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살아본 적이 없는 것처럼
눈밭에 처음 발자국을 찍는 것처럼
오늘이 모든 하루의 첫날인 것처럼
미체험 행성에서의 첫 인생인 것처럼
백지처럼 백치처럼
그렇게 살기
사랑도
누구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처음 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것처럼
처음 강물에 자맥질하는 것처럼
대본 없이
처음 키스하는 것처럼
처음 만나는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기

오늘 강의에서 두 번 말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믿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모든 게 처음인 것처럼
그렇게 살기
전생은 다들 잊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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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8-05-1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시인가요?!

로쟈 2018-05-10 09:56   좋아요 0 | URL
네. 시 카테고리에 있는 것들요.

two0sun 2018-06-1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의 질타?처음의 복수
(감히 처음인척 했다고)
처음처럼은 처음이 아니라고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고
처음처럼은 처음부터
가능한것이 아니라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고.
뼈아픈 경험이~~~

로쟈 2018-06-10 21:26   좋아요 0 | URL
주종을 바꿔보심이.~
 

특이하게도 제목이 그냥 원어 그대로다. 멀리사 모어의 <Holy Shit>(글항아리).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가 부제인데 그렇게 나열한 단어들은 ‘holy shit‘의 번역이면서 원서 부제(A Brief History of Swearing )의 ‘swearing‘의 번역이다. 한 단어로 번역이 안 돼 나열한 것인데 더 풀자면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하는 말, 불경한 말, 상스러운 말, 음탕한 말, 더러운 말, 저주하는 말, 모욕하는 말˝의 역사를 다룬 책. 짧게 간추렸다고는 해도 3000년의 역사다.

˝고대 로마와 성서의 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어라는 언어의 신성하고도 불경한 역사를 들춰내면서 ‘불경한 말’과 ‘천박하고 외설한 말’이라는 두 영역을 지적이고도 흥미롭게 탐색한다. 상소리가 수세기에 걸쳐 변화해온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가 하면, 변화의 원인이 된 문화적 관심사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감정을 고급하게든 저급하게든 낱낱이 표현했던 단어들을 살펴봄으로써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이 그야말로 한 끗 차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로운 착상과 작업의 결과물로 여겨져 바로 구입했는데 분량이 좀 되는지라 언제 다 읽어볼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베이벌매거진의 추천사는 이렇군.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할 거냐고? 씨발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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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가 알고보니 이밥나무라는군
경력조회로는 말이야
이밥나무 쌀나무 쌀밥나무
이팝나무 꽃그늘을 지나다
이 얼마나 근사한 호강인가 생각하다가
이밥나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이 근사한 꽃그늘에서 밥 생각이라니
경력은 때로 세탁이 필요한 법
이팝나무는 이팝나무여서 근사한 나무
조팝나무도 좁쌀밥나무 조밥나무였다지
너도 개명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조팝나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서 눈감아 주기로 했다
이밥나무 조밥나무 틈에서 봄을 나느니
이팝나무 조팝나무와 한 시절 누리기로
이팝나무 꽃그늘에서 한 시름 잊기로
이 봄날 밥 생각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팝나무 꽃그늘에 봄밤도 근사하여라
이팝나무가 그대인 듯 근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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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5-09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그늘 아래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팝꽃잎은 조팝보다
둥글게 생겼지 라며 읊던 날.
읽다만 프루스트. 며칠전 신간 코너서 본 새번역의 피네간의 경야. 옛날 그 율리시즈 독후의 여운이 남은 상태서 신기하게 읽은 요약본 피네간. 흠, 이렇게 두꺼웠어?
사? 말어? 옆에는 몇년전 산 새
번역 율리시즈가 몇 페이지째 북마크
가 고정되어있고. 모든 호기심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며, 맘 다잡는 봄밤~^^*

로쟈 2018-05-09 23:29   좋아요 0 | URL
제가 전염시킨 건가요?^^

로제트50 2018-05-09 23:32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요^^*

watchway 2018-05-0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에 따라 이야기는 맹글어 가죠.
이밥의 간절함이 이밥나무로
뭔가 세련된 것처럼 말하고 싶을 땐 이팝나무로.

길상사를 고향 초등 친구에게 안내하면서
백석자 자야.
길상화와 법정스님.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동창넘이 어느날
˝길상사는 자야와 법정스님의 사랑하던 곳˝
이라고 멋진 이야기를 맹글어 내었지요~~~

로쟈 2018-05-09 23:28   좋아요 0 | URL
널리 알릴 이야기는 아닌듯하네요.~

가명 2018-05-0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로쟈님 시 쓰기 시작하신 건가요?^^

로쟈 2018-05-09 23:28   좋아요 0 | URL
네 지난달부터요.~

2018-05-15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자가 된 청소부보다 늘
청소부가 된 성자가 되고 싶었지
까지는 아니어도 더
감동적이라고 느꼈지 요즘은
환경미화원이 된 성자라고 불러야 할까
예전엔 쓰레기 치우는 성자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울 때마다
대견하게 느껴졌어
고등학교 때 우리반은 소각장 당번반
소각장 쓰레기를 태우고 재를 퍼 날랐어
어디로? 자세한 건 묻지 말고
여하튼 날랐어 그리고
묻었어
(그럼 뭘 하겠어?)
자원하진 않았어
다들 겸손해서 성자를 자처하진 않아
성자 콤플렉스란 말을 어디선가 들었지만
아는 체하지 않았어
우리는 그냥 청소 당번
성자도 당번제야
아무나 할 수 없어도
닥치면 해야 해
네댓 명이 리어카를 몰았어
빗자루와 삽을 들었어
화장실 똥을 푸는 건 우리 일이 아니어서
우리는 소각장으로 가
아직도 냄새가 나는군
옷에 배도 할 수 없지
그렇지만 대견하게 느껴지는군
나도 한때 소각장 당번이었다는 거
청소부였다는 거
쓰레기 좀 태워봤다는 거
내가 성자라는 얘기는 아니야
기분 좀 냈다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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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독일의 천재작가‘로 보통 소개되는 볼프강 보르헤르트(1921-1947)의 작품 전집이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기는지 모른다>(현대문학) 문학과지성사판으로 다시 나와 있는 <이별 없는 세대>를 민음사판으로 구한 게 30년 전은 될 것 같다(초판은 1975년에 나왔군). 제목 말고는 기억에 남아있는 게 없지만 한권짜리 전집이 나왔다고 하니까 뭔가 숙연해진다.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에는 보르헤르트 생전에 출간된 시집 <가로등, 밤 그리고 별들>, 희곡 ‘문밖에서‘, 산문집 <민들레>와 작가 사후에 출간된 산문집 <이번 화요일에>, 유고 시와 유고 단편 등 약 30여 편의 시와 40여 편의 산문이 수록되었다. 많은 작가들과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희곡 ‘문밖에서‘, 단편 ‘이별 없는 세대‘를 포함해 보르헤르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걸작 전집이다.˝

절판되었지만 연구서도 몇권 나와있는 걸로 보아 학계에서도 꾸준히 연구되는 듯싶다. 47그룹의 대표 작가인 하인리히 뵐은 보르헤르트를 이렇게 기렸다. ˝보르헤르트의 외침은 죽은 자들을 위한 것. 그의 분노는 역사의 쾌적함으로 자신들을 덮어씌운, 살아남은 자들을 향한 것이었다.˝

안 그래도 이번 여름에 20세기 독일 작가들을 강의에서 다룰 예정인데 47그룹을 포함하여 전후 세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까 일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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