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무력한 기분으로 읽은 한 대목.

어떤 사람들에게 인생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예상은, 좋은 기운이든 아니든 원기를 왕성하게 해주며, 그들을 열정적인 활동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들은 자신의 사업이나 작품에 의하여 영원해지고자 하는 순진한 희망을 품고, 그 작업을 완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단 한 순간도 잃어버릴 수 없다.
동일한 관점에서 다른 이들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하는 생각에 빠져든다. 통찰력은 정체되어 있고, 무력하다는 사실은 반박의 여지가 없으므로.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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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일이 밀려 있어서 미리 한숨 자고 일어나 정신을 차리는 중이다. 막간에 옛날 얘기를 적는다.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가 나와서 떠올린 얘기다. 20년쯤 전 대학 시간강사를 하면서 학원에서는 국어논술 강의도 했는데, 한동안은 학생수가 많지 않아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도맡기도 했다. 초등학생은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수업은 한두명 씩(그 아이들이 어느새 30대가 되었겠다!). 그때 교재로 즐겨 쓴 책이 로알드 달의 <마틸다>와 에프라임 키숀의 <개를 위한 스테이크>였다. 짤막하고 재밌는 이야기여서 한 대목씩 복사해서 나눠준 다음에 줄거리와 느낀 점 쓰게 하기가 수업의 주내용이었다. 읽고 쓰기를 습관화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생각에서. 
















초등학생들이 읽기 좋은 작가라고 그때는 생각했는데, 성인들이 읽기에는 어떤지 모르겠다. 독서에도 입맛이라는 게 있다면 독서의 재미를 잃은, 독서의 입맛을 잃은 독자들이 손에 들만하지 않을까 싶다(<맛>은 한번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확인해보니 여전히 가장 인기있는 책은 <마틸다>다(영화로도 만들어졌군). 주니어용으로만 많이 나와있는데, 로알드 달 단편 베스트는 좀 번듯해서 소장용으로도 괜찮겠다.


 












한편 에프라임 키숀은 잊혀진 작가가 되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나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같은 책은 진작에 절판되었고 <행운아 54> 정도만 남아있다. 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의외다. 이미 오래 된 정보이지만 작가 프로필을 옮겨오면 이렇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키숀은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37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43백만여 권의 책이 팔렸고, 2001년에는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희곡과 시나리오도 집필한 키숀이 직접 감독한 영화 두 편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추천되었다. 한국에는 <개를 위한 스테이크>,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풍자작가인데, 풍자라는 장르가 시류성이 있긴 하지만 키숀 정도면 다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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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3 0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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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3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아의서재 2021-01-14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가 로알드달 60주기래요. 그래서 행사가....줄줄이 .. 로알드 달 생애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고 영화도 뮤지컬도 다 대박이 나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되었어요. ^^

로쟈 2021-01-14 19:52   좋아요 0 | URL
아하. 초등학교 읽었더라면.^^

2021-01-14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4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5 0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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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 사이에 차이가 있다거나 없다거나 주장하는 책들이 여럿 나와있는데 뇌 백과사전의 설명은 이렇다.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를 살펴본 연구들은 논란이 많다. 일부에서는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가 생물학적인 요인이 아니라 문화적인 요인에 결정된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여성과 남성의 뇌는 해부학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양쪽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뇌량과 앞맞교차는 여성에서 더 크다. 여성이 감정을 더 잘 알아차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지도모른다. 감정적인 오른쪽 뇌가 분석적인 왼쪽 뇌에 더 잘 연결되는 것이다. 또한 어쩌면 이런 이유로 감정이 더 쉽게 생각과 말로 전환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결되는 영역이 서로 다름을 보여주는 영상 연구는 문화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성별에 따른 전형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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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가 새 번역본으로 나왔다.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다룰 수 있는 작품이지만 번역본이 절판된 상태라 그간에 다룰 수 없었다. 통상 고리키의 <어머니>와 비교되는 소설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핵심 요건인 ‘긍정적 주인공‘ 상을 두 소설의 주인공 파벨(파벨 블라소프와 파벨 코르차긴)이 잘 보여준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고뇌 속을 가다>과 함께 러시아 혁명 3대 소설로 불리는 역사의 서사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중반 번역되어 나오자마자 그 무렵 러시아 혁명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미국 작가 하워드 패스트는 이 작품을 가리켜 “영어로 쓰인 현대 문학작품으로서 이에 필적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 말했으며, 프랑스 작가 루이 아라공은 “이 소설이야말로 노동자가 쓴 최고의 민중문학”이라고 극찬했다.˝

미국이나 프랑스 작가가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그쪽 문학이 노동문학(혁명문학)으로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이 러시아 혁명문학이 갖는 강점이다. 아무튼 공백 하나가 채워져서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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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2 19: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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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2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3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페테르부르크에서 구입한 책들

4년 전 추억이다. 러시아문학기행 때 페테르부르크의 서점에 들렀던 일. 예정으로는 올 가을에 다시 가보려했는데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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