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16세기 직인, 지식사회에 도전하다

10년 전에 쓴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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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성적 관계 같은 그런 것은 없다"

15년 전에 지젝 외, <성관계는 없다>(도서출판b)에 대해 쓴 글이다. 라캉의 성이론을 다룬 책은 이후에 여러 권이 출간되었고, 브루스 핑크의 <라캉의 주체>도 10년 전에 번역본이 나왔다. <성관계는 없다>와 마찬가지로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같은 주제의책으로 <성화>(인간사랑)를 같이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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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발견‘에 해당하는 책은(페이퍼는 하루 늦춰서 쓴다) 카데르 코눅의 <이스트 웨스트 미메시스>(문학동네)다. 저자에 대해선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지만(검색해보지 않았다) 터키계 독일 학자로 보인다. 책의 부제가 ‘터키로 간 아우어바흐‘다.

˝카데르 코눅은 터키와 미국에서 비교문학을 연구해온 학자로, 독일 국적의 유대인 망명객과 20세기 초반에 추진된 터키의 현대화, 그리고 인문주의 개혁의 연관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 그는 이 책에서 아우어바흐 스스로 “터키에 자료를 풍부하게 갖춘 학술도서관이 없었다”고 말했던 것에 의문을 표하면서, 그것이 정말 사실이었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아우어바흐의 특별하면서 특이한 저작 <미메시스>(1946)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참고자료가 없어서 쓸 수 있었다는 전설이 회자되는 책인데 ˝그것이 정말 사실이었는지˝ 따져본다고 하니까 탐정소설적 흥미까지도 갖게 한다.

<미메시스>는 한국 문학에서도 서구 인문학(문학비평) 수용과 관련해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 저작이다(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다음으로). 이번 기회에 서양문학에서 미메시스(리얼리즘) 문제에 대해 나대로 정리해봐야겠다. 시작은 <미메시스>를 정독하는 것이다(예전에 번역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뒤늦게 나온 경우들도 있어서 독서가 가능해진 게 얼마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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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무시했다가 저자 프로필을 보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모토무라 료지의 <천하무적 세계사>(사람과나무사이). 원제도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세계사책들이 워낙에 많이 쏟아지기에 ‘수‘를 부린 게 아닌가 싶다(일본의 학원강사가 썼다는 베스트셀러 류들).

저자는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로 일본에서는 고대 로마사 권위자다. 국내에는 앞서 <처음 읽는 로마사>(교유서가)와 <로마인의 사랑과 성>(이지북)이 소개된 바 있다(<로마인의 사랑과 성>은 절판되어서 중고로 주문했다). <처음 읽는 로마사>는 <로마의 일인자> 시리즈의 입문서로 번역된 책.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교양의 두 축으로 ‘고전‘과 ‘세계사‘를 들고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이 세계문학의 고전들을 세계문학사적 시각에서 읽고 강의하는 것이니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 매우 요긴한 책으로 널리 읽힐 만한데 제목이 좀 우스꽝스럽다. ‘천하무적‘이 들어간 제목의 책까지 읽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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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 책을 찾다가(며칠 전부터 찾는 책들이 있다) 다시 손에 든 시집이다. 구영미의 <나무는 하느님이다>(시와실천). 약력으로는 2018년에 등단해서 지난해에 펴낸 첫시집이다. 보통 시집을 읽는 독법은 첫시부터 읽거나 표제시부터 읽는 것이다(무작위로 읽는 걸 독법이라 칠 건 아니므로). 표제시를 찾아보니 이렇게 시작한다.

나무는 식탁이다
나무는 편지다
나무가 하늘 앞에 서 있다
나무에 앉아 있는 하느님을 만난다
하느님이 휘파람을 분다
새가 춤을 춘다
(...)

시상의 전개가 억지스럽지도 않지만 또 놀랍지도 않다. 이렇게 마무리된다.

나무에 기대 편지를 읽는다
나무에 기대 밥을 먹는다
나무에 기대 달을 본다
나무는 하느님이다

마지막 행이 제목이 되었고, 이 은유로 해명되는 시다. 시에서 ‘하느님‘을 호명하는 시로는 김춘수의 ‘나의 하느님‘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 어린
순결이다.
三月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보통 시작법책에서 은유의 사례로 많이 적시되는 시이기도 하다. 표제시를 건너뛰고 마음이 가는 시를 찾아보았다. 병증(통증, 편도선염, 갑상샘 항저하증, 호스피스 병동)이 제목에 들어가 있는 시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시인 자신이 병치레 경험을 많이 갖고 있는 듯싶다. 그 가운데 나의 취향에 맞는 시는 ‘녹턴‘이다. 실제 경험이 실종되다시피 한 요즘시들과 확연히 다른, 실감의 시가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오후 열한 시 오 분쯤
대전대학교 부설 한방 병원
육인 실 커튼 사이로 간간
빠져 나오는 밭은기침 소리
운율이 불규칙한 코 고는 소리
화장실에서 들리는 물 내리는 소리
명치를 자박자박 두드리는 소리
스마트폰이 부들거리는 소리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
복도를 오가는 슬리퍼 소리
몇 번이고 돌아눕는 이불 소리
옅은 벽 등을 켜고 따라온 시집 한 권
지문이 빼곡하게 새겨진 페이지마다
그리운 바람소리
수화기 저 편 당신 목소리
힘내자
야간 근무하는 이은미 간호사가
묻는다
좀 어떠세요?

병원 육인 실에 입원해 있는 시인에게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모아 한편의 ‘녹턴‘으로 구성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실감의 시라고 불렀는데 일상의 시이기도 하다. 낯익은 경험과 자연스런 어법이 잘 어우러진 시의 사례다. 추천사를 적은 신달자 시인은 이렇게 평했다. ˝그의 시는 대체적으로 선명한 마음의 굴곡을 잘 따르는 인생론적 테마이며 그것을 바탕삼아 인간의 예술적 본성을 자신만의 언어로 충실히 그려내고 있다.˝

나대로 옮기면, 시인은 일상의 테마를 자신의 언어로 그려내고자 한다. 아직 습작기에 유명 시인들을 사숙한 흔적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나는 구영미 시인의 ‘녹턴들‘을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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