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실린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토마스 프랭크의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어마마마, 2013)을 골라서 썼다. '비즈니스 우파'에 대한 매우 강력한 비판을 제시한 책이다. 분량상 책을 읽으며 느낀 기시감까지 적지는 못했다. 스케일만 좀 다를 뿐 우리도 지난 정권에서 '비즈니스 우파'의 탄생을 목도했으니까...

 

 

 

중앙일보(13. 07. 13) 무능력해도, 부패해도, 낭비해도 결국 우파가 이기는 이유


미국의 언론인이자 역사학자 토마스 프랭크가 쓴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된 그의 전작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와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와 이어진다. 이 세 권은 미국 우파에 대한 조밀한 분석과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는 ‘우파 해부 3부작’이라고 부름직하다. 원제는 ‘난파선의 선원’(The Wrecking Crew)으로 자신이 만든 정부를 스스로 파괴하는 보수주의자를 일컫는 비유다. 이 선원들이 바로 ‘비즈니스 우파’다.

정치인이나 고위관료가 온갖 뇌물 혐의로 구속되는 건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부패는 왜 발생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정치가 곧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금권정치, 부에 의한 정부로 변화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가 비즈니스라면 어떤 정부가 탄생하는가. 시장에 기반한 약탈적 정부의 견본적 사례가 조지 W 부시 시절 이라크의 미군정이었다.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미국은 아무런 간섭 없이 ‘자유시장의 유토피아’를 재건할 기회를 얻는다. 아예 최고행정관으로 부임한 미국의 ‘총독’ 폴 브레머는 “이라크는 비즈니스를 위해 활짝 열려 있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라크 재건사업은 ‘자본주의의 꿈’이었고 “아웃소싱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아웃소싱됐다.”

기업들이 미국 당국으로부터 계약을 따내면 기업은 하청을 주고 하청업체는 재하청을 주는 식으로 거대한 수익의 사슬이 만들어졌다. 고깃덩어리는 꼭대기 기업들이 챙기고, 노예수준의 노동을 맡은 인도·파키스탄의 노동자들이 밑바닥에서 부스러기를 얻어먹었다.

미국에서의 비즈니스 정치는 물론 이라크에서만큼 손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자유시장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미국 우파는 나름대로 유력한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그것은 주로 감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늘리는 것이었다. 적자 지출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케인스적 발상이고 진보진영의 전략이지만 우파는 그것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이것은 일종의 ‘정부 공격’으로 그들은 의도적으로 재정을 거덜내고자 했다. 민주당 정부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엄청난 재정 적자에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게다가 이런 바보 같은 재정 낭비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면 오히려 금상첨화다. 정치적 냉소주의는 언제나 우파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곧 “한없이 무능력해도 승리하는 것이고, 마음껏 부패를 저질러도 승리하는 것이고, 실컷 낭비해도 승리하는 것”이 비즈니스 우파가 만들어놓은 게임판이다. 설사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승리는 우파의 몫이 된다고 할까.

비즈니스 우파의 시대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우파 냉소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들이 세상에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13. 0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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