교 부근의 존 레논의 벽을 구경하고 기념사진을 찍고서는 다시 버스를 타고 신시가지의 바츨라프 광장으로 향했다. 유럽에서 가장 넓은 건 아니지만 가장 긴 종단을 갖고 있는 광장. 프라하의 봄의 상징적 공간이자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영화로는 <프라하의 봄>).

원래도 여정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광장의 출발점에 있는 국립박물관은 공사중. 광장 부근의 전통시장인 하벨 시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도보로 또다른 카프카 조각상을 찾아 나섰다. 다비드 체스니라는 체코 조각가의 2014년작 ‘K‘가 그것으로 회전하는 조각품으로 유명하다. 분열증자 같은 K(카프카)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인지도. 사진으로만 보던 작품을 실물로 대하니 반가웠다.

이어서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단골카페였고 카프카도 자주 들렀다는 카페 루브르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1902년에 개점한 아주 오래 된, 그러나 규모가 꽤 큰 카페였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여정은 블타바강 유람선을 타고서 저녁을 먹는 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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