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의 교황‘ 페르낭 브로델의 역작 <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까치)가 완간되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대작에서 마지막 3부가 번역되어 나온 것. 2부가 두권으로 분권되어 있어서 번역본은 네 권짜리다.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로 바로 주문한 터라 곧 받아볼 예정이다. 주로 스페인(에스파냐)가 중심이 되지만 이탈리아사도 지중해의 역사에 포함되기에 관련한 대목도 있다(목차를보니 베네치아에 관한 장이 있다).

‘전체사‘가 어떻게 가능한지 시범을 보여주는 <지중해>는 일단 작가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이탈리아반도와 터키(투르크)의 역사를 살피는 데도 요긴한 참고가 된다. 먼저 나온 책 중에서는 공저로 나온 <지중해의 역사>(한길사)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이번 이탈리아여행을 준비하면서 구입했던 책이기도 하다.

˝현대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이 1923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949년에 출간한 20세기의 위대한 고전 <지중해>가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방대한 스케일, 엄청난 자료, 참신한 해석의 틀 등이 압도하는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부분은 그 자체로 총체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시간적으로는 펠리페 2세 시대, 곧 16세기 후반기 5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연구 대상이지만, 공간적으로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레반트 지역에 이르는 거대한 지중해의 바다와 육지 세계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중해 세계와 연결되는 내륙의 나라들과 지역들이 포함된다. 페르낭 브로델은 당시 ‘지중해‘의 인간들, 사건들, 사물들, 자연(산, 강, 평야, 사막 등), 도시, 경제, 사회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전체사를 훌륭하게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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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행을 마치고 하루 정도 휴식하고는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서 오늘부터 일상 모드다. 원고와 강의가 매일같이 이어지는. 어젯밤에는 부재중에 온 책들은 풀고 오늘 아침까지 새로 나온 책들과 여행을 보충하기 위한 책들을 주문했다(아침에 주문한 책은 20세기 이탈리아문학과 프리모 레비, 그람시에 관한 영어책들이다).

국내서들의 현황에 대해서도 살펴보다가 마이클 해리스의 <우리에겐 쉼표가 필요하다>(현암사)를 장바구니에 넣는다. 제목과 함께 ‘끊임없는 연결의 시대, 한가로울 자유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대략 책의 내용을 어림하게 해준다. 저자의 전작도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어크로스)였다. 원서로는 <우리에겐 슁표가 필요하다>가 먼저 나온 책이다.

˝1980년생인 저자는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 시대를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로서 인터넷 ‘전’과 ‘후’ 사이에서 문화번역을 시도한다. 저자는 미디어의 역사 속에서 현재의 위치를 파악한 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와 여러 온라인 강의 플랫폼,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든 IT업계의 개발자와 경영자 및 미디어 전문가를 만나 초연결 시대의 삶에 관해 대화하고, 새로운 통신 환경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들을 되찾는 실험을 감행한다. 늘 무언가 놓치고 있을까 봐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우리는 어쩌면 잠깐의 멈춤만으로 놀라운 각성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에서 손을 놓는 순간의 가치를 역설하는 책소개를 모바일 북플로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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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는 리무진에 올랐다. 아무려나 또 한번의 문학기행이 일단락되었다. 로마에서 들어오는 귀국편 비행기에는 빈좌석이 많아서 일행 대부분이 편안하게 장거리 비행을 버틸 수 있었다. 시차로 인한 피로감만 아니었다면 나도 그랬을 터인데 착륙 두 시간 전에야 정신을 차릴 정도로 비몽사몽이었다.

그래서 가방에서 꺼내둔 책 가운데서는 서경식의 <나의 이탈리아 문학기행>(돌베개) 전반부만을 겨우 읽을 수 있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밀라노행 비행기에서 후반부를 읽었기 때문에 딱 기내에서만 완독한 책이다. 순서가 바뀐 것은 저자의 동선이 로마에서 토리노까지로 토리노에서 로마로 내려온 우리의 여정과는 거꾸로여서다. 서경식 선생의 기행은 미술기행이기도 한데 로마 편의 주인공은 카라바조다. 그의 그림 가운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비드‘를 나도 엊그제 보르게제미술관에 본 터라 아래 대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문학기행의 의미이기도 하다.

˝카라바조는 전 생애에 걸쳐 약 열두 점에 이르는 목이 잘린 사람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그렸다. 참수에 매혹된 화가라고 해도 좋겠다. 나폴리에서 그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비드‘에 등장하는 골리앗은 자화상이다. 두 눈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인다. 왼쪽 눈에는 생명의 잔광이 느껴지지만 오른 쪽 눈은 이미 흐릿해져 버렸다. 카라바조는 스스로에게 절망하면서, 한편으로 그런 자신을 철저히 응시하고 있다. 이러한 자화상을 응시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지극히 ‘근대적인 자아‘라는 의미가 아닐까. 나는 이 점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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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3-12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

로쟈 2019-03-13 08:48   좋아요 0 | URL
감사.~
 

이탈리아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로마공항(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바티칸과 콜로세움, 그리고 포로 로마노로 이어지는 일정이 빼곡하여 마지막날까지도 알찬(그래서 진을 뺀) 하루였다. 기내 잠자리가 다소 불편하긴 해도 일행 모두 깊이 잠들지 않을까 싶다. 한국시간으로는 내일 오후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포로 로마노는 고대 로마 유적의 핵심으로 어제는 캄피돌리오에서 오늘은 팔라티노 언덕에서 내려다보았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직접 거닐어도 보았다. 케사르의 시신을 두고 안토니우스가 연설했다는 장소도 남아 있었다.

탑승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이탈리아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길거리 연주로도 들은 곡으로 안드레아 보첼리의 ‘작별의 시간‘이 생각난다. 이젠 안녕이라고 말할 시간이다. 로마여, 안녕! 이탈리아여, 안녕! 꼰 테 빠르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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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9-03-1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로쟈쌤, 한 칼!ㅋㅋ

로쟈 2019-03-13 08:48   좋아요 0 | URL
^^
 

바티칸 투어는 바티칸미술관과 성 베드로성당 방문으로 구성되었고 대략 3시간반 가량이 소요되었다. 말로만 듣던(미술책에서만 보던)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천장벽화(‘천지창조‘)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 대표작. 찾아보니 두 사람은 여덟 살 터울로 당대의 라이벌이었다(<바티칸의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를 바티칸서점에서 구입했다).

바티칸시국은 알려진 대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이지만 연간 방문객이 500만명에 이른다고 하고 오늘도 상당한 관람객으로 붐볐다. 비수기라서 상대적으로 적은 인파였다는데도 시스티나 예배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미켈란젤로의 대작은 5세기가 흘렀어도 여전히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가톨릭의 본산이자 세계 최대의 성당인 성 베드로성당에는 젊은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피에타‘가 전시돼 있는데 유리로 보호막이 쳐 있어서 작품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점심 메뉴로 마르게리타 피자와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고 콜로세움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아침에 호텔에서 바티칸으로 갈 때는 출근시간대여서 택시를 이용했다. 밀라노에는 지하철이 다섯 개의 노선이 있는데 반해서 로마에는 두 개 노선만 있는데 유적들 때문에 지하철 공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콜로세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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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2019-03-12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울은 한 배에서 나온 형제 자매 사이에서사용하는 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로쟈 2019-03-13 08:47   좋아요 0 | URL
네 본래 의미는 그런데, 나이 차이를 뜻하는 말로 넓게 쓸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