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에 남원과 진주, 남해 등을 둘러본 적은 있지만 오늘 하동은 초행길이었다. 남부터미널에서 구례/하동행 버스를 타고 네 시간쯤 간다는 정도의 정보만 입력하고 출발했는데 아침나절 (사전 벌초객들이 원인으로 보이는) 교통체증 때문에 다섯 시간 걸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것도 (화개장터가 있는!) 화개정류소도 버스가 경유한다는 걸 깜박 잊고서 하차하는 바람에 멀쩡히 타고온 버스를 보내고 다른 시외버스를 운좋게 바로 잡아타고야 하동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상으론 10분 지체되었을 뿐이지만(차비도 2200원인가 더 들었다) 웃지못할 해프닝을 벌일 뻔했다.

하동도서관에서 20세기 러시아문학에 대한 소개 강의를 하는 게 오늘의 공식 미션이었다면 비공식 미션은 사전답사차 박경리문학관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화개에서 하동으로 온 길을 차로 15분쯤 거슬러 올라가면 드라마 ‘토지‘의 세트장과 함께 소설과 드라마의 배경인 최참판댁과 박경리문학관이 자리잡고 있다. 팸플릿을 읽어보니 박경리문학관이 문을 연 건 얼마되지 않는다. 선생의 8주기를 맞아 지난해 5월 4일 개관했기 때문이다. 주소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79.

개관한 지 얼마 안 되고 하동군에서 꽤 공을 들인 덕분인지 문학관은 규모도 크고 전시자료도 풍부한 편이었다. <토지>의 독자라면 순례 차원에서라도 한번 들러볼 만하다 싶었다. 게다가 ‘토지‘의 세트장도 규모가 크고 보존이 잘 돼 있어서 작품 안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평사리 들녘에 대한 조망도 빼놓을 수 없고.

박경리문학관은 통영에도 있기에 나는 서둘러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 진주에서 환승해서(하동에서는 통영행 직행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통영으로 넘어왔다. 통영터미널에 도착한 건 이미 어둠이 내린 뒤였다. 내일 오전에는 바쁘게 김춘수, 유치환 시인의 기념관을 둘러보고 박경리문학관으로 향하려 한다. 마치 지방출장 온 직장인 같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