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을 골라놓는다. 가끔씩 만화를 손에 들 때가 있는데, 이번에 눈에 띈 책은 안토니오 알타리바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길찾기, 2013)이다. 스페인의 작가이자 불문학 교수인 저자가 아나키스트였던 아버지의 생애를 만화로 옮긴 작품(그림은 킴과의 공동작업이다). 원제는 '비행의 기술'.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표지에도 '2010 스페인만화대상 수상작'이라고 박혀 있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평판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여하튼 '물건'인 모양이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2010 스페인 국립 만화대상을 비롯 28회 바르셀로나 살롱 델 코믹 3관왕(최고 스페인 작가상, 각본상, 작화상), 2010 카탈루냐 만화대상, 33회 디아리오 드 아비소스 리얼리즘 만화대상 최고각본상, 조르나다스 드 아빌레스 비평가상 최고 작가상과 최우수 작품상, 2009 깔라모 엑스트라오디너리 프라이즈 등 스페인 내 만화 관련 상을 거의 독식했다. 한 작품에 쏟아진 이와 같은 전폭적인 찬사는 스페인 만화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다.

제목의 '아나키스트'가 눈에 띈 건 최근 아나키즘과 아나키스트를 다룬 책이 몇 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나키즘 부활'을 이모저모로 살핀 책으로 김성국 교수가 엮은 <지금, 여기의 아나키스트>(이후, 2013)는 <한국의 아나키스트>(이학사, 2007)의 속편 격이고, 국내외 아나키스트 자서전/평전으로 가네코 후미코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이후, 2012), 김삼웅의 <이회영 평전>(책보세, 2011) 등도 같이 묶을 수 있는 책이다.

 

 

 

가네코 후미코와 이회영에 대해서는 몇 권의 책을 더 참고할 수도 있다. 그리고 예전에 한번 다룬 적이 있지만, '아나키즘'만 검색해도 관련서들의 리스트를 뽑아볼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존 몰리뉴의 <아나키즘>(책갈피, 2013)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쓴 아나키즘 비판서이고, 하승우의 <아나키즘>(책세상, 2008), 방영준의 <저항과 희망, 아나키즘>(이학사, 2006)은 모두 개념 소개과 현재적 의의를 다룬 책이다.  

 

 

국내서로는 이호룡의 <절대적 자유를 향한 반역의 역사>(서해문집, 2008), 구승회 등의 <한국 아나키즘 100년>(이학사, 2004), 박홍규의 <아나키즘 이야기>(이학사, 2004) 등도 더 참고할 수 있다. 아나키즘과 그 역사에 관한 입문서 성격의 책들이다.  

 

 

바쿠닌과 함께 러시아 아나키즘의 아버지, 크로포트킨의 아나키즘 관련서와 그 해설서도 관련서로는 필수 아이템. 이미 언급한 적이 있어서 군말을 덧붙이진 않는다...

 

13.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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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첫머리에 꼽은 저자는 서민 교수. 마태우스님의 책이 오랜만에 나왔다. 몇번 예고편까지 본 기억이 있는데, 드디어 나온 게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유문화사, 2013)이다.

 

 

얼마전에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에 같이 출연한 계기로 근황에 대해서 들은 바 있는데 책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요즘도 베란다쇼 녹화 때문에 강행군이신지?). 오늘자 한겨레에 실린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저자가 왜 요즘 '뜨는 남자'인지 알 수 있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5511.html 참조).

 

 

책에 한정하면, 이번에 7인 공저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황금시간, 2013)도 같이 나왔다. "김용택(시인), 이충걸(GQ KOREA 편집장), 서민(단대 기생충학과 교수, 칼럼니스트), 송호창(국회의원), 박찬일(글 쓰는 요리사), 홍세화(언론인, 사회운동가), 반이정(미술평론가). 각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 온 이 시대 명사 7인이 모여" 펴낸 에세이집이다. 그리고 그 전에 펴낸 17인 공저 <그 삶이 내게 왔다>(인물과사상사, 2009)가 벌써 4년 전 책이다(자랑스럽게도 나도 공저자 중 한 명이다).

 

 

 

단독저작으로는 아마도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다밋, 2005) 다음인 듯하니 <서민의 기생충 열전>이 얼마나 오랜만에 나온 역저인지 알 수 있다. 기생충에 관한 그의 다른 책들은 현재 모두 품절된 상태인데, 저자의 귀뜀에 따르면 직접 구입해서 집에 쌓아두고 있다고(일종의 사재기?). 연구업적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기생충학 연구에도 열심인 저자이기에 기생충에 관한 학술서도 나옴직하지만 그보다 독자의 기대를 모으는 건 그의 칼럼집이다. 'C급 유머'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사칼럼집이 조만간 출간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두번째는 서양사학자로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지성사가 전공분야인 곽차섭 교수. 특히 마키아벨리와 미시사 전문가로 관련서를 여럿 번역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단독 저서로 <아레티노 평전>(길, 2013)을 펴냈다. 부제가 '르네상스기 한 괴짜 논객의 삶'이다. 어떤 인물인가.

통상적으로 알려진 아레티노는 르네상스를 다룬 책에는 빠짐없이 등장하지만, 단지 돈을 벌 욕심으로 음란한 책들을 쓰고 제후와 명사(名士)들에게 협박조의 편지를 보냈던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통속작가라는 수백 년 동안의 비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인물 됨됨이와 행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지나친 편견의 소산임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르네상스기의 문화지형과 시대정신의 측면에서 볼 때, 그는 오히려 엘리트 계급의 위선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상하층 문화 사이의 가교 역할한 문화 아이콘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평가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튼 르네상스 지성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으로 보인다. 번역서와 공저를 제외한 단독저작으론 역시나 <조선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푸른역사, 2004) 이후에 거의 10년만에 나온 책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번역서와 함께 <포르노그래피의 기원>을 곧 펴낼 예정이라고 한다. 마키아벨리 사상에 정통한 저자인지라 그 번역도 기대를 모은다.

 

 

 

 

끝으로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불리는 트루먼 커포티. 이번에 그의 선집이 다섯 권짜리 세트로 나왔다. <인 콜드 블러드>만 예전판으로 갖고 있었는데, 물론 탐나는 것은 선집판이다. 하루키의 작품을 읽을 일이 있어서 커포티의 작품 가운데서는 <마지막 문을 닫아라>를 먼저 찾아볼 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여러 글과 인터뷰를 통해 커포티에게 받은 영향을 숨기지 않았는데, 하루키가 커포티의 문장을 전범으로 삼아 습작했다는 이야기와,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커포티의 단편 <마지막 문을 닫아라>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는 일화는 세대를 넘어선 고전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름나기용으로 아주 반가운 선집이다...

 

13.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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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는 주로 역사분야의 책들이다. 타이틀북은 박찬승 교수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돌베개, 2013). 알다시피 헌법 제1조가 책 제목인데, 바로 그 '헌법 제1조 성립의 역사'가 책의 주제다. 소개에 따르면 "저자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한국은 군주국의 나라였고, 대한제국은 전제군주국을 표방하기도 했다"면서 "대한제국이 무너진 지 불과 9년 만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면서 출범"하고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이어받아 민주공화국을 표방"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집필동기를 밝힌다."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과 관련한 책은 김육훈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휴머니스트, 2012)과 서희경의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창비, 2012) 등이 더 있다. 겹쳐 읽어도 좋을 듯하다.

 

 

두번째 책은 서양사학자 육영수 교수의 <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돌베개, 2013)다. 부제대로 '프랑스혁명의 문화사'. 중견 역사학자의 책 두 권이 같은 출판사에서 동시에 나온 셈인데, "프랑스혁명이야말로 상반된 두 해석 틀(마르크스주의 대 수정주의)이 상호 충돌하면서 역사해석을 더욱 풍부하고도 복잡하게 만든 대표적 사건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간 학계의 지배적 이론이었던 정통(마르크스)주의적 해석에서 벗어나 수정주의적 해석에 기반을 두고 논의를 펼쳐나간다. 그러면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기에, 프랑스 혁명사에 대한 입문서로도 삼을 만하다.  

 

 

세번째 책은 일본의 법학자 가타야마 모리히데의 <미완의 파시즘>(가람기획, 2013). 일본 군국주의의 기원을 탐문하는 책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뒤틀린 망령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군국주의와 천황의 잘못된 만남에서 왜곡된 성장까지, 군국주의자들의 착각과 실패에서 배우는 근대 일본의 아이러니컬한 운명, 그리고 21세기에도 잠들지 않는 일본 극우파의 사상적 원류를 예리하게 파헤친 문제작"이다. 그리고 네번째 책은 고바야시 마사야가 엮은 <마루야마 마사오>(아산정책연구원, 2013)다. '냉전자유주의 프로젝트'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책. 8명의 학자가 동원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동시에 사상가이기도 한 마루야마 마사오의 사상과 행동을 정면에서 그리고 본격적으로 다룬 저작"이다. 마루야마 입문서 역할을 할 만한 책. <미완의 파시즘>과 마찬가지로 마루야먀 마사오 전문가이기도 한 김석근 아산서원 부원장이 옮겼다.

 

 

마지막 책은 고영란의 <전후라는 이데올로기>(현실문화, 2013)다. "책의 표제이자 화두인 ‘전후’는 단순한 시간적 지표가 아니라, 일본의 근현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혹은 ‘집단기억의 프레임’으로 제시된다." 저자는 일본 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인 한국인 학자이고, 번역은 문학평론가 김미정 씨가 옮겼다. 저자는 예전에 나이토 치즈코의 <암살이라는 스캔들>(역사비평사, 2011)을 우리말로 옮긴 전력이 있다. 본인의 책을 직접 옮기는 건 멋쩍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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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성립의 역사
박찬승 지음 / 돌베개 / 2013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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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 프랑스혁명의 문화사
육영수 지음 / 돌베개 / 2013년 7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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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파시즘- 근대 일본의 군국주의 전쟁 철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가타야마 모리히데 지음, 김석근 옮김 / 가람기획 / 2013년 7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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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루야마 마사오- 주체적 작위 파시즘 시민사회
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김석근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2013년 7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3년 07월 1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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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실린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토마스 프랭크의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어마마마, 2013)을 골라서 썼다. '비즈니스 우파'에 대한 매우 강력한 비판을 제시한 책이다. 분량상 책을 읽으며 느낀 기시감까지 적지는 못했다. 스케일만 좀 다를 뿐 우리도 지난 정권에서 '비즈니스 우파'의 탄생을 목도했으니까...

 

 

 

중앙일보(13. 07. 13) 무능력해도, 부패해도, 낭비해도 결국 우파가 이기는 이유


미국의 언론인이자 역사학자 토마스 프랭크가 쓴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된 그의 전작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와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와 이어진다. 이 세 권은 미국 우파에 대한 조밀한 분석과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는 ‘우파 해부 3부작’이라고 부름직하다. 원제는 ‘난파선의 선원’(The Wrecking Crew)으로 자신이 만든 정부를 스스로 파괴하는 보수주의자를 일컫는 비유다. 이 선원들이 바로 ‘비즈니스 우파’다.

정치인이나 고위관료가 온갖 뇌물 혐의로 구속되는 건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부패는 왜 발생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정치가 곧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금권정치, 부에 의한 정부로 변화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가 비즈니스라면 어떤 정부가 탄생하는가. 시장에 기반한 약탈적 정부의 견본적 사례가 조지 W 부시 시절 이라크의 미군정이었다.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미국은 아무런 간섭 없이 ‘자유시장의 유토피아’를 재건할 기회를 얻는다. 아예 최고행정관으로 부임한 미국의 ‘총독’ 폴 브레머는 “이라크는 비즈니스를 위해 활짝 열려 있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라크 재건사업은 ‘자본주의의 꿈’이었고 “아웃소싱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아웃소싱됐다.”

기업들이 미국 당국으로부터 계약을 따내면 기업은 하청을 주고 하청업체는 재하청을 주는 식으로 거대한 수익의 사슬이 만들어졌다. 고깃덩어리는 꼭대기 기업들이 챙기고, 노예수준의 노동을 맡은 인도·파키스탄의 노동자들이 밑바닥에서 부스러기를 얻어먹었다.

미국에서의 비즈니스 정치는 물론 이라크에서만큼 손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자유시장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미국 우파는 나름대로 유력한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그것은 주로 감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늘리는 것이었다. 적자 지출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케인스적 발상이고 진보진영의 전략이지만 우파는 그것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이것은 일종의 ‘정부 공격’으로 그들은 의도적으로 재정을 거덜내고자 했다. 민주당 정부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엄청난 재정 적자에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게다가 이런 바보 같은 재정 낭비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면 오히려 금상첨화다. 정치적 냉소주의는 언제나 우파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곧 “한없이 무능력해도 승리하는 것이고, 마음껏 부패를 저질러도 승리하는 것이고, 실컷 낭비해도 승리하는 것”이 비즈니스 우파가 만들어놓은 게임판이다. 설사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승리는 우파의 몫이 된다고 할까.

비즈니스 우파의 시대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우파 냉소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들이 세상에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13. 0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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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420호)에 실은 '로쟈의 주제별 도서 소개'를 옮겨놓는다. 이달의 주제로 고른 건 '빅히스토리'다. 신시아 브라운과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책들이 번역돼 나온 게 계기인데, '지구사 시리즈'도 같은 범주로 묶었다...

 

 

 

책&(13년 7월호) 지구 역사의 퍼즐 맞추기

 

“빅히스토리를 공부하면서 왜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이런 공부를 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울 정도였다. 만약 그랬다면 더 많은 것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빅히스토리에 예찬론자 빌 게이츠의 말이다. 역사학의 새로운 조류로 등장한 빅히스토리(Big History)는 무엇이고 이 ‘거대사’는 어째서 흥미를 끄는가. 여름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이야기와 지금 우리의 삶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빅히스토리의 세계로 잠시 떠나보려고 한다. 물론 국내에 소개된 몇 권의 책을 길잡이삼아서 떠나는 여정이다. 


빅히스토리가 어떤 것인지 적당한 규모로 간명하게 소개하는 책은 신시아 브라운의 <빅히스토리>(웅진지식하우스, 2013)다. '빅뱅에서 현재에 이르는 과학적 창조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도 과학적 작업의 한 부분인 이상, 인간이 밝혀낸 이야기를 ‘과학’과 ‘역사’로 따로 구분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배운 역사학에서는 흔히 문자의 발명과 그 기록을 기준으로 역사와 선사 시대를 구분한다. 자연스레 역사의 범위가 지난 5000여 년으로 한정되는데, 따지고 보면 이는 지구 일생의 단지 10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빅히스토리는 역사의 범위를 기록된 문서에 얽매이지 않고 이용 가능한 모든 증거와 자료를 활용해 최대한 확장한다.


그렇게 역사의 범위가 빅뱅까지 확장되면 역사를 보는 관점도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지구가 인간에게 미친 영향과 인간의 행동이 지구에 미친 영향”이 책의 숨어 있는 근본적인 주제라고 말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의 역사를 아주 큰 덩어리로 보고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의 역사 속에 포함하여 다루는 빅히스토리에서도 인간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간은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생물 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인간의 양적인 증가’다. 수세기에 걸쳐 인간은 인구와 기대수명을 늘리기 위해 놀라운 기술력을 발휘해왔고, 2000년에 이르러서는 61억의 인구에 도달했다. 이것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500억에서 1000억의 인간 가운데 6%-12%에 해당한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인구는 16억에서 61억으로 늘어났는데, 이러한 증가는 말 그대로 ‘지구에 대한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시대에 이 실험이 의미를 공기와 삼림, 토양, 물, 방사능 등의 척도를 통해 기술한다. 빅히스토리적 시각이 갖는 특징이라 할 만하다.


빅히스토리에 대한 개관에 이어서 좀더 깊이 들어가고픈 독자라면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시간의 지도>(심산, 2013)를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소개된 <거대사>(서해문집, 2009)는 빅히스토리(거대사)를 아주 간략하고 쉽게 풀어쓴 책으로 <시간의 지도>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호주의 매콰리대학에서 처음으로 ‘빅히스토리’란 이름의 강좌를 개설해 그 용어를 널리 알린 장본인이다. 그는 역사학도 과학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통합 이야기’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표현을 빌리면 ‘통섭의 역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이 현재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데, 빅히스토리야말로 학생들에게 과학과 인문학이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대단히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빅뱅 이후 최초 30만년의 이야기로 ‘시간의 지도’를 펼쳐놓지만 저자 역시 20세기 일어난 변화가 인류 역사의 모은 이전 시기에 일어난 변화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인간 사회는 20세기 초기부터 생물권 전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지속 가능한 한계를 넘어 살고 있다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빅히스토리의 공통적인 관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빅히스토리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약 40-50억 년쯤 뒤에는 태양이 죽어가기 시작할 것이고, 아주 먼 미래에는 우주가 다시금 평형상태로 접어들면서 황폐해질 것이다. 그러한 거시적 시야에서 인간을 바라봄으로써 빅히스토리는 우리를 좀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데이비드 크리스천과 신시아 브라운, 두 저자의 책과 함께 ‘빅히스토리’란 명칭이 국내에 소개됐지만, 아직 국내 학계에서는 ‘글로벌 히스토리’, 곧 ‘지구사’란 이름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빅히스토리처럼 빅뱅까지 포함하여 다루지는 않지만, 지구를 하나의 역사단위로 하여 전 지구적 역사를 다뤄야 한다는 관점으로 출간된 '지구사연구소 총서’(이화여대 지구사연구소)는 이미 국내 빅히스토리 분야에서 유명하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거대사>와 <시간의 지도>도 이 총서의 일환으로 출간된 것이다. 이 새로운 세계사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논문 모음집으로 <지구화 시대의 새로운 역사>(혜안, 2008)와 <지구사의 도전>(서해문집, 2010)이 출간돼 있다.

 

13.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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