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는 소감을 적었으니 여건이 된다면 분야별 정산과 함께 올해의 책도 꼽는 것이 순서이겠다(그런 요청을 받고 몇권 적어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항상 읽은 책은 읽어야 했던 책에 비하면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 수준이라(게다가 올해는 서평강의도 진행하지 않아서 비문학 분야의 독서량이 많이 줄었다) 매번 아쉬움만 적게 된다. 철학 분야도 마찬가지인데, 정돈이라도 하는 의미에서 읽어야 했던 책을 꼽아본다(손에 들기만 했던 책들이 대부분이다). 
















특별히 두 저자를 골랐는데, 바이저나 데란다의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철학에 특화된 독자라고 봐도 무방하겠다(푸코나 들뢰즈 같은 이름이 1선의 철학자라면 2선 라인에 있는 철학자라고 할까). 다만 프레더릭 바이저가 헤겔과 독일 관념론 전문가이고 마누엘 데란다는 들뢰즈주의 철학자여서 서로 '적대적'이다(두 저자를 같이 읽는 독자는 희소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네댓 권 정도의 책이 국내에 번역돼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프레더릭 바이저의 책은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그린비)가 처음 소개된 이후에 계속 도서출판b에서 나오고 있다. 대략 독일철학사 내지 사상사를 다룬 책들이다. 지난 달에 나온 <계몽, 혁명, 낭만주의>는 '근대 독일 정치사상의 기원, 1790-1800'이 부제다. 놀랍게도 딱 10년간을 다룬 책인데 분량이 650쪽이다. 매우 자세하게 검토한 전문서라고 할 수 있다. 시기별로 재배치하면 <이성의 운명><계몽, 혁명, 낭만주의><낭만주의의 명령><헤겔><헤겔 이후> 순서로 읽을 수 있다. 어쨌든 독일 근대철학사의 확장 버전으로 읽을 수 있는 게 바이저의 책들이다. 
















말이 나온 김에 독일지성사와 철학사 관련서도 다시 상기해둔다. 
















그리고 카를 슈미트의 책들까지. <정치신학2>에 이어서 지난여름에 <정치적 낭만주의>(에디투스)도 번역되었다. 















법학자이기도 한 슈미트의 헌법론도 소개돼 있지만, 나의 관심은 정치사상에 한정된다. 일본학자 오오다케 코지의 <정전과 내전>(산지니)도 구입한 지 몇달 되었는데, 아직 펴보지 못하고 있다. 
















마누엘 데란다의 책은 최근에 <들뢰즈: 역사와 과학>(그린비)이 나왔다. <지능기계 시대의 전쟁>도 올해 나왔고, <새로운 사회철학>이 지난해 봄에 나왔던 책. 기억만 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구입했다. 들뢰즈 철학에서 역사를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관심사여서다(헤겔의 역사철학과 견주어서).
















확인해보니 대표작으로 가장 먼저 소개됐던 <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그린비)이 2009년에 나왔다. 프레더릭 바이저와 앞서거니뒤서거니고, 얼추 10년씩 된 셈. 덧붙이자면, 올해 나온 들뢰즈 관련서로는 조정환의 들뢰즈 철학 해설서 <개념무기들>(갈무리)와 이찬웅의 <들뢰즈, 괴물의 사유>(이학사) 등이 있다. 연말을 넘기면 구입을 고려해봐야겠다. 
















한때 들뢰즈 철학의 키워드는 노마디즘이나 탈주였는데, 지금은 '감응'과 '배치'다. 특히 감응(혹은 '정동')은 비평가들의 필수 무기가 되었다. 그와 관련한 책들도 지난해와 올해 몇 권 나왔다. 
















이 주제의 대표 저자로 브라이언 마수미의 책들도 여럿 나와 있는데, 나는 아직 <정동 이론>(갈무리) 정도에 머물러 있다. 


정동/감응이론이나 배치론이 역사를 어떻게 기술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은 문학사를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와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새삼스럽지만, 갈길은 멀고 책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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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까지면 올해의 일정이 대략 마무리된다. 여느 때 같으면 연말결산에 들어갈 때이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럴 만한 분위기는 아니다(유럽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방역단계를 조금 낮춘다고 하지만 그만한 대가는 지불하게 될 것이다. 백신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궁극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불사의 꿈이 무망한 것처럼. 다만 더 많은 지혜와 겸손을 배울 수 있다면 최상이지 않을까). 


이달에는 주말 오후마다 온라인 강의가 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이제는 많은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고, 아마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추세이지 않을까 한다. 올해 계획했던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강의를 100퍼센트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2/3 가량은 소화하면서 대략 문학강의 전체 목표의 80퍼센트는 달성한 듯싶다. 비유컨대 마무리공사만 남은 상태(내년에는 그 결과물이 여러 권의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올해 밀린 것들까지 포함해서). 대략 5년간의 여정이었다. 러시아문학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시작한 여정으로 영국문학과 프랑스문학 강의가 출발점이었고, 아프리카와 동남아문학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나름으로는 세계일주를 달성했다. 
















지난주에 한 대학에서 '러시아문학과 세계문학'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그 주제로 5시간은 내리 강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5년간의 강의 경험이 공력이 된 덕분이다. 돌이켜보건대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프랑스문학 강의였다. 특히 발자크와 스탕달의 소설들을 읽으며 근대세계문학 전체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가장 유익했던 책은 미셸 레몽의 <프랑스 현대소설사>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의 기본 구도를 내 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근대사회'와 '근대적 개인'이란 개념). '세계문학의 구조'에 대한 나대로의 설명은 내년부터 책으로 낼 예정이다(개괄적인 강의책이 먼저 나올 예정이고, 좀더 엄밀하게 다룬 책은 5년쯤 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양한 세계문학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김욱동 교수의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소명출판)가 출간되었다. 고리키가 주도한 소련의 세계문학전집에 관한 정보가 유익했는데, 덕분에 전거가 된 논문을 바로 입수했다(마리아 호팀스키의 논문). 세계문학을 주제로 한 논저들이 많기에 이들을 읽어보는 것도 상당한 견적의 일이다(자료는 대부분 입수해두었다). 
















도스토예프스키 강의와 톨스토이 강의를 내년에 출간하고 더불어 세계문학과 여성문학 강의까지 털어내면 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게 될 시점과 비슷하겠다. 아, 가장 먼저는 한국현대문학 강의가 두 권의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올초 나왔던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의 개정판을 포함해서.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도 개정판을 낼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무슨 일을 해온 것인지 나도 결과물들을 통해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새해를 맞는 소감을 미리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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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0-12-1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되네요!

로쟈 2020-12-20 12:47   좋아요 0 | URL
감사.~

행복한책읽기 2020-12-1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로쟈 2020-12-20 12:46   좋아요 0 | URL
^^;

2020-12-1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다립니다^^!

로쟈 2020-12-20 12:46   좋아요 0 | URL
감사.~

손글 2020-12-19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교수님.

로쟈 2020-12-20 12:46   좋아요 0 | URL
그냥 하는 일입니다.^^

빛과소금 2020-12-2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올해도 서재의 달인 되셨네요.
알라딘 사이트 들어와서 책 검색해 보며 항상 로쟈님 서재 들립니다.
어쩜 그렇게 책을 많이 보시나요. 부럽습니다.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로쟈 2020-12-20 12: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길.~

2020-12-21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1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2 0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3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디지털 시대와 가장 멍청한 세대

6년 전의 독서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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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세계의 인구와 고령화 문제

9년 전에 쓴 책소개다. 당시 세계인구가 70억명을 넘어섰는데 올해 이미 78억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1/10이증가한 것. 일부 국가는 출산율 저하와 인구감소를 걱정하지만 전지구적으로는 계속해서 기록을 갱신중이다. 인구학자들마다 전망은 다르지만, 기억에 따르면 대략 80-110억명이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치로 본다. 80억 인구 시대에 필요한 모럴과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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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하게도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감염병/전염병을 주제로 한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어디까지 읽어야 할지, 읽을 수 있을지 감을 잡기 어려운데, 그래도 눈에 띄는 책들은 일단 모아놓는다. 제목은 예일대학의 명예교수로 의학사 전문가인 프랭크 스노든의 <감염병과 사회>(문학사상사)에서 가져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감염병과 사회- 페스트에서 코로나19까지
프랭크 M. 스노든 지음, 이미경.홍수연 옮김 / 문학사상사 / 2020년 12월
27,000원 → 24,300원(10%할인) / 마일리지 1,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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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유행병의 시대- 스페인독감부터 코로나19까지, 전 세계 전염병의 역사
마크 호닉스바움 지음, 제효영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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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4일에 저장
절판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팬데믹이 되려면-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인류를 구할 전염병 대응 시스템
조너선 퀵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0년 12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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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 코로나 시대에 새로 쓰는 감염병의 역사
야마모토 타로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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