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다솜이친구(178호)에 실은 '감각의 도서관' 꼭지를 옮겨놓는다.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위즈덤하우스, 2015)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김에 그의 대표작 <만엔 원년의 풋볼>(웅진지식하우스, 2007)도 같이 읽어보았다.

 

 

다솜이친구(15년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읽기와 쓰기

 

해마다 10월이면 문학 독자들의 관심은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에게 쏠린다. 한국 작가의 수상 가능성과 함께 유력한 후보들의 수상 여부가 흥미로운 관심사다. 주변을 돌아보면 2012년에 중국 작가 모옌이 수상했고, 그보다 앞서 일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게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해마다 강력한 후보로 거명된다.

 

노벨상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세계문학계의 인정이란 관점에서 보자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같은 동아시아 공간에서 사유하고 글을 쓴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글로 썼을까. 이달에는 오에 겐자부로의 경우를 통해서 작가에게 독서란 무엇이고, 또 창작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오에는 다작의 작가이고 소설 외에도 여러 권의 산문집을 갖고 있는데, 그 가운데 <읽는 인간>(위즈덤하우스)은 그가 집필 50주년을 맞이하여 자신의 독서와 인생을 회고한 책이다. 견실한 작가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아홉 살 때부터 시작된 그의 본격 독서 편력은 꾸준하면서 탄탄하다.

 

그는 전후 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일한 읽을 거리였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매일매일 읽었다. 소설에서 헉은 흑인 청년 짐과 미시시피 강을 따라 여행을 하는데, 그 사이에 둘 사이엔 우정이 생긴다. 헉은 짐을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주려는 편지를 썼다가 찢어버리고는 “그래 좋다, 나는 지옥에 가겠다”라고 말한다. 지옥에 가더라도 짐을 배신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오에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인데, 때론 아이들도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그는 깨닫는다. 평생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갖게 했다니까 아홉 살 때의 독서가 이미 오에의 인생관을 결정지었다고 해도 좋겠다.


인생의 고비마다 오에는 책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비탄의 시기에 만났던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도 그런 경우다. “타인의 슬픔을 보며,/ 어찌 나 또한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까./ 타인의 한탄을 보며/ 어찌 따뜻한 위로를 구하지 않을 수 있을까.”(‘사람의 슬픔에’) 같은 블레이크의 시구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 때문에 힘들어하던 오에에게 많은 위로를 건넨다. 그에 힘입어 오에는 인생의 문제를 매번 소설로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그에게 문학은 자신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이었다. “상상력으로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당혹감 등 실존의 문제를 다루어왔다”는 것이 오에 문학에 대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의 평가이기도 하다.


1967년에 발표한 <만엔원년의 풋볼>(웅진지식하우스)은 그런 오에 문학의 본령을 확인하게 해주는 야심작이자 대표작이다. ‘만엔 원년’은 막부 말기에 딱 1년만 쓴 연호로 1860년을 가리킨다. 이 해에 농민봉기가 많이 일어났는데, 이 사건을 100년 뒤인 1960년 안보투쟁과 연관지어 해명해보고자 한 것이 오에의 야심이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를 등장시킨다. 형 미쓰사부로는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어서 보호시설에 맡기고는 삶의 의욕을 다 잃어버린 상태가 된다. 소설의 결말에서는 동생 다카시가 자살하고 미쓰사부로가 다시 현실로 복귀하기 때문에 그가 회복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다카시는 안보세대로 투쟁에 직접 관여했고, 형 미쓰사부로는 방관자였다. 두 사람은 고향에 내려가는데, 이들은 증조부 세대의 1860년 농민 봉기의 역사와 그들 자신의 S형에 대한 1945년의 상이한 기억을 떠올린다. 만엔원년에 일어난 농민봉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그리고 미일안보조약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이 펼쳐진 1960년대를 통시적으로 연결하면서 오에는 역사에서 반복과 투쟁, 그리고 폭력의 의미를 질문한다.

 

외세에 대한 반대와 평화운동이라는 의미를 갖는 자기 세대의 안보투쟁을 1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거시적 맥락에서 자리매김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사유하고자 한 작가의 패기를 높이 살 만하다. <개인적인 체험>과 함께 오에 문학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는 이유다.

 

15.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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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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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페터 비에리

지금까지 우리의 사고, 소망, 감정, 기억 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달리 표현해본다면, 자기 결정의 의미는 우리가 그것들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문학이 있습니다. 문학은 어떻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요? 읽기와 쓰기가 자기 결정력을 습득하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28쪽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문학작품을 읽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에 대해 이제 상상력의 반경이 보다 넓어진 것입니다. 이제 더 다양한 삶의 흐름을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은 직업과 사회적 정체성, 인간관계의 다양한 종류를 알게 됩니다. -28쪽

뿐만 아니라 한 삶의 내적 관점에 대해서도 우리의 공감 능력이 성장합니다. 우리는 정신적 정체성의 성공과 실패, 발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결정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실패하면 어떻게 해서 실패하는 것인지도 알 수 있지요.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가는 것은 자기 결정을 추구하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문하는 사람에게 결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이러한 질문의 답은 오직 여유로운 가능성의 장 안에서 여러 가지로 입장을 바꿔보는 정신적 활동을 할 때에만 얻을 수 있습니다. -28쪽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독서보다 좀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이야기를 직접 쓰는 것입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무의식의 판타지라는 깊은 기저에서 온 것일 때라야만 읽는 사람을 사로잡는 큰 매력을 지닐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내적 검열의 경계를 느슨히 하고 평소라면 무언의 어둠 속에서부터 경험을 물들이던 것을 언어로 나타내야 합니다. 이것은 거대한 내적 변화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소설 한 편을 쓰고 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이전의 그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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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른다. 타이틀북은 토마 피케티의 칼럼집 <피케티의 신자본론>(글항아리, 2015)이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리베라시옹'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았다. '지난 10년 피케티가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자본주의 문제들'이 부제로 붙었다.

 

 

"전작 <21세기 자본>이 역사적이고 학문적으로 자본주의의 동학을 분석한다면, <피케티의 新자본론>은 보다 현실세계에 밀착해 현대자본주의가 국제정치 및 사회제도와 맺는 관계와 문제점을 밝히고 그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두번째 책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한국어판 감수를 맡기도 했던 일본 리츠메이칸대 경제학부 이강국 교수의 칼럼집 <이강국의 경제 산책>(책세상, 2015)이다. "2011년 8월부터 최근까지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을 수정.보완하고 일부 미발표 원고를 추가해 엮은 이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불평등과 양극화를 비롯해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제 현안들을 국제적 감각을 갖춘 국내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비평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세번째 책은 스티븐 오버먼의 <양심 경제>(싱긋, 2015). '착한 회사가 위대한 성공을 낳는다'란 부제로 내용을 어림할 수 있다. "대기업 이사회에서 벤처기업 다락방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미 국무부에서 개발도상국의 약동하는 시장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세계적 리더와 권력자, 투자자, 그리고 다양한 의사결정자들이 ‘일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세계에서 조직을 잘 운영하고 혁신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네번째 책은 원로 철학자 차인석 교수의 논문집 <우리 집의 세계화>(문학과지성사, 2015)다. 한데 번역서다. 저자가 영어로 쓴 논문의 불어 번역판을 옮겼으니 특이한 중역본. "저자의 학문적 목표는 현재의 다문화 세계에서 글로벌 윤리를 구상해보는 것으로서, 존 듀이의 '위대한 공동체' 개념을 기초 삼아 서구와 비서구 각각의 환경에 맞는 근대화,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개혁자유주의를 제시한다." 

 

마지막 책은 국문학자 신형기 교수의 <시대의 이야기, 이야기의 시대>(삼인, 2015)다. '이야기로 읽는 한국 현대사'가 부제. "1945년 8월의 '해방' 이후 이른바 한국 현대사라고 하는 시간을 통해 반복해 쓰이고 널리 읽혔던 이야기들을 되돌아보며, 그 의미를 해석해내고 그 의의를 평가하는, '이야기에 대한 비평'을 시도한다. 대상으로 한 자료는 수기나 일기, 르포르타주, 기행문, 혹은 문학작품 등이다."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여 현대사를 재구성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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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新자본론- 지난 10년 피케티가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자본주의 문제들
토마 피케티 지음, 박상은.노만수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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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경제 산책- 대한민국 99%를 위한 경제학 이야기
이강국 지음, 장봉군 그림 / 책세상 / 2015년 10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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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경제- 착한 회사가 위대한 성공을 낳는다
스티븐 오버먼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15년 10월
16,500원 → 14,850원(10%할인) / 마일리지 8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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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세계화- 글로벌 시대, 공존하는 삶을 위한 철학적 제언
차인석 지음, 진형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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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셈치고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국내 저자 3인으로, 각각 디자인연구자, 역사학자, 철학자다. 먼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저자 박해천 교수가 '콘유 삼부작'의 마지막 책으로 <아수라장의 모더니티>(워크룸프레스, 2015)를 펴냈다. 삼부작이라고는 하지만 출판사는 제각각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게임>에 이은 박해천의 ‘콘유’ 삼부작 완결편. 1970~80년대 고도성장기 아파트 단지 개발과 그에 따른 중산층 문화에 주로 초점을 맞춘 전작과 달리,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 전쟁의 기계들이 던져준 모더니티의 충격부터 새로운 감각의 변화를 요구하는 21세기 테크놀로지까지, 우리 삶을 뿌리부터 바꿔놓은 인공물을 함께 다룬다.

우리의 주거 공간에 대한 관점과 시야를 확장해준 공로가 '콘유 삼부작'에 돌릴 수 있을 터이다. 시리즈이니 만큼 이번 책도 놓칠 순 없겠다.

 

 

한국 고대사 연구자인 송호정 교수도 오랜만에 책을 펴냈다. <처음 읽는 부여사>(사계절, 2015). '한국 고대국가의 원류 부여사 700'이 부제다. 부여사에 관해서는 거의 최초의 단행본이라 한다.

<처음 읽는 부여사>는 '국내 1호 고조선 박사'인 한국교원대학교 송호정 교수가 그동안 고대사의 변방에 있었던 부여의 역사를 한국 고대국가의 출발점이자 원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해 저술한 책으로, 부여의 기원부터 성장과 쇠퇴, 제도, 생활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부여에 관해 밝혀진 모든 것을 집대성한 최초의 단행본이다.

일단 700년이란 긴 시간 동안 국가의 명맥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사실 부여에 관해서라면 몇 가지 단편적인 사실 말고 아는 게 거의 없잖은가). 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올해 재간본이 나온 스테디셀러 <논리는 나의 힘>(우리학교, 2015)의 저자 최훈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위험한 철학책>(바다출판사, 2015). '왜 그 생각은 철학이 되었을까'가 부제로 철학자들의 위험한 생각들을 엮었다. 예컨대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없다''동물은 고통을 못 느낀다''갓난아이는 죽여도 상관없다''국가는 가능한 한 없는 것이 좋다' 같은 생각들이다.  

보통 사람의 상식을 뛰어넘는 철학자들의 위험한 생각을 엮어냈다. 철학은 기존에 있던 지식이나 상식을 의심하고 반론을 제기하고 새로운 생각을 내놓으면서 발전해왔다. 따라서 진정한 철학은 위험하고 불온할 수밖에 없다. 철학자들은 보통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든 없든 그 결과에 상관없이 이성의 냉철함과 엄밀함으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저자는 철학자들의 사고 과정을 따라가 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철학 입문서로도 요긴해 보인다...

 

15. 1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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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전통문화연수원에서 주최하는 '인문학 콘서트, 고전톡톡'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10월 16일 저녁 7시이고, 장소는 전주전통문화연수원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해서 강연할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안내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15. 1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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