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첫머리에 꼽은 저자는 서민 교수. 마태우스님의 책이 오랜만에 나왔다. 몇번 예고편까지 본 기억이 있는데, 드디어 나온 게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유문화사, 2013)이다.

 

 

얼마전에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에 같이 출연한 계기로 근황에 대해서 들은 바 있는데 책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요즘도 베란다쇼 녹화 때문에 강행군이신지?). 오늘자 한겨레에 실린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저자가 왜 요즘 '뜨는 남자'인지 알 수 있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5511.html 참조).

 

 

책에 한정하면, 이번에 7인 공저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황금시간, 2013)도 같이 나왔다. "김용택(시인), 이충걸(GQ KOREA 편집장), 서민(단대 기생충학과 교수, 칼럼니스트), 송호창(국회의원), 박찬일(글 쓰는 요리사), 홍세화(언론인, 사회운동가), 반이정(미술평론가). 각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 온 이 시대 명사 7인이 모여" 펴낸 에세이집이다. 그리고 그 전에 펴낸 17인 공저 <그 삶이 내게 왔다>(인물과사상사, 2009)가 벌써 4년 전 책이다(자랑스럽게도 나도 공저자 중 한 명이다).

 

 

 

단독저작으로는 아마도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다밋, 2005) 다음인 듯하니 <서민의 기생충 열전>이 얼마나 오랜만에 나온 역저인지 알 수 있다. 기생충에 관한 그의 다른 책들은 현재 모두 품절된 상태인데, 저자의 귀뜀에 따르면 직접 구입해서 집에 쌓아두고 있다고(일종의 사재기?). 연구업적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기생충학 연구에도 열심인 저자이기에 기생충에 관한 학술서도 나옴직하지만 그보다 독자의 기대를 모으는 건 그의 칼럼집이다. 'C급 유머'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사칼럼집이 조만간 출간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두번째는 서양사학자로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지성사가 전공분야인 곽차섭 교수. 특히 마키아벨리와 미시사 전문가로 관련서를 여럿 번역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단독 저서로 <아레티노 평전>(길, 2013)을 펴냈다. 부제가 '르네상스기 한 괴짜 논객의 삶'이다. 어떤 인물인가.

통상적으로 알려진 아레티노는 르네상스를 다룬 책에는 빠짐없이 등장하지만, 단지 돈을 벌 욕심으로 음란한 책들을 쓰고 제후와 명사(名士)들에게 협박조의 편지를 보냈던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통속작가라는 수백 년 동안의 비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인물 됨됨이와 행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지나친 편견의 소산임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르네상스기의 문화지형과 시대정신의 측면에서 볼 때, 그는 오히려 엘리트 계급의 위선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상하층 문화 사이의 가교 역할한 문화 아이콘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평가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튼 르네상스 지성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으로 보인다. 번역서와 공저를 제외한 단독저작으론 역시나 <조선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푸른역사, 2004) 이후에 거의 10년만에 나온 책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번역서와 함께 <포르노그래피의 기원>을 곧 펴낼 예정이라고 한다. 마키아벨리 사상에 정통한 저자인지라 그 번역도 기대를 모은다.

 

 

 

 

끝으로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불리는 트루먼 커포티. 이번에 그의 선집이 다섯 권짜리 세트로 나왔다. <인 콜드 블러드>만 예전판으로 갖고 있었는데, 물론 탐나는 것은 선집판이다. 하루키의 작품을 읽을 일이 있어서 커포티의 작품 가운데서는 <마지막 문을 닫아라>를 먼저 찾아볼 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여러 글과 인터뷰를 통해 커포티에게 받은 영향을 숨기지 않았는데, 하루키가 커포티의 문장을 전범으로 삼아 습작했다는 이야기와,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커포티의 단편 <마지막 문을 닫아라>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는 일화는 세대를 넘어선 고전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름나기용으로 아주 반가운 선집이다...

 

13.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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