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작법이나 시작법 책을 포함해 글쓰기 책들을 좀 갖고 있지만(추천사를 쓴 책도 있다) 사실 내 '타입'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운다고 할 때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한데, (1)규칙을 통해서, (2)시범을 통해서다. 오래전 일이지만 바둑을 배울 때 고수와 많이 두면서 배우는 것과 교재를 숙독하면서 배우는 것, 두 가지가 가능했다. 아, 이건 좋은 예는 아니다. 바둑의 경우에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 글쓰기의 경우는 나는 단연 후자쪽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을 통해서 배우는 것. 어떻게 쓰라는 교본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교본을 필요로 하는 '타입'도 물론 가능할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한 단연 최고의 책"이라는 벌린 클링켄보그의 <짧게 잘 쓰는 법>(교유서가)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뉴욕 타임스' 편집위원. 의당 글쓰기에 관해서라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다(기사작성법이나 칼럼작성법에 관한 책이 더 낫지 않을까). 다행히 소로의 <월든> 같은, 전원생활의 경험담을 엮은 <단순하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생활>(목수생활)이 번역돼 있다. 내가 보기엔 두 권의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는 것이, 정말 글쓰기에 관해 배워보려는 독자라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 책이 소설쓰기 책과 구분 없이 나와 있는데, 사실 둘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쓰기와 글쓰기는 다르기에. 일반적인 글에서 좋은 문장의 기준과 좋은 소설문장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헤밍웨이와 포크너의 소설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너무나도 다른 문장의 사례인데, 그렇다고 해서 문장만 갖고서 누가 더 나은 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교정자의 관점에서 자기 문장을 조금 개선하는 일은 필요하고도 필수적이다. 글쓰기 책을 읽고서 글쓰기의 대가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개선이나 향상은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 


<짧게 잘 쓰는 법>이라고 돼 있지만, 원제는 '글쓰기에 관한 짧은 문장들'이다. 저자의 요지가 '짧게 잘 쓰는 법'으로 수렴되는 것인지. 실제로 책은 몇 가지 조언들로 구성돼 있다. 하루에 몇 페이지씩 음미하면서 읽기에 적당한. 다만, 영어 문장에 대한 조언인지라, 관계대명사 운운하는 대목은 건너뛰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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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2020-09-0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서?, 힘들어서?,낯설어서?
글쓰기가 안되는 걸까요?

로쟈 2020-09-07 23:21   좋아요 2 | URL
숨쉬고 걸어다니는 것처럼 생활의 일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지 2020-09-0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순간 느낌을 기록하고 놓치면 안되겠네요
흔적도 없이 사라질테니. 매일매일 글쓰기?

로쟈 2020-09-07 23:51   좋아요 0 | URL
직업으로 글을 쓰는 건 다른 문제지만 말과 글은 언어생활의 일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