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은 슬라보예 지젝의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 최근에 나온 <임박한 파국>(꾸리에, 2012)와 연초에 나왔던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궁리, 2012) 등과 함께 '올해의 지젝 3부작'이라고 꼽을 만하다. 지젝의 애독자로선 당연히 '올해의 책' 가운데 하나다. "원제는 The Year of Dreaming Dangerously(위험한 꿈을 꾸는 해)로, 지젝은 금융위기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한편, 정치적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투쟁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었던 2011년의 희망과 절망, 기회와 위협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두번째 책은 사이비 과학과 미신 등에 맞서온 회의주의 투사 마이클 셔머의 역작 <믿음의 탄생>(지식갤러리, 2012)이다. 우리의 믿음의 기원과 진화에 관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바다출판사, 2007)과 공저 <무신예찬>(현암사, 2012) 등이 같이 읽을 만한 책이다. 세번째 책은 협력과 이타성의 진화에 관한 진화생물학의 연구를 집대성한 마틴 노왁/로저 하이필드의 <초협력자>(사이언스북스, 2012). "이기와 이타, 배신과 협력 사이의 갈등으로 가득한 삶이라는 게임에서 이기심이라는 금과옥조를 거스르고 어떻게 경쟁 대신 서로 협력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책"으로 경제서로도 분류돼 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권도 관심저자들의 책이다. 네번째는 러셀 자코비의 <친밀한 살인자>(동녘, 2012). 협력의 배신 사례라 할 만한데, '이웃 살인의 역사로 본 폭력의 뿌리'를 다루고 있다.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이웃집 살인마>(사이언스북스, 2006)와 같이 읽어볼 만하다. 끝으로 <자유죽음>(산책자, 2010)의 저자 장 아메리의 <죄와 속죄의 저편>(길, 2012).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가 쓴 '정복당한 사람의 극복을 위한 시도'의 에세이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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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생각하라- 지금 여기, 내용 없는 민주주의 실패한 자본주의
슬라보예 지젝 지음, 주성우 옮김, 이현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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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믿음의 탄생- 왜 우리는 종교에 의지하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김소희 옮김, 이정모 감수 / 지식갤러리 / 2012년 11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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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협력자- 세상을 지배하는 다섯 가지 협력의 법칙
마틴 노왁.로저 하이필드 지음, 허준석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11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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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살인자- 이웃 살인의 역사로 본 폭력의 뿌리
러셀 자코비 지음, 김상우 옮김 / 동녘 / 2012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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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의 최신작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가 출간됐다. 원저는 <위험한 꿈을 꾼 해(The Year of Dreaming Dangerously)>(2012)로 지난 10월에 나온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번역본의 감수를 맡았는데, 책이 갖는 시의성과 함께 지젝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고려해 원서 강독 강의를 기획했다(http://cafe.daum.net/purunacademy/8Bko/73). 강의는 12월 7일부터 1월 25일까지 8주간 매주 금요일(15:00-17:00)에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진행되며 책을 정독하면서 지젝의 생각과 문제의식을 충실히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둔다. 아래의 소개를 참고하시길.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이자 우리시대의 가장 도발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을 로쟈와 함께 원서로 읽습니다. 그의 최신작 <멈춰라 생각하라(The Year of Dreaming Dangerously)>는 이슬람혁명부터 월스트리트 점령시위까지 2011년 한해 동안 일어난 사건들의 의미에 대한 지젝의 분석과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지젝의 뜨거운 사유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영어 문장에 익숙하지 않은 분도 번역본과 같이 읽어갈 수 있습니다.

 

1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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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의 '문화와 세상' 칼럼을 옮겨놓는다. 낮에 어렵사리 아이템을 잡아서 쓴 것인데, 생각해보니 대선 전에 쓰는 마지막 칼럼이다. 자연스레 변화에 대한 기대를 담았다. 최소한 '청춘이 절망하는 나쁜 사회'와는 결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자면 물론 청춘들 자신의 적극적인 투표참여가 필요하다. 이제 20일 남았다. <현시창>(알마, 2012)와 같이 읽어볼 만한 책도 골라놓는다.

 

 

 

경향신문(12. 11. 30) 나쁜 사회가 만든 청춘의 절망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서두다. 어디 가정에만 적용되랴. 사회나 국가도 비슷해 보인다.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좋은 사회는 서로 엇비슷하지만 나쁜 사회는 제각각의 이유로 나쁘다. 오늘의 한국사회를 나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중 하나가 ‘청춘의 절망’이다. 현역 기자가 쓴 우리시대 ‘벼랑 끝’ 청춘들에 대한 취재보고서 <현시창>에 저자가 붙인 서문의 제목이 ‘청춘이 절망하는 나쁜 사회’다.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했던 한국 현대사이니만큼 우리 시대 불행의 절대치가 유난한 건 아니겠지만 그 성격을 특징짓고자 할 때 ‘청춘의 절망’을 우선순위로 꼽을 만하다. ‘현실은 시궁창’의 줄임말 은어로 ‘현시창’이란 말이 입에 오르는 것만 보아도 절망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냥 ‘현실은 시궁창’이라고만 하면 현실에 대한 치기어린 냉소 정도로만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문구는 원래 가수 에미넴의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란 가사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그걸 줄여서 ‘꿈높현시’라고도 부른다고. 사실 ‘현시창’이란 현실 인식이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꿈은 높은데’라는 말과 대구를 이루는 ‘현실은 시궁창’은 오롯이 청춘의 현실을 떠올려준다. “지금까지도 힘들었는데 앞으로가 더 힘들 것 같아요”라고 하소연하는 게 그 현실이다.

<현시창>에서 저자는 오늘을 사는 청춘들의 힘겨운 사연을 노동, 돈, 경쟁, 여성 등의 키워드에 따라 분류했는데, ‘일터의 배신’을 다룬 첫 장의 첫 번째 사례가 2011년 7월 일산의 한 이마트 매장에서 냉동기 점검 작업을 하다가 누출된 냉매 가스에 질식사한 서울시립대생 황승원씨다. 안타까운 사건으로만 잠시 기억되고 말았을 일이지만 기자는 황씨의 여동생을 만나 그의 스물두 해 짧은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낯설지 않은 사례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황씨는 학원도 제대로 못 다니며 독학으로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했다. 어렵게 한 사립대학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했지만 800만원 가까운 등록금이 너무 부담이 됐다. 두 학기 등록금 1000여만원이 고스란히 빚이 됐고, 결국 장학금을 받고도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황씨는 수능을 봐서 등록금이 훨씬 적은 서울시립대에 다시 입학한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은 군대에 갔다 온 뒤에도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복학하기 전에 대출금을 갚기 위해 냉동설비 수리업체에 취업한 그는 사고 당일 야간작업을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사고 진상 규명이 늦어져 가족들은 병원 냉동고에 보관돼 있던 그의 주검을 사망 40여일 만에야 발인했다. 그러고도 유족에겐 학자금 대출이 그대로 남았다.사고사만 제외하면 황씨의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청춘의 초상이다. 높은 등록금과 구직난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게 그들의 시궁창 현실이다. 한두 사람이 겪는 불운이라면 개인적인 문제겠지만 한 세대가 통째로 겪는 불행이라면 사회적 문제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회적 문제는 개개인의 분발이 아닌 사회적 처방과 해법을 요구한다.

 

“알바해서 학자금 대출부터 갚을 거야”라는 소박한 꿈이 좌절된 자리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에 대한 새로운 꿈이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치부되는 것에 대한 꿈이다. 지난 대선의 공약이기도 했던 반값등록금은 왜 도입되지 않고 불가능한 것으로 도외시됐는가? 마음의 부담을 절반으로 줄여주겠다는 공약이었다고? 시립대의 사례에서 알 수 있지만 문제는 의지이고 결단이다. 이번 대선이 우리가 ‘현시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1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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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필로소픽, 2012)이 재출간됐다. '천재의 의무'가 부제. 과거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문화과학사, 2000)으로 분권돼 나왔다가 절판된 책인데 이번엔 한권으로 통합됐다. 덕분에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갖게 된다. 오래전에 관련서들을 한참 모아서 읽다가 더는 흥미를 갖지 못했는데, 최근에 <논리철학논고>에 관한 해설서들이 다시 나오면서 책을 주섬주섬 모으던 참이다. 비트겐슈타인 선집 이후에 나온 책으로 리스트를 만들자니 역시나 레이 몽크의 가이드북 (웅진지식하우스, 2007)부터다. 선집에서 빼놓은 책들도 이번에 구입을 추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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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평전- 천재의 의무
레이 몽크 지음, 남기창 옮김 / 필로소픽 / 2012년 12월
36,000원 → 32,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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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기막힌 10분
데이비드 에드먼즈 & 존 에이디노 지음, 김태환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2년 3월
17,900원 → 16,110원(10%할인) / 마일리지 8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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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론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곽강제 옮김 / 서광사 / 2012년 4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57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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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론 이렇게 읽어야 한다
R. M. 화이트 지음, 곽강제 옮김 / 서광사 / 2011년 12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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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IN(272호)에 실은 서평을 옮겨놓는다. 분기별 책꽂이가 특집이라 타이틀은 '겨울의 책꽂이'로 돼 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석달간 출간된 책 가운데 주목할 만한 책 다섯 권을 선정해달라는 요청에 응했고 그중 한권에 대한 서평을 쓰게 됐는데, 바로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가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2012)가 그 대상이었다. 아직도 하드를 복구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메일함에서 찾아다 옮겨놓는다.

 

 

 

시사IN(12. 12. 01) 현대 중국을 흔든 두 개의 혁명

 

중국 공산당의 제18차 당대회가 폐막하고 시진핑을 당 총서기로 하는 5세대 지도부가 출범했다. 알려진 대로 시진핑은 공산혁명가의 자제들 그룹인 태자당의 일원으로 분류된다. 자오쯔양과 당 총서기직을 다투기도 했던 혁명원로 시중쉰의 아들이어서다. 하지만 문화대혁명기에 실각했던 부친 때문에 시진핑은 어두운 소년시절을 보냈다. 산골마을의 동굴 움막에 살면서 7년간 강제노역을 한 경험이 있고 그의 공산당 가입도 10전 11기 끝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인상적인 인생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시진핑의 사례가 특별히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실상 그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은 중국의 현대사 자체이기 때문이다. 시진핑보다는 조금 아래 연배이지만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2012)에서 중국의 대표작가 위화가 열 개의 단어로 집약해서 전해주는 중국의 모습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파란만장하고 흥미롭다.

 

 

 

지금은 ‘시진핑 이후의 중국’이 세계의 관심사이지만 중국현대사로 시야를 확장하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의 역사는 중국사학자 모리스 마이스너의 표현대로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로 나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인민의 ‘영수(領袖)’ 마오쩌둥이 말년에 ‘사령부를 포격하라’는 대자보를 직접 써붙임으로써 촉발한 문화대혁명이다. 절대권력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오는 항상 군중의 힘을 빌려 일을 도모하고자 했다. 결과는 중국 대륙 전체를 집어삼킨 군중의 광기였다.

 

1976년 마오의 서거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위화는 집단적 애도의 물결 속에서 문득 유머를 느낀다. “몇몇 사람들이 소리 내어 울고 있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틀림없는 슬픔이었다. 하지만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대한 공간에서 한꺼번에 울부짖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유머였다”고 그는 적는다.  

 

“우리는 적이 반대하는 것을 옹호해야 하고 적이 옹호하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는 게 마오 시대의 구호였다면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는 고양이가 훌륭한 고양이다”라는 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것을 위화는 “마오쩌둥의 흑백시대에서 덩샤오핑의 경제지상주의 컬러 시대”로의 이행이라고 정리한다. 물론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가져온 기록적인 경제성장은 모두가 궁핍했던 중국을 경제대국임과 동시에 극도로 불균등한 국가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1980년대 중반부터 상하이 같은 동부 연해지역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마셨지만 1990년대 중반에도 중부 산간지역 출신들은 설을 쇠러 고향에 갈 때 코카콜라를 선물로 가져갔다. 같은 중국이라지만 10년 이상의 시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정치혁명과 경제혁명 사이에서 어떤 연속성을 읽어내는 게 위화의 통찰이다. 오늘날 중국 부호들 가운데 상당수는 빈손의 가난뱅이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억만장자가 된 이들이다.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위화는 마오의 문화대혁명과 덩의 개혁개방이 중국이 풀뿌리 계층에 두 차례 거대한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라고 말한다. 곧 문화대혁명이 정치권력의 새로운 분배였다면 개혁개방은 경제권력의 재분배였다. 시진핑의 중국은 이제 중국 인민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가.

 

1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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