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의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 시리즈의 하나로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난장)가 출간되었다. 확인해보니 배송완료된 상태로 집에 돌아가는 대로 손에 쥐어보게 될 책이다(영어판을 구입하려고 했더니 이미 재작년에 구매한 책이다!).

제목의 ‘지식의 의지‘는 영어로 하면 ‘will to know‘다. 곧 ‘알려는 의지‘, ‘지식에 대한 의지‘를 뜻한다. 지식이 의지를 가질 수는 없으므로. 니체 철학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권력의지‘(‘힘에의 의지‘)라면 푸코에게서 그에 상응하는 것은 (니체 번역어에 준해서 옮기면) ‘지식의지‘(‘앎에의 의지‘)다. 더 나아가 지식과 권력의 관계는 푸코의 핵심 주제다. 강의록은 바로 이 주제에 대한 푸코의 사유가 어떻게 형성되고 또 발전해가는가를 파악하는 데 요긴한 참고가 되겠다. 책에 대한 나의 기대다.

푸코의 미공개 선집이자 또다른 강연록 시리즈로 <비판이란 무엇인가?/자기수양>(동녘)에 이어서 <담론과 진실>도 지난여름에 나왔다(<담론과 진실>은 ‘파레시아‘, ‘진실을 말할 수 용기‘를 주제로 한다). 불어의 verite는 영어의 truth와 마찬가지로 ‘진실‘과 ‘진리‘, 두 가지 뜻을 다 갖는다. 이때 담론은 진실/진리의 표현 매개이면서 권력의 작용수단이다. 지식의 의지와 담론과 진실은 그렇게 서로 얽히고 엮인다. 그걸 풀어나가는 게 내가 생각하는 푸코 철학의 이미지다.

바쁜 일들을 마치는 대로 푸코의 강의도 청강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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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예향(예술가들의 고향)인지라 시인, 작가뿐 아니라 작곡가와 화가 들의 기념관도 여럿 들어서 있다(전체를 조감하게 해주는 통영 예술가 지도도 나옴직하다). 윤이상기념관이 대표적이다. 2010년에 문을 연 이곳은 규모감도 있고 건물도 품위와 예술성을 겸비했다. 숙소에서 멀지 않아서 아침에 첫 방문자로 들른 다음에 시인들의 기념관을 찾았다.

통영 출신의 대표적 시인으로 청마 유치환을 기념하는 청마문학관(청마의 생가도 언덕에 보존돼 있다. 통영항을 내려다보는 전망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청마문학관은 어른 기준 1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과 김춘수 문학관으로 불리는 김춘수 유품전시관을 차례로 들렀는데 윤이상기념관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지라 실제 문학기행에서라면 동선을 미리 계산해야 할 것 같다.

두 시인의 문학관 내지 자료관을 둘러보며 오래전에 한국현대시를 두루 읽던 때가 떠올랐다. 같은 통영출신으로 해방 직후 통영예술가 모임에서 같이 활동한 이력이 있지만(윤이상기념관에서 읽은 윤이상의 편지에 따르면 이들은 같은 ‘아-파‘에 속했다. ‘현실파‘ 예술가들의 소위 순수예술을 들먹이는 이들을 비아냥거리며 감탄사(아~)만 남발한다고 붙여준 별칭이 ‘아-파‘다) 작품세계는 사뭇 다르다.

청마가 남성적 지사풍의 시인이라면 김춘수(호는 ‘대여‘이지만 그렇게는 잘 불리지 않는다) 여성적이고 기교적이다. 그렇게 다른 경향의 두 시인이 모두 통영을 고향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통영 자체의 이중성을 말해준다. 통영은 남성적인 도시이면서 동시에 여성적인 도시인 것. 박경리문학에는 이 두 가지가 결합돼 있다고 나는 본다.

박경리문학에서 정신주의적 요소, 남성적 요소의 기원에 대해 궁금했는데 오늘 박경리기념관과 세병관을 차례로 둘러보고서 뭔가 비밀을 알게 된 듯했다. 박경리기념관은 어제 통영에서 박경리문학관을 보고 온 탓인지 놀랍거나 새롭지 않았다(통영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하동에 없는 요소인데 가령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놓은 게 눈에 띄었다). 다만 선생의 묘소가 있는 박경리 추모공원과 붙어 있어서 문학 순례자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장소.

영상자료도 잠시 감상하다가 선생이 세병관에 얽힌 기억을 회고하는 장면을 보고 ‘이거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곧장 세병관을 찾아갔는데(박경리기념관에서는 40분 정도의 거리. 차를 이용하면 15분쯤 걸릴 듯싶다), 세병관은 국보로 지정된 목조건축물로 경복궁 경회루와 비슷한 외관을 하고 있다. 충무공의 전공을 기념하여 1603년(선조 36년)에 세워졌고, 건축 이후엔 ‘삼도수군통제사영‘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니까 요즘으로 치면 해군사령부에 해당한다. 그런 용도에 맞는 당당한 위풍과 기품을 자랑했다. 방문객에게는 넓은 그늘이자 휴식처를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언젯적인지(어린시절?) 박경리 선생은 이 세병관을 보고서 감탄스러워 눈물까지 흘렸다 한다. 선생의 문학에 등장하는 강인한 여성상과 정신주의의 기원이 이곳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번 답사의 ‘발견‘은 바로 세병관이다.

세병관 근처에는 중앙활어시장이 있어서 식사도 자연스레 해결하도록 해준다. 활어시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싱싱하고 큼직한 각종 생선이 즐비했다. 나도 통영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물회로(먹어본 물회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아직 속초의 물회를 먹어보지 못했지만).

점심을 먹고 터미널로 향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세병관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언덕에 위치한(충렬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선생의 생가터이다. 묘소와 생가터를 모두 방문하고 나니 선생의 생애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문학기행‘의 목적은 그렇게 달성되었다.

이번 여행이 리허설었던 만큼 내년 언제쯤 실제 문학기행 때 다시 찾으리라 마음 먹으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귀가하는 대로 조만간 통영을 배경으로 한 홍상수의 영화 ‘하하하‘를 다시 볼 참이다).

잠시 눈을 붙였다 정신을 차리고서 적어내려가던 여행기를 마무리짓는다. 이제 다시금 일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주에 강의할 책들을 읽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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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길에 올랐다. 오전나절에 바쁘게 여러 곳을 보았는데 마지막에 찾은 곳이 박경리 선생 생가터다. 지금은 건물도 새로 지어지고 사람이 살고 있어서 벽에 불은 생가 표지만 확인할 수 있다. 번지 주소로는 통영시 문화동 328-1번지이고(거리주소론 충렬1길 76-38) 요즘은 포털의 길찾기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내가 찾은 골목과 생가 표지 사진을 올려놓는다. 바로 두어 시간 전에 들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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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남원과 진주, 남해 등을 둘러본 적은 있지만 오늘 하동은 초행길이었다. 남부터미널에서 구례/하동행 버스를 타고 네 시간쯤 간다는 정도의 정보만 입력하고 출발했는데 아침나절 (사전 벌초객들이 원인으로 보이는) 교통체증 때문에 다섯 시간 걸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것도 (화개장터가 있는!) 화개정류소도 버스가 경유한다는 걸 깜박 잊고서 하차하는 바람에 멀쩡히 타고온 버스를 보내고 다른 시외버스를 운좋게 바로 잡아타고야 하동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상으론 10분 지체되었을 뿐이지만(차비도 2200원인가 더 들었다) 웃지못할 해프닝을 벌일 뻔했다.

하동도서관에서 20세기 러시아문학에 대한 소개 강의를 하는 게 오늘의 공식 미션이었다면 비공식 미션은 사전답사차 박경리문학관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화개에서 하동으로 온 길을 차로 15분쯤 거슬러 올라가면 드라마 ‘토지‘의 세트장과 함께 소설과 드라마의 배경인 최참판댁과 박경리문학관이 자리잡고 있다. 팸플릿을 읽어보니 박경리문학관이 문을 연 건 얼마되지 않는다. 선생의 8주기를 맞아 지난해 5월 4일 개관했기 때문이다. 주소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79.

개관한 지 얼마 안 되고 하동군에서 꽤 공을 들인 덕분인지 문학관은 규모도 크고 전시자료도 풍부한 편이었다. <토지>의 독자라면 순례 차원에서라도 한번 들러볼 만하다 싶었다. 게다가 ‘토지‘의 세트장도 규모가 크고 보존이 잘 돼 있어서 작품 안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평사리 들녘에 대한 조망도 빼놓을 수 없고.

박경리문학관은 통영에도 있기에 나는 서둘러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 진주에서 환승해서(하동에서는 통영행 직행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통영으로 넘어왔다. 통영터미널에 도착한 건 이미 어둠이 내린 뒤였다. 내일 오전에는 바쁘게 김춘수, 유치환 시인의 기념관을 둘러보고 박경리문학관으로 향하려 한다. 마치 지방출장 온 직장인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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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간에 버스를 탔지만 주말 고속도로 상황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고속도로라는 말이 무색하다. 추석을 앞둔 사전 성묘 차량 탓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은 더 소요될 듯하다(그럼 꼬박 다섯 시간이 된다!). 하동에 도착하면 먹기로 한 점심도 늦어질 것 같아 휴게소에 들르면 간단한 요기라도 해야겠다.

버스가 출발하고 한 시간여 눈을 붙인 덕분에 책을 읽을 만한 컨디션은 회복했다(그래도 눈이 피로할 때 찾아오는 결막염 증세가 가라앉지 않는다. 내주에는 안과에도 가봐야겠다). 가방에 넣어온 책을 손에 쥐려다 서평기사를 몇개 읽었는데 최근 감정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북미관계 때문에 헤이즐 스미스의 <장마당과 선군정치>(창비)에 눈길이 갔다.

제목은 미리 접했지만 ‘장마당‘이란 말이 낯설어서인지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그렇다고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이제 보니 시장(markets)이란 뜻이다. 오늘의 북한을 이해하는 데 이 장마당과 선군정치가 핵심이라는 것. 이 둘의 관계 분석에 저자의 주안점이 놓여 있다. 더불어 기존의 북한 분석과의 차별성도.

그러고 보니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책 가운데 <조선자본주의공화국>(비아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이 역시 ‘장마당 자본주의‘를 다룬 책이라면 말이다. 정확한 건 이 두권을 읽어봐야 알겠다.

사실 북한이 핵무장과 대륙간탄도 미사일 실험에 정권의 사활까지 걸며 나서는 것은 그만큼 체제가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실제적이건 심리적이건 간에 이 위기국면에 대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강고해보이는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장마당‘은 혹 그런 가능성을 열어줄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버스가 제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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