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자런과 캐럴라인 냅'이라는 제목을 붙이려다 좀더 친숙한(친숙할 수 있는) 별칭을 택했다. 실제로 두 저자가 그런 별칭으로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랩걸>의 저자 호프 자런과 <명랑한 은둔자>의 저자 캐럴라인 냅. 두 저자가 나란히 호명된 건 그냥 같은 시기에 신간이 출간된 때문이다.
화제작 <랩걸>로 유명한 호프 자런은 1969년생 과학자로 미국 태생이지만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 재직중이라 한다. 이번에 나온 책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김영사). 원저는 올해 나온 최신작이다. 원저의 제목은 'The Story of More'라서 번역이 까다로운데 'How We Got to Climate Change and Where to Go from Here(우리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지금 이곳에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까지 감안해서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라고 제목을 정한 모양이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밑도 끝도 없이 겁을 주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누려왔던 것들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우리 자신이라는 자원으로 생태 위기를 개선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 현실주의자의 책이다."
지적이고 유려한 에세이를 쓰는 작가라고 소개되는 캐럴라인 냅은 <드링킹> 같은 책의 저자다. 1959년생으로 지난 2002년에 때이르게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명랑한 은둔자>(2004)는 유교 에세이집.
"그는 <명랑한 은둔자>에서 혼자 살고 혼자 일했고, 가족과 친구와 개와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자기 앞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았던 삶을 이야기한다. 또한 알코올과 거식증에 중독되었으나 그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옥죄었던 심리적 굴레를 벗어나 자유와 해방감을 경험한 한 인간의 깨달음을 들려준다."
그냥 에세이집이긴 하지만,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서 각자가 자발적 은둔자가 되어야 하기에 주목하게 된다. 자발적인 거리두기를 하면서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에세이집?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도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