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중심은 광장
프라하 중심부엔 바츨라프광장
바츨라프 성인의 이름을 딴
바츨라프광장
바츨라프는 성인보다 먼저 왕이었네
바츨라프 1세
기독교를 전파하고 빈민들을 구제한 왕
바츨라프는 동생에게 암살당하고
소속이 바뀌었네
왕이자 성인이 아니라면
왕이거나 성인이거나
바츨라프는 왕으로 죽고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
보헤미아의 수호성자가 되었네
바츨라프광장에 우뚝선
바츨라프의 동상을보라
바츨라프광장의 목소리에
질서를 부여하는 자
성 바츨라프를 보라
얀 후스가 지키는 프라하 한쪽에
바츨라프가 지키는 보헤미아
바츨라프광장은 아침부터
공사장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8년만에 다시 찾은 바츨라프광장은
바츨라프 공사장
바츨라프 기마상이
공사장 감독관처럼 내려다보는
바츨라프 광장
(소속이 또 한번 바뀐 것인가)
바츨라프 겨울광장에
언젠가 다시 봄이 오기를
바츨라프광장에서 시작되는
프라하의 봄이 다시 오기를
나는 프라하 방명록에 적는다
그 봄에 다시 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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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는 익사자들의 성인이 있지
익사자들의 수호성인은
익사당한 얀
네포묵 출신의 얀
얀 네포무츠키
그는 성자가 되어 성 얀 네포무츠키가 되지
한국인은 성 네포묵이라고 불러
네포무츠키는 먼 나라 사람이지
네포묵이 정겨운 이름이지
네포묵은 박해받은 성인
왕비의 고해신부 네포묵은
바츨라프 4세의 심문을 받지
아내를 의심하는 왕에게도
고해성사의 비밀은 지켜야 한다네
네포묵은 비밀유지의 수호성인
네포묵은 혀기 잘리고 강물에 던져졌다네
카를교에서 불타바강으로 던져졌다네
시신을 건졌을 때 다섯 개의 별이
강물 위에 떠올랐지
아름다운 전설이 시작되었지
수호성인 네포묵이 전설이 시작되었지
온 세상 모든 익사자들의 성인이 되었지
프라하의 카를교에는
성 네포무츠키 성인상이 서 있네
왕비의 고해와 성인의 죽음이 새겨진
동판을 누구나 어루만지며
소원을 빈다네
비밀의 소원을 빈다네
카를교를 찾을 때마다 만나는
성 네포무츠키
(프라하성 비투스성당에는 그의 은제 관이 있어)

얀 네포묵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바츨라프의 안부가 궁금하네
의심받은 왕비는 무사했을까
왕비는 바이에른의 소피아
네포묵의 순교에도
소피아는 남편보다 오래 살았다네
바츨라프 4세는 뇌줄중으로 급사했다네
(바츨라프의 관도 비투스성당에 있다는군)
바츨라프의 혀는
바츨라프 영혼은
어디로 던져졌을까
아무도 관심이 없는지
전설은 침묵을 지킨다네
카를교 다리 아래
갈매기들처럼
블타바강의 겨울손님
붉은부리 갈매기들처럼
떼지어 숨죽이고 있는
갈매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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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으면(일정 시작하고 첫 호텔 조식이 있다) 프라하 신유대인 묘지의 카프카 가족묘를 찾는다. 1924년 6월, 가족 가운데서는 장남 프란츠 카프카가 먼저 폐결핵으로 목숨을 잃고 부모의 죽음이 차례로 뒤를 잇는다(아버지 헤르만, 1931년, 어머니 율리에, 1934년). 카프카의 형제자매로는 어릴 때 죽은 남동생 둘을 제외하고 세 여동생(엘리, 발리, 오틀라)이 성년까지 살아남았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은 모두 나치의 수용소에서 생을 마친다(1942-43년). 이들은 시신이 없어서 가족묘에는 이름만 남겨져 있다.

특히 안타까워보이는 건 막내동생 오틀라(황금소로에 오빠의 작업실을 마련해준 여동생이다). 비유대인과 결혼하고 슬하에 두 딸을 두었지만, 자신으로 인해 남은 가족이 피해를 볼까 두려워 위장 이혼을 하고(남편과 아이들은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자신은 테레진(테레지엔슈트) 수용소로 추방된다. 제발트(1944-2001)의 마지막 소설 <아우스터리츠>(2001)에서 아우스터리츠의 부모가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그 수용소이다.

테레진은 나치가 국제제십자사 사찰단에게 보여주기 위해 보기좋게 꾸며놓은 선전용 수용소 역할도 했지만 실제로는 아우슈비츠로 보내기 전에 인원을 집결시킨 중간수용소였다. 1942-44년 사이 테레진을 거쳐간 유대인 아이(15세 미만)가 1만 5000명 가량이었고(이 가운데 150여명이 생환했다) 수용소가 해방되었을 때 약 1600명이 생존해 있었다고 한다. 거꾸로 말하면 거의 90퍼센트의 아이들이 학살당했다(테레진의 아이들이 쓴 시와 그림이 남아있어서 책으로도 출간됐다).

1942년 테레진에 수용된 오틀라는 간호인으로 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는데 1943년 10월,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이 어딘가(아우슈비츠)로 이송된다고 하자 그들을 안심시키려고 자발적으로 동행한다. 유대인 수송열차가 아우슈비츠의 도착하자 마자 오틀라는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로 보내져 생을 마친다. 이번 문학기행에서 테레진과 아우슈비츠를 방문하는 건 오틀라의 선택과 여정을 되밟아보는 의미도 갖는다.

지난해 타계한 이반 클리마(1931-2025)는 쿤데라와 함께 동시대 체코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명이었다(유감스럽게도 그의 소설은 한두편의 단편과 절판된 <하룻밤의 연인, 하룻밤의 연인>밖에 소개돼 있지 않다. 소설과 함께 자서전 <나의 미친 세기> 등이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소설가로서도 존재감이 뚜렷하지만, 여기서는 그가 어린시절(1941-45)을 테레진에서 보낸 테레진의 아이, 테레진의 생존자라는 점이 중요하다. 자서전이 번역됐더라면 테레진의 찾아가보는 일정에도 무게감이 더해졌을 것 같다(현재로선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가 테레자 경험을 반추하게 하는 문학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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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르샤바에서 프라하로 이동한 대목까지 적었는데 이후의 일정을 간추린다. 개인적으론 프라하를 세번째 찾은 셈인데 생각해보니 프라하공항은 처음 찾았을 때(여름인데 캄캄했으니 늦은 밤이었다) 이후 두번째다. 가족여행으로 찾았던 첫 방문 때는 프라하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갔고, 두번째 방문(카프카문학기행이었다) 시에는 선행지였던 오스트리아에서 버스로 체스키크롬로프를 거쳐 입성했다가 일정을 마치고 드레스덴으로 갔다(최종 목적지 베를린에서 아웃했다).

프라하공항과는 오랜만의 재회였는데 사실 체코어나 ‘프라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같은 배너가 아니라면 어느 공항인지 식별하기 어려울 테다.이번에도 귀국은 바르샤바공항에서 폴란드항공을 이용할 예정이라(현재로선 유일한 직항이다) 프라하공항과의 인연은 계속 스치는 인연이다. 인천공항에서 작별했던 수하물 캐리어를 찾은 뒤 일행은 공항에 나와있던 가이드와 만나서 대기하던 버스에 올랐다. 마치 출근하는 양 아침비행기를 탔다고 적었었는데, 짧은 비행이 일과의 전부였다는 듯 프라하에 도착해서는 바로 퇴근 모드로 바뀌었다.

공항은 도심 외곽에 있기에 프라하 한복판(바츨라프 광장쪽) 숙소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원래는 그제 도착해서 하룻밤을 묵었어야 하는 호텔이었다. 외박하고 들어온 행색으로 방에 짐을 풀고는 다시 한시간만에 집합하여 바츨라프 광장(한창 공사중이었다)과 하벨시장 등을 지나서 점심을 먹을 식당으로 이동했다. 프라하는 어제까지 춥고 최근 눈도 자주 내렸다고 했다. 눈 덕분에 건물들과 거리의 외관이 겨울 프라하의 느낌을 주었다. 겨울여행의 맛은 역시 설경이니까.

항공편 사정으로 일정이 지연돼 전체적인 조정이 필요했다. 오전 일정을 오후로 넘겨 진행했는데(일정표에는 너무 많은 일정이 오전에 배당돼 있었다) 프라하성과 비투스성당 구경, 그리고 도보로 카를교를 지나서 구시가지까지 둘러보는 것이 핵심이었다. 프라하성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유명한 황금소로의 카프카 작업실(22번지)에 들르려 했는데 눈 때문에 길이 임시로 차단돼 있었다. 경비직원이 내일(그러니까 오늘) 오면 될 거라고 해서 일정이 하루 순연됐다. 캄파섬의 카프카박물관도 시간상 방문하기 어려워서 역시 오늘 일정으로 늦췄다.

카를교를 지날 때는 이미 해질녘이었고 프라하의 저녁풍경은 곧 야경으로 바뀌었다. 필수 관광지인 만큼 카를교는 내가 찾았던 여름과 가을에 그랬듯이 겨울에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일행은 얀 후스 동상이 있는 구시가지 광장으로 향했는데 이미 어두워진 터라 한번더 찾아오기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 날이 밝으면 오전에는 원래 일정대로 테레진수용소를 방문하고 오후에는 미뤄진 ‘카프카데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구시가지에서의 일정까지 마무리되면 자유시간.

지금은 프라하의 한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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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26-01-1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계시다 오셔요~
 

프라하로 가고 있네
프라하는 어디인가
프라하의 연인들은 어제의 연인
바르샤바공항에서 통근비행기를 타고
직장인인 양 프라하로 간다네
출근시간에 맞춘 아침비행기
아침의 나라를 떠나
우린 한밤중에 바르샤바에 도착했지
(바르샤바 사람들 몰래)
다시 바르샤바를 떠나네
바르샤바에 정을 두고 떠나는가
다시 오겠다는 작정으로 프라하로 향하네
프라하의 문지방으로 향하네
프라하의 프라흐는 문지방이라지
블타바강을 가로막은 문지방이 프라하
프라하성은 프라하의 문지방이지
바르샤바의 전설은 다르다네
바르스란 어부가 사와를 사랑해서
살림을 차린 곳이 바르샤바
어부는 젊은 어부
사와는 아름다운 인어
우리는 지금 바르샤바를 떠나네
비스와강에서 블타바강으로
노 저어 가지 않고
비행기로 간다네
이제곧 문학기행이 시작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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