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카프카의 묘지를 찾아서

3년 전에 두번째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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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작법이나 시작법 책을 포함해 글쓰기 책들을 좀 갖고 있지만(추천사를 쓴 책도 있다) 사실 내 '타입'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운다고 할 때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한데, (1)규칙을 통해서, (2)시범을 통해서다. 오래전 일이지만 바둑을 배울 때 고수와 많이 두면서 배우는 것과 교재를 숙독하면서 배우는 것, 두 가지가 가능했다. 아, 이건 좋은 예는 아니다. 바둑의 경우에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 글쓰기의 경우는 나는 단연 후자쪽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을 통해서 배우는 것. 어떻게 쓰라는 교본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교본을 필요로 하는 '타입'도 물론 가능할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한 단연 최고의 책"이라는 벌린 클링켄보그의 <짧게 잘 쓰는 법>(교유서가)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뉴욕 타임스' 편집위원. 의당 글쓰기에 관해서라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다(기사작성법이나 칼럼작성법에 관한 책이 더 낫지 않을까). 다행히 소로의 <월든> 같은, 전원생활의 경험담을 엮은 <단순하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생활>(목수생활)이 번역돼 있다. 내가 보기엔 두 권의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는 것이, 정말 글쓰기에 관해 배워보려는 독자라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 책이 소설쓰기 책과 구분 없이 나와 있는데, 사실 둘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쓰기와 글쓰기는 다르기에. 일반적인 글에서 좋은 문장의 기준과 좋은 소설문장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헤밍웨이와 포크너의 소설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너무나도 다른 문장의 사례인데, 그렇다고 해서 문장만 갖고서 누가 더 나은 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교정자의 관점에서 자기 문장을 조금 개선하는 일은 필요하고도 필수적이다. 글쓰기 책을 읽고서 글쓰기의 대가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개선이나 향상은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 


<짧게 잘 쓰는 법>이라고 돼 있지만, 원제는 '글쓰기에 관한 짧은 문장들'이다. 저자의 요지가 '짧게 잘 쓰는 법'으로 수렴되는 것인지. 실제로 책은 몇 가지 조언들로 구성돼 있다. 하루에 몇 페이지씩 음미하면서 읽기에 적당한. 다만, 영어 문장에 대한 조언인지라, 관계대명사 운운하는 대목은 건너뛰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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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2020-09-0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서?, 힘들어서?,낯설어서?
글쓰기가 안되는 걸까요?

로쟈 2020-09-07 23:21   좋아요 2 | URL
숨쉬고 걸어다니는 것처럼 생활의 일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지 2020-09-0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순간 느낌을 기록하고 놓치면 안되겠네요
흔적도 없이 사라질테니. 매일매일 글쓰기?

로쟈 2020-09-07 23:51   좋아요 0 | URL
직업으로 글을 쓰는 건 다른 문제지만 말과 글은 언어생활의 일부죠..
 

'호프 자런과 캐럴라인 냅'이라는 제목을 붙이려다 좀더 친숙한(친숙할 수 있는) 별칭을 택했다. 실제로 두 저자가 그런 별칭으로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랩걸>의 저자 호프 자런과 <명랑한 은둔자>의 저자 캐럴라인 냅. 두 저자가 나란히 호명된 건 그냥 같은 시기에 신간이 출간된 때문이다. 

















화제작 <랩걸>로 유명한 호프 자런은 1969년생 과학자로 미국 태생이지만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 재직중이라 한다. 이번에 나온 책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김영사). 원저는 올해 나온 최신작이다. 원저의 제목은 'The Story of More'라서 번역이 까다로운데 'How We Got to Climate Change and Where to Go from Here(우리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지금 이곳에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까지 감안해서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라고 제목을 정한 모양이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밑도 끝도 없이 겁을 주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누려왔던 것들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우리 자신이라는 자원으로 생태 위기를 개선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 현실주의자의 책이다."
















지적이고 유려한 에세이를 쓰는 작가라고 소개되는 캐럴라인 냅은 <드링킹> 같은 책의 저자다. 1959년생으로 지난 2002년에 때이르게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명랑한 은둔자>(2004)는 유교 에세이집. 


"그는 <명랑한 은둔자>에서 혼자 살고 혼자 일했고, 가족과 친구와 개와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자기 앞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았던 삶을 이야기한다. 또한 알코올과 거식증에 중독되었으나 그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옥죄었던 심리적 굴레를 벗어나 자유와 해방감을 경험한 한 인간의 깨달음을 들려준다."



그냥 에세이집이긴 하지만,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서 각자가 자발적 은둔자가 되어야 하기에 주목하게 된다. 자발적인 거리두기를 하면서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에세이집?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도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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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8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9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화의 덫>의 공저자 한스-페터 마르틴의 신작이 나왔다. <게임 오버>(한빛비즈). 1996년에 나왔던 <세계화의 덫>은 세계화에 대한 비판서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 가운데 하나다(소개에 따르면 28개 언어로 번역돼 700만부 이상 나갔다고 한다). 22년이 지나 2018년에 펴낸 <게임 오버>는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일별하게 해줄 듯싶다. 게임 오버라고?

˝20년 전, 21세기를 정의하는 적중한 분석을 내놓으며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한스 페터 마르틴이 다시 한번 번뜩이는 분석으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구조화되는 불평등을 “20대 80 사회”로 정의하며 세계화의 덫과 민주주의와 복지를 향한 공격을 예고했다면, 이번 화두는 시스템 붕괴system crash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서구 문명화 모델,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종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랜 기간 세계 질서를 지배해온 시스템이 붕괴하는 현상을 짚는다. 4차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붕괴, 극우 민족주의의 부활을 중심축으로 하여 고령화, 대규모 이민, 기후변화 등 그야말로 시대의 큰 줄기를 이루는 주제들을 두루 분석한다.˝

부제가 ‘소수만 누리는 번영, 누구도 원치 않는 민주주의, 모두가 바라는 민족주의, 그다음은?‘이다. 냉전의 종식 이후 현재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향후 전망은 어떠할지 궁금한 독자라면 필히 손에 들어볼 만하다. <세계화의 덫>을 지금 시점에서 재독해봐도 좋겠다. 독문학자 김누리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세계화의 덫>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주주의의 덫이 되리라 경고했다. 그 후속편인 <게임 오버>는 덫에 걸린 민주주의의 현실을 신랄하게 폭로한다. 신민족주의, 포퓰리즘, 극우주의가 그 현상이요,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이 그 화신이다. 정말 게임은 끝난 것인가? 희망은 없는가? 어쩌면 코로나 19는 자연이 인류에게 준 마지막 각성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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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Investing 2020-09-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처럼 어려운 시대에 소수만 부를 누리고 극우주의가 판을 치는 거 보면 한스 페터 마르틴의 분석이 맞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채그로 2020-09-0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출처 : 로쟈 > 카프카 동상을 찾아서

3년 전 프라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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